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사고같은거 당해서 머리 다친 상태로 병원에서 깨어났는데, 그 휴유증으로 맛이 가버려서 일종의 '광신도'상태가 되어버린 선생 보고싶다.


머리 위에 헤일로 달린 학생들을 신과 같은 존재들이라고 여기며, 너무도 미천한 인간인 자신이 스스로를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자칭했으니 마땅한 신벌을 받아야 된다며 자해하는 거 보고싶다. 


그렇게 뒤바뀌어버린 선생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해도 안 되어서 학생들이 절망하는게 보고싶다. 자신이 예전에는 심하게 장난쳤던 학생들 만날때마다 '죽여주소서... 죽여주소서... 죄악을 저지른 저에게 심판을 내려주소서..' 하고 땅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을 때마다 애들 가슴은 아주 찢어지겠지..


그러다가 결국에는 이오리가 선생과의 거리감을 버티지 못하고 선생에게 명령하는 게 보고 싶다. 학생과 선생에서 신과 인간이라는 거리로 몇 광년이나 벌어진 이 관계를 도저히 못 버티고 눈물 흘리면서 선생에게 명령하는 거 보고 싶다.


'당신이 숭배하는 자의 명령이야... 핥으라고... 내 허벅지..'


감히 인간 주제에 그런 불경한 행위를 도저히 저지를 수 없다고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죄를 저지른 종으로써 신의 명령에 따라야 하니 겁에 질린 모습으로 혀를 갖다대는 게 보고 싶다. 그러다가 잘했다고 머리라도 쓰다듬으면 신에게 선택받고 용서받았다는 기쁨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황홀감에 빠져버린 선생의 모습을 보고, 뒤틀린 성벽에 눈을 뜨게 되는 이오리가 보고싶다.


블아에 나오는 학생들이 미카엘이나 바알 아누비스같은 신화 속 신들 의인화한거란 얘기 듣고 갑자기 생각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