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자살로 협박하는 여동생 -上- - 얀데레 채널 (arca.live)




“얀붕이 맞지..?”

 

“...”

 

‘무시해야 되나..하지만’

 

그녀를 무시할 수도 아는 체 할수도 없는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즈음

 

그녀가 덥썩 내 손을 잡아왔다. 

 

“역시 맞구나..! 드디어 드디어 찾았어!”

 

“오랜만이네...”

 

이제와선 도저히 모른체할 수 없었다. 

 

“응! 자취방에도 찾아가봤는데 이사했다고 하고 

 대학에서도 안보이길래 휴학했다고 하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우린 이미 헤어졌잖아 너가 왜 나를...”

 

“아니 난 알아 너가 날 싫어할 리가 없어 

 무슨 이유가 있는거지?”

 

정답이었다. 

 

털어 놓아야 할까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이 애는 날 놓지 못하겠지

 

난 너를 놓을 수 밖에 없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정말로 너한테 질려서 헤어진거야.”

 

“아니 그럴 리 없어 나는 알 수 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큼은 알 수 있어.”

 

“그러니까 그건 너 혼자만의 망..”

 

“여동생 때문이지?”

 

숨이 턱 막혔다. 

 

실로 대단한 추리력이었다. 

 

어떻게 우리의 이별과 여동생을 연결할 수 있었을까.

 

여자친구는 여동생을 그날 딱 한번 본게 전부 일텐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숨기는 건 무의미했다. 

 

결국 모든 걸 털어 놓았다. 

 

어째서 헤어진건지 

 

현재 내 상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여동생의 상태에 관한 것까지 

 

모든 걸 이야기해주었고 그녀는 그저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경청해 주었다.

 

한동안 이어진 침묵. 

 

그 침묵을 깬 건 그녀였다. 

 

“역시 그 아이 때문이었구나....”

 

“응..이제 알겠지? 그러니까 앞으로 서로 없는 셈 치고 살자

 그게 나한테도 너한테도 나을거야.”

 

“....얀붕아”

 

“응.” 

 

“말했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큼은 알 수 있다고

 

그게 너의 진심이 아니잖아. 

실은 누군가 도와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잖아 

내가 도와줄게.

내가 너를 그 구렁텅이에서 구해줄게”

 

세워놓았던 마음의 벽이 점점 무너진다. 

 

어째서 그녀는 나를 이리 잘 아는 걸까.

 

알고 지낸 시간은 우리의 인생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할텐데 

 

역시 우린 운명인건가.

 

‘이젠 못버티겠네’

 

나는 그대로 그녀를 안았다. 

 

“미안해...나도 정말 보고 싶었어.

 정말로 미안해.”

 

그녀는 말없이 날 쓰다듬어 주었다. 

 

그동안 쉬지 못했던 숨을 한번에 몰아쉬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얀붕아 너는 네 여동생이 자살하는게 두려운거지?“

 

”응..“

 

”그럼 이렇게 해보자.“

 

”어떻게?“

 

”그건...“

 













 

 

 그녀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정말 그게 될까?’

 

그녀가 제안한 방법은 나도 생각해 본적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차마 실행할 용기가 나지 않아 묻어두었던 것인데..

 

‘그래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집앞 현관이었다. 

 

크게 숨을 들이 쉰 뒤 문을 열었다. 

 

집 안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자나?’

 

그럴 리가 

 

내가 아는 여동생이라면 

 

지금쯤 달려와서 내게 안기고도 남았을텐데?

 

정말 자는 건가 싶어 방에 들어가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집안 곳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여동생은 없었다. 

 

‘설마’

 

그 순간

 

”오빠 왔어?“

 

내가 들어왔던 문에서 여동생이 들어왔다. 

 

아 

 

”알바 때문에 늦는다길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 보고 있었구나.

 

”재밌었어? 그 여자랑 얘기하는 거?“

 

”.......“

 

이젠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 이왕 들킨 거 지금 하자’

 

”오빠는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근데 나 몰래 그 여자랑 만난거네?

 이번이 처음이야? 아님 헤어졌단 얘기부터 거짓말이었던 건가?

 응? 말해줘 대체 뭐야? 

 

"그냥 우연히 만난 거야.“

 

”우연히 만난 전 연인이랑 보통 포옹도 하나?“

 

”정말 다 보고 있었구나...“

 

”응. 소름돋아? 근데 그거 알아?

 난 지금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기분이야.

 오빠한테 또 다시 버려진 것 같아서 

 미칠지경이야...!

 오빠는 그때처럼 나 죽는 꼴 보고싶어서 그래..?“

 

여동생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 속 남아있던 약간의 주저함조차 모두 사라졌다. 

 

“그래 오늘 죽는 꼴 한번 보자.”

 

“뭐...?”

 

그대로 나는 주방으로 달려가 식칼을 들었다.

 

그리고 내 목에 대고 소리쳤다. 

 

“너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너는 네 목숨을 담보로 사람을 

 네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것 뿐이야!”

 

“아니.. 잠깐 오빠 일단 그 칼부터 내려놓자.” 

 

“기분이 어때? 이게 너가 나한테 한 짓이야.” 

 

이게 그녀와 내가 생각한 방법이었다. 

 

자살로 협박한다면 똑같이 자살로 협박하는 것.

 

그럼 그 과정에서 여동생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짓인지 깨닫고 변화할 것....

 

“풉!”

 

어?

 

“아하하하하! 아 우리 오빠는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어리둥절한 내게 여동생은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내 것도 여동생의 것도 아니었다. 

 

'설마 나랑 헤어지고 혼자 있는 사이에..?'

 

“그 여자 비명 잘 지르더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친 줄은 알았지만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

 

“설마 죽인거야?”

 

“설마~ 그러고 싶었지만 기절만 시켰어.”

 

“...걔 지금 어딨어?”

 

“알고 싶어?”

 

나는 찡그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칼 내려놔.”

 

순순히 따랐다.

 

“그래 처음부터 그러지 그랬어 오빠.”

 

“이제 알려줘...”

 

여동생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음~글쎼 오빠가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알려줄게.”

 

“뭔데..?”

 

“나랑 지금부터 섹스하자.”

 

“뭐라고..?”

 

“섹스하자고! 그리고 그걸 이 핸드폰으로 찍는 거야!”

 

내 동생이지만 정말 미쳤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그리고 이걸 들어줄 수 밖에 없는 나도 미친 거겠지.

 

“하아.. 오빠 처음은 로맨틱하게 하고 싶었는데...

 뭐 이것도 나쁘진 않네~.”

 

옷을 한꺼풀씩 벗고 내게 다가오는 광기어린 그녀

 

그리고 힘없이 그녀의 손아귀에 한겹씩 옷이 벗겨지는 나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행복하다. 

 

대학도 복학한 뒤 무사히 졸업했고

 

적당한 회사에 취업도 성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아름다운 여동생의 존재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오빠!”

 

“응?”

 

“오빠는 행복하지?”

 

“그럼 행복하지.”

 

“얼만큼?”

 

“죽을만큼”

 

‘숨이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