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처음에는 우정이었다.

궁정의 정원에서 처음 만나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싸우면서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련을 하고 여기사의 길을 걸으면서 그에 대한 감정은 충성으로 바뀌었다.

성실함과 인내, 근면 등의 미덕에 대한 자연스레 나오는 본능적인 충성심과 동경심.

그리고 그 충성과 동경은 어느 순간부터 뜨거운 사랑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그를 볼 때마다 조금씩 볼이 붉어지는 정도였지만 가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어느 순간부터는 냄새를 맡을 때마다 아래가 젖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참으로 잔혹하게도 전하께서는 나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몸매가 들어나는 갑옷을 입고 실수인척 신체 접촉도 해보지만 여전히 나는 그에게 한 명의 절친이자, 기사이며, 가신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이런 짝사랑은 어느 순간 등장한 그의 약혼녀에 의해 뒤집혔다.

가까우면서도 먼 이국에서 온 전하의 약혼녀는 화려한 장신구를 차고 들어왔다.

그리고 왕실 기사로서 임시로 호위 역할을 맡으면서 본 그녀는 최악이었다.

늘상 오만하고 탐욕스러우며 말투와 움직임은 경박하기 짝이 없고 잔혹하기 그지 없는 성품에 그의 앞에서는 한마리 순한 양마냥 연기하는 기만과 가식에까지.

단순한 불만에서 벗어나 짙은 경멸이 들 정도로.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진행되던 약혼은 진행 중 생긴 문제로 무산되었지만 다른 가신들은 여전히 그의 약혼녀 후보를 찾아헤매기 바빴다.

그리고 왕에 대한 사랑과 불안, 그리고 질투와 여러 감정은 뭉치고 얽히고 설켜 기사로서, 대장군으로서 하서는 안되는 일을 하게 했다.

악마와 손을 잡은 그 날 이후로 전황은 나날이 바뀌어가고 정보가 새나가는 걸 눈치챈 전하는 엉뚱하게도 그 정보를 샌 나에게 첩자의 색출을 명령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가고 마침내 왕도가 포위되고 나는 밤몰래 성문을 열었다.

내가 성문을 열고 궁성으로 말을 타고 뛰어가자 얼마안가 함성 소리가 울리고 이곳저곳에서 비명소리가 들으며 미리 준비했던 피들을 이곳저곳에 묻힌 뒤 전하를 데리고 미리 정해둔 뒷문을 통해 달아났다.

예정대로 산장으로 도주하는 게 성공했고, 사려깊은 그는 나의 미래를 걱정해주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의존하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금 맹세했다.

나는 그의 검.

그를 지키는 것이 나의 의무.

그러니 저에게만 의지하시면 됩니다.

저의 사랑스러운 주군이시여.



끝.


기획 중인 외전

어느 공주의 사랑

어느 여기사의 사랑을 배경으로 작중 등장한 약혼이 공주의 땡강으로 결국 이루어지고 지원군을 이끌고 등장한 공주에 의해 전쟁은 뒤집히고 그 후 이루어진 결혼으로 순식간에 데릴사위 신세(왕국의 실질적 통치권은 공주에게 넘어간 상황)로 살다 죽음을 가장해 감금되고 공주는 표면적으로 죽은 왕자의 작위를 계승하고 밀실에 가둬둔 왕자와 비밀리에 사랑을 나누는 외전 어떰?

그리고 댓글 좀 달아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