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https://arca.live/b/yandere/7226019?p=8

"지금 저보고, 얘를 물건으로 만들라고요?"

어림잡아 20대 중반, 크게 잡아도 30대 초반에 불과한 양복 차림의 여성이 자기 키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소년을 삿대질 하며 물었다.

"응, 그러니까, 1년하고 몇 달 줄께, 우리 딸 중학교 가기 전까지 완벽하게 다듬어."

"아니 사장님! 그게 말이야 방구야! 아무리 요즘 인재가 없어도 그렇지, 이런 꼬맹이를 나보고 키우라고? 5년도 아니고 무슨 1년만에 얘가 세져봐야 얼마나 세진다고?!"

"에헤이, 거 사람 말은 끝까지 좀 듣자"

여성이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자 눈 맞추기를 피하는 사장, 큰형님은 소년의 어깨를 잡았다.

"아니, 얘가 지금 이렇게 조용히 있어서 그렇지 일단 불만 켜지먼 완전 죽여준다니까!"
"놔, 십탱아."

"...싸가지가 죽여주긴 하네요."

자신의 앞에서 주늑이는 느낌 없이 조용히 서 있던 소년이 큰형님이 어깨에 손을 대자마자 거칠게 뿌리치며 짐승도 도망칠 듯한 살벟한 표정으로 쌍욕을 박는 모습에 여성은 잠깐 흠칫했다.

"아니, 얘가 진짜 구라 안 치고 칼 두 자루 들고 와서 종철이랑 애들 십 수명을 털어버렸다니까, 얘 이미 물건이야! 다듬질 못해서 그런 거지!"

"종철이를요?"

그녀가 속한 이 조직에서도 싸움 실력만 보면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그가 털렸다는 말을 그녀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딱 속은 셈 치고! 한 달! 한 달만 키워봐! 만약 니가 안 되겠으면 내가 얘 미련없이 딴 사람 알아보고! 원래 말한 시간 끝날 때까지 내가 너 유급휴가 줄게!"

"진짜?"

평소 짠돌이였던 큰형님이 이렇게까지 크게 나오니 그녀도 관심이 생겼고 소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흠...믿기진 않지만, 뭐, 해보긴 할 게요. 그리고 한 달, 한 달 해보고 답 없다 생각하면 바로 포기하고 휴가 주는 거 잊지마세요!"
"그럼 물론이지! 내가 이런 일로 구라치는 거 봤어? 너야말로 나중에 시간되고도 니가 먹겠다고 떙깡이나 부리지마!"

"설마 그럴리가요."

이곳에 오기 전까진 러시아에서 거칠고 거치 용병들의 교관을 하고 있었던 그녀는 그럴리가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코웃음을 쳤다.



한 달 후

바닥에는 소년이 묻힌 피가 그대로 얼룩져버린 사무실에서 오랜 취미인 데스스타레고 조립이 막바지에 다달아 잔뜩 흥분한 채 얼마 안 남은 피스들을 조심스래 올리려던 순간,

쾅!

"하악, 하악, 이제 몇 조각만 더 붙이면..."

"사장님!"

"엄머 씨발!"

거칠게 열린 문소리에 놀라 순간 몸을 떨어버린 그의 팔은 완성직전데스스타를 쳐버렸고 데스스타는 영화에서 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안 돼애애!!!" 

"사장님! 이런 애는 진짜 어떻게 데려온 거에요?! 애가 무슨 키 200넘는 떡대들도 도망치는 훈련을 한숨 한 번 안 쉬고 해낸다니까요! 얘 그냥 저 주면 안 돼요?"

"야..이, 땡깡 부릴 일 없을 거라며!!!!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다!"

"그것도 사람 나름이죠! 저렇게 훌륭한 애라고는 말 안 하셨잖아요!"

"어후, 내가 진짜...그래서, 어떤대?"

"솔직히 사장님 허언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안 믿었거든요? 근데 진짜 애가, 칼 다루는 것 부터 해서, 체력, 근력, 지구력은 물론이고 , 머리도 좋아서 막 누가 어떻게 올지 다 안다니까요!"

"그 정도야?"

한쪽이 과하게 치켜세우고 다른 한쪽이 미심쩍어하는 관경, 한달전과 정확히 뒤바뀐 화자와 청자의 구도에 큰형님은 무심코 헛움음을 지었다.
"얘, 보디가드가 아니라 행동대장을 시켜야할 것 같아요. 아니면 히트맨도 좋고요."
"그래? 보디가드로썬?"

"그 두개가 잘하는 데 보디가드야 일도 아니죠. 근데 솔직히 아깝잖아요, 그런 전력을 겨우 사람 한 명 지키는 데 써야한다는게."

"에이, 그래도 우리 딸 요즘 너무 위험해서 그런 애 한 명 쯤 둬야해. 근데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아깝긴하네..."

"그러니까 사장님이 한 번 설득해 보세요, 애가 말도 잘듣는데 그것만 이상하게 옹고집이라니까요! 그런 점도 귀엽지만!"

그녀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를 생각하며 지을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큰형님은 정색하며 그녀에게서 살짝 거리를 벌렸다.

"야, 너 걔랑 나이 거의 두 배찬 거 알지...?"

"갑자기 그건 왜요?"

"아니, 너 표정이...아니다. 그것보다, 그, 싸가지는 좀 어때?"
"매력 터져요!"

"아니, 그렇게 말하면 누가 알아먹어..."

아들 바라기의 엄마처럼 잔뜩 풀어진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을 처음본 큰형님은 그녀에게 범이를 맡긴 것을 살짝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년, 어린애가 취향이었었나?'

