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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급하게 시마이 친거라 개판났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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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이는 어렸을 때부터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이였다.


얀순이의 엄마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얀순이를 낳게 되었고, 아빠의 얼굴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한창 꽃다울 나이에 아기를 낳게 된 얀순이의 엄마는 그저 얀순이를 모래주머니 취급을 했고 원망했으며

그렇게 원망의 화살은 얀순이를 향했다.


얀순이의 몸에서는 멍이 들지 않는날이 없었다


나갈 일이 생기면, 후드티를 입고 나가야지만 주변의 눈총을 피할 수 있었을정도로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학교에서도 사정은 그닥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를 닮은것인지 얀순이의 외모는 어려서도 두각을 보일만큼 미인이라 할 수 있었는데


좋아하면 괴롭힌다고 하였던가.


남자아이들은 좋아함을 들키기 싫은 괴롭힘

여자아이들은 뛰어난 외모에 파생된 질투심


매일 같은 옷을 입고다니는 모습과

실제 얀순이의 가정사정. 게다가 소문에 소문을 더해 너무나 커져버린 거짓 등


처음엔 얀순이에게 다가왔던 아이들마저 시간이 지나자 얀순이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교내에서도 얀순이는 불행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집에 들어오면 부모라는 지옥이,

학교에 등교하면 따돌림이라는 전쟁이


그렇게 몇년간 펼쳐졌던 사건들이 얀순이를 뒷골목으로 등 떠밀었다.


*



얀붕이도 그리 유쾌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한 네살 쯤부터던가.


부모님이 서로 이혼하시고 과묵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편부가정이라 하더라도 딱히 부족함이 있었던거도 아니었고


얀붕이 자체로서도 그럭저럭 불편함 없이 살아왔다.


남들과 똑같이 졸업 후 입대, 제대 후 취직이라는 정석 테크트리를 밟았고,


아버지의 가르침 밑에 반듯이 살아온 얀붕이는 이상하리만치 여자경험이 없었다.


초등학교때에는 여자인 친구와 말 섞을 기회조차도 몇 없었고,


중학교는 남중.


고등학교때엔…

그래, 공부하느라 못만났다고 하자.


아무튼 얀붕이의 연애경험은 전무했었는데,

이 얘길 평소 맞담배 피우며 살갑게 지내던 직장 선배에게 말하니, 호탕하게 웃으며 집창촌에 끌고왔다.


그렇게 선배에게 끌려와 얀붕이가 처음 마주한 홍등가는 마치 다른 나라의 뒷골목을 보는 듯 했다.


방금 전 저녁을 먹었던 그 골목과 같은 도시라는게 믿기지 않을정도로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혼란스러워 할 때 쯤


누군가 얀붕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



얀순이는 몇년째 그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집에 가기 싫어 늦게까지 놀이터에서 머물다 집에 들어간 그 날.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 들어오냐며,

담뱃불로 얀순이의 목을 지진 엄마를 피해 뛰쳐나온 그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각해보면 참 많은일들이 있었다.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변을 먹어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카메라를 몰래 설치했다가 쫓겨난 사람도 보았다.

또, 진지하게 만나보자면서 한 달도 안되어 잠수타던 사람도 있었었다.


얀순이에게 웃음이란 없었다.

아니, 감정이 사라졌다고 하는게 맞는듯 하다.

얀순이에겐 누구와도 신뢰관계가 성립되지 않았고

그저 모두가 스쳐지나가는 사람이었다.


얀순이 앞에 앉아 굳어있는 이 남자도 그럴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동정을 떼는 사람은 자주 봐왔다.

긴장이 풀어진다면 여느 남자와 다를 바 없이 자신의 몸을 탐할 것이라는 생각에 애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물고 빨고 이짓 저짓 해봐도 얀붕이는 꿈쩍도 않고 앉아만 있을 뿐이었다.


몇년동안 일하면서 처음보는 유형에 얀순이는 당황했다. 또, 궁금해했다.


그래서 얀순이는 대화를 걸었다.


