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 처방전 드릴게요 "


간호사는 귀찮다는 얼굴로 처방전을 나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


뭔가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하며 1층으로 향했다


끼이익..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듯이 녹슨철이 마찰하는 소리


'무슨 약국이..'


전등이 흐릿한건 물론이고 천장도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었다


나는 비교적 젊은 나이이지만 여러번의 사업실패로 도시에서의 생활을 접고


 비교적 돈이 적게 드는 고향인 시골로 이사를 왔다


사업실패로 많은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시골이라서 그냥 다 통합해서 진료하는듯 했다


그렇게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약국으로 내려와 약을 받으려는 상황이였다


"그 저기.."


"아 네!"


무언가 하고 있었는지 내가 부르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여기 처방전이요"


"..."


"저기요"


"아 네..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내가 자신을 몇번 부르자 그제야 다급히 처방전을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튼 이상한 곳이라며 약국 안을 둘러보았다


'와.. 거미줄'


엄청 오래된 건물이라고 생각하던중


"김얀붕님 약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약을 받아 뭔가 꺼림칙한 건물을 빠져나왔다


"또 오세요~"


아파서 또 오라는 건가 싶은 인사를 건네는 저 약사


그렇게 그 날 처방받은 약을 삼키고는 침대에 누웠다


혼자 살아서 그런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평소에는 이런 무음도 스트레스였지만


약발이 꽤 잘 받는지 꽤나 금방 잠에 들었다


...


"으으.."


그렇게 아침


묘하게 몸이 무거운거 같다는 느낌과 함께 수마를 떨쳐냈다


"오늘도 가야지.."


그래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도시로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하루가 끝나고


나는 다시 약을 삼키며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곧 잠이 올듯이 비몽사몽하던 그때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를 들었다


'벌렌가?"


시골이라서 벌레가 많아서 그런 벌렌가 생각하며


수마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하루가 반복되던 그때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약의 후유증인가 점점 기가 점점 빠져나갔다


약은 꽤 많이 받아왔지만


이 상황을 해결하러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끼익ㅡ


문은 그때 그대로였다


그렇게 문을 열고 병원 안쪽으로 발을 옮겼지만


병원에 불이 꺼져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저기요 아무도 안계세요?"



시니컬한 간호사도 꽤 늙은거 같은 할아버지 

의사도 아무도 없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이번엔 약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다행히도 약국에는 불이 켜져있었다


끼익


"어서오세요~"


나른해 보이는 표정의 약사가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병원은 휴무인가 싶어서 약사에게 후유증을 말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럼 제가 약을 다시 지어드릴게요!"


어쩔 수 없이 돈이 깨지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앉아있을 무렵


"저..저기요 손님!"


약사가 들어간 안쪽으로 꽤나 난처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죄송한데.. 이거 좀 도와주시겠어요?"


정말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였기 때문에 손님으로 온 입장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떼었다


무수히 보이는 약들 그리고 상자


"저기 어디 계시는지..?"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여기에요 여기"


그때 아래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들러보니 상자에 가려져서 집중하면 보일만 한 문이 보였다


그렇게 문을 열자 아래로 향하는 계단과 약사 옷을 입은 그녀가 서있었다


"아래 쪽에 꺼내야 될게 있는데 무거워서 정말 죄송한데 도와주시겠어요..?"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자


"제가 혼자 약국을 하다 보니까 이래저래 힘든일이 많아서.."

라고 말하며 힘든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표정을 본 뭔가 이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밑으로 향했다


저벅 저벅


발이 떼어지고 붙어지기를 반복하는 소리


꽤나 어두운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문 앞까지 왔지만


마음 한구석이 남아있는 이상함을 느껴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올라갈 심정으로 

뒤를 돌았지만


푹 -


날카로운? 아니 얇은 무언가가 내몸으로 들어옴을 느꼈다


"아니 왜.."


점점 굳어지는것을 느끼며 굳어있는 입을 열었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


"으으.."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길래 벌써 아침인가 싶어 눈을 떴지만


눈에 보이는건 어두운 조명과 무언가를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아..


납치된건가라며 생각을 하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벽에는 무수히 많은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것을 집중해서 보니


나..?


그건 어릴적에 나였다


그 옆에는 교복을 입은 나


그 옆에는 자고 있는 나


그 옆에는


무수히 수많은 나로 뒤덥혀 있는것을 보고 소름이 끼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그때


그새 뒤를 돌았는지 그녀가 나를 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일어났네?"


웃으며 능청스럽게 입을 여는 그녀


"저 돈도 없고 드릴것도 없는데 풀어.."


퍽!


명치에서 난생 처음느껴보는 고통이 몰려왔다


"으윽 왜..?"


갑작스럽게 나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일단 이건 벌이야"


"으으.."


"나 기억안나 얀붕아?"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대체 누군데 나한테 이런..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기억 속에 어딘가 있던 모습과 겹쳐보였다


"얀..얀순이?"


그제야 만족한다는듯이 얀순이는 웃었다


"기억하고있구나"


얀순이는 나와 꽤나 친하게 지내던 소꿉친구였다


시골인지라 친구도 몇 없어 둘이 꽤나 자주 놀았고


그렇게 고등학교를 한참 다니고 있었을 무렵


그녀는 나에게 고백을 해왔다


당황한 나머지 그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


소꿉친구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갑자스런 고백

그건 나를 고장내기엔 충분했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서는 그녀에게 사과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갑작스럽게 도시로 떠나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그렇게 내 눈 앞에 있는건 얀순이


"얀순아 오해가 있는거 같은데.."


오해라고는 없지만 일단 말을 꺼내보지만


퍽!


돌아오는건 차가운 고통뿐이었다


"으윽"


"얀붕아 나 너를 보면 너무 화가나"


얀순은 말을 이어나갔다


"난 너에게 마음을 표현했는데 대답도 아직 듣지 못했는데.."


"그렇게 떠나가?"


바들바들 떨고있는 나를 쓰다듬는 그녀


"괜찮아 그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찾아왔네?"


씨익 웃으며 말을 꺼내는 얀순


"이때까지 못했던거 다 해봐야지"


웃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얀순


"얀붕아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약사잖아?"


갑자기 다른 얘기를 꺼내는 얀순이


"내가 약은 잘 알거든 내가 좋은약 하나 지어왔어~"


손에 들려있는 하얗고 작은 조각


그것을 나에게 내밀고 입을 벌리려고 했다


"얀순아 얀순아 잠깐만 이건 아니야

우리 대화를.."

 

퍽!


"닥치고 입 벌려"


"얀순아 미안해 잘못.."


퍽!


으윽 


그렇게 고통에 차서 신음하던 그때


입으로 불쾌한 이물질이 들어왔다


우웩!


급하게 뱉어보려고 했지만 약은 이미 목구멍을 넘어갔었다


그렇게 흔들리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거 먹으면 행복해질걸?  하아.. 그거먹으면 얼마나 나를 원하게 될까..?"


들뜬 숨을 내뱉으며 말을 하는 그녀


말도 못하며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얀붕아 벌이야 그동안 얼마나 내가 너를 원했는지 느껴봐"


몸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행복하다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우리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