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동안 같이 있어주고 보살펴준 지휘관이 사라졌다. 카페, 숙소, 지휘실등 기지 온곳을 찾아봤지만 지휘실 책상 위에 널브러진 외투와 바닥에 떨어져있는 메모지가 찾을수 있던 전부였다. 


' 누군가 이걸 읽을때에 난 여기에 없겠지.


사라진 이유는 자세히 말해줄순 없지만, 절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진 마.


여태껏 내가 괜찮다고, 별거 아니라 생각해온 상처들이 곪고 곪아 터져 이렇게까지 만들줄은 몰랐거든.


생각하기도 싫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버티려고 해도 더 깊어지니 이대로 간다면 너희들에게 상처를 입힐까, 너희들을 해칠지도 모를 일이지.


.. 그래도 너희들을 만날수 있어 행복했어, 지난 시간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 잠깐이라도 쉬고싶으니깐


돌아올날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찾아올게. 


그리고 45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줘. 45가 상처받은건 전부 내 잘못이니까.


더 할말..은 없다, 다들 잘지내. '


뜬금없이 벌어진 상황이라 되려 웃음만 나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웃어주고, 되려 우릴 걱정해주던 이가 갑작스레 힘들다고 떠나버리는게. 나간다는 예고도 없이 편지 한장만 달랑 놓고 사라진건 이해할수 없는짓이었다.


인권단체나 철혈의 스파이였다거나, 잡혀갔다거나. 완전히 감염되었냐는등 지휘관에 대한 온갖 소문이 돌았지.


모두 혼란스러워 했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애들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았어, 나처럼.


그 후, 나간지 열흘이나 지날때 누군가 우리에게 영상을 보내더라. 인권단체로 보이는것들에게 짓밟히는 한 사람, 얼굴을 차여 모자가 들춰졌는데 누군줄 알아?


지휘관이었어. 얼굴은 멍투성이, 입고있는 옷은 걸레짝이 되어 찢겨나간게 보였어. 날 거절하고 말 없이 사라져 두번 배신한 사람인데 용서할수 없었는데 움직여지더라. 


그런데 왜 날 피하고, 도망치고, 기만하는거야? 다시 버리게? 지휘관. 칼로 나 찌르게? 나 완전히 버리는거네?


그래. 이젠 못참아, 죽여버릴거야. 지휘관은 내가 싫어졌던-


- -


45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뚜렷히 보인다. 기회일지 모르겠다. 다시 그녀의 뒤통수 감싼다음 눈을 맞추었다.


" 떠나지 않을게. 미안해. "


고개를 살풋 기울이고 그녀를 끌어들였다.


쪽. 


그대로 입술이 맞닿았고 우리는 한동안 이러고 있었다.


먼저 입 떼더니 얼굴 붉히며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리는 그녀. 이런 면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귀엽네.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 45를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오랜만에 웃어보네. 근데 왜이리 입안에서 뭔가 찔리는걸까.


.. 하도 맞다보니 이빨 부러진건가. 운도 지지리가 없지. 눌리고, 따갑고, 어지러운 기분이 드는데. 아, 이제야 느끼는건가. 당장 뻗어도 이상하진 않겠어.


" 45. "


" .. 왜 부르는데. "


" 신세 좀 질게. "


이마에서 무언가 터지는 느낌. 따뜻한 무언가가 이마에서 흐른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머리통이 어지럽다.


" 지휘관? 정신- "


나에게 달려오는 그녀. 정신을 잃기전 내 곁에 있어준 그녀를 보며 웃었다.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