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yandere/79438260?mode=best&p=2

2편 : https://arca.live/b/yandere/79589617?p=3

3편 : https://arca.live/b/yandere/79854319?p=1

4편 : https://arca.live/b/yandere/80185950

5편 : https://arca.live/b/yandere/80841239

6편 : https://arca.live/b/yandere/81930061

7편 : https://arca.live/b/yandere/82575105?p=1

8편 : https://arca.live/b/yandere/82585044?p=1




"오늘따라 뭔 까마귀 새끼들이 이렇게 많아? 재수없게시리!"


헉슬리는 자기 집 창틀에 앉아서 자신을 꼬나보는 까마귀들을 내쫓으려고 훠이 훠이 팔을 내저었다. 까악까악 거리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정신 사나웠으나, 지금 까마귀 따위에게 정신이 팔려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는 헐레벌떡 거실로 내려가서 캐디백을 챙겼다.


턱!! 헉슬리는 고액 지폐 다발로 가득찬 캐디백을 끌고서 지하실로 내려갔다. 어마어마한 금액의 현찰을 채워둔지라 가방의 무게 또한 상당했던 탓에 끌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꽤나 고된 일이었다.


"허억... 허억! 후우우..."


헉슬리는 지하실의 문을 닫고서 미친듯이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지하실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골동품들 위에 묵은 먼지가 쌓여있었으나, 집주인의 손길, 발길이 자주 닿은 유일한 곳이라 먼지에 덮이지 않은 게 있으니 바로 금고였다.


헉슬리는 금고 문을 열기 전에 캐디백을 먼저 열어봤다. 지퍼를 열자마자 수북하게 쌓인 지폐 다발이 헉슬리를 반겼다. 헉슬리는 다시 평정을 잃고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지도 않고 지퍼를 완전히 열어제꼈다. 그리고 안에 쌓인 두툼한 지폐 다발을 하나씩 꺼냈다.

 

"후우... 후우!!"


눈으로만 봐도 황홀하던 돈다발들은 손으로 직접 만져보니 짜릿한 촉감으로 화답해왔다. 헉슬리는 머릿속의 회로가 제때에 냉각되지 못하는 것만 같은 후끈거림을 느꼈다.


15억. 지금 이 돈가방에 있는 돈만 해도 현금으로 15억이다. 여기다가 상업연합회에서 준 권리금 10억까지 삥땅치면 다 해서 25억이다. 그 돈이면 헉슬리 입장에선 충분히 재미를 봤다고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설령 닥터 오웬을 잘 구워삶아서 카르가 레니나 사업을 재개한다 한들 헉슬리 몫으로 떨어지는 배당금은 그다지 짭짤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리처드의 성격과 그간의 행보로 미루어보면, 배당금은 고사하고 쓸모를 다한 뒤에 '처리'당해도 이상할 게 없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건, 나쁜 방향으로 생각하건 통수치고 돈 챙겨서 도망치는 게 가장 이득이었다.


"그래. 백날 남 밑에서 콩고물이나 주워먹어서야 큰돈을 벌 수 없어. 리스크를 짊어지고 대담한 결단을 내려야지.... 응? 이건 뭐야?"


헉슬리는 지폐 다발 사이에 은근슬쩍 끼어있는 이상한 종이 한장을 발견했다. 빼내보니 동양의 주술사들이 사용하는 부적이었다. 붉은 색으로 동양의 옛스러운 글자가 휘갈겨져 있는데, 보통은 선의를 가지고 사용되는 물건이 아닌지라 재질부터 서체까지 꺼림칙하기 그지 없었다.


"뭐지? 왜 이런 게 있... 으윽?!"


부적을 잡은 손의 손가락에 갑자기 따끔한 통증이 엄습한 탓에 헉슬리는 부적을 놓쳤다. 헉슬리의 손을 떠나 허공을 팔랑거리던 부적은 공중에서 저절로 접히더니 작은 거미의 형상을 취했다. 종이 거미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사사삭 하고 빠른 걸음걸이로 선반 밑에 숨어버렸다.


"뭔데 대체...?"


헉슬리는 찜찜한 표정을 지으며 종이 거미가 모습을 감춘 선반을 쳐다봤다. 혹시라도 저런 게 아직 더 있나 의심이 든 헉슬리가 캐디백 안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자 지금껏 돈다발에 시선을 빼앗겨서 눈치채지 못했던 어떤 어색한 붉은 색이 보였다. 캐디백의 안쪽에 붉은 글씨로 무어라 쓰여있던 것이다.


헉슬리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돈다발들을 전부 바닥에 쏟아낸 뒤 캐디백 안쪽을 살폈다가, 순간 기겁한 나머지 캐디백을 집어던질 뻔했다.






