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제가 누군지 모르겠죠? 이제부터는 알게 됐네요, 기뻐."


소녀는 해맑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사실 당신과 늘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이렇게 기회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아요?"


뭐가 그리 기쁜지 몸을 떨었다.


"근데."


떨림이 멈춘 소녀는 갑자기 정색을 하며 바라본다.


"왜 여태 것 저를 바라봐 주지 않았어요?"


초점없는 눈이 파르르 떨린다.


"제가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한번도 한번도 봐주지도 않고, 단 한마디 말해주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였어요?

혹시 딴년이라도 생긴건가요? 도대체 어째서 왜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

어디 아프신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 기다려봐요..."


끊임없이 말을 꺼낸 후 이성을 차렸는지 초점이 돌아왔으며 뒤에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던 식칼을 슬쩍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사실.. 죽여서라도 계속 같이 있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신을 잃은 아픔이 더 클 것 같아서 포기했죠."


식칼을 툭 친뒤 바닥에 떨어트린 후 다시 바라본다.


"근데 왜 한마디도 안해요? 제가 그렇게나 밉냐고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오던 소녀는 이성을 다시 차렸는지 가만히 멈춰 섰다.


"알아요.. 당신에게 닿으면 안된다는 것 정도야, 그치만..그치만... 단 한번만 저와 대화해 주시면 안될까요?.제발..제발......."


소녀의 눈물이 볼을 타고 땅으로 떨어진다.


"이제 잠시 후 다시 떠나시겠죠..."


다리에 힘이 풀린 소녀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양손으로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냈다.


"제발.. 떠나가지..마시고....흑..여기서..계속...저와 있어주면 안될까요?...네?..네?........."


마지막으로 모습을 얼굴에 남기고 싶은지 소녀는 억지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버린 눈.


"알고 있어요, 당신에게 닿을수도,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 없겠죠. 다시보자는 기약없는 부탁은 하지 않을테니.. 기억이라도 해줘요

전 영원히 당신만을 생각하며 살거에요.."


소녀는 마지막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래도... 가끔..생각나면 이 곳을 들러주세요... 전 당신만을 기다리며 이 곳에서 멈춰있을테니.."


뭔가 다짐했는지 산발이 된 머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잡아두고 있었네요... 이제... 작별할 시간이에요. 어서와요 라고 인사한게 방금전 같은데.."


여태까지 봤던 그 어떤 미소보다 밝게 웃는다.


"잘가요 당신... 짧은 시간이였지만..행복했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