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있다가 떠올려서 내용 수정이라도 해봤음.

기억하는 사람이있는지 모르겠음.

모바일로 해서 그런지 어렵네 


***



방안에는 서로가 뒤엉켜 타액을 섞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조급한 듯 추잡하게, 잔잔한 듯 여유롭게 맞닿는 입술에 둘은 목적조차 잊은 채 눈을 마주쳤다.



마주친 눈은 서서히 감기며 너 나 할 것 없이 짜기라도 한 듯 입을 맞췄다.



반쯤 감긴 눈은 본능을 일깨우듯 뒷머리를 붙잡더니 둘은 더욱 밀착된 상태가 되었다.



이윽고 손은 미끄러지듯 내려가 허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런 나는 흥분해 허리에 팔을 걸며 서희를 올려다본 채로 키스했다.



생각지도 못한 내 행동에 만족한 듯 서희는 목에 팔을 걸었다



앉은 채로 상체가 모두 맞붙어 우린 서로가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



"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데? 네가 허리에 팔까지 올리고 말이야."


" 너랑 하도 해대니까 익숙하게 올린 거 같은데. 나도 이렇게 성장을 하는 건가."



성장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는 서희는 검지로 내 가슴 팍을 조금씩 누르며 침대로 날 눕게 만들었다



한창의 전희를 즐긴 게 만족한지 본게임에 들어가려는 듯 서희는 올라탄 몸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 그동안 많이 참은 거 알지? 만족 못 시키면 내일은 절대 못 나갈 줄 알아. 빨리 날 만족시켜봐. "



여왕님의 발아래 칼춤을 추듯 자신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서희에 말에 적잖게 당황했다.



내 위에 올라타 날 본 서희 눈빛은 잡아먹을 듯 무서웠다



본인이 움직이는 건 아직 아니란 걸까, 내가 리드하는 걸 원하는 것 같았다.



유린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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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그만해... 더는 못 버틸 거 같아.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이젠 허리가 부서질 거 같아"



" 그야 네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아까 말했듯이 나를 만족시켜야 그만두고 널 내일 보내든 말든 하지. 이대로면 너만 만족하며 갈 거 같은데? "



" 그걸 .... 넌 지금 말이라고 하는 소리야? 내가 흥분하는 모습 보고 싶다면서 몇 번이고 자극해서 사정시켰으면서 .... 이제 와서 반대로 만족시켜 달라고? 내가 힘이 넘쳐나는 줄 아냐? 요즘 내 몸이 얼마나 안 좋은데. "



서희에게 몸을 맡기고 얼마나 지났을까, 이미 몇 번이고 쾌락과 사정을 느끼며 만족했다고 느꼈을 터인데 서희는 아직 부족한 듯 내게서 허리를 흔들고 있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희가 나를 덮칠 때마다 항상 하던 말이었다.



물론 나도 좋고 서희도 좋다지만 아무래도 얘가 상상이상으로 열을 받았던 건지 도저히 관계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마 지민이의 몰려오는 압박과 나의 쌀쌀맞은 태도 때문인 건지 자기가 우위를 점하듯 계속해서 나를 탐했고 한없이 사정과 절정을 넘나드는 나는 그저 서희의 밑에서 애원하듯 신음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멋대로 집에 쳐들어오질 않나, 멋대로 옷을 벗겨 덮치려 하질 않나 모든 걸 합의하에 한 것 같아 보이지만 반강제로 당했기에 이미 벗어나고 싶어도 난 벗어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식욕으로 푼다 하지만 서희는 주로 성욕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었다


먹는 걸 먹어 봤자 몸무게가 늘어 오히려 더 스트레스받을 걸 아는 얘였기에 차라리 본능을 이용해 성욕을 풀면 스트레스도 풀고 만족도 해서 자기 나름대로 나를 써먹고 있었다.



" 나도 만족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응? 난 네 번밖에 못 갔단 말이야. 한 번은 더 가야 난 만족할 거 같아 조금만 힘내봐 인우야, 나도 .... 하앗 .... 이제 얼마 안 남았어. "



" 진 서희 너 진짜.... 존나 이기적인 거 알지? 멋대로 옷 벗기고.... 덮치고.... 진짜 너 때문에 내가 미쳐버리겠어. "



" 그런 소리 하면서 다른 곳은 잘만 느끼고 잘 만서네? 내 아래서 애원하듯이 쌀 거 같다고 빌빌대던 게 내 눈엔 훤히 보이는데? 튕겨도 아무 소용 없어 부감 가질수록 내가 더 하고 싶어지니까"



기분이 좋아 보이면서도 묘하게 불만을 느끼고 있는 내가 의문인 건지 서희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윽고 다시 한번 내 얼굴을 잡아 입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이미 내 입은 한참 전부터 서희의 강렬한 키스로 인해 미친 듯이 덮쳐져 갔었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나의 입은 반쯤 벌려져 있었고 미친듯한 서희의 입놀림에 좀처럼 내 입은 쉴 틈이 없었다.



