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지 능력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면 헌터가 되고 싶어.”

 

“괴물을 죽이고 사람을 구하는 헌터가 되면, 그때처럼 친구들이 했던 괴물 보는 듯한 눈으로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지 않을 테니까.”

 

불 능력자. 그것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화력의 능력자인 나는 너에게 나름의 꿈을 털어놓았다.

나와 똑같은 엄청난 화력의 능력자. 나와는 상반되는 불이 아닌 냉기를 다루는 덕에 내 능력을 버틸 수 있는 너는 그런 내 이야기를 듣고선 입을 열었다.

 

“……나랑 비슷하네.”

 

“나도 능력을 잘 쓰게 되면 헌터가 될 거야.”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살인자인 엄마의 딸이 아닌, 유명한 헌터, 하나의 사람으로서 나를 봐줄 거니까.”

 

응. 아니. 가 전부라고 할 정도로 평소에 말이 없는 너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할 대화.

도중에 평소의 너라면 새어 나오지 않게 틀어막을 능력의 냉기가 흘러나오는 걸 보아 저게 진실이란 것을, 네가 용기를 내서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을 안 나는 밝게 웃었다. 

 

“그럼, 같이 하자.”

 

“뭐?”

 

“같이 헌터가 되자고. 우리는 서로의 능력에 휘말린다 해도 아무렇지 않으니까. 둘이 팀이 된다면, 그 어떤 헌터보다 유명해질걸?”

 

이 불 능력 때문에 내가 만나는 사람이라곤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과 나를 귀찮다는 듯 바라보는 일부 능력자뿐이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망가지지 않을 수 있던 것은 내 능력에도 아무렇지 않은, 말을 걸면 짧게라도 대답해주는 네가 있어서였다

나는 너와의 이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용기를 내야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는 지금 정도가 아닌,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는 더욱 깊은 관계가 되고 싶었다.

 

“응. 그러네.”

 

그렇기에, 긍정을 표시하는 너의 대답에 나는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기뻤다.

제어하지 못한 내 능력으로 인해 고아원이 불타버린 이후 처음으로 내가 다가가는 걸 밀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

 

 

 

 

 

 

 

[최상급에 맞먹는 상급 헌터 눈사람의 정체는 12년 전 연쇄 살인 사건 가해자의 딸?]

 

[9일째 눈사람 공식적인 헌터 활동 참여 없음. 어떻게 된 일인가.]

 

[쉬는 것은 파트너. 고생하는 것은 자신. 손난로 헌터는 침묵을 유지한다.]

 

“개 시발. 기레기 새끼들. 뇌피셜 싸질러 대는 것 좀 그만하지 진짜.”

 

오늘도 터져 나오는 헌터 눈사람. 본명 유서라에 대한 기사에 눈사람의 파트너 헌터 손난로인 나는 스마트폰을 책상에 던지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지 않은, 어느 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 왼손에서는 작은 불씨가 튀기고 있었다.

 

“하, 진짜.”

 

감정이 격해져서 능력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건 아주 옛날 일이었을 텐데.

서라와 관련된 일이어서 그런지, 순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버린 나는 주먹을 쥐어 왼손의 불씨를 꺼버렸다.

 

“앞으로 혼자 계속 일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서라 일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해서 능력 조절에 문제 생기면 안 되는데.”

 

과거 살인자의 딸이란 칭호가 너무나도 싫었기에 그를 씻어내고자 헌터가 된 서라.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눈사람이란 가명까지 쓰면서 살인자의 딸이란 이름이 붙는 걸 피하려 했던 그녀는 지금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 타격이 너무 커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처음 헌터 일을 시작할 때부터 그녀와 함께했던 나에게 오는 부담이 커지는 건 필연.

그런 암울한 상황인데, 이런 능력의 제어가 흐트러지는 안 좋은 경우가 반가울 리 없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내가 잘해야 앞으로 서라의 이미지에 금이 가지 않는다.”

 

서라의 부재로 인해 여태까지 둘이 해왔던 것보다 부족하다는 게 드러나면, 사회에서 현재까지 쌓아 올린 헌터 눈사람의 이미지가 무너진다.

그렇기에 나 손난로는 그런 눈사람의 부재에도 꿋꿋이 이전과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우. 됐다. 능력 조절도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이제 괜찮겠어.”

 

괜히 일 가기 전에 기사를 봐서 속만 태운 멍청함을 탓하듯 머리를 툭툭 두들긴 나는 늘 쓰는 헬멧을 머리에 썼다.

이제부터 나는 하영우가 아닌, 눈사람의 파트너이자 상급 헌터 손난로로서 괴물의 소굴로 들어가 그들을 태워죽일 것이다.

 

“……아, 맞다. 서라 상태 괜찮나 물어봐야지.”

 

잊어먹을 뻔한, 가족도 친구도 없던 나에게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이 되어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유서라의 안부 확인.

나는 급히 스마트폰을 집어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하영우 : 혹시 지금 자?]

 

[유서라 : 아니, 잠시 침대에 누워있었어.]

