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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568269


水到渠成 수도거성


물이 흐르면 자연히 개천을 이룬다는 뜻으로, 학문을 열심히 하면 스스로 도를 깨닫게 됨을 이르는 말.





아침 연습을 끝내고.


두 사람이 훈련복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으러 가는 동안 트레이닝의 정리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아침 연습은 별로 시간이 없고, 큰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둔한 몸을 채찍질해 어떻게든 재빠르게 정리하고, 키류인 트레이너로부터 트레이닝 첫날의 감상을 들으면서 오후의 트레이닝 메뉴를 조립해 간다.


요 며칠은 모의 레이스와 리프레시 등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키류인 트레이너가 제대로 된 트레이닝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역시랄까.

무엇을 시켜도 빠르고, 빠릿빠릿 움직여준다.


내가 의도치 않은 컨디션 불량으로 움직임이 둔한 것을 충분히 커버해주고 있어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초보 트레이너가 붙은 경우는 지금까지도 몇 번 있었지만, 가장 일을 잘하는 타입이다.


아침 연습에서의 훈련 메뉴 변경이나 오후 훈련 방안을 설명하다가도 되물으면 즉시 되돌아오는 반응

명문이니까, 라는 색안경이 씌어 있는 것은 부정하진 못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해가 빠르다.


그녀 본인의 머리가 좋고 총명한 것도 있겠지만, 키류인 가문이 대대로 가필하면서 이어오고 있다는 예의 비전서도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40권이 넘는다고 하던데


비전서라고 하면 실로 아날로그이긴 하지만, 지혜의 집대성이라는 것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과연 남아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수밖에 없다.


…방심하고 있으면 머지않아 추월당할지도 모른다.

트레이너들은 동료이자 최대의 적이다.

이건 이것대로, 마음을 다잡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기본적으로 오전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대기시간이 될 거야. 그 사이에 사무일을 정리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까」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힘드네요...」


「쉬고 싶으면 오전 중에 선잠을 잘 수도 있으니까, 자기 컨디션과 상의하면서 해나가면 돼」


도대체 어느 입이 컨디션과의 상의를 말하는 걸까.


아그네스 타키온의 약 덕분에 자고 일어났을 때보다 훨씬 낫다고는 하지만, 역시 몸이 무겁다.

퍼포먼스가 떨어진 상태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칭찬받을 일이 아니지만, 그러나 이쪽도 여기서 쉰다는 선택지를 쉽게 잡을 수 없다는 것이 현실.


일이 급박한 것은 아니지만 어젯밤의 일로 인해, 다음 날 내가 아프다고 하면 마음에 두고 앓는 사람이 2명 정도 나와 버린다.

그뿐이라면 아직 만회할 수 있지만, 또 한 가지 큰 문제가 존재한다.


간병 이벤트가 발생하면 트레이너가 이후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자신이 달리는 것도 아닌 트레이닝에 참여할 수도 없고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것은, 결국 상당히 소모되어 있다는 것.

그렇게 심하게 약해져 있는 트레이너를 마침 잘 됐다며 친정 같은 곳에 데리고 가 버리는 우마무스메가 나오기도 한다.


평소 그런 내색이 없는 우마무스메 조차도 발생 사례가 있기 때문에 긴장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린 경우에 기숙사에서 누워있기보다, 학원 부속 병원에 빨리 입원하는 것이 최적의 답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러나 그건 그것대로 우마무스메에게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게 되고, 그 후의 동향이 과격해질 우려도 있기 때문에 가볍게는 사용할 수 없는 수단.

어쨌든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상대의 갑작스러운 입원이다.

이대로 헤어질까 봐 걱정하거나 최악의 사태를 상상하는 우마무스메도 있는 것이다.


그런 아주 중요한, 피할 도리가 없는 상황을 근거로 한 결과, 뭐가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효과가 좋은 아그네스 타키온의 약을 먹어서라도 출근해 부진을 깨닫지 못하도록 돌아다니고 있는 처지인 것이다.


이런 정보는 가능한 한 신입 트레이너에게도 공유해 두고 싶은 부분이긴 하지만, 착임하자마자 현실을 들이대 눈에서 빛을 빼앗는 것도 좋지 않다.

양심과 켕기는 부분이 부딪친 결과, 첫 1년이 지나고 새내기 트레이너가 사실을 알아차릴 무렵에야 베테랑으로부터 교육이 이뤄지는 형국이다.


「......?」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키류인 트레이너.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ㄴ, 네에...?」


「다른 질문이 있어?」


「아, 네. 오후의 이 트레이닝입니다만...」


아무리 동료라 하더라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곤란할 것이다.

