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https://arca.live/b/yandere/8161916?target=all&keyword=%ED%9A%8C%EA%B7%80&p=1 

1편: https://arca.live/b/yandere/8221543?p=5 


아이디어 생각한 사람이랑 1편 쓴 사람 다 런한거 같길래 써왔다.


런 안했더라. 런 안한줄 알았으면 안쓰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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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뇨! 앉으셔도 돼요."


갑작스럽게 건네진 말에 당황한 나는 간신히 대답할 수 있었고 그녀는 살풋 웃으며 내 건너편 자리에 자리 잡았다.


갑작스런 회귀 후 1년이나 지났지만, 난 아직도 여자가 불편했다. 내 동기나 선배들은 그런 나를 보고 숫기가 없다며 소개팅을 주선해줬지만, 내 쪽에서 거절하고 나가지 않았다.


아내를 두고 바람을 필 수 없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햇다는 말이 맞았다.


비록 내 몸은 20대지만 내 안은 아직도 50대다. 아이들이 생긴 후 근 20년을 회사와 집을 오가며 지낸 나는 꽤나 성에 담백해져 있었다.


하고 많은 자리 중에 왜 내 앞자리인 걸까. 내심 불편했지만 도서관을 내가 전세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다시금 전공서적으로 눈을 돌렸다.


"..."


하지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책에서 눈을 뗄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앞에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계속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시 앞을 보니 그녀가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기억 못하시는구나."


마치 나를 알고 있다는 듯한 그녀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분명 낯이 익었던 것이다.


오만상을 찌푸리는 내 얼굴을 보던 그녀는 킥하고 웃더니 자기가 누군지 알려주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얀진이라구요.  같은 과 후배 얼굴도 기억못하시다니, 실망입니다 선배. "


그제야 생각이 났다. 저번 주에 선배들에게 붙잡혀 갔던 신입생 환영회. 눈 앞의 그녀는 신입생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단발이 잘 어울리는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누구에게나 스스럼 없이 다가가는 친화력.


아닌 척했지만 그자리의 모두가 그녀를 눈으로 쫓았다. 누구는 선망으로 또 누구는 질시로. 나는 애초에 강제로 끌려오기도 했고, 원래부터 시끌벅적한 것을 싫어하는 것도 있어 의식적으로 그녀 쪽을 피해 있었기에 그녀의 얼굴이 선뜻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 그래 얀진이, 까먹어서 미안. 공부 열심히 해."


대화를 끝내고 어서 다시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나를 순순히 놔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선배 몇 시까지 공부해요?"


"7시"


무뚝뚝하다 못해 퉁명스럽게까지 들리는 내 말에도 그녀는 전혀 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그때 저녘 같이 먹어요!"


"...나랑?"


내가 되묻자 그녀는 또 뭐가 웃긴건지 킥킥대면서 말했다.


"그럼 여기 선배말고 누가 있어요?"


"어째서?"


"이제 슬슬 수강신청이니까요. 같이 식사도 할겸, 선배들한테 무슨 수업을 들을지 조언도 들을겸 해서요."


"굳이 나한테 조언을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피이- 저 다 알고 왔거든요? 진혁 선배한테 들었는데 얀붕 선배가 그렇게 귀신같이 꿀강의만 골라들으신다고, 완전 족집게라구요."


나야 당연히 한 번 했던 대학 생활이기 때문에, 어떤 수업이 좋은 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배님이 알려주시면 저녘은 제가 통크게 쏩니다?"


"황의석 교수님 C, 김인호 교수님 이산수학, 최여진 교수님 컴퓨터 개론, 박병식 교수님 컴퓨터 구조론. "


"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빠르게 방금 들은 내용을 공책에 써내려 갔다.


"이번 학기는 이 교수님들 수업 들으면 될꺼야. 난 그럼 간다."


굳이 초면이나 다름없는 그녀와 둘이서 저녘을 먹고 싶진 않았기에 할 말만 한 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빠르게 도서관을 나오던 나는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아내였다. 대학 생활 내내 아내는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갑자기 마주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나는 당황해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아는 척을 해야하나? 아니면 그냥 지나가야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얀진이가 뒤에서 헐레벌떡 나타나 내게 말을 걸었다.


"하아... 하아.... 선배! 그냥 그렇게 할 말만 하고 가시면 어떻게 해요? 제가 저녘 산다니까요?"


아내는 그 말을 듣더니 픽하고 조소를 지으며 나를 지나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