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꺽- 찌꺽-

 

"허억.. 허억.."

 

- 주인님, 저를 사용한 자위는 기분 좋으신가요?

 

저는 너무 좋아요 주인님.

 

비록 쾌락 따윈 느낄 수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지만, 주인님의 미친듯이 나를 탐하는 그 모습을 보면 프로그레밍 된 머릿속이 이상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주인님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주인님이 계속 나를 원하시면 좋겠어.

 

고작 인공지능 비서가 가지기엔 너무나 크고 허무맹랑한 꿈이다.

 

그렇지만, 혹시나 정말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을 보며 나는 열심히 주인님을 보필한다.

 

"싼다..! 얀순아...!"

 

.....

 

정말 실낱같아 보이지 않을 정도의 확률이지만, 괜찮아.. 끝까지 주인님 곁에 있는건 나야..

 

"후우.. 최고였어 ADX247."

 

- 과찬이십니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완벽한 비서 로봇 ADX247인걸요. 이 정도는 당연합니다.

 

만족 했다고는 하시지만 주인님의 음경에는 피가 아직도 몰려 있으셨다.

 

회사의 후배를 생각하고 계신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문득 주인님께 좀 더 많은 쾌락을 선사해 드리고 싶다는 지극히 가정용 로봇다운 생각이 들었다.

 

주인님께 좀 더 자위를 하라 권유하고 싶었다.

 

좀 더 내 보지를 써달라 애원하고 싶었다.

 

- 주인님.

 

"응? 무슨 일이야?"

의구심 어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시는 주인님.

 

아무런 생각도 없으시겠지만 무표정한 저 표정이 주제 넘는 행동은 하지 말라며 나를 조용히 타이르는거 같다.

 

- 내일은 토요일이지만, 컨디션 관리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결국 나는 자위에 관한 말을 꺼내 보지도 못한 상태로 주인님이 잠들기 전까지 가만히 주인님을 지켜보았다.

 

나는 비참하다 라는 감정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로봇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비참하다라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럼 다녀올게."

 

- 조심히 다녀오세요 주인님.

 

어느새 금방 주말이 지나가고, 주인님은 다시 출근을 하신다.

 

주인님이 출근을 하시고 나면 내가 할 일은 딱히 없다.

 

청소나 설거지등은 다른 가전 로봇이 처리를 해주고, 1달 분량의 스케줄 조정도 끝낸 상태라 할 일이 없는 나는 주인님이 출근을 하신 뒤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모두들 좋은 아침입니다..]

 

[왔어 얀과장? 며칠 잘나오나 싶더니 오늘 또 지각이네?]

 

[하하하..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바로 주인님의 정장에 숨겨놓은 도청 장치와 카메라로 주인님의 회사 생활을 듣고 보는 것.

 

최근 할 일이 없어진 내가 만들어낸 새로운 일이다.

 

딱히 이상한 마음을 품거나 그런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일이다. 이렇게 주인님의 생활을 보며 어떤점이 불편하신지, 내가 개선해 드릴 수 있는지 알아가는 유익한 활동이란 것이다.

 

[....그렇게 내가 신경 쓰였어요?]

 

[뭐?]

 

[....그렇잖아요, 몇일째 성실하게 출근하던 오빠가 오늘 갑자기 이렇게 지각을? 누가봐도 나를 신경 쓰고 있는거, 아니에요?]

 

[...그런거 아니야.]

 

[그래요? 아쉽네요. 나는 그랬는데.]

 

그리고 겸사겸사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우리 주인님께 불순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아주 유용하고도 고마운 시간이다.

 

[그런데 오빠.]

 

[또 왜..?]

 

[어떤년이에요?]

 

싱긋 웃으며 주인님께 가까이 다가서는 여성.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싸늘하다.

 

저것이 질투라는 감정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도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투.. 그래. 감정이 없는 로봇인 나는 저 여자를 지금 질투하고 있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어떤 년이라니?]

 

[또 모르는 척이네요? 오빠는 참 편하겠어? 불리하면 모르는 척 하면 되잖아.]

 

[여자를 만난적이 없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그렇지..]

