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작성일자 20.9.13  8:55pm 





“임무 하나가 들어왔다.”


정확히는 소말리아 범죄조직 소탕이지






이제 막 10년차 해결사가 되가고 있는 만큼 그의 말투는 신중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괜한 꼬투리라도 잡혀 미친 싸패년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한다면 그 날로부터 자신의 해결사 인생은 기록도 남기지 못하고 출생부터가 싹 말소될 것이다








“난 10장 이하로는 취급 안하는데.”





수아가 엄지와 검지로 잡아 팔랑거리는 종이에


이제 막 출력되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프린트물에는

범죄조직의 아지트 위치와 조직원들의 상세정보가 적혀있었다








“그래도 이번건 조금 독특해.

선입금으로 5장 일이 완료되는 즉시 15장이 입금되며

의뢰자의 만족도에 따라서 배로 올라갈 수 있는 형식이더라.”






그래서 이 시장에선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어도 아는 사람은 잘 아는 꽤 큰손이고 말이야





그녀는 종이를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다 자신의 집에 있는 애송이의 생각이 문득 치고 올라왔다








뭐 사실 별 기대도 없고, 요리를 잘할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반겨주는 애완용외엔 쓸모없는 놈





그것이 애송이를 향한 수아의 절대적인 평가였다









몸의 필수 영양소를 채우기에 피자와 겉은 탄수화물 덩어리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긴 해도 가끔은 간편식으로 먹기도 하였다






단지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고통에 물들어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데에 이젠 없어진 인간성을 느끼는것만 같았기도 했다






“...흠...생각이 바꼈어.”


그냥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는걸로.









무언가를 기대하며 무표정으로 해결사를 응시하는 시선 끝으로, 한편에는 장기임무임을 통보하고 오고


 안도감 서린 그 얼굴을 바로 다음날 찾아가 잠시의 평화를 깨뜨릴 생각에 몸이 약간 달아올랐다
























“..누가 보냈나?”


아니, 그런건 이제 상관이 없지.


단독으로 쳐들어와 300명을 도륙낼 실력이라면 고작 한 조직에 속해있을리가 없지 맞나?








대화로 인해 잠시동안의 시간을 번 아흐메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살 길을 찾고 있었다











“누가 보낸것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으며, 이 일로 후환은 없을것이고 보복 또한 없을것이다.”









자, 이대로 돌아나서서 의뢰자를 죽이고 그 증거를 가져온다면 의뢰금의 10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네 통장에 입금되어 있을것이다










매력적이지 않나?











생전에 그렇게나 입을 놀려본게 한이라도 서린 것만같은 표정으로 열심히 나불댔다







한심한 표정과 몸짓으로 상대의 방심을 유도해,

허를 찔러 자신이 살 구멍을 확보하는것이다







쉴새없이 놀리는 자신의 입과는 반대로 애써 태연한척

앉아있는 책상 아래의 버튼으로 조심스레 손이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 그래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군.

그것에 관해서는 어떤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장 선입금으로 1억을 입금하지








이정도면 꽤나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










“..어?”








이게 어찌된 일일까

버튼까지 1mm도 남지 않은것만 같았던 순간 양팔이 허전해지며 자신의 팔의 절단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흩날리는 핏물, 그에 대조되는 가로로 잘려 훤히 들여다 보이는 새하얀 자골(Ulna)과 요골(Radius)


너무나 큰 고통이 갑작스레 찾아오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은 그저 자신의 양 겨드랑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와 불발탄이 한참 뒤에 터져 그 잔재 사이로 역풍이 분걸까 하면서도 현실을 부정해봐도 어깨의 삼각근 밑으로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의 눈 앞으로 똑똑히 보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학ㅡ!!!”







그녀는 투척 자세를 바르게 한뒤에 아흐메트를 향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어디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마지막 발악이라 생각해

잠시 지켜보기라도 할려던 차인데.”





정녕 내가 모를거라 생각했나?






너의 이마에서 쉴틈없이 흘러나오는 땀에, 

갈피를 못잡고 세차게 흔들리는 동공에 불안한듯 자꾸 주변을 살피든 듯한 너의 안구.





모르는것이 더 이상한게 아니할까

어리석고 우둔한 아흐메트








“크...크흑...!! 네년은 오늘 두발로 살아서 걸어나가지 못할...”



“시끄러워.”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반전으로 거침없이 뻗는 손길에

탄탄한 가슴에 구멍이 생겨나고 경악한 표정으로 이내 숨을 거뒀다








그녀는 마치 오물을 만졌다는것처럼 여전히 표정에는 아무란 변화도 없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머니에서 물티슈를 꺼내 뺨과 손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냈다


















이라크 지하 100미터도 깊은 곳에 위치한 지하벙커를 빠져나가며 일처리를 위해,



 잠시 머리 한구석으로 밀어낸 애송이 생각을 하면서도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의아함이 자리 잡았다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데다 지옥같은 훈련을 버텨낸 자신이 고작 감정 하나에 휩쓸려 작전도중 다른 생각을 한다?



헌역으로써는 절대 금기시되는 사항이었다

공은 공, 사는 사

철저하게 분리되 각자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것을

용납하지 못하는것이 이쪽 종사자들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이제 막 몇년된 꼬맹이들과 달리 자신은 프로였다

일생을 업으로 삼으며 살아온 자신이 이토록 흔들리게 하는 그 애송이가 뭐라고, 괜히 꽤심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다음은 명치가 아니라 전신을 교육시켜야겠어.”



멍멍이가 주인 말을 듣지 않으니, 

조교는 필수적인것이지.





총알 탄피와 혈흔으로 난장판이 된 교전장소를 빠져나가며 뚜벅뚜벅 복도 밖으로 울려퍼지는 군화 소리 위로는 군용 선글라스 안의 스산한 눈빛만이 빛날 뿐이었다.




마지막 작성일자 20.9.13  9:41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