"얘 예절은 어떠냐고? 존댓말이라던가, 식사 예절이라던가, 생활 습관 같은 거에 하자는 없냐고 이 말이잖아!"
"아, 일단 입은 걸레에요."

한치의 고려도 없이 단언하는 그녀의 대답에 큰형님은 머리를 지끈거렸다.

"넌 한 달동안 그거 안 고치고 뭐했냐...?"
"그걸 왜 고쳐요?"

"뭐?"

"그게 오히려 귀엽잖아요!"

"아니 지금 니가 니 제비키우는 줄 알아? 우리 딸 보디가드 키우는 거야! 그런 걸 가르치라고! 싸움 실력은 충분하니까! 기초, 예절, 매너! 우리 딸이랑 사는 데 불편한 일 안 생기도록!"

"뭘 굳이 그렇게까지,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는 거지 뭐."

"이래서 용병들은..."
"아 알았어요, 근데 말 버릇도 부모님이랑 통화할 땐 멀쩡하던데요? 그냥 우리가 싫은 건가봐요."

"안 물어봤어..."

"근데 존댓말 쓰는 것도 은근히 꼴리네요, 역시 사장님 배우신 분..."

"안 꺼져?!"




그렇게 일년 조금 지난 후

단발이었던 여성이 어느새 등끝까지 닿을 정도로 늘어난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상태로 울며 소년을 안았다.

"우리 귀염둥이 힘들면 언제나 누나 불러야해? 알았지?"

"스승님, 제 나이만큼 더 살아놓고 누나라 부르라는 거 솔직히 양심 없...켁켁!"

"음? 우리 귀염둥이 뭐라고?"
"누, 누나, 나 죽어...!"

"오구오구 잘 말했어염~"
"어우 씨,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어? 왔어..? 얘가 걔라고...? 진짜...?"

9개월 전에 잠깐 확인 차 만나고 그 후 조직일이 바빠서 갈 틈이 없었던 큰형님은 소년의 바뀐 모습을 보고 말을 잃었다.

140대에 불과했던 소년은 성장기가 찾아왔는지 9개월 사이에 160중반이 되어있었고 살짝 말랐던 체형은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팔뚝이나 가스팍엔 마른 근육의 흔적이 셔츠 너머로도 어렴풋이 보였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머리, 길렀네?"

"자르기가 귀찮아서."

심플하고 차가운 소년의 대답에 어딘가 확실히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한 큰형님은 여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어때?"

"완벽해요, 사장님 요청대로, 싸움 실력 뿐만 아니라 예절, 매너, 하여튼 상류층애들이랑 당장 말 섞어도 문제 없는 걸 넘어 발라버릴 수 있도록 교육 다 시켰어요!"

"오, 그래?!"
"사실 우리 애가 워낙 똘똘해서 반년만에 다 끝내서 할 게 따로 없어서 추가로 암살자나 다른 애들 가르칠 때 쓰는 것도 알려줬으니까 까 급할 때 불러도 될 거에요."

"그래? 어디, 얼마나 예의 바른 꼬마가 됐는지 한 번 볼..."

"내가 꼬맹이라 부르지 말랬지 십탱아."

"예절은 어디가고..?"

"그러게요, 저한텐 존댓말 잘만 쓰던데."

"니 딸한텐 배운대로 잘 할테니까 쓸데없이 길막지마."

"왜 우리 딸은 대우해주고 나는 안 해주는데?!"

납득이 가지 않아 소리치는 큰형님의 발치에 가래침을 뱉으며 소년은 썩어들어가는 표정을 지었다.

"너 같으면 우리 부모님 인질 잡고 8년동안 굴릴 놈한테 하고 싶겠냐. 우리 계약대로만 하자고."

"야, 매너..."
"이 재수없는 눈빛, 완전 매력적이지 않아요?!"

"아니, 아, 됐다, 됐어, 니 말대로 우리 딸한테만 안 그러면 돼지."

"걱정 마, 니 딸한텐 조금도 불쾌하게 안 만들고 목숨 걸고 지킬 테니까, 우리 부모님,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줄곧 깔보는 시선을 보내던 소년이 지금 것 본 적 없을 정도로 예의바르고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는 모습에 큰형님은 약간 당황했고 곧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한테 맡기고, 이제 우리 공주님한테 가자고."

"근데 난 니 딸 뭐라고 불러야해?"

"음, 아가씨?"

"학교에서, 그럼 애 관종취급 받지 않을까?"

"니가 제량껏 잘 해, 그것도 보디가드가 해야할 일이야."

"근데 걔 이름이 뭐야?"

"어, 유리, 소유리. 지금까지 한 번도 니 스승님이 안 말해줬냐?"
"나도 몰랐으니까요. 저 사장님 이름도 소씨라는 것 밖에 몰라요."

"이런 놈을 부하라고... 너도 잘 듣고 잊지마, 소지섭, 그게 니네 고용주 이름이니까 머리에 잘 세겨둬."

""꼴에 이름하고는""

"아, 진짜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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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은 저번주에 끝내려 했는데 쓰다보디 흥이 돋아버림...

그보다 여스승  첫줄 쓰면서 갑자기 만든 캐릭턴데 급 정드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하렘갈까?

그보다 제목을 어떻게 해야할까, 나름 소설답게 쓴다고 지었는데 그냥 은퇴한 보디가드에게 집착하는 조폭아가씨로 바꿀까? 아니면 지금 그대로 갈까?

근데 바꾸기엔 하렘물의 여지가 있어서.

나도 내 작품은 어떻게 전개 될지 몰라, 한 줄 쓰기 시작하면 내 손가락이 알아서 써버려, 솔직히 내 머리가 쓰는 게 아니야...

나 거기다 판타지 밖에 안 써 봐서 로맨스 처음 써본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