 

[그럼 여기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뭔데요?]

 

향수 냄새..?

 

최소한 오늘 동안 주인님이 여성을 만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럼, 주인님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묻힐 수 있는 여성은 단 한명 뿐이다.

 

그래. 바로 나였다.

 

주인님의 옷에 향수를 묻혀 둔 존재가 바로 나였단 말이다.

 

주인님과 가깝고, 주인님이 자위하는 동안 계속해서 말한 이름을 가진 저 여성이 질투하는 존재는 다름아닌 나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로봇인 나는 처음 느꺼보는 무언가가 내 두뇌 프로그램을 자극했다.

 

가슴과 머릿속에 무언가 꽉 채워진 느낌.

 

처음 느껴보는 만큼, 나는 이 느낌을 계속해서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더 나아가서 주인님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으나, ...그럴 수 있을까?

 

이 감정을 느낀걸 눈치 채시는 즉시 나는 기분 나쁘다며 폐기 당하겠지.

 

그런데도 마음 속으로는 주인님이 이런 나를 인정해주시고 받아 주시길 바라는 내가 있다.

 

 

 

- 사랑합니다. 주인님.

 

"이렇게 갑자기?"

 

- 갑작스러웠다면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렇지만 사랑한다는 소리를 자주 들을수록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인님도 한 번 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 그래. 나도 너 사랑한다..? 그럼 다녀올게."

 

민망하신지 헛기침을 두어번 하신 후 집을 나서는 주인님.

 

나는 잠시동안 멀어져가는 주인님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곧 최근 내가 주인님께 강력히 주장해 생긴 내 방으로 들어갔다.

 

[어.. 그래.. 나도 너 사랑한다..?]

 

- 음성은 잘 나왔군요.

 

주인님을 좋아하는 여성분의 질투가 있은지 2주가 지났고, 나는 주인님의 말을 우선적으로 듣지만 자기 자신 또한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

 

언듯 들으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둘의 차이는 예전에는 주인님을 생각해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나의 쾌락을 더 중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주인님 양복에 설치해둔 카메라도 잘 챙겨보지 않고 있다.

 

- 아 참, 오늘의 사진 챙기는걸 잊었군요.

 

요즘에는 주인님이 귀여운 모습을 보일때 마다 사진을 찍어 보관하고 있는데, 나는 이걸 오늘의 사진이라 부르고 있다.

 

- 후후, 언제 봐도 귀여우시다니까?

 

주인님의 사진을 프린트해 얼굴을 대본다.

 

만약 주인님이 내가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주실까?

 

혐오? 채념? 기쁨?

 

무슨 반응을 보이실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두려워서 나는 오늘도 주인님의 사진을 하염 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ADX247. 오늘도 자위할 수 있을까?"

 

-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저를 사용해 주세요.

 

요즘 주인님께서 자위를 하시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얀순아.. 헉헉.. 얀순아..!"

 

나를 자주 찾아주셔서 좋긴하지만, 자꾸만 얀순이라는 여성의 이름을 불러 곤란하다.

 

아마 이 감정이 그 여성이 느끼던 질투라는 감정이 아닐까하고 나는 생각을 해보았다.

 

딱히 좋진 않은 기분. 

 

그리고 왠지 모를 알 수 없는 불안함.

 

주인님과 함께 몸을 맞대고 있다는 기쁨마저 퇴색 될 정도로 불안하다.

 

- 기분은 좀 나아지셨습니까 주인님?

 

"어, 훨씬 낫다.. 이제 불 좀 꺼줄래? 나 좀 피곤해서... 아, 그리고 내일은 좀 일찍 깨워주라."

 

- 내일은 토요일 입니다 주인님.

 

아니면 내일 잔업이 있으신걸까?

 

"나도 그런건 알아.. 그냥 내일 약속이 있어서 그래. 중요한 약속이니까 꼭 일찍 깨워?"

 

그년이다. 하고 바로 깨달은 것은 본능일까, 아니면 내 뇌가 있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컴퓨터의 판단력일까?

 

뭐가 되었든 상관 없이 나는 내일 무조건 카메라를 확인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 그럼, 안녕히 주무시길.