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貪者怨之本也怨者走伏冇隱



캐디백 안쪽면은 온통 붉은 동양 글귀로 가득해서 기괴한 비주얼을 과시했다. 헉슬리는 동양 글자를 읽을 줄 몰랐으나, 몰라도 상관 없었다. 아무렴 덕담을 적어놨을 리는 없으니까.


"이게 뭐야...."


선명한 경고에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헉슬리는 돈을 챙기는 걸 그만둘 수 없었다. 이미 그의 탐욕이 너무 먼 곳까지 오게 한지라 어정쩡한 지점에서 돌아설 수는 없었다. 대체 무슨 악취미스러운 장난질인진 모르겠으나, 돈다발 자체는 위조되지 않은 진짜 현금이라는 사실이 헉슬리에겐 더 중요했다.


덜컹! 헉슬리는 기어이 돈다발을 전부 옮겨담은 뒤 금고 문을 닫았다. 지하실 문도 두꺼운 자물쇠를 걸어 잠근 뒤 계단을 올랐다. 거실로 나온 헉슬리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재수없는 까마귀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데다가, 어디선가 찬바람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활짝 열려있는 현관문이었다. 분명 잘 닫아뒀을 터인데. 돈가방에 정신이 팔려 문단속에 신경을 못 썼나. 헉슬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현관문을 닫은 뒤 잘 잠궜다.


끼이이익! 현관문을 닫음과 동시에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헉슬리가 소리 난 쪽을 돌아보니 2층의 침실문이 열려 있었다. 바람이 불건, 천둥이 치건, 뭐가 됐건 저절로 열릴 리가 없는 문이다.


헉슬리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사물장을 열고는 산탄총을 꺼냈다. 철컥! 장전된 총구를 침실 문쪽으로 향하고서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계단을 올랐다. 후욱!! 헉슬리는 침실을 향해 돌격한 뒤 진입하자마자 총구를 이리저리 돌리며 침입자를 찾았다.


침대 밑, 옷장 안, 이불 밑, 가구 사이. 숨을 만한 곳에 전부 총구를 들이밀어 봤으나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긴장한 건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헉슬리가 침실 밖으로 나와서 문을 닫았다.


끼이익! 침실 문을 닫음과 동시에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긴장을 풀려던 헉슬리는 다시 총을 꽉 부여잡고 주변을 살폈다. 이번에는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이 열려있었다.


"!!!"


우당탕!! 지하실 문이 열린 걸 발견한 헉슬리는 발소리를 죽이지도 않고 곧장 내달렸다. 계단으로 내려와 보니 두꺼운 자물쇠가 끊어져 있었고, 지하실 문이 열려있었다. 헉슬리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산탄총을 앞으로 치켜세우고 돌격했다.


벌컥!! 지하실 문을 걷어차며 안으로 뛰쳐들어온 헉슬리가 총구를 앞세웠다. 그는 침입자를 찾는 것보다도 금고의 안위를 확인하는 걸 우선으로 했다. 금고는 열려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 헉슬리가 금고의 잠금을 풀고 열어봤다. 안에는 그가 쌓아둔 돈다발들이 고스란히 있었다. 돈이 무사한 걸 확인한 헉슬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퇴직금 치고는 좀 큰 돈이네요?"


"으악?!!!"


철컥!!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헉슬리가 기겁을 하며 총구를 돌렸다. 앨리세벨 카르바노그가 자신의 미간을 겨누는 총구 앞에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카르바노그 공녀?!! 어째서 남의 집에 멋대로...! 아니 그전에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습니까?!"


"방법이야 많죠. 그리고 당신이 먼저 제 것을 멋대로 가져갔으니, 제가 멋대로 당신 집에 들어온 것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야 맞지 않을까요?"


"흐, 흠!! 가져간 게 아닙니다.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병원에 뒀다간 무슨 일이 꼬일지 모르니 안전한 곳에 보관해두는 거죠. 네, 보관, 보관입니다."


"돈을 말하는 게 아니예요."


"예?"


"돈 따위 아무래도 좋아요. 관심 없으니까요."


"그럼...?"


"아저씨를 어디로 데려갔죠?"


앨리세벨의 목적이 오웬이라는 걸 알게 된 헉슬리는 더 이상 변명을 짜내긴 포기하고, 총구를 들이대 위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철부지 귀족 아가씨라 잘 모르시겠지만, 세상에는 넘어선 안 되는 선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지금 공녀님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으셨고요. 무얼 믿고 이렇게 태평한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지금 제가 방아쇠를 당긴다면, 공녀님의 시체가 발견됐을 무렵엔 전 이미 다른 나라로 도망치고 없을 겁니다."


