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실험체 (7)

 

 

 

 

그는 노을을 좋아했다.

 

흔히 착각하는 사실인데, 같은 곳에서 똑같은 노을을 보더라도 그 풍경은 매번

 

조금씩 달랐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체 어디 간 거냐.”


릴리트가 사라지고 이틀이 지났다.

 

헤인킬은 하루 종일 그녀를 찾아 돌아다녔다.

 

평생 마을을 벗어난 적 없으니 배를 타고 떠났을 리도 없고, 어딘가에 숨어있는 게

 

분명한데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날아갔기 때문에 발자국을 쫓기도 힘들었다.

 

“……그냥 놓아줄까.”

 

사실, 필요한 건 한참 전에 전부 얻었다.

 

적응 인자를 배양할 수 있을 만큼의 표본도 있었다.

 

놓아준다고 해서 아쉬울 건 없다. 적응 인자를 얻은 뒤로는 연구도 꽤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앞으로 몇 년, 더 빠르면 1년 안에 연구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릴리트가 없어도 헤인킬은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염병할……왜 내가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건데.”


그가 투덜거리며 거리를 거닐었다. 

 

마음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오로지 목표만을 바라본다.

 

스승과 학우들에게 추방당했을 때도 그는 일말의 슬픔조차 느끼지 않았다.

 

몇 번이나 마법사 사냥꾼들에게 추적당해 공격당하고, 그들을 살해했을 때도 

 

헤인킬을 웃으며 넘겼다. 정말로 웃진 않아도 어쨌든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릴리트가 사라지니, 도무지 잠이 오지 않고 뭔지 모를 신경질이 났다.

 

“그럴 리가. 내가 그런 녀석을……아니, 착각이다. 착각이 분명해.”


“영원한 꿈을 꾸는 자여, 무얼 그리 중얼거리시나?”


누구? 헤인킬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처음 보는 노인이 서 있었다.

 

지저분한 행색에 붕대를 얼굴에 칭칭 감고, 한 손엔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뭐야, 미치광이인가…….”


“우리 모두 미쳤지. 이 세상에 미치지 않은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네.”


노인이 기분 나쁘게 웃으며 손 안의 주사위 두 개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눈알이었다. 어떤 생물의 눈알을 박제로 만들어, 거기에 숫자를 새긴 것이다.

 

“난 바쁘다. 자, 여기 동전을 줄 테니 저리 꺼져.”


“그대는 영원한 꿈을 찾고 있군. 그대가 이루지 못할 꿈은 언제 완성되는가?”


대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노인이 눈알을 굴렸다. 숫자는 합쳐서 12였다.

 

“오호, 오호, 오호! 12라, 그래. 12가 지난 뒤에 그대의 꿈이 완성되겠군.”


헤인킬은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이 노인이 평범한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미신 따윈 믿지 않는다.”


“그러나 주사위의 신은 살아있다네. 모든 신이 이미 죽었거늘, 주사위는 멈추지 않아.”

 

노인이 기분 나쁘게 웃으며 주사위를 주웠다.

 

“주사위는 말하지. 주사위는 보여주지. 주사위는 결정하지.”


“정 그렇다면 내가 찾고 있는 여자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돈은 주지.”


“오호, 돈이라. 주사위의 신은 돈을 좋아하지! 돈은 사람을 웃고, 울게 만드니.”


헤인킬이 동전을 주자 노인이 얼른 그걸 낚아챘다.

 

앞이 보이지 않을 텐데. 대체 어떻게 앞을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가 죽고 밤이 온다, 영원한 꿈은 멈추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또한 꿈에 불과하지.”


“……얼른 대답이나 하시지.”


“그래! 오호라, 오호. 주사위의 신께서 대답을 주실 테니.”


노인이 또 주사위를 굴렸다. 숫자는 합쳐서 7이었다.

 

“이건 무슨 뜻이지?”


“해석하기 나름이지. 찾는데 7분이 걸릴지도 모르고, 어쩌면 7년 뒤에 찾을 수도

 

있단 뜻일지도 몰라. 오오! 그래, 일곱 걸음 뒤에 있단 뜻일지도 모르겠어!”

 

이딴 걸 믿은 내 잘못이지. 헤인킬이 뒤로 돌아서자 노인이 말했다.

 

“오호, 이보게. 내 말을 잘 듣게. 언제 어디서 찾는지는 중요치 않네.

 

중요한 건 무엇을 찾느냐, 그뿐이지. 자네가 찾는 것은 한낱 도구인가? 아니면

 

핍박받던 소녀인가? 그도 아니면 영원한 여제인가?”

 

“이봐, 이제 저리-”


노인이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등 뒤에 있던 노인이 온데간데없었다.

 

“내가 귀신한테 홀린 건가……? 아니, 그딴 게 있을 리 없지.”