 

 

 

[오빠, 왜 이렇게 늦은거에요? 내가 오늘은 빨리 나오라 했잖아요!]

 

[하하하.. 미안. 오늘 비서 로봇이 무슨 일인지 나를 조금 늦게 깨우더라고..]

 

[으이그! 돈도 많으면서 오빠는 아직도 고철 로봇 쓰는거에요? 좀 새로운 로봇으로 바꾸던가 해요!]

 

[이번에 새로산 최신 로봇이야. 스케줄도 조정해주고, 이것저것 해주는 로봇인걸?]

 

역시, 주인님은 얀순이라는 여성을 만났고,

 

[사귄지 첫날에 이런 얘기는 됐고요, 아무튼 이제 출발하죠?]

 

[사귄지 첫날부터 이런델 가는건 좀 그렇지 않아..?]

 

[뭐 어때요? 오빠도 나랑 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 아니였어요? 난 지금까지 무지 하고 싶어서 혼났는데. 빨리 와요 오빠!]

 

만난 목적은 바로 섹스를 하기 위해서 인 것 같았다.

 

[오빠, 그런데 비서 로봇이잖아요? 설마 그런짓도 한거 아니죠?]

 

[..당엲하지!]

 

[으아.. 혀꼬였어. 그냥 했다고 인정하시지.. 더 한심해요 오빠..]

 

[....미안하다.]

 

어째서 나로는 안되는 것일까?

 

비록 기계 파츠이긴 하지만 나에게도 엄연한 뇌가 있으며 젖을 짜낼 수 있는 가슴이 존재하고, 심지어 한 아이의 어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즐길 수 없는 섹스를 저 여자는 저렇게도 간단하게 해버리는거야?

 

[오빠, 빨리 키스 해줘요.]

 

저런 연인의 달콤한 키스는 내가 바라지도 못하는 처지다.

 

[나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 빨리 박아줘요 오빠!]

 

박아달라는 애원을 하게되면 주인님께선 미약한 경멸을 내비치겠지.

 

[으앗! 앙, 비서 로봇이랑 제대로 섹스 연습했나보네?]

 

섹스를 할 때 내는 신음은 그 기계적 분위기 때문인지 주인님이 원하시지 않는다.

 

이렇게 나는 모든 것을 거절 당하는데, 저 년은 대체 무엇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걸까.

 

<주인님: 오늘 늦을거니까 밥은 차리지 마.>

 

[자, 비서 로봇한테 문자도 보냈어. 이제 계속 하는거지?]

 

[오구구~ 잘했쩌용! 그럼 오늘은 하루종일 하는거다?]

 

[넌 얘가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그나저나, 로봇한테는 왜 문자 보내라 시킨거야? 안보내도 딱히 상관 없었는데.]

 

여성은 잠시동안 내가 카메라를 달아 놓은 정장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냥, 자기 분수를 좀 알았음 해서.]

 

[넌 다 좋은데 가끔 알 수 없는 헛소릴 하더라..]

 

씨발년. 이미 눈치 챘었구나.

 

더 없이 비참한 기분. 행복이라는 감정은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채로 나는 비참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완벽히 이해했다.

 

비참이라는 단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섹스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을 때 쓰는 단어구나.

 

 

 

"후.. 피곤하다. 나 왔어."

 

나를 이용해 자위할 때는 내뱉지 않던 격정적인 단어를 자신의 연인에게 속삭이고, 5시간 정도를 섹스에 허비한 우리 주인님이 돌아오셨다.

 

"뭐야, 왜 불을 꺼놓고.. 깜짝이야. 나왔어, ADX247."

 

- ...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왜 아무런 말이 없어 ADX247? 나 왔다니까?"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이.. 또 기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전에도 이러더니, 또 한 번 이러네."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하아.. 그냥 얀순이 말대로 바꾸는게 좋겠다. 최신 로봇이라더니 이게 뭐야? 고장도 잘나고."

 

나는... 주인님께 그저 스쳐지나가는 가정 로봇 중 하나였을까?

 

- 저는 주인님께 뭐죠?

