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사귀자."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듣게 된 말이었다. 

시간, 이유, 대상까지 모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교시 동안 무슨 말을 하려는걸까 계속 고민하며 예상한 결과와 가장 다른 말이 튀어나오니 내 머릿속엔 당황 뿐이었다.

"왜 말이 없어? 사귈거야, 안 사귈거야?"

얀순이는 다시 한 번 물어보며 고백의 대답을 재촉했다.

당황한 나는 이에 휩쓸려 대답하고 말았다.

"그, 그래 알았어."

"그럼 우리 사귀는 거다?"

내 대답을 들은 얀순이는 바로 돌아서 학교 밖으로 나갔다.

"다, 다음주에 보자"


얀순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실감한 나는 다른 의미로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몰랐다는 것이 문제였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내 친구 둘이었다.

얀순이와 사귀게 된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자 친구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당황하고 있었다.

"걔는 뭘 보고 너한테 고백한거냐?"

"나도 모르겠어"

친구들도 나와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답을 알려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하나보다는 셋이 낫다고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할 지 밤새 회의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얀순이와 연인 생활을 보냈다.

비록 얀순이의 연락처는 고백 후 3일 뒤에 알게 됐지만 경황이 없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내 입장에서 얀순이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처음에는 아니었다.

전혀 면식이 없던 사이에서 갑자기 호감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남친이라는 입장이 생각을 바꾸는지 점점 호감이 생기며 태도도 달라지게 되었다.

고백해준 것이 고마워서 신경쓰던 것이 순수한 호감때문에 움직이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고, 얀순이를 만나지 않은 시간에도 그녀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얀순이는 언제나 같은 태도였다.

용돈을 아끼며 그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갖은 부탁을 들어주며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지만 언제나 나와 만날때는 뭔가 기분이 나쁜 것처럼 보였다.

"피곤해. 집에 갈래"

나와 달리 얀순이의 호감도는 사귀기 전과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왜 나랑 사귀자고 한 것일까?


그 해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사귄지 2달쯤 된 무렵 하교하는 길에 그녀로부터 헤어지자는 카톡을 받게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전화해보았지만 받지 않았고, 카톡도 읽지 않고 있었다.

혹시 학교에 있을까 다시 돌아가는 길에 멀리서 시끄러운 말소리와 함께 친구들과 있는 얀순이가 보였다.

얀순이를 보며 말을 걸려던 나는 얀순이 친구의 말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 찌질이랑 가짜로 사귄 소감이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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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대로라면 다음이나 다다음화쯤에 얀데레가 나올까 싶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겠지만 1번 쓰고 튀는건 나도 싫어서 썼음

다음 화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