깜빡하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수 있으니 빤히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트레이너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을 가만히 보는 버릇이 생겨버려 큰일이다.

우마무스메들의 신체와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살펴야 하니 이른바 직업병이었다.





「다 갈아입었어, 트레이너 군」


「다녀왔습니다-!」


키류인 트레이너에게서 나온 질문에 답하며 기다리고 있던 중, 옷을 갈아입은 두 사람이 돌아왔다.


「어서 와」


「다녀왔어. 오늘 아침에는 조금 워밍업이 길었던 거 같은데....」


「아아, 밤에 몸이 차가워졌지? 그래서 그런지 움직임이 약간 딱딱했으니까. 둘 다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 오늘은 좀 길게 했어」


「과연, 나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건…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군. 오후 훈련은 어떻게 할 거지?」


「오후에는 철저히 병행해서 강하게 달려줘야겠어. 언덕 코스 칩이 교체된 것 같던데 그쪽도 시험삼아 달려볼까」


「알겠어」


고개를 끄덕이는 루돌프에게 조금 전까지 수정을 가했던 훈련 메뉴를 건네준다.

펄럭펄럭 넘기기 시작한 루돌프는 뒷전으로 두고 테이오를 보니, 떨떠름한 표정.


「으에...언덕길은 서투른데...」


「그런 의식을 없애기 위한 훈련이라니까. 그러고 보니 테이오는 수영할 수 있어?」


「응, 수영할 수 있어. 수영도 할거야?」


「음, 조금 있다가 수영장도 가보려고」


「앗싸, 기대되네. 아, 내 수영복 차림에 뇌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이제 시간이 다 됐나?」


「흘려넘기지 말라고!?」


테이오의 헛소리를 흘려넘기면서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표시된 시간은 등교 15분 전.

딱 좋은 시간이겠지


「음. 서운하지만 다녀올게. 오후에 데리러 오지」


「나도 데리러 올게 기다려줘!」


어떻게 해도 바쁘지만, 가능한 한 훈련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훈련에 시간을 써버려, 탈의실에서 교실로 바로 가도 상관없다고 매번 말해도 왠지 루돌프는 성실하게 매번 꼭 한 번은 돌아온다.

테이오 역시 루돌프와 행동을 같이하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그래야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런 구석이 있다.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내며 루돌프와 테이오가 가방을 손에 들고 종종걸음으로 교사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배웅한다.


슬슬 트레이너실로 올라가고 오전에는 일단 해산하기로 하자.

사실, 꽤 몸에 부담이 오고 있어 우선 내 방에서 조금 잠을 자고 싶다.


...그러고 보니, 오늘 루돌프는 드물게 교복의 차림새가 느슨했다.

저건 확실히 목부분을 조금 느슨하게 하고 있네

테이오는 복장 자체는 평소와 같았지만 약간 발걸음이 크다. 

신발로 잘 가려지긴 했지만, 이따금씩 앵클릿이 반짝하고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선물을 받고 좋아해 주는 건 선물한 쪽도 기쁘긴 하지만, 너무 들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들뜬 채로 있어 주길. 특히 루돌프

평소라면 눈치챌 만한 일을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인지 모르고 있으니까.







트레이너실에서 짐을 풀고 키류인 트레이너와 일단 헤어진다.

어떻게든 자기 방으로 돌아오니 확, 피로와 몸살 기운이 몸으로 밀려왔다.


산 지 얼마 안 된 가방을 내팽개치고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침대에 쓰러진다.


오늘 아침에는 바람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밖에 있었어도 비교적 먼지 같은 것도 없다.

선잠을 자더라도 적어도 평상복이나 뭔가로 갈아입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지금 컨디션으로 갈아입기에 체력을 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침대 옆에 둔 컵에 손을 뻗다가도 그러고 보니 아침에 다 마셨었지, 라는 생각이 들어 손을 되돌린다.


데굴 하고 몸을 굴리니 천장의 불빛이 눈부시다.


「아-...」


안돼.

의식이 흐려지고 멀어져 간다.

흐려진 시야를 눈꺼풀이 덮고, 무거운 돌을 얹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적어도 타이머를 세팅하지 않으면.

일어나면 트레이너실로 바로 돌아가서......


남은 기력으로, 침대에 내던진 휴대 단말에 손을 뻗었지만, 손가락 끝이 닿기 전에 의식이 멀어져 갔다.









달그락달그락 끼익 하고

가라앉는 가운데, 뭔가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