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에리나



시엘


카리나


ㅡㅡㅡ


정말 기나긴 여정이였다.

이 순간만큼을 위해 얼마나 고된 역경도 버텨내고 아무리 강력한 적이라도 맞서 싸워왔는가.....


정말 셀 수 없을 만큼 죽을 고비를 넘기고 또 동료와 우정을 나눴는가....


에반이라는 가명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버려지게 되겠지.


모든 나날들이 주마등 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지금까지의 기억은 아무리 애써봐도 잊혀지지 않을 트라우마이자 잊고 싶지 않을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세상을 암흑기로 몰아넣을려는 야심을 품고 모든 종족을 공포로 떨게 했던 마왕....


하지만 그런 마왕도 지금껏 함께 해오며 성장했던 나와 동료들과의 치열한 사투끝에 결국 사그라들 생명에 불과해졌다. 


"용사... 하나만 묻겠다.... 내가 사라진다면 정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나...?"


재가 되듯이 사라져가던 마왕을 지켜보던 와중 섬뜩 그런 질문을 던져버린다.


"당연하지, 지금은 죽더라도 언젠간 돌아올거라고 말하고 싶냐? 천만해 너를 온전히 멸할 방법은 없어도 영원히 이계에 못돌아오게 할 방법은 있지."


자신있게 확신하며 답한다, 그도 그럴것이 여신이 말하길, 마왕의 육체만이라도 소멸 시켜 영계에 보내주기만 한다면 자신이 힘을 사용하여 무한한 시간속에 봉인하겠다고....


그렇게 마왕의 영혼이 무사히 봉인된다면 나도 원래 있던 세계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나의 대답에 반응한 마왕의 말은 살짝 의아함이 들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지.... 허나 잘못 생각한게 있는데... 내가 사라졌다고 절대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거야...."



"설마 너의 배후가 있는거냐?!"


그 말에 먼저 반응하는것은 내가 아닌 성녀 에리나 였다.


"아니아니..... 내겐 배후가 없어 애초에 아이 한번 가져본적 없는 몸인걸? 그렇기에 나를 따라올 마족은 더 없을거야."


"그럼 대체 왜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왕국의 기사단장인 클레어가 험한 말투로 쏘아붙이듯 말한다.


"세상은 어떤 것이든 균형을 맞출려하지 한 개념이 존재한다면 그 반대되는 개념도 반드시 존재하게 하지,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행복이 있기에 불행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곤 불길한 느낌을 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로 씨익 웃으며 나를 봐라본다.



"선과 악도 같은 처지지.... 절대 악인 내가 사라져도 곧 나를 대신한 누군가가 분명 나타날 거다.... 그게 누군지는 나조차 모르지만..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거라고 내 장담하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소름끼치게 웃는 마왕에게 경멸감 마저 느껴지게 된다.


"헛소리.... 비록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제부턴 사전에 차단할거야, 우리 엘프족의 예지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우린 더 발전할거야."


엘프 여왕의 외동 딸이자 차기 여왕이 될 궁수 시엘과 신분은 달라도 친구 처럼 지내온 마법사 카리나도 한 마디씩 내뱉는다.


"후후.... 두고보라고...."


누가 마왕 아니랄까봐... 끝까지 분위기 망치는거엔 재능이 있었다.


"용사....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왕은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적이였지만 확실히 봐버린 마왕의 마지막 눈동자엔 조롱하는듯한 기색과 동시에 사람의 운명을 안타깝게 여기는 위로가 베어져 있었다.





ㅡㅡㅡ



"에반씨 수고했어요! 드디어 세계의 평화가 찾아 왔어요!"


에리나가 그렇게 외치며 뒤에서 내게 안겨온다.


지금 성에는 축제가 한참이다, 그도 그럴것이 드디어 마왕이 죽고 세상에 평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파티장은 호화롭고도 즐거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 잔뜩 분위기가 달아올라져 있었다.


"자 오늘은 마셔봐요! 뭐 처럼이잖아요?!"


내게 술잔을 건네며 밝게 미소지어보인다.


지금껏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맨정신으로 있어야하는 이유로 음주를 거부해 왔다.


말은 그렇게 해왔지만 사실 원래 세계 기준 미성년자라 거부해 왔던것 뿐이였다.


