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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 중순양함 그라프 슈피

철혈 중순양함 론

철혈 전함 티르피츠

철혈 중순양함 도이칠란트


"지휘관님아, 나 좀 안아줘" 


철혈의 기숙사에 들어가자마자

과격한 환영사와 함께 나와 있던

그녀, 아드미랄 그라프 슈피는 작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두 손을 벌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네, 네"


내 피부가 그리웠는지,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들어주는 부탁에 대해선

딱히 거절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살며시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돌렸다


"...따뜻해"


간지러운 숨이 어깨에 닿았다

기쁜 옆얼굴을 오랫동안 보고 있자니

뭔가 야릇한 생각이 일어날 것 같았기에

최대한 보지 않도록 노력했다


"내 더러운 손으로는 안아줄 수는 없어서 마음이 아파

그렇기에 나를 더 꼭 껴안아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더욱더 매달렸다


"괜찮아, 예쁜 손이잖아"


"당신을 더럽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해도, 나는 안아 줄 수 없어

대신에 나를 더 안아줘"


시키는 대로 그대로 껴안았다

이때 등 뒤에서 들리는 한숨 소리 따윈 무시하기로 했다


슈피는 자신를 매우 신경쓰는 함선이였다


겉으로 보면, 나이에 걸맞게 아기자기한 모습

하지만 그녀의 팔은 피와 화약 냄새에 치들어 더럽다고 하며

그저 뭔가를 부수기 위한 팔이라며, 자신을 비하하곤 했다


그런 자신을 상징하듯

전쟁터에서 그녀의 팔은 그녀가 선두로 서는 이유기도 했다


자신을 병기라고 말하며, 싸우는 것에 의의를 두는 그녀

겉보기만으로는 도저히 그런 무거운 사상을 가지고 잇음을 알 수 없었다

그 작은 몸으로는 도저히 싸울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말이였다


함대에 온 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이지만, 전장 외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역시 어딘가 걱정이긴 했다


언젠가 망가져 버릴 것 같았기에


그렇게 생각해 버리니

그만 그녀의 응석받이를 해주게 되고 말았다


"당신의 따뜻함이 좋다

당신의 팔이 나와 하나가 되고 있어...

지휘관, 더, 더, 더...

더 세게 안아줘

내가 네 팔을 잡아먹었다 생각할 만큼, 확실히 안아줘"


나는 이런 스킨십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성격이였기에

그녀의 요구와 달리, 천천히 힘을 빼기 시작했다

무우, 라는 불만의 숨이 들렸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였다


"여전히 사이가 좋아보이네요"


이번엔 뒤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티르피츠가 부드럽게 말을 걸어왔다


"응,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서 말이야"


"맞아, 지휘관도 자주 왔으면 좋겠어"


"...노력해볼게"


앞 뒤에 낀 시선에서, 쓴 웃음으로 대답했다


내가 외롭게 만들고 있음을

나도 어느정도 자책하고 있었기에 말이다


그런식으로 자괴감을 품고 있는 중

누군가 슈피처럼 나를 옆에서 부드럽게 껴안았다




"후훗, 저도 둘이서 포옹해보고 싶어요~"


그 긴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풍만한 가슴으로 우리를 힘껏 밀어붙였다

그녀는 개발함 론이였다


"로, 론!!"


부드러운 감촉에 잠깐 정신을 빼앗겼지만

역시 이건 아니더라고 생각해, 슈페에서 잠시 손을 떼고

론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팔을 잡았다


"...론, 방해하지 마"


슈페는 포옹을 방해받아서인지

매우 기분 나쁜 듯 중얼거렸다


"어머, 괜찮잖아요

우리 세 사람, 사이 좋게 포옹하자구요"


론은 팔을 굳세게 하며 내 허리를 압박해갔다

내 머리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은

마침내 전체를 감쌀 정도로 밀착해가기 시작했다



"론은 응석받이"


"후훗, 그럼요

같은 응석받이끼리, 사이좋게 포옹하자구요~"


"그래, 알았어"


뭘 알았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협상에 타협한 것일 것이다

슈피는 론을 향한 시선을 나에게 바꾸면서

조금만 더, 라고 중얼거리는 그녀였다


"아니, 이것 좀 놔!!"


