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인생 중에서 가장 합당하게 꿀 빨 수 있는 시간, 바로 군 전역 후의 시간.

 

부모님은 물론 친척들까지 다 인정하는 시간, 바로 그 금쪽같은 시간에 헬스장으로 나선다.

 

왜냐고?

 

다들 남자라면 근육 좀 갖고 싶잖아?

 

나만 그런가?

 

아무튼 군대에서는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장비도 없고 시간은 아깝고 그래서 하지 못했고 지금은 한 번 해봐야지.

 

라고 마음을 먹은 지도 2개월째, 뭐라도 하지 않으니 이제는 부모님께서 슬슬 눈치를 준다.

 

그렇게 나는 침대, 컴퓨터 의자와 한몸이 된 나를 억지로 일으켜 헬스장으로 갔다.

 

‘딸랑’

 

“어서 오세요!”

 

반갑다는 듯이 맞이해주는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에 나는 그곳을 쳐다보았다.

 

쳐다본 곳에는 고등학교 같은 반 동창이었던 여자애가 서 있었다.

 

이름이 최수아였나?

최수아는 내가 누구인지 기억해내려는 것인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는 척을 하기에는 뻘쭘하고 모르는 척을 하기에는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고, 그렇게 고민을 하던 와중에 최수아는 입을 열었다.

 

“아! 이하준!”

 

다행히도 날 기억했나 보다, 이러면 나도 맞장구치기 편하지.

 

“아! 기억났다, 얀붕고등학교 3학년 3반 최수아!”

 

내 말에 바르다는 듯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좀 아름다웠다.

 

“응, 응, 여기는 뭐하러 왔어?”

 

나는 최수아가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꺼냈다.

 

“헬스장에 뭐하러 오긴, 운동하러 왔지.”

 

최수아는 얼굴을 찌푸리고서는 입을 열었다.

 

“학교 다닐 때는 운동에 관심도 없었잖아, 그러니까 물어봤지.”

 

좀 슬픈 이야기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 그냥 친구도 잘 못 사귀는 아싸였고, 나와 정반대로 활기차고, 운동 좋아했던 최수아는 인싸였다.

 

그런 나를 기억하는 걸 보니 기억력까지 좋은 것 같다, 신은 역시 불공평하다.

 

“pt 등록하러 왔는데 헬스 트레이너는 어디에 있어?”

 

내 말에 최수아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바로 네 눈앞에 있잖아.”

 

음,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에 헬스 트레이너가 된 건가?

 

내가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최수아는 자랑스럽게 큰소리쳤다.

 

“너가 군대에서 있는 동안에 열심히 운동해서 자격증을 땄지.”

 

응? 내가 군대에 있었던 것은 어떻게 알았지?

 

분명히 내가 군대에 간다고 전할 만큼 친한 친구 사이는 아닌데?

 

“아,너 친구인 서준이에게 얘기 들었어.”

 

내 의아한 표정을 보고 알았는지 최수아는 금세 말을 덧붙였다.

 

“아무튼, 운동하고 싶으면 나한테 배워, 특별히 동창이니까 할인까지 해줄 테니.”

 

그렇게 나는 할인을 해준다는 소리에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계약서를 바라보는 최수아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최수아의 첫 회원인 것인가, 같은 합당한 의문을 품을 때 최수아가 중얼거렸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순간 너무 조그마하게 들려서 바람 소리인가, 의심이 갈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내가 최수아를 빤히 쳐다보자, 눈치챘는지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아, 왜 그렇게 쳐다봐!”

 

아휴, 귀청이야, 나는 귀를 막으며 내일 오겠다고 말한 뒤 헬스장 문을 열고 나갔다.

 

창문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최수아를 보며, 참 기운 넘치는 애라고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

 

아, 아,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군대에서 하준이가 있었던 시간은 너무 길었다.

 

하지만 이 계약서만 있다면 앞으로는 하준이는 나를 찾아올 수밖에 없다.

 

혹시나 몰라서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직접 찾아간다는 조항까지 이 계약서에 적어놨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때처럼 갈증이 일어나는 것처럼 너를 갈구하고 또 갈구하겠지.

 

이번에는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내 손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게 할 것이다.

 

하나, 하나, 천천히, 눈치채지 못하게 퇴로를 막기 시작하면 결국은 내 곁에만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내가 활짝 미소를 짓자 지나가는 관장님이 말을 걸었다.

 

“어? 최수아씨, 웃으니까 예쁜데?”

 

“아, 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계획이 드디어 첫발을 내디뎌서요.”

 

내 답변에 관장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지나갔다.

 

그래, 이제 첫발이다, 이제 시작이니까, 진정하자, 내일은 더 행복할 태니까.






















첫 글이다, 개 병신 같아도 양해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