서희는 진짜 이상한 곳에 성욕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급발진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벌려진 내 입이 너무 좋다며 다시 한번 혀를 집어넣기 시작했고, 나는 또다시 서희의 혀에 의해 한없이 우롱당하며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방안에는 나와 서희의 신음 소리와 타액이 섞이는 소리만이 가득 채웠고, 그렇게 또다시 스위치가 올라간 서희는 이내 다시 달아오른 몸을 채우러 나와 서희는 또다시 서로를 안기 시작했다



달아 오른 서로에 의해 다시금 살을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몸은 또다시 흥분해 만족할 때까지 우린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격렬하게 쾌락과 본능을 두 번 정도 더 느낀 우리는 땀에 흠뻑 젖어 버렸고 거친 숨을 내쉬며 기력을 조금이라도 충전하기 위해 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하아 ... 하아.... 진짜 너 얼마나 쌓인 거야. 너무한 거 아니냐..... 지쳐서 못 일어 날 거 같아. "



" 일부로 그런 거야. 너 이대로 그냥 학교 가면 그대로 최유린이랑 웃으며 지낼게 뻔하잖아.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힘을 빼놓는 거지. 그년도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고. "



" ........... 너만큼 가장 크게 돌변할 여자가 있을까? 시도 때도 없이 매번 힘들다 진짜. "



" 네가 주변에 여자가 많아서 그래. 네가 조금만 철벽 쳤어도 이런 일은 안 생겼어. 예나 지금이나 넌 너무 물러서 탈이야. 그거 때문에 고통받는 거라고 알아? "



은근슬쩍 정곡을 찔러 넣는 서희는 이 모든 게 내 탓이라며 찌뿌둥한 표정을 지으며, 이 상황을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여자애들이랑 조금만 대화 나눠도 금방이라도 죽일듯한 표정을 짓는 본인이 문제를 나한테 넘기려니 그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더 이상 반박하려 해봤자 이미 안 들린다는 듯 무시하며 딴청을 피우는 서희는 누구 때문에 내가 이리 됐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 그건 그렇고 이제 돌아갈 시간 아니냐? 너네 부모님도 슬슬 돌아오실 시간이잖아. "



" 알아, 걸어가긴 귀찮아서 언니한테 연락은 해놨어. 곧 차 가지고 이리로 오겠지. 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알 건 다 아셔서 웬만해서는 터치 안 해. 너도 알잖아 우리 집 특이한 거. "



방임주의 부모 덕에 오히려 다른 거에 집중할 수 있다며 감사함을 말하는 서희는 기지개를 시원하게 피고는 만사가 귀찮은 듯 느릿느릿 옷을 입고는 일어나며 머리를 고치고 있었다



불만 섞인 표정과 투덜대는 말투는 여느 평범한 여고생과 다를 게 없어 좋아 보이긴 했지만 급발진하는 서희를 생각해보면 갭이 너무 커 가끔은 내가 아는 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착각하기도 한다.



옷을 고쳐 입고 돌아갈 준비를 마친 서희를 집 앞 편의점까지 바래다주면서 부디 내일 있을 체육대회에는 제발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며 나는 빌고 또 빌었다.



" 내일도 지켜볼 거야. 조심해. 알겠지?"



" 이렇게나 목에 키스마크를 새긴 걸 보고 접근할 여자가 있을까? 진짜 네 멋대로야."


"...... 흥 복수야. "



편의점 앞 차 안에 타면서도 쏘아대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희는 체육대회 이후로 유린이랑 어울리지 말란 말을 남기고 그대로 골목을 지나 내게서 멀어져 갔다.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서희에게서 겨우 넘겼다 생각한 나는 빠르게 집으로 걸어가 적당히 씻고는 피곤한 내일을 위해 서둘러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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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울리는 알람에 잠을 깨 나는 핸드폰을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냥 이대로 쨰버릴까? 라는 생각이 미친 듯이 들었지만 몸은 괜찮냐고 물어오는 유린이의 카톡에의 나는 다짐을 굳혔고, 덕분에 나아졌다는 카톡 하나와 함께 서둘러 학교로 향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체육대회라 그런지 등교하는 길에는 너나 할 거 없이 각자 개성 있는 반티를 입고 있었고 화려함을 뽐내듯 서로 이런저런 말을 하며 자랑질을 하기 바빴다.