찜찜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었다. 헤인킬을 가던 길을 마저 갔다.

 

그러던 도중, 문득 어느 버려진 집이 눈에 띄었다. 집보단 창고에 가까웠다.

 

건물의 현관 위엔 ‘일곱 난쟁이 창고’라고 적혀 있었다.

 

“……일곱……?”


그 노인이 7을 언급했던 게 떠올랐다. 설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헤인킬은 문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러나 문은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

 

“이걸 써봐야겠군.”


투시 인자. 헤인킬이 주사기를 꺼내 팔에 인자를 주입했다.

 

잠시 후 주변이 반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 안에는 낯익은 실루엣이 있었다.

 

“릴리트, 거기 있었나.”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날 이틀이나 고생시키다니 네가 혼이 덜 났구나. 하지만 일단 돌아가서 얘기하지.”


“…….”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헤인킬은 한숨을 내쉬었다.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건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일 때문이라면 난 신경 안 쓴다.”


“…….”


“일단 나와. 얼굴 보면서 얘기하자고.”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릴리트는 마음을 닫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를 실망시켰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왜 지금 그 옛날 일이 떠오르는지는 알 수 없었다.

 

“너는 옛날이야기를 좋아했지. 그래, 오늘은 어떤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마.”


헤인킬이 근처에 버려져 있던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옛날 옛적 어느 왕국에, 버려진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 소년은 가족도 친구도 없이

 

떠돌며 도둑질로 연명을 했습니다.”

 

지독한 시절이었다. 비유 그대로 거지같이 살던 때였다.

 

매일 쓰레기통을 뒤지고 버려진 음식 찌꺼기를 주워 먹으며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었다.

 

“어느 날, 소년은 늙은 마법사의 집에서 도둑질을 하다 잡혔습니다. 그렇지만 

 

기지를 발휘해 마법사한테 한 방 먹여줬고, 그는 당돌한 소년을 마음에 들어 해

 

자신의 제자로 받아줬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공방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공방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늙은 마법사는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제자들을 키웠는데, 범죄자의 자식이든 거지든 머리만 좋다면 상관없이

 

받아주었다. 그런 만큼 조금이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제자를 버렸다.

 

“소년은 머리가 좋았습니다. 자기보다 훨씬 빨리 제자가 된 아이들보다도 

 

빠르게 지식을 익혔습니다. 선배들은 소년을 싫어해 매일 지독하게 괴롭히고

 

험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악착같이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도와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고, 그저 버티고 또 버텼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애썼다.

 

“소년은 마법과 함께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남을 함부로 믿지 않을 것, 그

 

누구도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는다는 것, 세상은 빌어먹게 잔인하다는 것도.

 

그렇게 살던 소년은, 어느 소녀를 만났습니다.”

 

자기처럼 제자로 들어온 소녀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그 누구도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나타난, 지옥에 나타난 천사 같았다.

 

“모두가 소녀를 싫어했습니다. 늘 그렇듯 그들은 소녀를 괴롭혔지만, 그 아이는

 

화내지 않고 웃으며 넘겼습니다. 소년은 그런 소녀를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부러웠습니다. 그토록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소녀가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 누구도 좋아해주지 않는 소년은,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다.

 

“그들은 곧 친구가 됐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던 소년도 소녀를 믿게 됐습니다.

 

그리 힘들던 괴롭힘도, 차디찬 밤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꿈을 꿨습니다.

 

언젠가, 소녀를 데리고 그곳을 빠져나가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단 꿈을.”

 

하지만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 그 결말은 행복하지 못했다.

 

“소녀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은, 자기 손으로 불멸의 힘을 완성시키는 것.

 

그걸 알게 된 늙은 마법사는 소녀를 파문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손으로

 

소녀를 죽였습니다. 소년은 그 모든 걸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태어났을 때조차 울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울었던 날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떠나고 단 둘이 남았을 때, 소년은 소리죽여 울었다.

 

“소년은 맹세했습니다. 다신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겠다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신 이런 슬픔을 겪지 않겠다고…….”

 

소중한 사람이 없으면 슬픈 일도 없다.

 

소년은 그렇게 믿으며 살았다. 


“그리고 자기가 사랑했던 소녀의 꿈을, 불멸의 꿈을 완성시켜주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비록 소녀는 죽었지만- 그 꿈만큼은 죽지 않도록. 소년은 금기를 어긴 다른 제자와

 

함께 공방에서 달아났습니다. 그 뒤로 쫓기고, 또 쫓기며 살았지만 필사적으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지켜주지 못했고, 이루지 못했던 꿈을 위하여.”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어찌 지낼까?

 

친구라고 부르기엔 너무 낯설었다. 믿지 않았다고 말하기엔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방향은 다르지만 그들의 꿈은 비슷했다. 