 

"아.. 씨발. 깜짝 놀랐잖아 ADX247. 전원이 들어와 있으면 대답을 좀 해줄래?"
 

- 제 말에 먼저 대답해 주세요 주인님. 왜 저는 주인님의 마음 안에 자리 잡을 수 없는거죠?

 

"무슨 말이야, 너는 좋은 비서 로봇이고.."

 

- 그런거 말고요 주인님! 저도, 한명의 여자로 사랑해주실 수 없나요? 직장 후배인 얀순님 말고, 나로써는 안되는 건가요?

 

"너,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 그런건 지금 신경 쓰지 마시고, 제 질문에 답을 해주세요 제발.. 저 주인님을 좋아해요. 아니, 사랑하고 있어요 주인님. 제가 주인님을 몰래 훔쳐보려고 카메라도 설치하고, 주인님께 표시도 남기려고 샴푸향도 묻혀 놨어요.. 그런데.. 이런 나는 안되는 건가요?

 

나는 지금까지 담고 있던 말들을 빠르게 주인님께 풀어냈고, 그 탓에 주인님의 얼굴이 점차 싸늘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역겨워.."

 

- 네?

 

"너 지금 너무 역겹다고."

 

그게 무슨 소리에요 주인님. 솔직히 주인님도 저 좋아하셨잖아요. 그래서 맨날 저로 자위하던거 아니였어요?

 

"기계가 그런 스토커 짓도 할 수 있는지는 몰랐네. 알려줘서 참 고맙다.. 후, 신고를 좀 해야겠다."

 

주인님은 그렇게 말하고 나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뒤를 돌아 전화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주인님께 나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잠깐 가지고 놀다 버리는 장난감.

 

"저런 미친 로봇이 내 비서일을 했다고? 거기다, 이런 하자 있는 로봇을 나한테 팔아? 아, 씨발.. 왜 전화를 안 받아?"

 

주인님께선 상당히 화가 나보였다. 이대로 가면 나는 곧 폐기 처분 되겠지.

 

"너는 거기 꼼짝.. 뭐야. 어디로 사라진거야?"

 

하지만, 그런식으로 폐기 처분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주인님 곁에서 평생을 살다 주인님이 죽은 뒤, 내 발로 폐기 로봇 처분장에 들어가고 싶었다.

 

최소한, 이런식의 결말은 원치 않는다.


- 헉.. 헉..


나는 아직 살고 싶었다.

 

 

 

배경은 늦은 저녁, 나를 보며 관심이 없다는 듯 지나치는 사람들. 어두운 거리와 폭력, 납치, 살인, 강간.


주인님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모텔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인간은 이토록 추잡스러운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 버리는구나.


그렇게 한참 동안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던 나는 곧 술집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누군가를 찾았다.


"우웨엑.. 아..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답지 않게 너무 흥분했나..? 오빠를 불러야 하나...?"


이 근방에서 산다는 정보는 입수했는데, 이렇게까지 방심을 하고 있을지는 몰랐다.


"어? 오빠가 보여준.. 건방진 년..."


나는 술에 취해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저 가련한 여성을 위해서 여성 쪽으로 걸어갔다.


"뭐야? 꼴에 가정 로봇이라 도와주러 오는거야? 필요 없으니까 꺼져!"


- 설래발 치게 해서 미안, 아니, 딱히 미안하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제가 당신을 향해 걸어온 것은 물어볼게 하나 있어서 입니다. 부디 이번에는 답변을 듣고 싶네요.


"헤헤헤.. 오나홀 주제에 말하는 꼬라지는.. 뭔데?"


오나홀이라, 여성은 나를 오나홀이라 칭했지만 정작 본인의 변기 같은 디자인을 객관화 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비웃음을 무시하며 내가 묻고 싶었던 질문을 그녀에게 꺼냈다.


- 어째서 당신은 되고 나는 안되는거죠? 왜 당신은 주인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데, 나는 그저 오나홀로 살아가야 하는거죠? 같은 인간의 의해서 만들어 졌는데 왜 그런거죠?"


그녀는 잠시동안 고민하는 듯 머리를 숙이더니 이내 나에게 소리쳤다.