그 빈도는 교문 앞을 갈수록 더해지고 교문을 지나 반에 들어갈 때까지 서로 옷에 관한 얘기 말고는 들려오는 얘기가 일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우리 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풍의 콘셉트를 좋아하는 얘들이 많았던지라 일본풍의 그림들이 옷에 들어가 나름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그렇게 서로 옷에 대해, 외모에 대해 품평하는 걸 지겹도록 듣고 있을 때쯤 문이 열리며 교문 뒤로 유린이가 들어왔다.



문을 박차고 들어왔을 때 모두들 무심한 듯 신경 쓰지 않고, 서로 대화를 나눴지만 눈동자는 유린이를 향한다는 걸 나는 알 수가 있었다.


여러 얘들 안에서도 눈길을 끄는 귀여운 얼굴과 서희와 마찬가지로 하얗고 고운 피부, 작고 아담한 키, 흠잡을 데 없이 착한 성격까지, 그런 여자애가 내 옆에서 같이 있어주고 같이 뛰어준다니 나는 그저 미치도록 유린이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활기차다고 생각하며 담임이 오기를 기다릴 때 유린이와 난 눈이 마주쳤고, 눈이 마주친 걸 느낀 유린이는 조그맣게 웃기 시작하더니 내 쪽으로 다가오며 태연하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 백인우, 봤으면 말을 해야지. 뭘 그리 멀뚱멀뚱 있어. 내가 이뻐서 말을 못 건 거야? 응? 오늘은 좀 다르긴하지. "



한껏 꾸민 덕에 자신감이 생긴지 가슴을 넓게 펴곤


칭찬해달란 듯이 말해왔다.


" 얼굴이 예쁜 건 맞는데 오늘 나사 하나 빼둔 거야? 안 하던걸 하고 신기하네. "


" 뭐라고? 손목 하나 더 아프고 나한테 하루 종일 요양 받고 싶다고? 나랑 같이 밥도 먹을 수 있고 딱 좋네? 응? 인우야 다시 한번 말해봐, 뭐라고? 얼굴이 뭐 어쨌다고?"



아무래도 말을 잘못 꺼낸 탓인지 유린이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그렇지 못했다.



협박과도 같은 무서운 눈동자와 손으로 책상을 잡고 있는 것 같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책상의 진동이 느껴졌고 그런 유린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는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을 해내야 했다.



" 에이.... 오늘 머리도 바꾸고 내가 본 여자 중에 가장 예쁜 유린인데 내가 못 알아보겠어? 우리 사이 장난도 좀 치고 그러는 거지. 이따 사진같이 찍자. 너무 예뻐서 안 찍으면 후회할 거 같아."



" 헤헤... 그래그래 할 거면 처음부터 했어야지. 오해할 뻔했잖아. 오랜만에 꾸미고 왔는데 이상하다 할 거 같아서 좀 불안했단 말이야. "



" 아냐, 난 처음에 너무 예뻐서 너인 줄 몰랐다니까? 유린이 네가 말 걸기 전까지는 몰랐어. 우리 학교에 이렇게 생긴 얘가 있었나라고 생각만 했었지 너라곤 전혀 예상 못 했어. "



" 그만해 쪽팔리잖아. 얘들이 다 보고 있다고! 할 거면 조용히 귓속말로 하던가 다 들려!.... 다른 애들 모르게 나한테만 들리게 하란 말이야.... 부끄럽게. "



서희와 지민이에게서 단련된 임기응변 덕분에 유린이와의 오해를 금방 풀었고 예쁘다고 칭찬하니 금방 풀려 다시 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귀여운 외모만큼이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지 유린이의 귀는 빨갛게 달아올랐고,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거 같던 책상의 떨림은 멈추고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칭찬과 함께 부끄러운 말을 해서 그런지 쑥스러운 듯 유린이는 손가락을 꾸물거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미친듯한 유린이의 귀여움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미소도 잠시 유린이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내 목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근데 목은 왜 그래? 어디 다친 거야? 뭔가 좀 있는 거 같은데? "


" 아.. 이, 이거? 넘어져서 좀 다쳤어. 여기저기 쓸리긴 했는데 좀 아프더라 신경 쓰지 마. 밴드를 붙여놔서 좀 낫긴 한데 조심해야지.... 하하... "


" 다쳐? 글쎄.... 다친 거 치고는 좀 많은데? 쓸렸다 해도 상처는 이렇게 안 나. 피하지 말고 어디 봐봐. 인우야 너 자꾸 나한테 거짓말할 거야? "


아무래도 어제 서희가 덮치기 전 키스마크를 좀 많이 새겨놨는데 그게 유린이게 들통이 난 것 같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기 전에 민간요법처럼 해봤지만 하루 만에 자국이 사라질 리도 없고, 너무 많이 새긴 탓의 나는 좀처럼 지우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키스마크라고 유린이한테 말하기엔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고 변태 새끼로 보일게 뻔해 나는 밴드로 목에 잔뜩 여러 장 붙여 놓았다.