부드러운 감촉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아까부터 전력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녀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약할 뿐인건가... 아니면....


아니, 생각은 그만두자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까 내 등 뒤에서 한숨을 내쉰 그녀 일 것이다


"론, 지휘관도 곤란하시다고"


"어, 괜찮잖아요?

티르피츠 언니도 같이 포옹해요~"


"...나는"


티르피츠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내 눈치를 보았다


"그래, 조금만"


"티르피츠!!"


그녀로서는 보기 드물었던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내게 들이대면서, 끼여들듯 껴안는 그녀였다


새하얀 군복을 입은 차가운 용모였지만

분명 거기엔 부드러운 면모가 있었다



"모두 지휘관 잘못이에요

다들 보고 싶어하는데, 자꾸 안와서 섭섭했어요

가족이란 가끔씩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법이야

그렇지 않으면 따뜻함이 사라져 버려"


티르피츠는 간절한 소망을 얘기하듯 중얼거렸다

나는 그녀의 말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나도 지휘관이랑 더 같이 있고 싶어"


"저도 모처럼 부임했는데, 지휘관과 함께 있고 싶은 걸요~"


슈피와 론도 동의하자

티르피츠는 마음 탓인지, 론보다 팔을 강하게 했다


"좀 더 만나주지 않는다면

나... 외로워서 질투에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너희들 뭐하는 거야!"





티르피츠의 중얼거림을 방해한 목소리의 주인은

서로 껴안아 있는 우리들을 보더니 경악했다


"야! 슈피에게 뭐하는 짓이야!!"


내게 손가락을 가르키며 화를 내는 그녀

도이칠란트는 나처럼 끼어있던 슈피를 끌어내 구조했다


"도이칠란트 님도 같이 어때요~"


"싫어요!!"


"하지만 지휘관님도 계시잖아요~"


"내가 왜 이런 하등생물과 껴안아야 하는 건데!!"


화를 잘 내는 그녀답게

론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해 갔다


나는 그 사이에 몰래 빠져 나가는 것에 성공했다



"지휘괸님의 따뜻함을 좀 더 느끼고 싶었는데..."


"...조금 자제해 줘"


티르피츠는 아쉬운 듯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역시나 지쳐버렸다


"슈피, 괜찮아? 다친 곳 없어?"


"언니, 난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언니라고 불리는 도이칠란트는 나를 향한 것과 달리

부드러운 눈빛으로 슈피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그런 과보호적인 언니에게 한숨을 쉬면서도

어딘가 기뻐하는 눈치였다


여동생이 무사하다는 것을 안 도이칠란트는

방금의 상냥함은 어딘가 내던진 채

우리에게 따가운 시선을 들이댔다


"뭐하고 있었어, 이 하등생물!!"


아무래도 나한테만 그러는 것 같았다

뭐, 그래봤자

하등생물이란 단어는 이제 귀에 익을 정도가 됐으니

딱히 뭐라 반박하지 않았다

어짜피 반박해도, 더 심한말만 날아오겠지


"오랜만에 포옹을 하고 있었어"


"슈피가 안아달라고 했다는데

왜 론이나 티르피츠까지 안는 거야!!"


"아니, 내가 껴안고 있었던 게..."


"핑계 따위 듣지 않아!!"