물론 여기 기준으론 이미 성인이고 또 이세계 에선 미성년자가 술을 마시면 절대 안된다는 법같은건 없지만 뭔가 양심에 찔려 되도록이면 피하게 되었다.


"어이 에리나? 우리 서로 새치기 하지 않겠다고 약속 했지 않았나?"


클레어가 엘레나를 내게서 떼어나며 다그치듯 꾸짖는다.


"그건 마왕 타도 전의 이야기 였잖아요! 이젠 마왕이 없으니 에반씨는 저의 것이 될거랍니다?"


장난기가 스며들어 있는 동시에 뭔가 진심으로 느껴지는걸 왜 일까..... 그리고 새치기니 뭐니... 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뭐..?! 가만안둬...!"


클레어가 화가 났는지 당장이라도 무기를 꺼내들 기세로 그녀를 째려본다.


"어이! 이런 분위기에 화내지 말라고!"


"맞아! 그리고 약속이 없다면 에반은 내가... 흐흐...."


엘프는 선천적으로 술에 강한 편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시엘은 조금 취했한것 같이 얼굴이 붉어져 있었고 카리나는 이미 진탕 취해 얼굴은 새빨게선 뭔가 기분나쁜 미소로 내 이름을 중얼거린다.


"오늘 만큼은 나눠가지는거야! 그리고 내일 부턴 다시 적이 되는거 어때?!"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방금 그 말에 클레어는 뭔가 납득하는것 마냥 쓴웃음을 지었다.



"자! 그러니까 같이 마시자고요! 오늘의 승리와 내일의 평화를!"


그런 멘트와 함께 우리 파티원들은 다 함께 잔을 들어 올렸다.


그래... 이 순간이 마지막일테니 오늘만은 일탈을 즐겨주자...!




ㅡㅡㅡ


계속될것만 같았던 파티의 밤은 어느센가 끝이 나버리고 지금은 각자의 숙소에 오게 되었다.



"자... 이거면 괜찮겠지...?"


내가 쓰던 방에 있는 탁자에 한 편지를 조심스럽게 올려 놓는다.


편지에는 사실 내가 여기 사람이 아니라는 내용과 돌아갈려는 목적 하나로 마왕을 타도할려는 것, 이젠 평화가 찾아왔으니 작별을 해야한다는 내용이였다. 


편지를 놓고 지금껏 신세를 졌던 이 방을 둘러본다.


"하... 한땐 크게 다쳐서 이 침대에서 몇칠간 끙끙 앎고 있었지 엘리나는 계속해서 내게 신성 마법을 걸어주기도 하고 다른 애들도 막 걱정하면서... 그땐 누워있어도 정신이 없었지....."


그러면서 지난 날의 기억을 살며시 떠오른다.


"그리울거야.... 이 장소도 너희들도...."


전해지지 않을 독백이 조용한 방안을 타고 울려퍼진다.


"그 동안 고마웠어.... 너희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길 바랄게..."


그런 마음가짐을 모두 맞히자 내 몸에 하얀색 오오라 같은것이 세어져 나오더니 이내 온몸이 순백의 빛으로 감싸졌다.



"....."



"수고하셨습니다 용사 김현수님.... 당신의 사명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눈을 뜨자 보이는 광경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방에 오직 여신만이 홀로 서있었다.



"마왕의 영혼은 잘 봉인되었나요?"


"네 무사히 영계에 가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영영 못나오겠죠..."


해맑게 미소지었지만 이내 씁쓸하다는 듯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런데... 괜찮으신가요..? 그녀들은 당신을 사랑하는것 같은데 이렇게 떠나버려도...."


단번에 이해 해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심증이긴 해도 그녀들이 내게 이성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어느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말씀해 주신다면 여기에 남게 해주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녀들과 예쁜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축복도 내려드릴 수 있습니다..."


"여신님의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제겐 돌아갈 자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원래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여신은 아쉬워 하는듯 했지만 이내 다시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원래에 계시던 곳으로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무언가 빌기 시작 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내 시야는 순백의 빛이 가득 차게 되었다.





