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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다녀왔습니다."

"..."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기사 딸린 차로 하교 및 학원 순행을 마친 유리와 그런 그녀를 보디가드로써 항상 함께하는 범이는 서초동에 있는 정원 딸린 고급 주택 안으로 들어갔고 집 안에는 일을 일찍 마치고 딸을 보기 위해 귀가한 지섭이 둘을 반겼다.
"우리 공주님~!"
"아, 아빠 냄새나니까 오지마!"

"내, 냄새라니..."

"아빠가 안으면 담배 냄새 베여서 학교에서 이상한 취급 받는다고!"
"그, 그럴리가!"

"나긴 납니다."

조용히 덧붙인 범이의 말에 와전히 멘탈이 바살나버려 그대로 하얗게 되어버린 지섭을 무시하고 유리는 주방으로 걸어들어가 식모에게 냉수가 담긴 물컵을 받아 마셨다.

"야."

"네 아가씨."

그녀가 야라고 말하면 보통 범이를 부른다는 것임을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범이 또한 자연스럽게 그녀의 부름에 대꾸했다.

"너는 이번에 고등학교 어디로 갈 거야?"

"아가씨랑 같은 곳을 가겠지요. 여고가 아닌 이상."

유라의 안전에 가족의 목숨이 달려있는 범이로썬 혹여 그녀가 여고를 간다면 진학을 포기하고 경비원으로 취직하는 등으로 그녀랑 붙어있을 예정이었지만 굳이 덧붙일 필요는 없었기에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거기 내신 보는 학굔데 너 성적은 돼?"
"아가씨 지망 학교 기준으로 보면, 1차는 문제없지 않을까 합니다."

"너, 공부 잘하는 거였어?"
유리의 기억 속에서 범이는 분명 언제나 자신을 보필하느라 바빴고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따로 책을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수업시간 조차도 보고 있으면 항상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 처럼 보였기에 그녀로써는 상당히 놀라웠다.

"아, 스승님께 조기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서, 그래도 아가씨보단 훨씬 낮습니다."

"그, 그래? 근데 그렇게까지 보디가드가 필요해? 요즘은 위험한 일도 없는데?"

오늘 점심시간만 해도 납치당할 뻔 한 걸 알고 하는 소릴까라며 범이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의 보디가드가 되었을 때 약속한 그녀가 눈치채기 전에 처리하는 것을 아직도 지키고 있었기에 이런 속없는 소리도 자신이 잘하고 있던 덕분이겠지 하며 속으로 위안을 삼았다.

"딸~ 미안한데 우리 공주님의 흑기사 좀 아빠가 빌려도 될까?"

"어우, 흑기사는 또 뭐야, 완전 아저씨..."

"큭, 이게 세대찬가..."

딸의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믹서기로 갈리는 것 같은 치명타를 입은 지섭은 조용히 짧은 눈물 한 방울을 흘겼다.

"그래서 왜 데려가려는데?"

평소엔 너무 가까이 붙는다고 항상 짜증내면서 어째선지 범이를 데려가려는 지섭에게 쏘아붙이듣 묻는 유리

"범이랑 같이 진학 문제랑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그런데 좀 빌려갈게."

완벽한 일처리와 어른스러운 태도에 묻혀서 그렇지 범이는 자신과 한 살차이의 소년,

진로에 대한 고민이야 당연히 있을테고 아직 미성년자인데도 보디가드 같은 걸 하는 걸 보면 자신이 모르는여러모로 사정이 있을 터였다.

"?"

자신이 모르는, 그 구절을 떠올렸을 때 뭔가가 그녀의 기분을 해집어 영문 모를 불쾌감이 느껴졌다.

그냥 중2병인가 시퍼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마땅한 이유없이 거절하는 것도 이상했기에 마지못해 허락했다.

"...알았어, 아빠 한테 가."

"네, 아가씨."

유리의 허가가 떨어지자 지섭을 따라 순순히 그의 개인서재로 따라간 범.

그리고 지섭이 문을 닫자마자.

"아따, 뭔 놈의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은 없고 웬 배즙만 잔뜩있냐? 좀 맛난 것도 채우자, 이런 거만 넣고 사니까 딸한테 아저씨 소리 듣고 살지."

양미복과 넥타이를 소파에 벗어던지고 그의 개인 냉장고를 허락없이 뒤지기 시작했다.

"너 진짜 유리 앞에선 어떻게 참고 사냐...?"

벌써 2년이 지났건만 범이가 자신과 딸 앞에서 보이는 이중자아적인 태도에는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지섭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범이가 던진 넥타이를 주워 소파위에 걸었다.

"으어~ 배즙이거 생각보다 시원하네."

"그치?"

"근데 아저씨 냄새나."

"아 40넘은 아재라 미안하네요!"

"좀 씹을 거 없어?"

"남이 보면 니가 상전인 줄 알겠네."
"내가 대우하기로 약속한 니 딸 뿐이니까. 그것보다 난 왜 부른 거야?"

"말했잖아, 진학 관련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그게 왜 필요해, 니 딸이랑 같은 고등학교 들어간다니까? 왜, 진짜 여고라도 간데?"

"아니 고등학교가 아니라 그 이후까지 말하는 거야. 너 대학은 어쩔거야?"
"그걸 니가 왜 신경써, 난 그때면 계약 끝나는데."

유리랑 대화할 때랑은 다른 의미로 차가운 가시돋힌 대답.