"그 말. 중간에 두 마디는 그대로 돌려줘야겠어요."


"중간에 두 마디라면...?"


"지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고, 무얼 믿고 이렇게 태평한지 모르겠네요."


엘리세벨의 적안이 번뜩인 순간 헉슬리는 온몸의 신경이 쭈뼛 곤두서는 걸 느꼈다. 홀리기라도 한듯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기자 격발음이 지하실에 울려퍼졌으나 앨리세벨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인기척을 쫓아 헤매던 헉슬리가 붉은 눈동자와 다시 마주쳤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무엇에 당했는지 깨달을 틈도 없이 의식이 멀어져갔다.




----------




"으으으윽...."


정신을 차린 헉슬리는 자신이 결박당한 채 누워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눈을 뜨자 보이는 낯익은 천장은 분명 그의 집 욕실 천장이었다.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욕조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어째서 욕조에 지폐가 가득 채워져 있는지 이해하는 건 시간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헉슬리는 15억 어치의 지폐로 가득한 욕조에 갇힌채 돈다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사치스러운 광경이지만 헉슬리의 취향은 아니었다.


"제길...?! 이게 다 뭐야?!"


"마음에 안 드시나요?"


끼이익! 욕실 문이 열리며 앨리세벨이 들어왔다. 그녀가 들고 온 말통에서 짙은 기름 냄새가 났다. 보일러실에 보관하고 있던 기름통이었다. 기름에 젖은 지폐는 아주 활활 잘 타오를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헉슬리가 아둥바둥 몸을 비틀며 애원했다.


"사, 살려주세요! 알고 있는 건 전부 다 말할 테니까 제발!!"


두 팔이 묶여 있지 않았더라면 지문이 닳도록 싹싹 빌었을 비굴한 목소리였다.


"누가 아저씨를 데려갔어요?"


"북부 지역에서 온 마피아들입니다. 북부 대공이 카르가 레니나 공장을 닫았을 때 남은 약들을 빼돌려 도망쳐서는 약 판 돈으로 세력을 키우고 있어요."


"약을 다시 제조하려고 아저씨를 데려간 거네요?"


"맞습니다..."


"약 만드는 작업장은 어딘데요?"


"한 곳이 아닙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여러 곳을 만들어뒀는데, 몇 군데나 있는지도 모르고, 제가 아는 곳은 딱 한 곳 밖에 없습니다."


"그 북부 마피아들의 본거지는요?"


"진짜 본거지는 모르지만, 주요 사업장은 압니다. 클럽 말린카. 여기가 마피아들 소굴이에요. 표면상으로는 그냥 칵테일바 겸 사교 클럽이지만, 상급 회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VIP룸은 불법 도박장입니다. 거기서 마약 거래도 하고요."


"클럽 말린카."


"공녀님, 오해하실까봐 말씀 드리는데, 전 마피아 놈들이랑 한 식구 아닙니다. 저는 그냥 비즈니스! 비즈니스 관계일 뿐입니다! 시키는대로 하면 돈을 주겠다길래 그저...!!"


촤르르륵!! 앨리세벨은 말통에 담긴 기름을 욕조에 골고루 부었다. 욕조를 가득 채운 지폐들이 기름을 먹었고, 휘발성 강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르며 욕실 안을 채웠다.


"고, 공녀님....? 알고 있는대로 전부 말씀드렸는데 어째서?"


"네? 어째서냐니요? 제가 당신을 살려줘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 그러지 말고 제발...!! 살려주세요... 시키는 건 뭐든지 다할 테니까 제발!!"


찰칵! 휙! 앨리세벨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불붙은 지포 라이터를 떨어뜨렸다. 맹렬한 불길이 욕조를 집어삼키고도 남아서 솟구쳐 올랐다. 그와 함께 헉슬리의 비명도 찢어질듯 울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악!!!!"


15억의 현금 더미와 그걸 탐닉한 인간이 한 순간의 불꽃과 한 줌의 재로 변해갔다. 눈부신 빛과 뜨거운 열기, 그리고 비명 소리가 그 과정을 원초적으로 묘사해나갔다. 앨리세벨은 마더구스를 다시 흥얼거렸다. 그녀의 어여쁜 노랫소리와 비명 소리가 듀엣을 이루었다. 불길은 강렬했으나 그녀의 눈동자 만큼 붉지는 못했다.






貪者怨之本也 怨者走伏無隱 

(탐자원지본야 원자주복무은) : 

탐욕은 원한을 사는 근본이요, 원한을 산 자는 달아나 숨을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