뭐하는 사람인지, 여기엔 왜 왔는지


얀붕이와 대화를 이어나갈수록 잘 맞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알았던 친구같은 느낌이었다. 얀순이에겐 새로운 기분이었다.


그리 오랫동안 대화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얀붕이의 말 하나하나에 얀순이는 사라진 감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얀붕이와 얀순이의 첫만남이었다.


*



얀붕이는 그 날 그녀와의 대화 후, 여자와의 대화에서 조금의 자신감을 얻은것으로 보였다.


여자와 마주치기만 해도 눈을 돌리고 굳어있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나름의 자신감을 얻어 인삿말 정도까지는 나눌 수 있었다.



얀붕이는 퇴근 후, 주에 한번은 그 골목으로 갔다.

다른 이유가 있던건 아니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얀붕이도 신기해 했다.

어째서 얀순이와 대화를 할 때엔 그 빛나는 외모에 주눅들지 않고 막힘없이 술술 대화가 이어져 갔는지.


얀순이를 만난 얀붕이는 침대 위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그저 취미이야기, 식성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얀순이는 누구에게도 말해본적 없었던, 누구에게 말할 기회조차도 없었던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엄마와 있었던 일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이 일을 시작하고 있었던 일들 등.


얀순이의 과거 이야기를 들은 얀붕이는

어색하지만 따뜻하게 그녀를 꼬옥 껴안아주었다.

고생했다며, 혼자 너무 많은 일을 짊어지지 말라며, 위로해주고 토닥여주었다.


누군가 자신의 감정을 공유해주고, 같이 울어준다는게 얀순이의 인생에 있어서 첫 경험이었다.


얀순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흘렀고, 얀붕이의 품에 안겨 오열했다.


사실 이 일도 정말 하기 싫었다고.


굶어죽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버텨야만 했다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다고.


얀순이의 입에서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얀붕이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진정시켰다.


얀순이의 눈물이 진정될 때까지 얀붕이는 꽉 껴안아주었고


안겨있던 얀순이의 마음 속에는, 얀붕이의 존재가 점점 커져만 갔다.




얀순이는 그 날로 일을 그만두었다.


그만 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얀붕이의 존재가 컸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얀붕이를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이런 아릿한 감정을 가지고는 일을 할 수도 없었고, 하기도 싫었다.


시간이 비어 자취방에 누워있던 얀순이는, 그 날 하루종일 얀붕이가 생각나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



많은 날이 지났고, 얀붕이와 얀순이 둘 모두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얀붕이는 이성과의 대화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얀순이의 몫이 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도움을 준 얀순이는, 얀붕이의 그런 변화를 싫어했다.


얀붕이가 다른 이성과 유하게 대화를 할수록 얀순이는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여전히 무슨 감정변화인지는 몰랐으나, 확실한건 얀붕이가 다른 여자와 만날 때마다, 얀순이는 염산을 마신 듯. 속이 타들어갔다.




얀순이는 제대로 된 직업을 찾았다.


모 쇼핑몰의 모델로 계약을 맺은것이다.


얀순이도 기뻐했고, 얀붕이도 축하해줬다.

딱 맞는 직업을 찾았다며, 어울린다며 같이 기뻐해주었다.


얀순이는 행복했다.

누군가 함께 기뻐해준다는 것.

그녀에겐 여전히 생소한 경험이었다.


볼 때 마다 설레고, 안기고 싶고, 떨어지기 싫었다.


그러나 얀순이는 이런 감정이 연심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것조차도 얀순이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당장은,


지금 당장 만큼은 얀붕이가 옆에 있어주었기에 얀순이는 행복했다.


*



얀붕이는 이제 다른 이성과의 대화가 꽤나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성에게 어색하지 않도록 말을 걸기도 했고,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유머러스하게 맞받아치기도 했다.


얀순이의 존재가 없었다면, 이런 변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얀순이에게 고마워했다.


사실 얀붕이는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얀순이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얀붕이는 그 감정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얀순이에 비해 자신의 외모가 떨어지는 것도 있었고,

안어울려 보였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얀순이가 본인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어보였던 것이었다.