 

이후 언제나 보내는, 잠은 잘 잤냐. 괜찮냐. 밥은 다 챙겨 먹었냐. 어디 불편한 데는 없냐. 등등의 질문 연사.

그에 모두 괜찮다고 서라가 대답한 것을 확인한 내가 안심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였다.

 

[유서라 : 지금 잠시 만날 수는 없을까.]

 

전원 버튼에 손이 가기 무섭게 이어지는 문자의 끝을 갱신하는 메시지.

그 무엇보다 친한 친구,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가까워지고 싶어지는 사람인 서라의 부탁. 웬만해서는 거절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지금 내가 당장 해야 하는 일 또한 서라를 위함. 헌터 눈사람의 이미지에 상처가 가지 않도록 꼭 필요한 일.

어쩔 수 없이 나는 거절하고 싶지 않은 부탁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기 위해 화면을 두들긴다.

 

[하영우 : 지금 당장은 좀 힘들 거 같아. 곧 일을 나가야 가지고 말이야. 네가 괜찮다면, 일이 끝난 후에라도 갈게.]

 

[유서라 : 됐어. 너도 피곤할 거 아니야.]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건지, 아주 칼같이 돌아오는 딱딱한 내용의 답장이 돌아온다.

원래도 저런 말투지만, 어쩐지 오늘은 마음이 상한 것처럼 보이는 문자.

이런 문자에도 불구하고 항상 기댈 곳을 제공해주었던 그녀에게 달려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전화 한 번 해보자.”

 

그러나, 내가 서라에게 전화를 넣는 일은 없었다.

하나를 처리하면 하나가 또, 그걸 끝내면 또 새로운 일이 튀어나왔다. 

덕분에 낮에 집을 나간 나는 괴물의 소굴 4개를 불태운 뒤, 달이 빛나는 밤에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

 

 

 

 

 

 

 

정신적으로 힘든 서라가 쉬게 된 탓에 파트너 없이 혼자서 헌터 일을 시작한 지 21일.

이제는 힘든 게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몸이 쑤셔오는 것에 골골대는 내가 헬멧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때였다.

 

“축하드려요. 손난로. 아니, 하영우 헌터님. 이번에 최상급 헌터로 승격하셨어요.”

 

갑자기 개인실로 달려와 미치도록 문을 두들긴 것보다 더더욱 충격적인 소식.

대한민국에서 그 수가 겨우 두 자리가 안 되던, 최상급 헌터의 자리에 내가 올랐다. 

순간, 이게 현실인가. 믿기지 않던 나는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정말입니까?”

 

“저희 일반인이 헌터님들과 같은 초인한테 거짓말을 해서 제 명 줄일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혹시나하고 직원에게 되묻지만 대답은 똑같다.

오늘 오크한테 머리를 세게 맞기까지 했었으니, 그때 뒤져서 환상을 보는 게 아니라면 이건 꿈이 아니겠지.

즉, 나는 진짜로 최상급 헌터, 내가 목표로 삼았던 그곳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영우 헌터님.”

 

다시금 들려오는 축하의 말을 마지막으로 직원은 천천히 방을 나갔다.

그렇게 문이 닫히고, 나 혼자 있는 방에 정적이 맴돌자 다시금 실감한다.

내가 최상급 헌터가 되었다는 것을.

 

“드디어. 드디어 되었어..!”

 

대한민국에서 수가 두 자리도 안 되는, 인간 병기라는 말로도 모자란 괴물들을 아우르는 말 최상급 헌터.

그 이름에서 오는 명예 그리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말하는 입이 아프다.

거지 같은 기레기들이 테러를 하면 역으로 그걸 찍어누를 수 있을 정도.

 

“지금 당장은 무리겠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면 막을 수 있다.”

 

서라가 괴로워할 때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그녀의 이미지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움직이는 게 아닌, 상처를 내려는 놈들 손모가지를 부러뜨린다.

내게 기댈 곳을 제공하고, 처음으로 삶의 활기를 불어 넣어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어. 

 

띠리링!

 

그렇게 이러한 기쁜 소식을 재빨리 서라에게 전하려고 하던 와중 스마트폰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기본음보다 조금 더 귀가 아픈 벨 소리. 

서라에게서의 연락이 왔다는 것에 마침 잘 되었다며, 스마트폰을 켠 나는 문자를 확인하였고, 이내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뭐야 이거.”

 

서라가 나한테 보낸 것은 사진이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게 주량을 넘겨서 술이라도 마신 듯한 그녀의 얼굴.

그 옆에는 웬 처음 보는 남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원래 쓰던 게 정말로 안 써져서 분위기 전환 할 겸 다른 거 씀. 

분량이 장난아니게 짠 건, 그냥 내가 생각한 장면만 쓰느라 그런 듯 이해좀 부탁해. 

다음 편 언제 올라올 지 몰라. 어떻게 결말낼지 까지 다 생각해놨는데, 써질 때마다 써서 올리는 거라 내일 올릴 수도 있고 다음 주에 올릴 수도 있어.

형편 없는 글 재밌게 읽어줘서 고마워.

내용 수정함.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까 전개랑 안 맞게 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