지섭은 그가 자신을 미워하는 것도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거였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일단 군대갈 생각이야, 대학은 모르겠다, 수능 보고 정할래."
그대로 입을 다무는가 했더니 다 빤 배즙 봉투를 탁자에 던지며 덧붙이듯 대답하는 범이에게 지섭은 살짝 놀랐다.

"넌 뭐하고 살거냐?"

"?"
"우리 딸 경호 그만두고 뭐하고 제대하고, 대학 졸업하면 뭐하고 살 거냐고."
"글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마 엄마 가게 물려받지 않을까?"

범이의 어머니는 지방에서 문구잡화점을 운영하시고 계셨다.

"전설의 킬러가 문구점이라..."

니가 무슨 원빈이냐고 핀잔을 줄까 했지만 그 순간 지섭은 자신의 이름으로 역공을 해올 것을 알기에 참았다.

"킬러는 뭐고 전설은 또 뭐여, 난 보디가든데."

"니가 죽인 사람 수만 생각해봐라. 너 어지간한 킬러보다 사람 배는 죽였을 거 아니야."

지섭의 지적에 범이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아 그러니까 누가 쓸데없이 적을 많아 만들래?! 니가 괜히 설치니까 니 딸이 위험한 거잖아! 누군 죽이고 싶어서 죽이나! 안 그래도 시체 조각 낼 때마다 속 뒤집혀서 밥도 안 들어가는데!"

"아니 그러니까 시체는 왜 망가뜨려..."

1년 전 쯤 유리를 암살하기 위해 프로 용병들 8명이 습격했을 때 범이가 그들에게 한 짓을 떠올린 지섭은 순간 아까 먹은 저녁이 올라올 뻔 했다.

본보기라는 명목하에 한 명 한 명 끔찍하게 고통을 주다 살해했을 뿐 만 아니라 그들의 시체를 신원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까지 모독적이고 끔찍한 몰골로 훼손 시킨다음 그들이 고용했다던 조직, 그들이 속한 조직, 그들의 가족 앞으로 각각 시체를 찢어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바닥이나 벽에 쏟아놓고 사지를 다 자른 채 자신에 대한 공포를 설파할 전도자라는 목적으로 자신을 가장 두려워 하던 단 한 명만을 숨만 겨우 붙어있는 상태로 던져놓은 범이는 그날 이후 자신의 조직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아니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찌라시 수준이지만 소문이 퍼져나갈 만큼 한동안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백호파엔 짐승이 있다고.

물론 그 후에 백호파의 급성장이라던가 다른 대형사건들이 터지고 범이가 다시 본보기를 만든 것도 아니라 1년 이상이 지난 지금은 단순히 한 때 유명했던 소문에 그친 상태라 그 이후 뒷세계에 발을 들인자는 일부로 찾아보지 않는 한 범이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였다.

"근데 요즘 우리 딸은 어때?"
"여전히 까칠해."
"아니 그거 말고."

"이번 달만 고백 3번 받았더라?"

"어떤 새끼든 우리 딸한테 꼬이는 파리 새끼 다 죽여버려."

"그걸 물으려던 것도 아니잖아."

긍지높은 딸바보로써 발끈했던 지섭은 정신을 수습한 후 다시 진지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알면 좀 순순히 대답해줘라. 요즘은 습격 어때?"

"여전해. 아직도 그놈의 춘추전국은 안 끝나?"

"그게 그렇게 쉽게 되면 얼마나 좋아."

"다른 두개는 금방 먹더만."
"그 두개야 우리 처럼 신흥이었으니까, 남은 두개는 역사도 뿌리도 깊어서 앞으로 못해도 10년은 걸릴거야."

"기네..."

"그러니까 니가 잘 지켜줘."

"그러기야 하겠는데 너무 많아, 오늘도 점심시간에 마침 나갈 일 안 생겼으면 위험할 뻔 했단 말이야."

"그래 점심시간...오늘도 있었어?!"

어떠한 보고도 낌새도 받지 못했던 지섭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범이의 태도에 반응이 늦어졌다.

"왜 말 안했어!"

"니가 안 물어봤잖아."

졸지에 지섭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범.

"아니 그런 건 말 했어야지! 난 저번 달 이후로 없을 줄 알았지!"

"무슨 저번 달이야. 거의 일주일에 한 놈은 오는 것 같더만."

"그렇게 자주야?!"

일주일에 한 번 씩 신변의 위험이 닥치면서 전혀 불안의 기색이 안 느껴지던 유리를 떠올리며 지섭은 화를 넘어 기가찼다.

"아니 그보다 유리는 진짜 습격 받는 거 몰라?"

"응, 2년 동안 한 번도 못 깨닫던데?"

"나는 너한테 화를 내야하는 거냐, 아니면 일 잘한다고 칭찬을 해줘야하는거냐..."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리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감추려는 것에 집착하는 범이에게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2년간 유지하는 그의 실력에 지섭은 혀를 내두룰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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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또라이력과 행동력만 보면 범이를 따라올 캐가 없어. 구상 중인 히로인 하나가 똘끼가 얘랑 비슷한 수준이긴 한데 그래도 각 잡고 하면 범이가 더 미쳤을 거야.

어떻게 보면 남주도 얀데레다...?

집착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앞에 나온 본보기가 자세히 묘사하면 고어가 되어버려서 안 썼지만 나중에 과거 회상 같은 거로 표현 할 건데 괜찮으려나...?

앞으로 후기엔 뒷설정 쓸 생각인데 아직은 굳이 쓸게 없네...굳이 붙이자면 유리의 성적은 전교권, 범이는 과목 편차가 크긴 한데 평균으로 보면 중상위권이란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