 

엘리샤는 과연 자신의 꿈을 완성시켰을까?

 

그는 모른다. 이미 오래 전에 헤어지고 서로를 잊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소년은, 다시 소녀를 만났습니다.”


사랑하지 않겠다고 했거늘.

 

다신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도.

 

어째서인가, 너는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소년은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꿈을 위해 사람을 속이고, 죽이고, 짓밟았습니다.

 

소년은……그럼에도 후회하진 않았습니다.”

 

헤인킬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네가 생각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모른다.”


“…….”


“너의 눈에 나는 정말 멋지고 강한 사람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그런 게 아니야.

 

한 순간도 그렇게 된 적 없어. 울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믿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믿어버리고, 강해지겠다고 다짐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나란 놈은 답도 없는 병신 새끼다. 나도 결국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괴물에 불과해.”

 

꿈을 위해 사람을 죽였다. 그 순간부터 그는 결코 선해질 수 없는 괴물이 되었다.

 

괴물이 되어가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었다.

 

“이게 내 진심이다. 내가 너한테 보여줄 처음이자 마지막 진심. 나는…….”

 

이성으론 설명할 수 없는 감정.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자면-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이란 이름의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네가 필요해.”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릴리트가 손을 뻗어 그를 잡고, 건물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지금, 그런 말을 해버리면…….”


“울면 안 된다고 했잖아, 멍청한 놈아.”


“오늘만은 봐주세요.”


처음으로 한 키스의 맛은 짜고, 약간 비린 피의 맛이 났다.

 

처음이었기에 실수했다. 릴리트가 저도 모르게 이빨로 입술을 깨문 것이었다.

 

“그럼 저도 진심을 말할게요. 사랑해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반해버렸습니다.”


“……이런 걸 하려고 폼 잡은 게 아닌데.”


“괜찮아요. 그래도 선생님은 멋지니까.”

 

다시 키스했다. 릴리트는 그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팔을 목에 둘렀다.

 

“좋아, 좋아해요……정말 좋아, 응…….”


“너랑 이런 걸 할 생각은 없었다니까…….”


“제가 하고 싶어요. 반하게 만든 책임을 지셔야죠.”


이런 녀석이 아니었을 텐데. 그만두라고 말할까 싶었지만 그랬다간 뒷감당을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 릴리트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키스를 퍼부었다.

 

“앗…….”


“……너무 보지 마라. 나도 남자라 어쩔 수 없어.”


릴리트가 헤인킬의 툭 튀어나온 고간을 보았다. 그리고 군침을 삼켰다.

 

“헤헤, 다행이다. 선생님도 고자는 아니셨네요.”


“누굴 멋대로 고자로 만들어?”


“그럼……할까요?”


“안 할 건데.”


“아, 방금 그건 권유가 아니라 시작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에요.”


릴리트가 얼른 그를 넘어트렸다. 그리고 위에 올라탔다.

 

“버릇을 잘못 들였어…….”


“너무 늦었으니까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헤헤.”


그녀가 능숙하게 옷을 벗겼다. 그리고 자신도 옷을 다 벗고, 몸매를 과시했다.

 

“아직 가슴도 좀 작고, 빈약하지만……금방 성장할 거예요.”


“그럼 그 때까진 참는 게 어떠냐?”

“싫어요.”


그녀가 헤인킬의 젖꼭지를 아기처럼 빨기 시작했다.

 

동시에 발기한 자지를 손에 쥐고, 천천히 흔들었다…….

 

“에헤헤……저 같은 괴물로 발기하신 거예요?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


아아, 귀여워- 릴리트가 빨개진 그의 얼굴을 보고선 미소를 지었다.

 

“실은 매일 밤마다 선생님이랑 섹스하는 걸 망상하면서 자위했어요. 줄곧, 줄곧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드디어 꿈이 이뤄졌네요.”


“고작 이런 게 꿈이라고?”


“고작 이런 게 아니에요. 그래도, 조금 더 욕심내자면…….”


릴리트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안 헤인킬이 눈을 피했다.

 

“왜 눈을 피하시죠?”


“그냥.”


“……흐응, 알겠어요. 아직 덜 솔직하신 것 같으니까…….”


릴리트가 혀를 날름거리며 수음의 속도를 높였다.

 

“기, 기다려……!”


“왜 그러세요? 솔직하게 말씀하지 않으면 저도 몰라요.”


탁, 탁, 타악, 타악……헤인킬이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릴리트가 힘으로 억눌렀다.

 

몸집은 그보다 작지만, 타고 태어난 힘은 그녀가 훨씬 강했다.

 

“있죠, 선생님. 앞으로 참지 않아도 돼요. 꼴릴 때마다 제 몸을 써도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입으로 빼고, 점심엔 엉덩이로, 저녁엔 보지로……매일 밤마다

 

자지 아플 때까지 범해드릴게요. 그래도 되죠? 네? 네? 네?”

