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얀붕이는 영웅육성아카데미 발로인의 학생인 점을 제외하면 특색이 없는 남자였다.

발로인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범재는 뛰어넘었음을 의미하였지만 얀붕이는 거기에 넘쳐나는 괴물들의 틈 바구니속에서 점차 지쳐갔고, 결국엔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얀붕이는 오늘도 자기단련과 공부보다는 자신이 유일하게 만족감을 느끼는 격겜 만블3을 하기위해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와 게임센터에 들리던 참이었다.

항상 이 시간대엔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자신이 항상 앉아있던 자리에 그녀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여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실기 1등, 학력 1등 동학년에서는 견줄 사람이 없어 한학년은 더 높은 선배들과 비교해야만 하는 발로인 최고의 수재.

얀순이가 앉아있었다.

처음에 얀붕이가 느낀 것은 당혹감, 그 뒤를 따라 느껴지는 것은 열등감에 이은 불쾌감이었다.

그렇기에 얀붕이는 말없이 상대편에 앉아 그녀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얀붕이는 침착하게 그녀의 실력을 보기위하여 정공법으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수싸움. 서로가 서로를 파악하기 위한 심리전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그 게임은 얀붕이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다음 부터는 달랐다. 얀순이의 승리.

얀붕이가 다른 캐릭터, 잡 기술, 버그등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사용하여도 얀순이에게서 이길 수는 없었다.

얀붕이는 게임에서 조차, 그녀에게 밀린 것이다. 그러자 얀붕이의 안에선 지금까지 없던 열등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자리를 박차며 돌아가는 얀붕이의 눈엔 얀순이의 표정에 감출 수 없는 열락이 보인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나 차갑게 대하던 그녀였고, 그녀가 감정을 보이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자자했었기 때문에 얀붕이는 그냥 착각이라 생각하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얀붕이가 기숙사에 도착했을 무렵 누군가가 얀붕이를 불렀다.

"선배, 또 어디를 다녀 오시는 건가요?"

차가운, 냉기가 섞인 목소리.

얀붕이는 이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얀정아.."

"제발. 선배. 버러지처럼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무언가를 하시지 않으시겠어요?"

"..."

한 학년 후배인 얀정이가 처음부터 얀붕이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학기 초엔 얀붕이를 누구보다 믿고 따르는 얀정이었지만.

'그 사건'과 더불어 무너저버린 얀붕이를, 얀정이는 점차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할일없이 발로인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에요, 그냥.. 자퇴하시는 게 어때요?"

그 말을 들은 얀붕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말없이 발걸음을 옮겨 기숙사 방으로 들어가는 것 뿐이었다.

뼈까지 사무치는 자괴감, 열등감. 그로 인한 자기비하 속에 빠진 얀붕이는 침대에 누워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가만히 누웠다.

"얀붕아... 무슨 일 있어..?"

얀붕이의 귓가에 들리는 상냥한 목소리에 얀붕이는 반사적으로 대답하였다.

"아니, 아무일도 없어 얀지야."

같은 클래스 친구인 얀지는 발로인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얀붕이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사람이었다.

"얀붕이 표정이 너무 안좋아서.. 미안해..."

의기소침하게 사과하는 얀지를 보며 얀붕이는 더 큰 자괴감에 휩쌓이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 돋힌 말을 뱉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시간에 자기부터 챙기는 게 어때? 얀지야? 너도, 딱히 성적이 좋거나 남들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잖아?"

"...미안"

위에서 잠시 들리던 물기섞인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그치자 얀붕이는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잠에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얀지는 말없이 계속 지켜봤다.


2.

얀순이는 얀붕이가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무언가를 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어린 시절 마녀의 집안에서 태어난 괴물이라 놀림받던 그녀와 함께 있어 준 것은 그밖에 없었으니까.

그녀의 친구는 그가 유일했으니까.

그가 이사를 가게되자 자연스레 그와의 연락은 두절되었지만 그녀의 마음 속엔 그 밖엔 없었다. 오직 그만이 그녀를 채워줬다.

시간이지나 그녀의 겉모습과 그녀가 가진 것 들만을 보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타인에 대한 혐오감과 그에 대한 감정은 점 점 더 그 크기를 키워만 갔다.

그런 얀순이가 발로인에서 그를 만난 것은 운명이었으리라. 처음엔 클래스가 달랐지만 그 다음 해엔 같은 클래스가 되었다.

얀순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건 당연한 것이었니까.

오랜시간이 지나 얀순이의 마음 속에 있던 우정과 애정은 점차 비대해지고 뒤틀려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작년에 있었던 사건과 더불러 주위에 있는 버러지들 때문에 조금씩 영락했다. 그렇지만 괜찮다. 그의 곁엔 언제나 얀순이 자신만이 있을태니까. 언제까지고.

3.

얀정이는 오늘도 그를 따라 나섰다. 입학했었을 때 우연히 만난 그는 누구보다 밝았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밝았다.

얀정이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는 그를 망가트렸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도록. 자신만이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이들도 가질 수 없도록.

그토록 그를 고립시켜두었지만 기어코 냄새를 맡은 파리들이 그에게 꼬였다.

그의 맡은 편에 있는 저년이나, 그와 함깨지내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으득* 그 암캐년 까지..

그렇기에 얀정이는 그를 더 나락으로 떨어트릴 것이다. 바닥의 바닥까지 떨어트려 자신만을 바라보도록.. 자신만이 가질 수 있도록....

그렇게 그녀는 그에게 말을 건다.

"선배, 지금 어디를 다녀오시는 건가요?"

4.

그는 오늘도 매력적이다.. 그토록 혐오했던 집안이었지만, 그덕에 얀붕이와 함께 같은 방에서 지낼 수 있게 됬단 것만 생각하면 이 순간 만큼은 싫지 않았다.

그때 나를 도와주었던 그를, 정작 그가 도움이 필요 했을 때 나는 외면했었다.

그렇게 그는 점차 망가졌고 나는 그런 얀붕이를 바라보며 내 안에 추악한 욕망과 카타르시스가 충족되는 것을 느꼈다.

누구보다 밝았던 그가 어두워지는 것이 좋았다.

누구에게나 착했던 그가 되려 가시돋힌 말을 내뱉으며 타인에게 상처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언재나 듬직했던 그가.. 조금씩 괴로워 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정말로... 매력적이다.

난 하루도 빠짐 없이 그를 내 눈에 담아 둘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매혹적인 모습을 내눈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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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얀데레 소설을 써봅니다. 누워서 1시간 20분 동안 아무 생각없이 끄적였네요ㅠㅠㅠ
설정같은 건 하나도 안짜놔서 더 못써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