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많고 잘생기고 인기 많고 공부도 잘하는 고등학교 2학년 김얀붕. 자기한테 들이대는 여자애들이 너무 많아서 곤란한 슈퍼인싸였는데 어느날 얀순이한테 고백을 받음. 


 얀순이는 얼굴자체는 예쁜 편이었만 잘 꾸미지 않고 소심한 성격에 항상 구석에 박혀있던 애라서, 얀붕이는 '난 좀더 활달하고 적극적인 애가 좋다.'면서 거절하고, 얀순이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렸지. 그래도 얀붕이는 얀순이를 그냥 무시해버렸어.


 그런데 어느 날 얀붕이 아버지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회삿돈을 횡령한 게 들통나서 오랫동안 징역살이를 하게 되고, 그걸 안 어머니는 밤에 집에 있는 현금과 귀금속을 모조리 챙겨서 도망가버린거야. 나중에 알고보니 어머니도 내연남이 있었던 거지. 집 재산은 전부 압류. 결국 부잣집 도련님에서 갑자기 부모없는 그지새끼로 전락한 얀붕이...


이를 알게 된 학교 친구들의 눈빛은 예전같지 않고 어쩐지 얀붕이를 멀리하는 분위기. 한동안 친척집을 전전했는데 친척들은 얀붕이한텐 밥을 안주거나 얀붕이 방만 난방을 안트는 등, 얀붕이를 쫓아내려는 생각만 가득한 거임. 


그러다가 얀붕이의 아버지 친구분이 한동안은 얀붕이를 맡아준다고 하셨음. 그 친구분이 얀붕이를 차로 집에 데리고 오면서 '우리 착한 딸이 그런 불쌍한 애는 우리집에서 데리고 있으면 안되겠냐고 우기는 바람에 맡게 됐으니까, 사고치지 말고 무조건 얌전히 있어라, 특히 우리딸한테 손가락 하나 건들먄 알지?' 이렇게 말하는 거임.


아버지 친구분 댁에 도착하니까 얀붕이를 반겨주는 건 다름아닌 얀순.... 얀순이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맞벌이에 저녁 늦게나 들어오셔서 얀순이랑 둘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얀붕아, 이제 내 말 들어야 하는 거 알지? 내가 널 살려줬으니까."


"안 들으면 어떡할건데?"


"너 친척들한테도 다 쫓겨났다며? 내 말 한마디면 너 이집에서도 쫓겨나서 떠돌아다녀야 돼. 알아?"


"...원하는 게 뭔데? 아 맞아... 너랑 사귀는 거? ...알았어 어쩔 수 없지."


"얀붕아? 개소리하지 말래?"


"어?"


"내가 사귀자니까 싫다며? 그러면 그 기회는 이미 물건너 간거지."


"그러면....?"


"이제부터 집에 있을 때 얀붕이는 내 개야 알았지? 사람취급 받을 생각 하지 마? 내 허락없이 밖에 나가지도 말고."


"뭐? 이게 미쳤나?"


"그리고 네 이름은 이제 복실이야 알았지? 내가 복실아 부르면 오는 거야?"


"야 내가 집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냥 나간다 시발"


"그러면 나 얀붕이가 나 성추행했다고 신고할건데?"


"야 시발 그게 말이돼? 그걸 누가 믿어!"


"그러게? 아버지가 횡령으로 징역형살고 있는 애 말이랑 아버지가 검사인 내 말 중 누구 말을 믿을까? 아마 적어도 지금 학교는 다니기 어려워질 걸? 얀붕이 내신도 좋은데 지역균형 추천도 물건너가겠지?"


".....시발"


"그럼 이제 알았지 복실아?"


"하 시바.........응"


"응? 응 이 아니지 이 시팔새끼야, 대답 제대로 안해..?"


"으..으? 아, 네?"


그러자 얀붕이의 귀싸대기를 후려갈기는 얀순.


"개새끼가 왜 사람말을 해? 다시 해봐 복실아."


"흑..흐윽...멍...훌쩍."


"아유 잘했네 우리 복실이 착하다."


하면서 마치 정말 개를 다루듯 얀붕이의 머리와 턱을 쓰다듬는 얀순. 처음에는 좃같은 상황이라 그냥 얀순이 뚝배기를 날리고 집 나가서 떠돌까 고민도 몇번 했지만, 말만 잘들으면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는 얀순이한테 점차 정신적으로도 의존하게 되는데...



아 부잣집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