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저기... 저기 한시방향에 무장한 인형 3마리-. " 


"  맨 왼쪽은 내거요. 2마리라 치지. " 


옥상. 제 무릎 옆에 눕혀진 SKS, 건물 벽과 같은 색으로 칠해진것을 들어 어깨와 가슴사이에 견착시킨 후 총구를 가장 왼쪽에 있는 녀석의 아랫배에 겨눈다. 


" 어.. 풍향, 풍향.. 풍향은 다. 당신 기준으로 왼쪽. " 


" 말 못하시네. 그리고 이런건 충ㅂ " 


멀리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축축한것이 내 눈 앞과 얼굴에 튀었다.  사냥꾼이라 소개하며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한 태도로 내 말을 끊어먹으신 분은 저 셋도 아닌, 어딘가에 숨어있는 저격수에게 당한건지 뒤통수의 바람구멍을 보이며 쓰러졌다. 다음은 나. 옆에 있던 사람이 쓰러지는 동시에 저 아래에 있는 셋이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것을 보고 내 머리가 날아갈까 고개를 숙였다. 


인형이. 인형이 사람을 죽일수 있는건.. 아니. 인형 4마리가 아니라, 3마리에 사람인가? 어디 있는지 모를 한놈에 이쪽이 가진것보다 더 좋아보이는 화기, 장비로 무장한 셋. 내가 있는 위치가 발각당하기까지 했으니 사면초가. 이것밖에 없겠어, 쓰러진 놈의 허리춤에 채워진것들 챙겨두고는 도망치다시피 하여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챙긴 연막탄. 입구에 깔까도 생각해보지만 아무래도 인기척이 느껴질때 쓰는게 답일듯 싶었다. 


" 여. 여. 역시, 나. 난 운이 좋지 않아. " 


혼잣말을 더듬으며 저격수가 위치했을 쪽의 사각으로 추정되는쪽으로 달려, 창문 있는쪽을 찾아봤고 찾았다. 이어 특별히 잠궈둔 문을 거칠게 다루어주시는 소리를 듣고 시간이 내 편이 되겠다 싶어 미리 챙겨둔 것들 정리해두며. 창문을 깬다음 뛰어내린다는 탈출 계획을 세웠고. 문 부숴지는 소리, 이어 작게 들려오는, 이쪽 층으로 올라오는 발소리를 듣고 실행에 옮겼다. 


-    - 


"  .. 역시 제가 없으면 안되겠군요.  "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어딜 갔던거야. 와서 대답해줘. 다른 애들이 좋은거야? 대답해. 옆에 있는 저건 누구야? 넌 내건데. 내건데 왜 저런것과 같이 있는거야? 기분나빠. 떨어져. 대화까지 한거야? 우리 지휘관은 사람과 말 하기 싫어하잖아. 떨어져. 당장 떨어져. 그러지 않겠다면 저년을 없애고 영원히 내 인형으로 만들어줄게. 더는 도망치지 못하게. 손과 발을 더는 못쓰게 만들어 버릴거야.


총성. 


지휘관 옆에 있는 저 쓰레기를 치우고 나니 한결 편해졌지만, 지휘관이 저년의 몸을 더듬어, 저년의 물건들을 챙기는걸 봤다. 저 손길은 내건데. 허락받지 않고 불결한 것들을 만지다니. 잘라버릴거야. 두번 다시 다른것들을 만질수 없게. 


-  - 


"  베개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감 안되는데-...  " 


"  아무래도 상관없어진걸까. 내 소유라고, 따로 흔적을 새겨드려야겠는데♪  " 


함께 있는 둘의 혼잣말을 한 귀로 흘려보내며 이곳 저곳을 살펴보는 인형. 정 반대의 위치에 자리잡은 흉터와 양 갈래 머리, 인형이 풍기는 발랄해보이는 분위기로 구별이 가능한 이 인형은 고개를 올려 주위를 살피다 은발의 인형에 총구를 겨누는 여인과 그 옆에서 몇마디를 나누며 자신들을 쳐다보는 이를 보곤 이를 빠득, 갈았다. 


" 지휘관, 가족을 버리는거야..? " 


표정이 굳어 하루가 가도 풀리지 않을듯 싶었는데. 지휘관 옆에 있는것이 어딘가에 있을 416 에게 머리를 뚫려 죽는걸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 미안해 지휘관. 싫어도 우리의 가족으로 만들수밖에 없겠는걸~. " 


발랄한 걸음으로 일행에게 와, 둘. 아니, 이젠 인간 한명이 위치한 건물을 가리키는 인형. 


-  - 


유리창을 의자로 후려치자 쩌저억. 거리는 소리와 함께 휘어져 금이 간걸 보고 속으로 환호했다. 아래층의 그것들도 들은건지 발소리가 방금보다 더 크고 빠르게 들려오는걸 봐 내 위치를 파악한것이겠지. .. 다시한번 의자를 후려쳐,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고는 창가에 오른다. 뛰어내리려니 겁이 더럽게 났지만 저것들에게 잡힌뒤를 생각하니 뛰어내리기 좋은때라 생각하고는 아래에 놓인 쓰레기봉투 더미들에 몸을 던졌다. 안에 든 내용물이 캔, 병, 붕괴액 따위만 아니길. 


와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