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으면 좋겠다 상상만 하던거 적는것도 일이네요 좋은지 나쁜지 구별도 안가고 쓰고 싶다는 마음만 커져서 함 써봤습니다. 모쪼록 재밌게 보시길.)



내가 9살 때쯤 여름방학의 일.

가족끼리의 여행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며 나는 뒷좌석에 앉아 영상처럼 변하는 풍경을 보고 있었다.

뒷좌석에서 이리저리 놀고 싶었지만, 안전에 관해서는 철저하셨던 부모님의 지책인지라 놀고 싶어도 안전띠를 고속도로든 일반도로든 항상 해야 했다.

한참 풍경을 보며 지루해져 가서 눈을 감고선 기분 좋게 졸던 나에게

쾅-

하며 거칠게 일어나라고 굉음을 토해냈다.

머리엔 끈적하게 흘러 머리카락이 붙어버린 이마

난생처음 큰 충격에 삐걱거리는 몸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확인한 광경은

앞좌석이 찌그러져 연기가 나고 있었다.

그리고 본 사고 차량은

긴 리무진 뒤를 호위하듯이 감싸며 지나가던 검은색 차량

어른들의 말로는 차량 앞에 고라니가 지나가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나게 된 사고였다고 한다.

찌그러진 앞좌석을 뒤로하고 주저앉아 토를 했었다.

연기 냄새와 여름의 열기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걱정이 너무나도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응급차가 오든 경찰차가 오든 그저 멍하니 앉아있었다.

생각은 나지 않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겪기엔 너무나도 가혹했다.
그러던 와중에 그 고급 리무진에서 한 아저씨와 여자아이 한 명이 내렸다.

내 또래쯤 되어 보이던 그 여자아이는 말없이 나를 보았고 아빠로 보이는 그 아저씨는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과 이러한 사고는 고용주인 자신의 잘못이라며 울먹이며 말하였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 아저씨의 진정성 어린 사과는 나에게 이것이 꿈이 아니라고 되새겨주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그 여자아이는 계속해서 날 쳐다볼 뿐이었다.

웃는 표정도 찡그린 표정도 걱정되는 표정도 아닌
그저 무표정일 뿐이었다.

그 뒤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고

장례도 치르게 되었다.
엄마도 아빠도 친척이 없었다.

그저 직장동료나 친구들이 들렀을 뿐이었다.

첫날은 죽을 듯이 힘들었다.

낯선 사람들이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안쓰럽게 보는 것 보다.

혼자라는 것과 더는 집에 돌아가더라도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다음 날은 그 아저씨와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여자아이가 왔다.

나에게 다가와 자상한 얼굴을 한 아저씨가 말했다.

"얘야, 이렇게 늦게 방문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그 주변에 어르신이나 친척분은 어디 계시니?"

나는 억지로 웃으며

"아빠하고 엄마는 둘 뿐이랬어요. 친척이나 가족이 없어서 우리 셋뿐이라고."

대답하는 동안 그 여자아이는 아저씨의 뒤에 숨어서 날 보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무표정이라 할 얼굴이었겠지만

나에겐 조금은 웃고 있는 거 처럼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아저씨가 말했다.

"어디 갈 곳이 없다면 아저씨네에서 살지 않겠니? 아저씨 딸이 친구가 없어서 같이 놀면서 지내줬으면 좋겠단다!"

아저씨가 머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저.. 고.. 고민해 봐도.. 될까요..?"

라고 대답했다.

만약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보육원이란 곳에 가야 한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나 어른과 지내야 한다고 들었어서 겁이나 있었다.

아무나 나에게 같이 살지 않을래? 라고 물어보는 것을 원하고 있기도 했다.

혼자란 건 너무 무서웠다.

이런저런 걱정이 밀려오는걸 간신히 무시하고 내일은 대답하겠노라 생각하며 혼자 집에서 잠이 들었다.

따가운 햇살과 창문에 붙어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꽤나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배가 고팠지만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엄마가 만들어놨던 반찬이 사라지는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또 멍하니 앉아있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지? 란 의문이 들면서도 문을 열었다.

그곳엔 그 여자아이 혼자서 서있을 뿐이었다.

여름의 태양이 빛나서였을진 몰라도 그 여자아이가 너무나도 빛나보였다.

고급져 보이는 남색과 휜색이 어우러진 원피스에 우윳빛이라고 차각할 피부색 그리고 인형같이 아름다웠지만 창백한 얼굴.

그 여자아이를 이렇게 가까이 본것은 처음이라 넋을 놓고 보고있었다.

그런 나에게 그 여자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료군은 나랑 살기 싫었던거야?"

조금은 시무룩한 얼굴로 말하는 그 아이를 보며 대답했다.

"아.. 아니.. 그냥 큰일이 많았었니까.. 그리고 엄마랑 아빠 사진이 여기있기도 하고.. 안그래도 오늘 말하려 했어!"

내가 이름을 말해준적이 있던가? 란 의문이 들기도 전에 뭔가 금방이라도 울듯한 눈으로 나를 보아서 당황하며 말했다.

"오늘 아빠가 대답을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가도 될까?"

울것같던 눈망울과 시무룩했던 얼굴이 솜사탕 녹듯이 사라지고 금세 초롱초롱한 눈과 웃는 얼굴로 내게 물어보았다.

"어.. 응! 들어와!"

그렇게 집에 들이고나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주고받고 평범한 아이들 처럼 만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거나 집에서 있던일 친구와 있던 일로 이아기를 나누었다.

잠시나마 처음으로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놓았었다.

둘이서 이런 저런 놀이를 하고 더위에 지쳐 누워서 져가는 해로 붉어진 거실 천장을 보며 정적이 흘렀다.

잠시나마 꿈에서 있던 나를 현실로 불러내듯 그 여자아이 요우카가 질문했다.

"료군.. 그래서 우리 집에서 같이 살거야?"

나는 그제서야 대답했다.

"응... 나 요우카네에서 살게.. "

씀쓸한 미소를 지으며 창문밖의 노을이 져가는걸 보며 말했다.

그말을 듣고나선 요우카는 어딘가에 연락을 했고 밖으로 나가자고했다.

아무리 같이 살겠다곤 했지만 지금 바로? 란 의문이 들었지만 노을빛을 받은 얼굴이 인형이 아니라 사람처럼 활짝 웃고있어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그대로 그때 보았던 고급 리무진을 타고 큰 주택이 많은곳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모두 좋은 옷은 입고 있었고 리무진 속에서 계속해서 바뀌는 풍경을 보며 주택중에서도 하눈에 봐도 가장크고 넓은 집에 도착했다.

그렇게 나는 그 집에서 살게되었다.

며칠 생활하며 알게된것은 아저씨는 집에 잘 들어오지 못했다. 일이 많았던것 같다.

그리고 요우카는 엄마를 본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을 낳고선 돌아가셨다고 했다.

어쩌면 나에게 같이 살자고 한것은 외로웠던 요우카를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집에는 모르는 형이나 누나들이 많았다.

분명 나이가 많은데 존댓말을 했고 항상 웃어줬다.

형 누나들이 말하길, 요우카는 내가 오기전엔 말도 표정도 짓지 않고 책이나 공부만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친구가 없었고 선생님들에겐 항상 너무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나는 그저 친구가 생긴게 처음이여서 그렇겠지 하고 생각하며 생활하게 되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면 요우카와 같은 학교를 가게 된다.

다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는것도 두근거렸고 요우카와 함께란것이 매우 설레였다.

눈을 감을때마다 생각났던 걱정들이 차츰 사라져갔고 편안히 잠들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