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의 눈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굴 위에 무언가 덮여 있는 기분이 들어서 치우려고 손을 들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날 뿐이다. 입에도 뭔가가 물려 있다. 게다가, 팔다리가 모두 묶여 있다. 


  얀붕이는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안대가 채워져 있고, 몸은 구속되었고, 입에 재갈이 물려 있다면.. 자신이 납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누군가가 올 때까지 일단은 기다리기로 했다.


  곧, 얀붕이는 누군가가 걸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얀붕이의 안대를 벗겼다. 얀붕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어릴 적 소꿉친구였다가, 연락이 끊긴 얀순이였다. 상황을 보면, 그녀가 자신을 납치했거나, 적어도 자신의 납치에 관련이 있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닿았다. 문제는, 그녀가 왜 그랬냐는 것이었다. 그녀는 분명 이런 일을 할 성격이 아니었다.


  공포에 질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얀붕이의 눈을 보고, 얀순이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무언가 말을 하려 하지만, 재갈 때문에 웅얼거릴 수밖에 없는 얀붕이를 보고는, 재갈을 풀어 주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얀붕이의 질문에, 얀순이는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하는 게 뭐야? 돈?”


  얀순이는 그 말을 듣고서는 폭소를 터뜨렸다. 


“크크.. 아니, 내가 원하는 건 너야.”


“저번에 날 보고서도 아는 척도 안 하더라? 나는 너와 사귀고 싶었는데, 너는 아닌 것 같더라고. 그러면 어쩔 수 없잖아.”


“내 몸은 마음대로 할 수 있어도, 내 마음은 그럴 수 없을 거야.”


  얀순이는 얀붕이의 말을 비웃으며, 안대를 다시 씌우고, 재갈을 물리고선, 얀붕이의 왼쪽 손목을 살짝 긋고는, 소금을 뿌렸다. 얀붕이는 상처의 쓰라림에 고통스러워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던 얀순이는, 얀붕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그만할래?”


  고개를 젓는 얀붕이를 보고, 얀순이는 무언가를 가지러 갔다. 그 사이, 얀붕이는 머리를 굴렸다.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을 것 같았다. 자신이 굴복할 때까지 고문당할 게 뻔했고, 지금도 아무리 힘줘도 움직이지 않는 이 수갑을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풀어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저항해봐야 더 고통받을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냐, 난 굴복 안 해.' 얀붕이가 생각했다. 아직은 견딜 만 하다고 생각했다. 


  얀순이는 몇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얀붕이가 슬슬 불안해하기 시작할 때 쯤, 얀순이는 얀붕이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물론, 그 음식은 얀붕이가 자신에게 속아 넘어가기 쉽도록 수면제를 약간 타 두었다.


"얀붕아, 배고프지 않아? 저녁 시간이 지났잖아."


  얀붕이는 반응이 없었다. 저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직감이었다. 


  얀순이는 얀붕이의 재갈을 풀어 주고, 입을 벌리라 했다.


"아~ 해봐."


"..."


  얀붕이가 입을 벌리지 않자, 얀순이는 주먹으로 얀붕이를 마구 때렸다. 얀붕이는 처음에는 견뎠지만, 갈수록 견디기 힘들었고, 결국 굴복했다. 얀붕이는 강제로 음식을 먹으며 생각했다. 그냥 굴복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더 거절했다간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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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지금 쓰고 있는 다른 소설에 붙이려고 했는데 애초에 따로 올리려고 쓰기 시작한 거라 자연스럽게 이을 수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