1화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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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벨파스트가 내 관사의 현관 앞에 있지?

의문을 접어둔 채,

출근은 해야 되니,

벨파스트를 자기의 차의 조수석으로 안내 후,

얀붕이는 자기의 차에 올라탄다.


얀붕이의 차는 렉스터였다.

이 차를 선택한 이유는 넓고, 뒤에 조그만 짐칸이 있기에

군 생활 하다 보면 자차로 짐을 옮겨야 할 때도 있었다.

이런 짐칸이 있고 없고는 정말 큰 차이이다.


"나는 별을 달 거야!"

라는 시절의 얀붕이가 지른 차였다.


다만, 지휘관 차량이 레토나에서 렉스턴 스포츠로 바뀌면서,

"니가 대대장이냐? ㅋㅋ"

"어이구? 그렇게 대대장 간접 체험하고 싶었냐?"

친한 선배나 동기들에게 갈굼 당한 추억이 종종 떠오른다.

'시발...'


얀붕이가 운전석에서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 하자,

벨파스트는 "주인님? 잠시만요?"

벨파스트가 얀붕이를 멈춘다.


"?"


벨파스트는 운전석에서 일어나더니,

얀붕이의 안전벨트를 얀붕이에게 채워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벨파스트의 가슴이 얀붕이의 허벅지에 닿았다.

게다가 벨파스트 메이드 의상 자체가,

윗가슴은 훤히 보이는 디자인이라 새하얀 살을 보인다.

게다가 어제 얀붕이가 말한 얀붕이가 좋아한다고 말한,

향긋한 냄새가 벨파스트 머리에서 풍겨왔다.


얀붕이는 속으로

'번뇌퇴치! 번뇌퇴치!'

'벨파스트는 이런 거에.. 능숙한가?'

라는 생각을 해버렸다.


아무튼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얀붕이에겐 조금 긴 시간이었다.


아직 허벅지에 부드러운 무언가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얀붕이는 벨파스트를 쳐다본다.

"?"


"?"

그 시선에 눈치챈 벨파스트도 얀붕이를 쳐다본다.

"?"


"?"


"주인님 이제 출발하셔도 됩니다?"

"아니면.. 제가 무슨 실수라도...?"

얀붕이의 눈치를 살피는 벨파스트.


"아니.. 너는 안전벨트 안 해?"


"앗! 죄송합니다."

"제가 차량에 탑승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라면서 허겁지겁 자신의 안전벨트를 채우려는 벨파스트,

하지만 당황해서 그런지 제대로 꽂질 못하고 있다.


"어? 진짜로?"

벨파스트 같은 함선 소녀들은 대부분 바다에 있으니

차를 탈 일보다 배를 탈 일이 더 많겠구나...


아무튼 당황해서 벨파스트가 안전벨트를 제대로 못 매자,

얀붕이가 대신 해준다.


얀붕이의 안전벨트는 벨파스트가,

벨파스트의 안전벨트는 얀붕이가

이 사실에 벨파스트는 왠지 모를 자그마한 행복을 느끼면서 대답했다.

"네."

"저희는 차를 탈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타봐야 함대를 옮길 때, 버스정도 입니다."

"저는 이 부대에 계속 있어서, 버스도 탈 일이 없었지만요."

"그러니.. 주인님이 저의 처음입니다."


벨파스트는 일부로 '처음'을 강조했다.


얀붕이는 이런 벨파스트의 티 안 나는 어필에

'남이 들으면 오해하겠네.'

'천연인가?'

모든 것이 벨파스트가 계산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모르고 대답한다.

"아.. 그렇구나."


그러자 벨파스트가 말을 이었다.

"아마, 버스 말고 차를 타본 인원은 프린츠 오이겐정도 일 겁니다?"

"그녀는 전방에 오래 있었으니, 아마 그런 경험도 풍부하겠죠."


"헤에~ 그렇구나."

벨파스트는 은근슬쩍,

얀붕이에게서 프린츠 오이겐의 점수를 깎아 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 바로 지휘관 실이 있는 본관에 도착했다.

