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올린 글에 누가 등장인물 외형 묘사해달라고 해서 기본 설정과 같이 올린다. 


1. 유경하, 야나기 케이나츠(柳景夏、やなぎけいなつ)





소설에서 얀붕이라고 나오는 그 애다. 


생년월일 : 1920년(다이쇼 9년) 7월 25일에 경성에서 태어남. 올해로 18세.


외모 : 짧은 흑발에 키는 170cm. 지금 기준으로는 평균보다 작은 수준이지만 1930년대 당시에는 평균 이상이었다.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어릴 때 거의 없어서 햇볓에 타지 않은 흰 피부를 가지고 있음. 살짝 마른 체형이고, 중성적인 외모를 가졌다. 눈이 크고 쌍커풀이 약간 있음. 눈동자에는 약간의 푸른빛이 돈다. 전체적으로 순하게 생긴 편. 교복으로는 평범한 가쿠란을 입고 다니며 사복으로는 적당히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다님. 날씨가 쌀쌀할 때는 검은 재킷도 걸치고 다니고, 목욕하고 잘 때만 흰색 유카타를 입는다.


성격 :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으나, 애미애비가 배신 때리고 미국 간 후의 충격으로 이제는 사랑받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사실상 포기하고 그저 숨만 유지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걸 끔찍이도 싫어해서, 조선어는 집 안에서 혼자 있을 때만 쓰고 밖에서는 대화할 때도, 혼잣말까지도 일본어만 사용함. 어렸을 때도 일본어를 엄청 잘 한다고 칭찬을 받을 정도로 일본어 실력이 유창해서 조선인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음.


누군가에게 모욕적인 언사나 대우를 받으면 겉으로는 그다지 내색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상처를 받고 자신을 비관한다. 하지만 죽을 용기조차도 없어서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뿐, 삶을 그만둘 수 없어 혼자서 울기를 반복하다가 지쳐 잠에 들고 일어난 후에는 여운도 없이 기억이 말끔히 사라진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 간다. 


얀붕이는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고, 그럴 자격도 없는 존재라고 여기고 있음.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을 때마다, 내가 이런 친절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고민하며 하나하나 그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사죄를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함. 


옛날에 부모가 자신을 배신하기 전까지 배신감과 분노가 억눌려져 있었듯이, 이제 얀붕이는 그것들 대신에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억눌려져 있다. 자신이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고 비관하기 시작하면서 그 감정이 억눌러진 것. 물론 배신의 맛을 본 후 그 감정이 떠올랐듯이, 언젠가는 사랑에 대한 욕구도 다시 떠오를지도 모른다.


타인을 해치려는 생각은 꿈도 꾼 적이 없음.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 따위가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을 만한 정당성을 갖추고 있을 리 없다’ 는 생각이 뇌리에 박혀 있는 거임. 그래서 교과서가 훼손되어도, 차별과 멸시를 당해도 아무런 저항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그저 마음속으로 자신이 이렇게 태어났다는 운명을 비관하며 자기 자신만을 탓할 뿐이다.


항상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함. 가로수의 나뭇잎이나, 벽에 붙은 광고 같은 것들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처음 집으로 이사 왔을 때도, 소녀가 말한 하타노라는 전 집주인에 대해서 추측했듯이 상황과 장소에 따라서 생각하는 주제가 달라짐.


언제나 깔끔하게 모습과 집을 정돈하고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한 후 머리를 빗으며, 옷들은 항상 차곡차곡 개서 옷장 안에 넣어 둔다.


기타: 사는 곳은 도쿄도 분쿄구 니시카타 5초메인데, 이곳은 도쿄 대학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밑 사진 참고)



얀붕이가 다니게 되는 제 1고등학교는 현재 도쿄 대학 교양학부로 이용되고 있어서 고증을 살려 보았다.


차 마시거나, 책 읽는 걸 좋아함. 그리고 그림이나 서예도 가끔씩 하는 편.


2. 소녀, 마토이 아이코(円居愛子、まといあいこ)





얘가 얀순이다. 일본 내지에서 태어난 일본인임. 본래 이 아이의 성씨는 ‘的井’이었지만, 뭔가 앞의 한자(的)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발음이 같은 다른 실존하는 성씨로 바꾸었다.


생년월일 : 얀붕이와 같은 해인 1920년, 8월 15일 오봉에 태어남. 똑같이 올해로 18세.


외모 :  윤기가 넘치는, 찰랑거리는 긴 흑발을 가지고 있음. 색기가 넘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어느 정도 잘 빠진 체형. 키는 158cm. 현대 일본의 여성들의 신장과 비슷한 정도지만 당시에는 평균보다 더 컸다. 어릴 때 그리 밖으로 자주 나가 논 적이 없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흰 피부를 지니고 있다. 살짝 내리깐, 조금 날카로운 눈매와 약간의 쌍커풀을 가지고 있어 고양이 같은 느낌도 든다. 검은 눈동자에는 약간의 붉은빛이 돌고 있음. 교복은 흑색 치마와, 검은색에 붉은 줄무늬와 스카프를 한 평범한 세일러복이며 외출할 때 입는 사복은,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고 나비 장식 머리핀을 꽂고 다니거나, 짧은 붉은색을 한, 국화 무늬가 금박으로 새겨진 기모노와 검은 하카마를 입고 다닌다. 집 안에 있을 때는, 연분홍 색 그라데이션의 무늬 없는 유카타를 입고 다닌다.


