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언제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동생의 고운 목소리.

 

보통의 남매였다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곧 간다는 말을 했겠지만

 

우린 보통의 남매는 아니었다.

 

”어..오빠 알바 끝나려면 좀 걸릴 것 같아.“

 

”그래...? 알았어 기다릴게.“

 

기다릴게란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아마 내가 다음날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여동생은 자지 않은 채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 기다리다 못해 찾으러 오겠지.

 

’숨막힌다.‘

 

이런 목줄에 묶인 개같은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집 앞 공원 그네에 앉아 담배를 태운다.

 

아마 지금 피고 있는 게 2갑째일 것이다.

 

담배를 다 피우면 어디로 갈까.

 

모르겠다.

 

그저 연초가 타들어가는 속도가 좀 느리길 바랄 뿐.


나와 여동생은 둘이 산다. 

 

나는 올해 21 여동생은 18

 

여동생은 원래라면 부모님과 같이 있어야 할 나이. 

 

하지만 ’그 일‘이 있고나서 나와 함꼐 살게 됐다.

 

부모님도 말리지는 않으셨다. 

 

아마 부모님조차도 감당하기 힘드셨으리라. 

 

내가 곁에 없을 때의 여동생은 이 세상 누가 와도 감당못할 것이다.

 

나를 제외하면. 











 

여동생은 어려서부터 유독 나를 잘 따랐다. 

 

”나는 나중에 크면 오빠랑 결혼할거야!“

 

”진짜? 나중에 가서 딴말하면 안돼?“

 

”응! 당연하지!“

 

장난일지라도 이런 결혼약속도 할 정도로

 

그저 평범한 사이좋은 남매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진학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여동생은 조금씩 변해갔다. 

 

수시로 연락을 해댔고 주말만 되면 내 자취방에 찾아왔다. 

 

아무리 사이가 좋았더라도 이건 조금 과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여동생이 외로워서 그러는 거겠거니

 

조금만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여동생의 응석을 받아주었다. 

 

멍청하게도. 

 

모든 것이 망가진 계기는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사귄 여자친구였다. 

 

그녀와는 같은 과 동기로 듣는 수업이 많이 겹쳤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대화코드가 잘맞았고 취향도 비슷했다. 

 

우리는 자연스레 친해졌고 결국 사귀게 되었다. 

 

내 생에 첫 여자친구였고 

 

그녀 또한 내가 첫 남자친구였다. 

 

우리는 서로를 운명이라 느꼈고

 

그렇게 생각할만큼 잘맞았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내 자취방에 여자친구를 초대한 그날

 

그 모습을 여동생에게 들키지만 않았어도 

 

쭉 행복했을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잘 숨겼어야 했겠지만. 

 

여동생은 나와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자마자 

 

한동안 현관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초점은 없었고 숨은 거칠었다. 

 

”누구야...?“

 

길고 긴 침묵 끝에 내뱉은 말이었다. 

 

”아 너는 처음 보겠구나 인사해 내 여자친구야“ 

 

”여..자친구?“

 

”응. 아 쟤는 내 여동생이야“ 

 

”안녕? 너가 얀붕이 여동생이구나.“

 

”....“

 

여자친구의 인사에도 여동생은 침묵했다.

 

내가 의아함을 느끼며 뭐라 하려 하던 찰나

 

여동생은 아무말없이 뒤돌아 나갔다. 

 

당황한 나는 곧바로 여동생을 붙잡으러 나갔지만 

 

여동생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전화나 문자도 받지 않았다. 

 

여동생의 행동에 너무나 당황스럽고 의아했지만 

 

그리 대수롭게 여기진 않았다. 

 

아마 오빠가 여자친구랑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일 거라고 대충 넘겨 짚었다. 

 

다시 자취방에 돌아오니 여자친구는 여전히 당황한 채였다. 

 

”여동생은?“

 

”이미 사라졌더라.“

 

”저대로 보내도 되는 거야?“

 

”음.. 좀 당황스럽긴 한데 아마 나랑 너 둘이 있는 거 보고 배려한다고 먼저 돌아간 거 아닐까?“

 

”그런가...“

 

그렇게 나와 여자친구는 여동생의 행동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평소와 같이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여동생이 자살시도를 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소식을 들은 나는 곧장 

 

여동생이 입원했다는 병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여동생과 부모님을 볼 수 있었다.

 

부모님께 사정을 물으니 

 

그날 여동생은 집에 가지 않았고 

 

계속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달리는 차에 그대로 몸을 던졌다고 한다. 

 

다행히 운전자가 찰나의 순간에 속도를 줄인 덕분에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

 

대체 왜 여동생이 그런 짓을 한 건지 짐작가는 것이 있냐고 

 

부모님이 물어왔지만 나는 그저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짐작은 갔다. 

 

내 자취방에서 나와 여자친구가 있는 모습을 본 다음 

 

그런 일이 일어난 거니까 

 

아마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쨰서 자살시도로 이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답은 여동생이 꺠어난 뒤 들을 수 있었다.

 

”뭐...?“

 

”오빠가 날 버렸으니까 이제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

 

의식이 돌아온 여동생이 나와 단둘이 있고 싶다며


부모님을 내보낸 뒤 내뱉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내가 여동생을 버렸다니.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내가 언제 너를 버렸다고 그래?“

 

”나 버리고 다른 여자 만났잖아.“

 

”어...?“

 

정말로 그것 때문에 이런 짓을 한거라고?

 

겨우 내가 여자친구를 사귄 것 하나만으로 

 

삶을 포기한다고?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되물었다. 

 

제발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라며.

 

”정말로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그런 짓을 벌인거야?“

 

“응 그리고 오빠가 그 여자랑 헤어지지 않으면 또 그럴 거야.”

 

농담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동생의 감정은 가족 간의 그것이 아니라고

 

긴 침묵 끝에 내가 말했다.

 

“너..는 나를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거니?”

 

“응...죽을 만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한다고!!

 이 세상이 이 사랑을 부정 하더라도

 나는 오빠를 사랑해

 이 세상 무엇보다도 오빠를 사랑해

 그러니 오빠

 나를 바라봐줘?

 나를 사랑해줘?

 그렇지 않으면 

 난 죽어버릴 거야

 오빠가 날 사랑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 수 없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여동생을 두고 병실을 나왔다.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하지 않았다. 

 

어차피 짊어질 것이라면 나 혼자 감당하는 것이 나았다. 

 

부모님도 얼추 눈치채신 것 같기도 하고 

 

시도때도 없이 오빠한테 연락하고 주말마다 오빠 자취방에 

 

가는 여동생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그 날 이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여자친구로부터 계속 연락이 왔지만 

 

모두 무시했다. 

 

자취방에도 찾아오길래 

 

이사도 했다. 

 

대학은 진작에 휴학했다. 

 

마음이 아팠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참았다.

 

여자친구는 나없이도 잘 살테지만 

 

내 여동생은 내가 없으면 죽어버릴테니까 

 

그리고 여동생은 나와 같이 살게 되었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그 일 이후로 

 

내가 보이지 않으면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사한 집에서 그녀가 내게 물어왔다.

 

"오빠 나 사랑해?"


"응 그럼 사랑하지"


"얼만큼?"


"죽을만큼"


숨이 막힌다.










 

“후..” 

 

벌써 담배를 다 폈다. 

 

이젠 집에 들어갸야 한다. 

 

더 늦으면 큰일 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얀붕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얀붕이네 집안은 국가 유공자 집안이어서 군면제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