차로는 2 ,3분정도 뿐이 안 걸리지만,

걸어서는 15분 정도가 걸린다.


'벨파스트는 걸어왔겠지...?'

비록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괜히 미안해진 얀붕이는

차에서 내리면서, 벨파스트에

"아침에는 굳이 안 와도 괜찮아."


"주인님의 「전용」 메이드로서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것보다, 주인님은 아침은 잘 안 드신다고 했는데,"

"혹시 드시면, 속이 안 좋아 지는 그런 이유이십니까?"


"어? 그런 건 아니닌데"

벨파스트는 「주인님 전용」을 강조하면서 거절과 동시에 질문을 해,

얀붕이가 아침에 오지 말라는 권유를 못 하게 봉쇄해버렸다.


"그러면, 간단한 것이라도 드시고 시작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준비해서, 지휘관 실로 가겠습니다."


"어? 응. 고마워?"


벨파스트는 종 종 종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좋은 출발을 했다고 얼굴에 웃음꽃이 핀 벨파스트였다.



.


.


.





프린츠 오이겐의 아침 일정 중 하나는

본관의 주차장이 보이는 곳에서 대기하는 것


이렇게 얀붕이의 차가 오는 걸 기다리다가,

얀붕이가 온 걸 확인하면,

지휘관 실 쪽의 복도를 지나간다.


그럼 얀붕이와 지나가다 마주 칠 수 있다.

이렇게 얀붕이에게 아침에 인사하는 게 

프린츠 오이겐의 아침의 시작이었다.


오늘 프린츠 오이겐의 기분은 평소보다 나빴다.

어제밤의 더러운 꿈이 생각났기에

벨파스트와 함께 있는 얀붕이의 꿈...


그래서 하루 빨리 얀붕이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꿈이 예지몽이었는지,

벨파스트와 함께 내리는 얀붕이를 아침부터 보았다.


'설마? 꿈이 진짜로?'

'설마 지휘관이랑 같이 밤을...?'

'설마 선을...?'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아침에 식당에서 벨파스트가 뭔가를 하고 있었다는 소리가 나온 거 보면,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

벨파스트 그 모질이 년이 계속 얀붕일을 유혹했다더라도

자기가 그렇게 유혹했을때도 버틴 얀붕이라 그럴 일은 없겠지

그리고 과거의 생각이 다시금 이 생각이 떠오른다.

'설마 지휘관은 게이인가?'


'뭐 설령 얀붕이가 게이더라도'

'여자의 장점을 자기가 가르쳐주면 될 일이다.'

프린츠 오이겐은 얀붕이가 게이라도 사랑해 줄 자신이 있었다.


얀붕이가 지휘관 실의 복도로 오자,

프린츠 오이겐이 얀붕이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지휘관?"

"좋은 아침. 프린츠 오이겐."


얀붕이는 처음에는 그냥 시간이 겹친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는 일부로 그러고 있다는 건 다 눈치고 있었다.


왜냐하면, 얀붕이가 처음 왔을 때랑 출근 시간은 똑같은데,

그때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얀붕이가 실적을 올리고 나서부터

프린츠 오이겐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그래도 얀붕이는 이걸 나쁘게 보지 않았다.

아니, 얀붕이는 오히려 속으로 프린츠 오이겐을 칭찬했다.

전부 프린츠 오이겐이 최전선 복귀를 위해서

자기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행동에 옮기는 건 칭찬 받을 일이다.

뭐, 얀붕이는 진급을 위해서 더한 짓도 하는 사람들도 봤었다.

프린츠 오이겐정도면 귀여운 정도지.


인사 후, 지휘관 실의 문고리를 잡는 얀붕이는

원래라면 지나쳐갔을 프린츠 오이겐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


"..."


"? 무슨 일 있어? 프린츠 오이겐?"


"비서 함 실에서 혼자 일하는 건 지루하단 말이야?"

