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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약점을 잡은 걔가 앞으로 무슨짓을 할지 엄청 불안했었는데, 손 잡아달라는거 말고는 달리 원하는게 없더라? 엄청 의외였어.

물론 겨울방학까지 매일 걔 손을 잡아줬지. 솔직히 말해서 싫지 않았어ㅋㅋ 여자 손은 엄청 부드럽다는걸 그때 알아버림.

그러다가 겨울방학식 전날 걔가 양손깍지를 껴달라는거야. 상식적으로 그건 무조건 들키게 돼있잖아? 한손을 잡는건 그냥 책상밑으로 내리거나 책상사물함 안에서 하면 됐는데 양손은 도저히 그럴수가 없지.

내가 그런점을 어필하니까, 그러면 따로 만나서 해달라는거야.

우리 학교에는 본관이랑 엄청 떨어진 창고 건물이 하나 있는데, 내일 방학식 끝나고 거기서 만나자고 하더라?


다음날 난 잔뜩 긴장한채로 창고 건물로 갔어. 걔는 건물 앞 계단에 앉아서 폰하고 있더라.

교실에서처럼 난 걔 왼쪽에 앉았고 우리는 그렇게 양손으로 손깍지를 꼈어. 고개를 못들고 있어서 걔 표정이 어떤지 못봤지만 대충 예상이 가지?

난 좋아하는 애가 따로 있었는데도 심장이 뛰더라. 남자는 역시 스킨십에 약한가봐ㅋㅋ

내가 이제 됐다고 손깍지를 풀려고 하면 걔가 좀만더 있으라고 하면서 안놓아주더라... 그런식으로 거의 10분넘게 있었던거 같아. 난 선생님이나 애들이 우연히 이 광경을 볼까봐 엄청 불안했었는데 걔는 그런거 신경도 안쓰는것 같더라고ㄷ

그러던중 마지막으로 자기를 안아주면 이제 다 끝내겠다네? 물론 저번처럼 끝내기는 커녕 약점만 늘어날게 뻔했고 나도 알고 있었는데, 뭔가 진짜 안할수도 있다는 희망? 도 있었고, 그때 미묘한 분위기에 휩쓸려서 난 알겠다고 했지.

우린 손깍지를 풀고 서로를 안았어. 엄청 꽉 안기더라.... 걔 피부랑 머리카락 향기가 어느때보다 강하게 느껴지는데 엄청 설렜지ㅋㅋ


서로 허그를 풀고나서는 진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ㅋㅋ 걔도 그렇고 어색한 대기가 쫙 퍼져있었어.

그러다가 "방학때 내 생각도 좀 해~" 하면서 걔가 먼저 떠났어. 그렇게 겨울방학 동안은 걔를 볼 일이 없었지.(원래 보충수업이 있어서 왠만한 애들은 다시 보는데 걔는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애라서 신청을 안했나봐.)


근데 중3이 되니까 걔가 진짜 약속을 지키더라? 물론 가끔씩 이상한 애교를 부리거나 들러붙기는 했는데, 예전처럼 손을 잡아달라고 하거나 강제로 팔짱을 끼거나 그러지 않았어.

그리고 난 원래 좋아했던 애한테 고백을 성공해서 사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걔는 아예 보통 친구들처럼 날 대했어.

물론 대부분의 중학생 연애가 그렇듯이 내 연애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어ㅋㅋ 그 해 가을정도에 깨진걸로 기억해. 

다만 깨진 후에도 걔는 날 보통 친구처럼 그냥 대하더라. 중2때처럼 막 들이대주길 내심 내가 원했던것 같기도 해.


아무튼 이제 졸업만 남은 시기에 나는 외고 자소서 준비하느라 정신도 없었고, 각자가 고등학교 진로를 정할때가 왔지. 초-중학교 같은반 그대로 올라온 애들이 이제 고등학교에 가면서 뿔뿔이 흩어지는 일만 남았던거야.

졸업식이 정말 몇일 안남았을때 나랑 걔랑 우연히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었어. 나는 자소서때문에, 걔는 고등학교 진학때문에.

그렇게 우리는 둘이서 학교를 걸어 내려가다 옛날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안나.)

우리는 서로 양손을 잡았던 얘기까지 유쾌하게(?) 했고 마침 그 창고건물을 지나가니까 걔가 거기서 잠깐 쉬다가자고 했어.


그때처럼 나는 걔 왼쪽에 앉았지ㅋㅋ 그러더니 걔가 진로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요약하자면 자기는 공고에 가기로 했다는거야. 그리고 무슨 가정 문제때문에 이 지방이 아니라 다른곳으로 간다는거지.

그러더니 걔가 진지한 목소리로 나한테 '자기를 한번이라도 좋아한적 있냐'고 물어봤어. 나는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얘기했어. 너가 하는짓은 다 장난이었으니까 별로 깊게 생각을 안해봤다고.

"그러면 내가 널 진심으로 대했으면 어떻게 했을거야?" 하고 걔가 물어보더라. 난 머릿속에 하예져서 어떻게 대답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나도 널 진심으로 대했겠지?"라고 대답했어. 나름 팩트를 말했다고 생각해 지금도.

그러고나서 걔가 잠깐 동요하더라. 뭔가 울먹이는 느낌도 있었는데 잘 모르겠어ㅋㅋ

쨌든 걔가 갑자기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럼 마지막으로 그때처럼 안아줄래?" 하는거야.

정말 오랫동안 서로를 안고있었던거 같아. 둘다 복잡한 감정이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졸업했고 졸업생 단톡방에서 가끔 연락하는 사이야 지금은. 고등학교 가서 남친도 만들고 잘 사는거 같더라. 대학은 갔는지 모르겠네.

주절주절 써놓은거 읽어줘서 고마워! 쓰고보니까 얀데레가 아니라 그냥 엄청 착한데 어떻게 애정을 표현해야하는지 모르는애? 같기도 하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