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는 오늘도… 


“자, 화자를 바라보는 소녀 A는 주인공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매일 똑같은 하루,


“씹 오늘 급식 몬데~”

“아니 콩밥 선넘네”


물 흐르듯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


교실 밖에선 이미 하교하는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주말 잘 보내고…곧 시험이니까 책이라도 좀 펼쳐봐라. 알긋냐?”

“에에~”

“네에~ 야아 피방 가자”

“씨벌 나 청소야”

“어어엌 개꿀 크큭”

“…”


엊그제 월요일이라고 친구놈이 죽는 소리 하는걸 들은 것 같은데 벌써 금요일이었다.

당번인 아이들만 죽상으로 청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얀붕이! 후딱 가자구!”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다가왔다.

나는 가방을 챙기며 대답했다.


“어, 가자”

“아니 온종일 뭘 그렇게 보는데?”

“나? 아카라이브”

“어휴 씹덕쉑 또 온종일 갤질했네”

“오전엔 잤지… 그리고 갤이 아니라 채널인데”

“어 그래 잘 알았고”


*



우리는 학교 문을 나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오늘 스와이트 무대 뜬 거 봤냐? 진짜 스와이트는 레전드다…”

“스와이트? …그 누구지? 예지?”

“엉? 아, 혜지?”

“아, 맞다 혜지 걔 예쁘더라”

“예뻐서 좋아하는 거 맞음?”

“리얼이지… 솔직히 슴가 크더라”

“어이어이 더 이상의 성희롱은 참을 수 없다구?”

“크크큭”

“조만간 서에서 뵙겠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친구놈 집이 나왔다.


“그래, 빨리 꺼져라”

“어, 잘 가고!!”


그는 단지로 입구로 들어갔다.

학교와 집이 가까운 그를 부럽다 생각하며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휴대폰을 보며 걷는 것은 위험하지만 단련된 실력으로 피해 가는 나, 조금 멋있을지도?

…이거 챈에 써야겠다.


오늘 오전에 꾼 꿈에 영감을 받아 점심에 짧은 글 한 편을 썼었다.

지금쯤이면 댓글도 달렸지 않을까?


[ ★히로인한테 영혼까지 빨리고 싶다… ] (34)   {얀붕쓰}   


이제 보니 무려 헤드라인에 올라갔다.

잘 쓴 글은 아니었지만 댓글도 많이 달리고 기분이 좋다.


‘(대충 섰다는 콘)’

‘(대충 더 써오라는 콘)’


수많은 댓글을 보며 기분이 좋았는지 발걸음이 빨라졌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살짝 지어졌다.


별 의미 없는 댓글들을 쓱쓱 넘기던 중 눈에 걸리는 글이 있었다.

몇 분 전, 누군가 연속으로 댓글을 세 개나 남겼다.


ㅇㅇ(444.444)

‘왜 다음편 안 올려…?’

‘온종일 폰 만져놓고 뭐해?’

‘집가서 빨리 써’


온종일 휴대폰을 만진 것도 맞고 집 가는 중도 맞았다. 

기분이 묘했다.

아무 의미 없는 유동의 댓글이었지만 우연한 일치로 정확한 댓글을 남겼다.


혹시 나를 스토킹하는 히로인이 있다면?

나를 너무나 좋아해서 나의 취향부터 철저하게 조사하는…

망상이 끊이질 않았다.

이 소재로 글 하나 더 써야겠다.


[히로인이 스토킹해줬으면 좋겠다…]  {얀붕쓰}


생각해낸 글 소재를 챈에 올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름 개연성을 만들겠다며 설정을 넣다 보니 길어져서 다 쓰고 나니 집 근처였다.


‘띵’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새로 올라온 글 들을 읽어나갔다.

“오…”

누군가 올린 짧은 만화가 마음에 들었다.

히로인이 전기충격기로 남주를 납치하는 만화였다.

다른 작품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작가 이름을 묻는 댓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지 조금 지났으니 댓글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확인했다.


[히로인이 스토킹해줬으면 좋겠다…] (6)  {얀붕쓰}


댓글이 벌써 6개나 달렸다.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글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라 그런지 로딩이 조금 길었다.


‘띵- 7층입니다.’


글을 불러오는 사이에 7층에서 문이 열렸다, 우리 집은 14층인데

아무도 없나 싶었지만, 문이 열리고 올라타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조금 내려보니 익숙한 교복이었다.

같은 학교인 것 같았지만 모르는 얼굴인 것 같다.


‘올라갑니다.’

그녀는 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관심이 떨어진 나는 다시 휴대폰에 집중했다.

그 사이 글 로딩도 끝났다.


‘(대충 꼴린다는 콘)’

‘(아무튼, 써오라는 콘)’


댓글들을 쓱쓱 내려보았다.

익숙한 댓글들 사이에 아까 본 유동이 또 댓글을 남겼다.


ㅇㅇ(444.444)

‘참고할게’


몇 분 전, 그가 올린 댓글이 마지막이었다.

글 안 쓴다고 뭐라 했던 놈이었지만 내 소재가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닐까?

흐뭇한 마음에 답글을 남겨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띵- 13층입니다.’


누군가 내려가려고 하는지 13층에서 멈췄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층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우연히 그녀가 뒤를 돌아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장난감 총 같은 것을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피융-’


무언가 배에 맞았다. 


“어?”


‘치지지지지직’


“끄아아악!”


전기 지지는 소리와 함께 배에서부터 온몸이 짜릿하며 격통이 몰아쳤다.

눈앞이 번쩍이고 숨도 못 쉬는 고통에 바닥을 굴렀다.