"오늘은 지휘관 실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때?♬"


"......."

얀붕이는 사실 함선 소녀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으나,

괜히 여기서 벨파스트만 특별 취급했다간,

상황이 안 좋은 벨파스트를 더욱 고립시킬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곧 벨파스트도 올 것이다.

둘의 관계는 모르겠으나 둘이 조금이라도 친해지면 좋은 거지 뭐...


"들어와."



프린츠 오이겐은 지휘관 실에 들어가서

고개를 한 바퀴 돌린다.


뭔가 특별할 거 같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전 지휘관들이 창고에 박아두었던 교범들이 책장에 꽂혀있고,

다른 책들이 늘었다.

"응? 뭔가 달라진 게 없네?"


"여기도 군 시설인데 막 바뀌겠냐."


"난 지휘관이 여기에 꼭꼭 숨어있길래"

"뭔가 나쁜 짓이라도 꾸미는 줄 알았지~?"


"내가 너도 아니고,"


"어~~어? 그게 충성스러운 철혈의 소녀에게 할 소리일까?"

"명령을 무시하는 로열도 아니고~♬"


프린츠 오이겐은 기회를 틈타서,

벨파스트를 저격했다.



음?

아침부터 벨파스트는 프린츠 오이겐을,

프린츠 오이겐은 벨파스트? 를 의식하는 게 느껴진다.


단순히 영국과 독일의 사이라 사이가 안 좋나?

근데 정말 싫으면 서로 언급조차 안 했겠지?

의외로 서로 사이가 좋은 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때

똑 똑 똑

"지휘관님 벨파스트입니다."


"어. 들어와."

벨파스트가 아침을 가지고 들어왔다.


벨파스트는 프린츠 오이겐을 보고 조금 놀라는 눈치였지만,

바로 여유롭게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어라~, 미안해? 이건 「비서 함」의 내 일인데"

"다음부턴 내가 할 테니까 신경안 써도 좋아?"

프린츠 오이겐이 벨파스트에게 「비서 함」을 강조한다.


"아니, 괜찮습니다."

"「비서함」은 업무적 보조만 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메이드」인 저는 주인님의 전반적인 사생활을 서포트하겠습니다."


이 둘의 미묘한 신경전을 얀붕이는

저것도 두 명의 우정? 표현이라 생각하고 무시하고

"아, 영국식이구나."

계란 프라이에, 베이컨, 소시지, 콩이 담긴 접시에 집중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아, 주인님 홍차도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벨파스트가 주전자를 들자,

프린츠 오이겐은 평소 얀붕이에게서 커피 냄새가 난 것을 기억해,

"지휘관~♬ 지휘관~♬"

"지휘관은 홍차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지 않아?"

"내가 커피 타줄게."



갑작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 얀붕이는

아침까지 차려준 벨파스트에 미안함을 느끼고

원래 아침에는 커피를 마셨기에,

프린츠 오이겐에게 커피를 부탁했다.

"그럼 커피, 부탁해도 될까?"


"알았어~♬ 역시 지휘관은 「홍차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 구나?"

프린츠 오이겐은 벨파스트에서 승자의 미소를 지으면서

커피를 준비하려 했다.


"?, 난 홍차도 좋아해."

"주로 저녁에 마실뿐이지."

라고 대답하자, 벨파스트는 

"그럼, 저녁에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 아니야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돼."

"나 때문에 괜히 미안하고"


"아닙니다!"

"메이드로서! 주인님의 컨디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아... 응, 그럼 부탁해."


얀붕이는 딱히 주는 걸 거절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침을 다 먹은 얀붕이,

벨파스트는 접시를 치우고 나갔고,

프린츠 오이겐과 그날 일과를 시작한다.


일단 얀붕이는 상급부대의 공문과

부대일정부터 확인했다.


오늘도 특별한 것 없다는 것에 안심하는 얀붕이.

평소의 일과를 시작한다.


그런데 얼마 후, 벨파스트가 다시금 지휘관 실로 돌아온다.