얀붕이는 씁쓸했지만, 자신은 친구의 역할이 더 알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얀붕이가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며 생각에 잠겨있자, 요저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인턴이 쭈볏쭈볏 말을 걸어왔다.


*



얀순이는 꽤 유명해졌다.


회사에서 만들어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은 날이 갈수록 팔로워가 늘어나고 있었고, 얀순이를 스카웃하려는 곳도 생겼다.


얀순이는 기뻐했다.

또, 이 기쁨을 얀붕이와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얀붕이에게 달려가 소식을 전했다.

얀붕이도 기뻐해주었고,


자신도 좋은 소식이 있다며, 너 덕분에 연락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잘 될 것 같다고 얀순이에게 전했다.



얀순이의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듯 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얀붕이의 외모가 호감상인것도 있고, 성격도 좋았기에 이상할거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안생겼던게 이상했던거라고.

얀붕이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거라고.

자기위로하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곧, 얀순이는 생각에 잠겼다.


만약 다른 이성이 얀붕이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면.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저 상상일 뿐인데도, 얀순이의 마음이 미어졌다. 정말 죽을듯이 아파왔다.


잃기 싫었다.

자기 인생에 구세주와 같은 얀붕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난도질 당하는 듯 아팠다.


얀순이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이런게 사랑이구나.

얀붕이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있었다.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있었던 마음을 정리한지 오래였고, 그 사람과도 꽤 많은 시간을 보낸 듯 보였다.


그 둘 사이에 얀순이의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





그냥 모든게 거짓말 같았다.

기분 나쁜 악몽이길 바랐다.


이제서야 사랑을 깨달았는데, 몇년간 꿈꿨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는데.


눈을 뜨고 일어나면 얀붕이가 옆에 있어줄 것이라며 망상해봐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었다.



얀순이는 전처럼 웃지 못했다.


일을 할 때에도


좀 더 자연스레 웃어보라는 감독의 요청에,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인위적인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이상의 미소는 나오지 않았다.



그 날 밤.


얀순이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티비를 틀어놓았다.


딱히 보는 프로그램이 있던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소리라도 나지 않으면 혼자라는게 더욱 더 체감 돼, 아무것도 하지 않을때엔 티비를 틀어놓고는 했다.


얀붕이와 함께 봤을땐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TV 프로그램을 틀어도, 얀순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얀붕이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날것만 같았고,


자신에게서 얀붕이를 뺏은 그 인턴에게 깊은 분노를 느꼈다.


얀순이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더 먼저 아는사이였고, 더 많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람만 아니었어도, 행복해 질 수 있었을 것이다.


웃음을 잃을 일도 없었을거고,


이렇게 아플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분명 그 옆자리는 자신의 것이었을텐데.


중간이 껴버린 그 여자로 인해, 이 불행이 시작된 것이라고 얀순이는 생각했다.



얀붕이를 향한 얀순이의 사랑은, 어느새 검은 빛으로 물들어져, 추잡한 집착심으로 가득찼고,


얀순이의 머릿속에는, 얀붕이를 되찾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



얀붕이는 간만에 휴일을 맞아, 눈으로는 축구를, 손으로는 치킨을 집으며, 나름대로의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30분 쯤 지나고, 슬슬 루즈해질 기미가 보이자, 얀붕이는 잡념에 빠졌다.


얀붕이가 가장 먼저 생각난건 역시 얀순이였다.


최근 연락이 잘 되지않는 얀순이에 대하여,

얀붕이는 그저 그 인턴과의 관계를 생각해, 일부로 연락을 끊어준 것이라 생각했다.



얀붕이가 생각하기에 얀순이는 늘 고마운 존재였다.

한 때는 짝사랑 상대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친구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얀순이가 자신을 도와줬던만큼, 얀붕이도 얀순이를 도와주고 싶어했다.



그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딱히 올 사람이 있던건 아니었기에 물음표를 띄우며 현관문을 열자, 얀순이가 보였다.


얀붕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일단 들어와보라며 뒤돌은 순간,


얀순이는 주머니 속에 있던 전기충격기로 목 뒤를 지졌다.



얀순이는 웃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