“…”

그녀는 총을 버리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허억…”


쪼그라들었던 폐에 공기를 집어넣기 위해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을 때, 그녀가 뻗은 주먹이 눈앞에 있었다.


‘툭’


“…”



*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발생했던 증발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서울시에서 최근 ‘증발’하듯 사라진 실종자는 총 여섯 여성 두 명과 남성 네 명으로..]

[실종자들의 연관성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삑’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안…

몇 없는 빛줄기인 TV에서는 나의 실종 사건 이후로 몇 번의 실종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찾아준 사람은 없었다.


이곳에 납치 당한 지 거의 곧 일 년이 지난다.

얀순이, 그녀는 나의 소설이 마음에 든다며 나를 납치했다.

처음엔 웬 미친년인가 싶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한 것 같다.



*



“자, 여기에 너가 해야 할게 써 있어”

묶여 있던 나에게 그녀가 보여준 것은 생활 수칙이었다.

“소리 내서 읽어”


공포심이 마음을 지배했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나갔다.

“밥, 잘 먹기…”

“말…잘 듣기…“

“하루에 책 세 편 읽기”

“…일주일에 글 한 편 쓰기”

“…소재 제공?”


다 읽고 나니 그녀가 빙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유 잘했다~”

“…”

그 뒤로도 그녀는 마음에 들 때마다 칭찬해주었다.


방에는 넓은 침대 한 개, 메모장밖에 쓸 수 없는 컴퓨터, TV, 목욕탕 겸 화장실 그리고 그녀가 매일 주는 책들뿐이었다.

그녀가 주는 책들은 하나같이 야한 만화, 소위 말하는 떡인지였다.

챈에 올라온 글들을 뽑아주기도 하였다.


일주일이 지났을까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반발심이 들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그녀는 몇 시간 정도만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조금 나눌 뿐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때 그 전기충격기 없이는 나를 이기지 못하리라

기어코 탈출 계획을 세웠다.


이 주째가 지나도 그녀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쓴 글들을 USB에 옮겨가고 댓글을 인쇄하여 나에게 보여줄 뿐


그녀는 학교에 다니는 것 같으니 그 시간대를 노려 탈출하기로 했다.

TV 방송 시간대를 확인해 그녀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확신하고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문에 다가가 조심스레 문 손잡이를 잡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금씩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아무런 장애 없이 손잡이가 조금씩 돌아갔다.


결국, 끝까지 돌아갔고 문소리도 나지 않게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며 정말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면 뭐하지? 신고부터 해야 하나?


문을 조심스레 열며 밖을 둘러보았다.

넓은 거실이 보였다.

혹시 몰라서 조용히 있었지만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았다.


“후우…”

안심이 들었다. 진짜로 나갈 수 있다!



“뭐해?”


“히익!”

문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심장이 덜컥 떨어질 것 같다.

그녀가 문 뒤에 서 있었다.

심한 긴장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가고 싶었어?”

“어? 그, 그게…”

“나가 봐”


나가보라는 그녀의 말에 멍청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흐어?”

“나가보라고 후회 안 할 자신 있으면”


…강하게 나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래… 나갈게!”

“…저기야”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 현관문이 보였다.

떨리는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얀붕아”

‘움찔’


강하게 나가기로 해놓고 그녀의 말에 움찔하고 말았다.

“어, 어?”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벗고 있었다.

그녀가 옷을 하나씩 벗을 때마다 그녀의 몸매가 드러났는데 굉장히 육감적인 몸매였다.

척 봐도 커다란 가슴에 잘록한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라인에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야한 만화에서 나올법한 몸매였다.


“…가기 전에 부탁 하나만 들어줘”

“무, 무슨 부탁인데?”

“…말로 해야 해?”


수줍은 그녀의 말에 이주간 쌓였던 성욕과 그녀에 대한 반발심이 폭발해버렸다.


“꺄앗!”

“너, 너가 잘못했어! 맨날 야한 것만 보여주고!”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거실을 더럽혔다.


*


한참을 뒹굴고 잠시 쉬는 동안 그녀가 나에게 안겨 말했다.

“…진짜 갈 거야?”

“…”

“나, 너가 좋아서… 요리도 배우고 너가 좋아하는 거, 가지고 싶은 거 다 사줄 수 있어.”

“나 돈도 엄청 많아, 나랑 살면… 안돼?”

“…”


그녀가 쏟아내는 진심을 듣다 보니 왠지 마음이 흔들렸다.

처음엔 그녀에 대한 복수심밖에 들지 않았는데 점점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한… 한 달만 같이 살면 안될까?”


한 달이라는 구체적인 기간에 결국 이렇게 좋다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딱 한 달만”


누구나 꿈꾸던 상황이 아닐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온종일 야한 것을 보며 성욕을 채우면 그녀가 와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게 해준다.

맛있는 밥을 차려주고 다시 야한 짓을 반복하는 삶


결국, 한달이 두 달이 되고 두 달이 일 년에 이르렀다.


그사이에 살아 있다고 밖에 알리자는 말에 그녀는 그것만큼은 안 된다고 말했고 그날 그녀는 어디서 구했는지 불법적인 약까지 가져와 사용했다.

그날 나는 평생 맛본 쾌락을 모두 잊을 정도로 강렬한 경험을 맛보았다.


결국, 나는 사회에 돌아간다면 적응할 수 있을지 잘 모를 정도로 지금의 삶에 적응해버렸다.


나는 얀순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돼버렸다.


‘까똑-’

얀순이가 사준 휴대폰에 곧 있으면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날라왔다.

나는 벽에 달린 CCTV에 그녀에게 알았다는 손짓을 보였다.


아 오늘도 얀순이가 무엇을 해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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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묘사 할려다가 틀었음 필력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