 성격 : 학교에서도, 밖에서도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말투로 호감을 사고 다닌다. 모든 일을 할 때 한 치의 흠도 없이 철저하고 확실하게 처리함.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사교성도 좋고 못 하는 게 없는 완벽에 가까운 듯한 사람임.


누구에게나, 곤란한 일이 생기면 쉽게 친절을 베풀어 줌. 그 덕에 사람들은 성실하고 착실한 생활을 하는 모습과 시너지가 되어 좋은 평가가 더욱 올라가고 있음. 


타인들이 자신을 비방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려도 신경쓰지 않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것들은 전부 열등감에 비롯된 질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딱히 마음 속에 남겨 두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 가며 자기 자신을 더욱 더 높은 경지로 이끈다.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오랫동안, 천천히 대화를 하고 친밀감을 쌓아 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 가며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어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상처가 있는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다.


항상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한다. 집의 방은 머리카락 하나 떨어지지 않도록 깔끔히 청소를 한다.


기타 : 얀붕이네 집에서 몇 분 정도 떨어진 니시카타 2초메의 조금 큰 주택에서 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도쿄고등여자사범학교(현 오차노미즈 여자대학교)의 부속 여자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음. 취미는 독서나, 차를 마시고 가끔씩 서예를 한다.


3. 얀붕이 부모


2편을 올렸을 때 누가 난징이 마렵다고 한 얀붕이의 부모다. 


부친 이름은 유향서(柳香西、やなぎきょうせい), 일본어 이름으로는 야나기 쿄세이다. 1894년 3월 28일 생이고, 모친의 이름은 이영화(李栄花), 일본어 이름으로는 야나기 에이카(柳栄花、やなぎえいか)다. 1897년 2월 11일 생이다.


얀붕이의 부친은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참의를 역임하며 막대한 수익을 총독부로부터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막대한 돈으로 경성에 큰 양관(洋館)을 산 후, 온갖 장신구며, 식기며 사치스러운 물건들을 사 들이고 있었음. 얀붕이의 모친과 부친은 셀 수도 없이 조선인들이 일본에 충성해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를 발행하는 총독부에 막대한 지원금을 보내며, 그 대가로 총독부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분의 1을 나누어 받았다.


얀붕이의 모친은 시 같은 문학 작품을 써서 신문 따위에 투고를 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았다. 얀붕이는 시를 읽고 문학적 가치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였고, 대부분의 시들이 일본에 충성하도록 세뇌하는 내용인 프로파간다에 불과했기에 그것은 얀붕이에게 읽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음.


얀붕이의 할아버지는 구한말 때 장사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인 대부호였다. 그 재산은 얀붕이의 부친에게 그대로 상속되어, 지금까지도 총독부의 자금과 그들의 사치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 새끼들이 빼도 박도 못할, 현대의 기준으로 ‘친일파’ 인 건 차치하고서라도 인성이 존나 쓰레기였다. 한 일화를 소개해 보자면, 언젠가 얀붕이와 모친이 외출을 했을 때, 번화가 상점의 창문 쪽 진열대에 놓인 인형을 보고선 얀붕이는 호기심을 가졌는데, 저걸 집에서 가지고 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부모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 저거 사 주시면 안 되나요?” 그 말을 듣자마자 얀붕이의 모친은 얀붕이를 벌레를 보는 듯한 얼굴로 내려다 보았다. 그러고선 이내 얀붕이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얀붕이의 뺨을 때렸다.


왜 이러느냐며 얀붕이가 울먹이며 말을 걸어도, 모친은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얀붕이를 마구 구타할 뿐이었고. 화도 내지 않은 채 그저 분노한 얼굴로 묵묵히 때리는 그 무서움에 얀붕이는 공포스러움을 느꼈다. 부친은 그걸 보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시하고 있었지, 아니- 오히려 마구 구타당하는 얀붕이의 모습을 보고 꼴 좋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그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재물에 취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조차도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노력도 하지 않고 거대한 권력에 빌붙어 사치를 부리며, 제 자식에게조차 원수처럼 모질게 대한다는 시점에서 이미 인간으로서도, 부모로서도 실격이었다.


그 둘은 지금은 미국으로 가서 살고 있다. 얀붕이와 부모는 서로에게 지금도 관심이 없다.




하타노라는 사람은 여기서 소개하면 스포일러라 설명하지 않음. 얀순이 부모님도 쓰려다 너무 피곤해져서 여기서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