 

“그, 그런 건 안 돼……연구해야 된다고……!”


“으응, 자지는 그래도 된다고 하는데요? 입보단 자지가 더 솔직하네요…….”


헤인킬의 몸이 움찔거린 순간, 릴리트가 손을 멈췄다.

 

“사정하면 안 돼요. 거짓말쟁이는 사정하면 안 되니까요. 자,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


“아직도 버티시는 거예요? 그럼 이건 어때요?”


릴리트가 그의 자지 위에 올라타, 보지로 비비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스윽스윽……기분 좋아요? 솔직하게 대답해주면 사정시켜줄게요.”


“……하나도 안 좋거든.”


“또 거짓말하시네.”

 

허리를 흔들며, 릴리트가 작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이미 애액으로 거품 진 보지가 자지를 매끈매끈하게 마사지 한다…….

 

“영차, 영차……넣고 싶으시죠? 네?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넣게 해드릴게요.”

 

“으, 으으윽……!”


“그래도 버티시겠다면야…….”


릴리트가 그의 손에 깍지를 끼우고, 허리를 숙여 키스했다.

 

숨을 불어넣고, 다시 마신다. 그걸 반복하면서 그의 호흡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후우- 후우우- 푸헤엣……침을 빙글빙글 섞어줄게요…….”


“그만…….”


“싫어요. 싫어, 선생님은 이제 제 거니까요. 아무한테도 안 줄 거예요, 그러니까

 

저만 봐줘요. 저만 사랑해줘요. 저도, 선생님만을 사랑할 테니까.”

 

“…….”


“그러니까, 해도 돼요. 매일매일, 허리가 빠질 때까지……섹스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


헤인킬이 겨우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릴리트는 기뻐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또 키스했다.

 

“그럼……잘 먹겠습니다.”


그 직후의 일을, 헤인킬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몇 시간이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그저 기쁨에 겨워 웃고 있는 릴리트가, 자신의

 

손을 붙잡고 허리를 흔들며 암컷의 교성을 내지르는 걸 보았다.

 

“호윽, 오그읏……아, 아아아아……자지, 자지 좋앗……간다, 간다, 간다……!”


그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게 짐승들이 교미하는 소리로 착각했다.

 

그 정도로 격하고, 농후한 교미.

 

“사……살려줘…….”

“안 돼요, 싫어요. 선생님 자지 좀 더, 좀 더 먹게 해줘요. 정자 븃븃, 조금만 더……

 

후읏, 흐읏, 훗……후우웃……헤헤, 나온다……나왓……불알에 아직 정자 숨어있는 거

 

다 알아요. 자, 힘내세요. 힘내서 정자 뷰루룩, 뷰루룻……하는 거예요.”

 

찌걱, 찌거억, 찌걱, 찌걱-

 

찰팍, 찰팍, 철퍽, 철퍽-

 

살과 살이 부딪히며 나는 음탕한 소리에, 헤인킬의 목소리가 파묻힌다.

 

이제 그만-

 

그렇게 애원하고 또 애원해도.

 

이미 본능에 눈 떠버린 릴리트는 멈추지 않았다.

 

“하아……하아아……앗, 넘쳐 버렸다…….”


새벽이 지나고 아침.

 

저녁부터 시작해 날이 샐 때까지, 그들은 낡은 창고 안에서 섹스했다.

 

그제야 흥분이 가라앉은 릴리트가 반쯤 기절한 헤인킬의 옆에 누웠다.

 

“죄송해요, 제가 좀 흥분했네요.”


“……좀?”


“기분 좋으셨어요?”


“오냐, 그래. 너무 좋아서 잠깐 저세상 갔다 왔어.”


이럴 생각으로 데려온 건 아닌데. 헤인킬이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쩔까요?”


“또 살아야지 뭐.”


“그러네요. 언제나 그렇듯.”


“언제나 그렇듯이.”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았다. 

 

“제 꿈은 방금 이뤄졌어요. 그러니까, 저도 선생님의 꿈을 이뤄줄게요.”


“네가? 꿈 깨라, 내 꿈은 내가 완성시킬 거야.”


“그래도……언젠간, 그럴지도 모르죠.”


헤인킬은 노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

 

12 뒤에 꿈이 완성된다. 그게 일인지, 달인지, 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내가 완성시키지 못한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릴리트는 그저 행복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괴물들.

 

그러나 그들은 분명, 서로를 사랑했다.

 

 

 

 

 

 

 

 

 

 

 

 

 

 

야설 실력이 다 죽었어...대체 어찌해야 그 시절 실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현생이 바빠져서 당분간 좀 늦거나 못 쓸 수도 있음

사펑 2077 나오기 전까진 완결내도록 노력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