"아, 미안"


추궁과 함께,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도이칠란트

마침내 그 차이가 매우 좁아지자

소중한 여동생을 업신여겨서 화가 났는지

그녀의 분노한 얼굴과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왓다




"도이칠란트, 지휘관을 혼내진 마, 우리 잘못이니까"


"그래요, 지휘관은 나쁘지 않아요오~"


과연 내가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는지

론과 티르피츠는 방구석에 있던 4인 테이블에 걸터 앉으며

나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도이칠란트는 그것이 맘에 들지 않는 듯


"그렇게 응석을 받아주니까, 이 하등생물이 신이 난거야"


그렇게 말하고선

그녀는 슈피의 손을 잡고, 테이블에 앉았다


아쉽게도 테이블 자리가 꽉 찼기 때문에

나는 적당히 근처에서 서있기로 했다

평소에 거의 앉아서 일하던 터라

가만히 서있는 것은 오랜만이였다


"그런데,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비스마르크와의 미팅은 아직 시간이 남았잖아"


"나도 그게 궁금했어

덕분에 이런 것도 해볼 수 있었지만"


"빨리 오실거였으면, 더 빨리 오시지...

슈피는 비번인데도 아침부터 여기서 기다렸어요"


"도이칠란트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상황을 보러 오더라"


"시끄러!!"


이 함선들의 즐거운 담소를, 미소 지으며 보고 있었다

도이칠란트는 정곡을 찔렸는지, 얼굴을 가볍게 붉혔다



"뭐, 계속 일하는 하등생물을 위로하는 것도 일이고

무엇보다 하등생물 주제에 우리를 내버려둔 것에

불평하러 온 것 뿐이야!!"


"미안해"


이러니저러니 하면서도, 내가 오는 것을 기뻐하고 있겠지

나는 드물게 언성을 높이고, 동요하는 도이칠란트를 응시했다


"어쩌다 내가 비번이라서 지휘관 일을 도왔고

그랬더니 시간이 좀 남아서, 가족들을 보러 오라고 했었어"


나 대신 대답해 준 티르피츠가 고마웠다

하지만 계속 내 얼굴을 쳐다보는 건 관뒀으면 좋겠다

부담스러우니까 말이다




"너 같은 하등생물은 자기 편한 줄만 알고

남이 바쁜질 생각하지 못하는 거야!!"


"아, 저는 비스마르크님이 오실 때까진 

계속 있어드릴테니 걱정 말아주세요~"


"............"


아무래도 일이 있는 건

도이칠란트 뿐이였던 것 같았다

그녀는 분한 듯이 내 얼굴을 보면서 오기를 감춰버렸다


그 순간 내 뒤에서 누군가 손을 뻗어왔다


"으악!?"


티르피츠는 내 팔을 붙잡고, 억지로 자기 무릎 위로 끌고갔다

내 다리는 땅바닥에 질질 끌린 채, 그녀의 무릎에 착지했다


"티르피츠!!"


"지휘관, 일을 도와준 대가로, 이 정도는 괜찮잖아?

조금만, 조금만 더 내 차가운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어줘"


티르피츠는 강제로 내 손을 움직여,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가기 시작했다


"...따뜻해"


"어머, 저도 해보고 싶은걸요~"


"지휘관님, 나도 해줬으면 좋겠어"


"하인, 특별히 나를 쓰다듬는 것을 허락하지"


내 의사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사이좋게 모여, 내 머리 위에서 말다툼을 하는 함선들


그래도 사쿠라 때는 모두가 일촉즉발의 상황이였지만

이곳 철혈은 달랐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화목하게 지내는거 같아서 다행이군

나도 모르게 내 뺨이 느슨해졌다









늦었다

너무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던 탓일까

내 눈 앞에는 방금 전의 따뜻한 공기와는 다르게

아주 팽팽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정도의 차가움이 있었다


눈 앞의 그녀가 화가 난 것은 내가 늦어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비번인 여동생에게 일을 시켰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역시 이곳의 지도자로서 늠름한 몸가짐과 함께

나에게 따끔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신경 쓰지마, 다 내가 나쁜 탓이니까"


자신의 무릎을 툭툭 치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그녀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게 정답일지

골똘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