ㅡㅡㅡ




그 후 나는 현실 세계에 복귀해 무난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내가 없던 공백의 3년은 여신님의 기억 조작으로 잘 매꿀 수 있었고 나는 다시 일상 생활에 녹아들어 기계의 작디 작은 톱니 처럼 흔하지만 나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3년... 이세계에 있던 시간이 다시 한번 흐르고 나이가 21살 이였을때....


내 운명 다시 한번 뒤틀리게 되었다.


대학 생활도 어느정도 적응했겠다 슬슬 군대에 입대할까 생각중인던 내게 전에 겪어본적 있는 경험이 다시 찾아왔다.


그저 누워서 휴식을 취하던 어느 일상....


"어?!"


내 몸이 하얀색 빛으로 감싸지기 시작 했다.


전에도 느껴본적 있는 감각이 희미해져 갔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몸을 떨게 했지만 이미 늦었다.


"으... 여긴...?!"


"용사님! 다시 이세계로 돌아가 주세요! 지금 한시가 급합니다!"


6년만에 다시 만나보는 여신은 식은 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내게 말해왔다.


"네.. 네?! 여신님 갑자기 무슨 말을...!"


"숨이 돌릴 그 때가 찾아온다면 그때 셜명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빨리....!"


그러면서 다자고짜 내게 통보하더니 또 다시 감싸지기 시작하는 새하얀 빛....


시야가 밝게 물드기전 나는 여신의 마지막 말에 내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제발! 그녀들을 막아주세요!'





ㅡㅡㅡ




내가 정신을 차린것은 한기가 느껴질것만 같은 차가운 분위기에 연회장이였다.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허니 가구들은 파손 되어 있거나 널부러져 있었고 부패해서 썩은 악취가 나는 시체도 있었다.


"으윽..! 여긴 어디야?!"


뭔가 이상하다... 내가 이 장소를 둘러보며 느낀것은 불쾌감도 있었지만...


왠지모를 익숙함이 기분을 아이러니하게 만들어버린다.


"대체... 어디야...?"


쾅!


주변을 둘러보던 와중 뒤에서 들려오는 철의 울림...


"드디어 와줬구나..... 얼마나 기달렸는데...."


소름이 돋고 말았다.


낯익은 목소리에 급하게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엘리나 말이 맞았어..... 아니..... 어쩌면 선대 마왕의 말이 맞은 건가...?"


클레어가 있었다......


"클레어...?! 너 누구야...! 클레어 맞아?!"


내 기억속에 존재하는 클레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띄우며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사악함이 내 피부를 타고 모든 신경을 곤두 세운다.


항상 밝은 분위기로 기사단의 사기를 높혔던 은색 여명의 기사는 사라져 버렸고 어두운 분위기만이 감도는 누군가로 변해버렸다.


"너가 없는 지난 3년간.... 나는 줄곧 생각해왔어..... 나는 왜 존재하나....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면서...."


그녀는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자신이 그토록 애용해 왔던 메이스를 어깨에 짊어지며....


"그런데 있잖아....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의견을 떠오르든.... 결국 해답의 종착지는 항상 너였어...."


또각... 또각....


그녀의 발걸음이 귓가에 멤도는것만 같았다.


클레어가 내게 다가올 수록 나는 본능적으로 뒷 걸음질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해답은 이거 였어.... 내 모든것은 에반 바로 너였다는거... 하지만... 넌.... 편지 하나만을 남긴체 떠나버렸지...."


쾅!


메이스가 바닥과 맞다아 울려퍼지는 철의 음에 귀가 멍멍해질것만 같았다.

 

자세히 보니 그녀는 어디서 본듯한 왕관을 쓰고 있었다.


저건... 분명...!


"영영 떠난줄로만 알았던 너는 겨우 다시 내 앞에 나타나 줬어."


아니다.... 아니였으면 한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왕관의 모양세에 정신이 혼미해 질것만 같았다.


마족의 왕관.... 그렇다는건.....


"이제... 어디에도 못가... 영원히....."


다시 못만날 줄로만 알았던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내가 아는 선인이 아닌... 절대악이 되어 재회하게 되었다.....


"제발... 순순히 내게 패배해줘."


마왕이 되어버린 클레어가 내게 도약 한다.





ㅡㅡㅡ



지금껏 눈팅만하다 처음으로 소설 써봤음


처음이다 보니 좀 뭔가 거슬려도 양해 좀 부탁해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