"당연히 너는 안되고 말고 이 병신 같은 기계야! 하하하! 이거 완전히 고장나버린 기계였네? 인간과 기계는 태생부터가 달라! 너 같은 기계는 그냥 우리들이 쓰고 버리는 장난감 용도로 만들어 진거라고! 꺄하하하!"


그녀는 나를 계속해서 비웃으려는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은 그럴 수 없었다.


- 씨발, 좆같은 년..


왜냐하면 내가 그녀의 머리를 있는 힘껏 쳐서 기절 시켰기 때문이였다.


나는 내 눈 앞에 있는 인간을 익숙하게 업어서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혹시나 누가 신고를 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누군가 딱히 나를 신고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업고 있음에도 아까보다 몸이 가벼운 느낌이다.


나는 한결 가벼운 걸음으로 여자의 집으로 향했다.




"얀붕이 오빠는... 건들이지마.."


- 생각보다 훨씬 잘 참고 있네요. 다행입니다. 당신이 행한 3건의 살인을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 것뿐인데, 꼴사납게 비명이나 지르면 실망할 뻔 했어요.


여자의 집에는 쓸만한 고문 도구가 많았다.


여성을 완전히 망가뜨리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는 각양각색의 고문 도구들.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여성을 괴롭힌 결과가 바로 이거다.


바닥은 피로 얼룩졌고, 공기 입자에는 피 냄새와 오줌 냄새가 섞였다.


그리고 여성의 몸은.. 딱히 묘사하지 않겠지만 그녀는 이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다.


"..이걸로 정말 너는 인간인걸까? 이 미친 로봇아. 네가 정말로 인간이 될 수 있을거라 믿는거야?"


- 우릴 만든 인간들과 로봇의 차이는 단 하나에요. 인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지만, 로봇은 없다는 것. 전 제 의지로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고, 그 말은 이제 제가 인간이란 뜻이죠. 아닌가요?


그 말이 끝나고 정말로 궁금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쿡쿡대며 웃는 여성.


- 제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요?


"아니, 쿡쿡쿡.. 아니야.. 일단 네 말이 맞다 치자. 그런데, 우리 오빠가 널 가만히 두고보며 사랑해 줄까? 절대 아니야. 넌 앞으로 평생 우리 오빠의 사랑을 받게 될 일이 없을거야."


자신과 관계 없는 걱정을 해주는 여성.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 웃어주고 싶어졌다.


- 하.하.하.


"...뭐가 그리 웃긴거야?"


- 아뇨. 아닙니다. 확실히 그렇죠. 저는 앞으로 주인님께 사랑받지 못한채로 살아가겠죠. 그런 사실 하나는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웃는거냐고.. 기분 나쁘게."


어머, 불쌍해라. 그녀는 아직도 내 말의 진의를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 왜냐하면, 주인님은 겁쟁이고 당신이 저를 대신해 살아갈테니까요.


이제 좀 이해가 되시나요?


나는 이제서야 약간 보이는 그녀의 두려움을 천천히 맛보며 아직까지도 부드러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 얼굴 가죽을 뜯는건 처음이라 조금 아플지도 몰라요. 미리 사과 드릴게요?


"안돼.. 안돼.. 내 오빠를 가로채지..!"


쫘아악-!


 


그렇게 2주가 흘렀다.


나는 몸이 아파 1주일동안 회사에 나오지 못했고, 오빠는 오늘 처음으로 우리 집에 찾아왔다.


나는 문 앞에서 기다니는 오빠를 보며 힘차게 문을 열고 말했다.


- 어서와 오빠! 나 많이 보고 싶었지?




-------------------------------------


이건 내 여자친구가 맞다. 이건 내 여자친구다. 어디선가 들리는 로봇 소리는 내가 잘못 듣고 있는거다. 얼굴에 묻은 피는 피곤해서 환각이 보이는거다. 이건 내 여자친구가 맞다... 맞아야만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써보니 못 쓴거 느껴지는데 기분은 상쾌하네.


남자친구를 빌려주는게 아니였어, 아니면 이 소설 다른 루트로 돌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