한두 장 붙인 게 아니라서 목에 압박이 있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들켜서 변태 새끼로 낙인찍힐 바엔 불편한 게 훨씬 이득이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생각하며 한심한 눈초리와 눈물을 머금고 밴드를 붙이는 길을 택했다.



어차피 유린이가 안 믿을 게 뻔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설명을 붙이고 변명을 해야 했기에 나는 그저 넘어졌다는 핑계를 대며 빨리 체육대회가 시작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길 바랐지만 그건 키스마크가 없을 때에 바랬어야 했고 잔뜩 새겨지고 그런 바램을 하니 왠지 나 자신이 병신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저 한숨만 나오는 뻔한 상황이었지만 무시하고 모른척한다면 아마 적당히 넘어갈 걸 나는 알기에, 무덤덤히 답변하며 적당히 목에 대한 유린이의 질문을 무시했다.



" 신경 쓰지 마. 아 맞다! 모기! 모기 때문에 그래. 어제 잘 때 창문을 다 열어서 그런지 모기가 엄청나게 물어댄 거야. 너무 가려워. 하도 긁더니 아파죽겠어 아주. "


" 그래도 ...... 물리고 다친 거 치곤 팔은 멀쩡하네 인우야? 얼굴도 피폐해지긴 했지만 곱상하고. 어째 목만 그렇다? 모기가 목만 피를 빠나?"



" 내 목이 워낙 향기로워서 그런가? 다들 목으로 엄청 오더라고!

그리고 잡다가 넘어져서 쓸리고 많이 다쳤어. 진짜로 ! "



" 흐응..... 그래? 이렇게 만져도 별소리 없는 거 보면 아픈 건 구라인가 보네? 인우야 너 진짜 제대로 말 안 해? 뒤질래? "



갑자기 목을 만지는 유린이의 손길에 화들짝 놀란 나였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바로 의심을 해와서 속으로 한 번 더 놀랐다.



평소라면 흐응.... 그래? 하면서 바로 넘어갈 얘인데 오늘따라 유린이는 곱게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고, 표정에는 웃음기 싹 빠진 무표정만이 남아있었다.



체육대회가 우선이라고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위기를 넘겼지만 무표정한 유린이의 표정이 마음에 걸려 나는 쉽사리 유린이에게 다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 나중에 이런 거 거슬리면 유린이 너도 그렇고 우리가 뛸 때 방해되잖아. 너 일등 시키는 게 목표기도 해서 그냥 일부로 넘긴 거야. 나중에 말해줄게. 지금은 체육대회가 우선이잖아. 조금만 참아줘 유린아. "



" .........백인우. "



" 걱정해 줘서 진짜 고맙고, 걱정시켜서 진짜 미안해. 하지만 이걸 신경 쓰고 있다간 우리가 고생한 게 헛걸음이 되니까 무시한 거야. 날 항상 걱정해 줘서 유린이 너에게는 미안 한하고 고마운 마음 만들어. 나도 너에게 실망시키고 않았지만 늘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



" 씨발..... 너 이따 다시 말할 거니까 제대로 답해. 전처럼 어물쩍 넘기지 않고 다 들을 거니까. 무슨 일 있었는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말해. 안 그랬다간 손목 둘 다 부러트리고 내가 데리고 다닐 거니까. "



" 응..... 고마워 유린아. "



전에도 이와 비슷하게 몸에 상처가 난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어물쩍 넘겨버리니까 아무래도 단단히 화난듯한 유린이는 내게 경고하듯 말을 하고 뒤돌아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내 걱정을 하며 저렇게 물어 오는 걸 난 알았지만 유린이는 몰랐으면 하는 생각도 적지 않게 있었기에 일부로 말을 안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유린이는 몰랐으면 하는 멍청한 생각이 나를 또 다른 위기로 몰아 놓게 되었고, 데드 플레그를 하나 더 세운 의도치 않은 상황이 만들어진 거 같았다.



아마 집 가기 전, 유린이에게 잡혀 다시 한번 말을 하겠지만 전날 서희 얘기를 꺼낼 생각의 나는 한숨만 나오며 그저 머리만 아파져올 뿐이었다.



뒤이어 교실 앞문으로 선생님이 운동장으로 집합하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너나 할 거 없이 반에 있는 모든 얘들은 우리 반 팻말이 적혀있는 2-1반으로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반이 적혀있는 팻말 앞 모두 집합하였고, 늦게나마 도착한 서희와 지민이가 맨 끝에서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게 보였고 앞에 있는 유린이도 보였다.



그렇게 1학기의 가장 큰 축제라고 볼 수 있는 체육대회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끝으로 관악대에 음악에 맞춰 화려하게 개막이 되었다.



- 24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