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봭화점 그는 마녀킹 그녀의 사랑을 받는다(2)
  • ㅇㅇ(14.6)
  • 2020.06.3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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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마주한 마네킹은 정말로 기묘했다.


생김새가 기묘한 것은 아니었다. 마네킹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마네킹의 모습이었다.


이목구비 하나 없는 둥근 모양의 얼굴과, 다들 한번쯤 꿈꿔 봤을 이상적인 몸매들. 그리고 약간씩 낡아보이는 세월의 흔적들.


젖꼭지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마네킹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것 같으니 그건 그만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내가 기묘하다고 생각한 점은 그들의 생김새가 아닌 바로 자세에 있었다.



마치 연극에서 나올법한 과장된 자세.



어찌보면 그들의 자세는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신하가 왕께 바치는 자세처럼, 그리고 미쳐가는 광인의 모습 같이도 보였다.



또 어떻게 보면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느껴 발버둥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처럼도 보이는 그런 이상한 자세였다.



그런 자세의 마네킹들을 지나 드디어 창고에 끝에 도달하자, 나는 새로운 마네킹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여왕.



그 새로운 마네킹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생각난 단 하나의 단어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의자와, 혼자서만 입고 있는 빨간 드레스, 또 그녀, 아니, 저 마네킹의 고압적인 자세. 그리고 표정은 없어도 알 수 있는 다른 마네킹을 깔보는 듯한 시선처리.



이것들을 본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나처럼 여왕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것들은 뭐야 대체..?"




그리고 그런 사소한 이야기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나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상태였다.



분명히 사장님은 자그마한 창고에서 마네킹 몇개를 관리하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라고 소개를 하셨는데, 이 거대한 규모의 창고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애초에 이상한 점을 찾았다면 진작에, 그러니까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창고의 규모를 눈치를 채야만 정상이다.



이상한 점들이 한두가지가 이니었다.



어두운 창고에서 사장님의 얼굴이 잘보인 이유는 뭐고, 그 이상하고 기괴한 물건은 왜 백화점에 있는거고, 나는 왜 그런점들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채로 마네킹들 젖꼭지나 보고 있던거지?



더욱 무서운건, 이 모든 생각이 여기 있는 그녀를 보기 전까지는 전혀 나지 않던 생각들이라는 것이었다.



방금전까지 무덤덤 하던 내 심장은 지금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여러 생각들이 갑지기 머리로 들어오자 두통이 일어났고, 그녀를 보니 지금까지 한번도 느낄 수 없었던 기분이 들었다.



마치 포식자를 앞에둔 피식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이 기분나쁘고 음습한 상상 앞에서 내가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때, 갑자기 말도 안돼는 일이 벌어났다.



그래. 믿기지는 않겠지만, 마네킹이 일어난 것이다. 로봇이 아닌 마네킹이.




"......!"




으아, 아. 아아아아.



내 비루한 정신력으로는 이 상황을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놓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 정신을 놓고 미치려하면 두통이 일어나 그것을 막았다.



나는 미칠수도 없이 맨정신으로 그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계속 지켜보기만 했다.




또각- 또각-




딱딱한 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으면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질때마다 나는 두려움에 떨림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알수 없는 성적 흥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두려움이 만들어낸 흥분감은 나에게 농밀한 배덕감을 선물했다.



내 속옷은 남성이 흥분하면 나오게 되는 쿠퍼액으로 천천히 젖어가고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저 여성에게 잡히면 어찌될지 기대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분명히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겠지. 죽는건 무서워. 나는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죽을거야. 잘못된 선택을 한 나를 저주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여기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맛보지 못한 쾌락을 느끼며 죽어갈거야. 얼마나 흥분되고 멋진 일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여성은 계속해서 내쪽으로 다가왔다.



마치 내 반응을 즐기듯이 천천히, 그리고 선명한 발걸음으로 또각 또각 걸어왔다.




"..아,아아..아아아아...!"




끝에 가까워졌음을 직감한 나는 뭐라도 말을 해보려고 했지만, 나오는건 한심한 옹알이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여성은 나에게 완전히 가까워졌다.



그리고는 그 가는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지기 사작했다. 부드럽지만, 고압적인 손짓.



그때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그녀의 허벅지에 내 아래쪽을 비비고 있었다.



행복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 모습을 보며 아주 즐거운 듯이 환하게 웃었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아마도 내가 그녀 손에 들어왔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제 상관 없었다. 내 기분은 좋아졌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겸허히 받아드릴 준비가 되었다.



나는 크게 한번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가볍게 일어나는 두통. 예상보다 고통스럽














나는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아그그극! 어유. 여기가 어디래?"




아 맞다. 내 직장.



하하! 나도 참, 직장 생활 첫날 바로 일터에서 잠에 들다니!




"으아아! 이 병신새끼!"




참 잘하는 짓이다! 아무리 좀 긴장해서 잠을 설쳤어도, 어? 직장생활 첫날에 바로 잠을 자는게 말이 되냐?



아니, 사장님이 이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실망하시겠냐고!




"응...? 아니 잠깐만? 설마!"




잠시 나를 욕하는 도중에 팬티가 축축한게 느껴져 팬티를 살피니 하얀색에 무언가가 팬티에 잔뜩 나와 있었다.



씨발 가지가지 한다.



나는 지금 내 정신 상태로는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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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그는 마네킹 그녀의 사랑을 받는다」는 2편을 마지막으로 올라오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