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물 그런건 아님


한 시골마을에 여신을 섬기는 수수하게 생긴 사제가 한명 있음.

사제라고는 하지만 그냥 아침기도 올리고 낮에는 밭일 도와주고 

아픈 아이 찾아가서 힐 해주고 어른신들 짐 들어드리는 그런 동네 밀착형 사제임.


아름다운 여신은 이 사제를 특히나 어여삐 여겼음. 사제가 대부분 타락하고 욕심 많았는데

이 사제만큼은 진실로 자기를 믿었기에 누구보다도 어여삐 여김.

탐욕스러운 다른 사제들 기도는 그냥 무시했지만 이 사제가 기도하는것 만큼은 경청했고

그러한 시간을 그리워했음.


그러던 어느날 사제가 마을의 아픈 어르신들을 위해 네시간이나 집중해서 기도를 올림.

여신은 평일에 두시간 주말에 세시간 기도하는 녀석이 평일에 네시간이나 기도를 하니

그 목소리를 들으며 기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음.


평소라면 만족했겠지만 이 황홀함을 더욱 더 느끼고 싶어진 여신은 기도를 더 들을 방법이 없나 고민했음.

사람들이 아프자 기도를 올리는걸 보고 여신은 묘수를 생각해냄. 마을 근처의 맹수 하나를 미치게 해서

마을의 어린아이 하나를 죽게했음. 그러자 사제는 슬피 울며 어린아이의 혼을 좋은곳으로 보내달라며

기도를 올렸고 평소보다 긴 기도시간에 여신은 사제의 목소리를 들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음.


하지만 어린아이를 더 죽인다고 해서 사제가 같은 기도를 올리는건 마음에 들지 않았음.

매일 매일 새로운 책을 갈구하는 독서광처럼 다른 기도를 듣고싶던 여신은 일대에 전염병을 뿌리고

사제한테만 그 전염병으로부터 면역이되는 가호를 내려줌. 사람들이 병에 걸려 죽어가자

사제는 단식까지 하며 병을 쫓아내달라고 기도함. 사제의 이타적인 마음에 사랑마저 느낀 여신은

병을 물리쳐주었고 사제의 신앙심은 더욱 더 깊어짐.


여신은 더욷 더 많은 기도가 듣고싶어 각국의 왕을 미치게 해 전쟁을 일으킴.

전쟁이 일어나고 마을의 젊은이들이 끌려가 전장으로 내몰리자 사제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제발 이 전쟁과 파괴를 멈추어달라고 매일 매일 간절하게 기도를 올림. 여신은 결국 사제에게

권능을 내려주어 대신 이 전쟁을 멈추게 했음.


전쟁이 끝나자 사제는 전쟁을 끝낸 새로운 성황으로 추대되었고 성황으로서의 일 때문에

기도를 드릴 시간이 적어짐. 이에 불만을 느낀 여신이 온갖 수를 썼으나 주변에선 성황의 귀에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안들리도록 조작함. 여신은 이에 사제를 제외한 이들을 죽이기 위해 천재지변을 내렸고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사제가 홀로 남아 제발 이 세상에 다시 사람들을 살려주시고 이 재난을 거두어달라고 기도함.

여신은 그 기도를 하며 눈물 흘리는 사제를 보며 다시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