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방안에서 경찰에게 발견되고 싶다


발견될 당시 온몸이 멍과 상처들로 가득하고

손가락들을 절단했다 억지로 봉합한 흔적들과

인두로 지진듯한 흔적들도 발견되는거임


우선 나를 병원으로 이송시키고 적절한 치료를

마친뒤 내가 누구한테 이런 심한꼴을 당한건지

물어보려 했지만


발작을 일으키면서 구석에 몸을 둥글게 말아

연거푸 용서해달라고 비명을 질러대는거임


일시적인 트라우마 증상 일지도 모른다며

여자친구를 불러봤지만 이번에는 게거품을 

물면서 목이 갈라질 정도로 더욱 괴롭게

비명을 질러대는거임


결국 질려버린 여친은 그대로 발을 돌려버리고


나는 그 후로 몇날 며칠을 식음전폐를 해버려 

최소한의 영양분만 혈관으로 주입하며 버티는거임


증상이 가라앉을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려

했지만 증상은 도저히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심한 발작을

일으키면서 주변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어


결국 가족들조차 나를 포기해 버리고 죽지만

않게끔 병원에 나를 가둔 다음 정신병원에 

이송하기로 결정을 했어



두 귀와 눈을 굳게 막아버리고 어두운 구멍으로

파고든지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밤 내가 있는 병실로 들려오는 발자국의

희미한 울림


우아하고 기품있는 발걸음의 울림은 귀를 꽉

막고있던 내 손을 치우게 만들었어


그리곤 들려오는 나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


그 가냘픈 목소리에서 들려오는 슬픔과 기쁨은

굳어버린 내 몸을 풀어주고 시선을 향하게

만들었어


내 눈앞에는 내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얀데레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몸을 숙이고 있었어


마치 며칠동안 긴 여행을 나간 주인을 반기는

애완견처럼 얀데레에게 달라붙어 응석을 부리려

했지만 '짝 짝' 박수를 치는 얀데레를 바라보며

그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얀데레를 올려다보며

끙끙거리고 있었어


그 모습에 만족한듯 더욱 크게 미소를 짓는 얀데레는

내게 목줄을 채워주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


그제서야 나는 얀데레에게 힘차게 달라붙어

얼굴을 파묻고 깊게 숨을 들이쉬어 천천히 그리고

끈질기게 한참동안 얀데레의 옷과 살냄새를 맡아대다가 

얀데레가 데리고가는 곳으로 순순히 따라가기 시작했어


이젠 이런 무서운곳을 벗어나 아늑한 얀데레의

집으로 돌아가 목욕을 마치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한 식사를 마치고 침대 위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응석을 마음껏 부릴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