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푸념 좀 해도 괜찮을까?


나도 첨엔 얀데레를 좋아했었어


친구가 무슨 일기였는데... 얀데레 애니 추천해줘서 재밌게 봤거든.


 

그렇게 친구가 추천해준 애니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낭비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길거리에서 몸이 갑자기 턱 하고 멈추더니 의식이 날아갔어.

 

눈을 떠보니 웬 여자가 날 지켜보고 있더라고?


대학에서도 여자들은 많이 봤는데 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봤어.


예뻤냐고? 어, 솔직히 진짜 내 취향이더라


아 잠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새 나왔네


내 말이 기분이 나빴는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내 뒤의 문으로 도망가더라


하긴... 내가 저 여자였어도 나 같은 남자한테 이런 말을 들으면 싫어하겠지...


 


그리고 잠시 후에 살짝 붉은 볼에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나한테 와서는 날 자기가 납치했다 하지 뭐야?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가 뭔 잘못을 했냐고 물어봤어.


중학생 때부터 쭉 지켜보고 있었는데 날 좋아한다고? 그래서 날 납치했다고?


난 분명 처음 보는 애인데 중학생 때부터 날 지켜보고 있었다고? 이때 좀 싸하더라


일단 고백은 받아주긴 했는데... 아니 솔직히 이렇게 예쁜 여자애한테 고백받는데 싫어할 남자가 어딨어? 솔직히 납치만 안 했으면 좀 ㄷ..


아. 또 입 밖으로 꺼냈나? 머리를 마구 잡아 뜯으면서 도망가는데? 이것 좀 풀어주고가!!

 



그렇게 다음날이 됐어, 한시간쯤 후에 와서 결박을 풀어주고 밥도 먹여주더라고


내 일상은 전과 180도 변했지.


휴학해서 할 것도 없이 친구가 추천해준 애니나 보면서 즐겁게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생겼으니까


근데... 화장실 갈 때랑 요리해줄 때 빼곤 내 팔을 안 놓아줘..


...팔 아파

 



한 4일 정도 됐나?


나라도 인내심이 한계치에 달했어.


아무리 예쁜 애랑 같이 있어도 24시간 내내 갇혀있으니까 너무 심심한 거야


그래서 밖에 내보내 달라고 했지


어? 잠깐만! 내가 뭔 심한 말이라도 했어? 갑자기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우는데?


일단 좀 진정시키고 다시 얘기해보자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나한테 물어보더라


그렇게 내가 싫어?


아니, 너처럼 예쁜 애를 싫어할 리가 없지


읏!...그...그럼 왜 나가겠다고 하는..거야?


너무 심심해서 가끔은 활동적인 거라도 해야 될까 싶어서


그..그럼 컴퓨터라도 사줄 테니 나가지 말아줘.. 안될..까?


컴퓨터? 오 좋지 한대 말아줘

 

 

 

 

다음날 바로 컴퓨터가 오더라


게임할때도 붙어있는 건 좀 신경이 쓰이지만 오랜만에 롤같은 거 하니까 재밌더라고


컴퓨터 사양은 어떠냐고? 무슨 3080인지 뭔지 치약 같은 이름의 부품도 달아줬다는데 요즘 인텔인가 하는 곳에서 9세대 10세대로 나오는 건 9000대 10000대까지 가잖아


한 7세대 정도 차이나는 것 같은데 갑자기 컴퓨터 사달라는 건 무리한 부탁이었나 봐, 그래도 롤하는덴 지장 없으니까 난 만족해

 

그렇게 두 달쯤 지났나?


전에는 팔만 하루 종일 잡고 있었던 그녀가 포옹으로, 포옹에서 키스로, 점점 수위가 높아지면서 첨엔 수줍어했던 그녀도 이젠 더욱 적극적으로 되었어.


스킨십 정도가 높아지면서 이젠 게임할 때 정도는 떨어져 있어도 안 우는 거 보니까 괜스레 뿌듯하더라고

 



그렇게 석 달이 지났어.


인터넷에서 뉴스를 봤는데 너무 앉아있기만 하면 몸에 안 좋다더라고


그래서 운동이나 해야겠다 싶어서 이젠 나가도 되냐고 했지


안돼


너무 앉아만 있으니까 몸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잠깐 안될까?


안ㄷ..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


집에서는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잖아. 칼로리 소모도 적고.


내가 칼로리 소모에 좋은 운동을 알고 있는데 알려줄까?


오 뭔ㄷ...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그대로 날 침대로 끌고 가더라고


어. 맞아 너희가 생각하는 거.


잠깐만! 내 말좀 들어봐! 기만하는게 아니라니까?


물론 나도 처음엔 좋았지, 그런데 그것도 매일마다 2-3번씩 해봐 사람이 지친다니까?

 

 


그렇게 여섯 달이 지나고, 내 인감도장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혼인신고서에 도장만 찍으면 밖에 내보내주겠다는 거야


갑작스럽긴 했는데 휴학기간도 한달 정도 남았고. 이젠 도망치기도 늦었잖아? 별수 있나. 오랜만에 밖 공기도 맡아볼 겸 찍고 나왔지.

 



그 후로 몇 년이 지났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후회가 많이 돼.


원래 휴학하고 편하게 쉬면서 자격증도 따고 하려 했거든? 결혼도 그렇게 급하게 해야 했나 싶기도 하고...


결혼을 너무 일찍 해서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갔을 때도 민망했고 공백기 때문에 취직할 때도 정말 힘들었어...


 

취직은 어디서 했냐고? 장인어른께서 자기 회사에서 일해보라고 해서 어찌어찌 다니고 있어


장인어른도 내 아내때문에 고생을 했는지 나랑 잘 맞는 부분이 있더라고



그리고 요즘 들어 든 생각인데 내가 뭘 하든 아내 손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 목줄을 아내가 전부 쥐고 있으니 소심한 반항도 못 하겠고 남자로서 기가 죽는 느낌이야...

 

정말.. 얀데레가 뭐가 좋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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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실화)첫 4줄까진 실화임

 

일반 소설처럼 말고 얀붕이가 친구한테 푸념하는 걸 상상하면서 쓴 건데 생각대로 안써지네ㅋㅋ

원래 계획했던 건 얀붕이가 화자로서 별거 아닌 듯이 툭툭 던지는 전개였는데 문장 하나 쓸때마다 회로켜져서 장문으로 쓰고 있는 내가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