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난 나이이다. 

   

그녀와 처음 만나기 조금 전, 나는 눈 오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걷고 있었다.

   

'아, 난 이 겨울을 못 넘기고 죽겠구나'

   

평소 지내온 고아원에서 내쳐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정확히는 고아원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이 어린 아이들을 이용해 도둑질을 시키고 못한 아이들을 구타하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그곳에 있었을 땐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들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처한 아이들과 공감할 수 있었다.

   

평소 성적이 좋았던 나는 맞거나 구타당하는 아이들 대신 내가 대신 맞기도 했다. 그러면 원장이 실적이 좋은 놈 상하게 하지 말라고 하며 구타를 멈추게 했고, 맞은 아이들은 내게 연신 내게 고맙다고 말하며, 날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했다.

   

그 히어로 놀이만이 내가 그곳에서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동아줄이였다.

   

그러나 8살 가을에 나는 병에 걸리고 말았고, 걸리면 쫓겨난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숨겨 보려고 했지만 결국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면서 증상은 심각해져만 갔고 결국 새해가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내 병을 걸리고 말았다.


원장은 차가운 눈으로 내 몸을 살펴보다 말했다.

   

"평소 쓸모 있던 놈이라 좀 아깝네. 이 녀석 생긴 건 괜찮아서 꽤나 실적이 좋았는데 말이지"

   

"그럼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요?"

   

그 말에 원장은 웃으며 나를 봤다. 그 웃음에 순간이나마 나는 희망을 가졌다.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그러나 원장은 날카롭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쓸모있는 도구라도 녹슬고 망가지면 버려진다."

   

그는 내 목덜미를 들어올렸고, 난 어떻게든 버티려고 발버둥쳤다. 나는 평소 내가 도와주었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도와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그저 내 눈을 피했다. 

   

그 모습에 원장은 웃으며 말했다.

   

"저게 저것들의 본성이다. 네가 아무리 저것들을 도와줬어도 지금 저것들은 네가 쫓겨나는 걸 막지 않아. 오히려 네가 쫓겨나면 먹을 입이 준다고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을거다."

   

나는 원장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저 아니란 말을 반복하며 악을 써댔다.

   

그렇게 나는 고아원 밖으로 내쳐졌고, 나는 혹시나 누가 나와서 나에게 도와준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한참을 기다렸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절망뿐이였다.

   

어린 나이에 절망을 맛본 나는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있을 곳을 찾는 것처럼.

   

그러나 애초에 병에 걸린 내 몸은 겨울의 추위를 버틸 수 없었고, 결국 걷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이렇게 죽는 걸까? 


어짜피 죽어도 슬퍼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왜 이제까지 살아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내가 왜 그 아이들을 도와줬지? 나 혼자 살기도 벅찼는데. 만약 그때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때,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뭐해?"

   

그녀는 온 몸에 방한기구를 두르고 있었고, 거적때기만 입은 채 쓰러진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이 아이는 좋은 집에서 사랑만 받고 자라서 나 같은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나?

   

나는 그럼 그녀에게 현실을 알려주자고 생각했다. 세상엔 그녀같이 운 좋은 아이 말고도 나 같은 운 나쁜 아이도 있다는 현실을.  모두가 같은 처지가 아니라는 차가운 세계를.

   

"죽는 걸 기다리고 있어"

   

"왜 죽어?" 

   

"겨울을 버텨내지 못할 테니까"

   

"집에 돌아가면 되잖아?"

   

이 대목에서 난 그녀에게 화가 났다.

   

"집? 나한테 집이 있을 것 같아? 너 같은 애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 운 좋게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나 돌아갈 장소가 있는 너와 달리 난 전혀 운이 좋지 않았어. 돌아갈 곳 따윈 내겐 없단 말이야!"


죽어가는 몸에서 나올 만한 것이 아닌 큰소리로 나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내 말에 충격받았는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넌 결국 나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그러니 나같은 건 내버려 두고 가'


나는 죽어가면서 그렇게 생각했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나 다음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이 번쩍 떠졌다.

   

"그럼 우리 집에 가자!"


"뭐?"


"돌아갈 곳이 없으면 우리 집에 가면 되잖아?"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생각난 것은 황당하게도 웃는 모습이 예쁘다 였다.

   

그 후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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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 이야기 쓸까 고민한다는 글 올린 사람인데 님들이 일단 써오라 해서 써옴. 참고로 빌드업이 상당히 김. 수능 봐야 되서 연재 주기가 불확실함

반응 안좋으면 안씀. 맞춤법 검사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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