"??, 일없으면 돌아가 봐도 좋아?"


"오늘은 훈련도, 근무도 없으니 지휘관님 곁에 있겠습니다."


"그러면 쉬어도 돼?"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 없어."


얀붕이는 막상 말해보니 문뜩

대부분의 함선 소녀들은 쉴 때 뭘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없다.

함선 소녀들이 여가 생활을 즐길만한 것이.


정말 오랜만에 얀붕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씨발.......'


모르고 있었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알게 된 이상 안 하면 기분이 찜찜하다.


얀붕이는 일어서서 옷걸이에 손을 뻗는다.

거기에 걸려있는 모자를 손에 들고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라고 말하지만,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나도 같이 갈래~♬"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이 서로를 째려보면서, 동시에 말한다.


역시 니들 사이 좋구나.


사실 따라와도 상관없는 일이기에,

알았다고 말하고,

얀붕이는 아카시와 만쥬들에게 향했다.


(만쥬, 벽람항로에서 공사, 유지, 보수 관리하는 신기한 존재)



.


.


.


드디어 얀붕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 되었다.

저녁도 억지로 벨파스트에게 먹여진 얀붕이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퇴근하려 했다.


왜냐하면,

오전부터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이 죽치고 앉아있었기에,


얀붕이는 원래 일과 시간 이후에는 지휘관 실에서 조용히 영어 공부를 하면서 보냈지만,

이 두 명이 있으니 대놓고 공부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 하루 정도는 놀아도 되겠지?

오늘은 조금 쉬겠다고, 일찍 퇴근한다고 하자,

프린츠 오이겐과 벨파스트는 얀붕이를 놓아주었다.


얀붕이가 지휘관 실에서 나오자,

헬레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얀붕이가 나오자,

뒤에서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이 나온다.


"아..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살짝 멍하니 있다가, 지휘관을 발견해서 인사하는 헬레나.


그리고 뒤에 있는 비서 함 프린츠 오이겐을 발견하고서,

"어... 저도 내일 비서 함실이 아니라 지휘관 실로.. 가면 될까요?"

묻는다.


"응...? 어??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내일 비서 함은 헬레나였다.


"그래도 프린츠 오이겐은... 지휘관 실에 있던 거 아닌가요...?"


"뭐, 그렇지. 저게 편하데."


"그럼, 저도 내일은 지휘관 실로 갈게요."


"......."

"뭐. 편할대로 해."


이유는 몰라도 뭔가 어린아이가 분발하려는 모습이 헬레나에서 느껴진다.

'여동생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헬레나가 기특해 보이는 얀붕이는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헬레나는 처음은 놀랐지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얀붕이는 무의식적으로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어버려,

깜짝 놀라 손을 떼고,


"아, 미안 미안, 그럼 내일 보자."

하고 주차장을 향해갔다.



.


.


.


얀붕이가 떠나자,

헬레나의 곁에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이 왔다.


이 두 명 표정은 분명 웃고 있는데,

얼굴에 그림자가 내린 듯했다.

"아.. 안녕..하세요?"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은 기어들어가는 헬레나의 말을 무시했다.

'주인님, 저의 머리는 쓰다듬어 주신 적 없으면서..'

'내가 유혹할 때는 무관심했으면서...'

벨파스트는 헬레나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았다.

프린츠 오이겐은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에요? 저기...??"

"..........."

"..........."



두명은 헬레나의 말을 무시하고,

헬레나의 머리를 조금 더 만지작거리더니

"흥!"

"칫!"

하고 각자 기숙사로 발을 옮겼다.



머리가 상황을 따라갈 수 없는 헬레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두 명이 떠나는 모습만 볼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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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유혈사태가 나는 것을 즐기는 얀붕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소프트한 얀데레 생각하면서 쓰고 있음.

혹여나 [이건 얀데레가 아니다!] 라는 의견이 많다면 자삭하겠음.



혹시 신경 쓰이는 오타있으면 말해주셈, 그럼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