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람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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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1화 2화


* 이번 편은 전화에서 나타나지 못했던

나오키 미키 그리고 시도우 케이 + 미지의 소년 이야기 같내요





 

대학생이 된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날은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심심풀이로 쇼핑몰에 쇼핑하러 갔다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나는 내 주위의 모습을 보며, 눈을 휘둥그러게 떴다


사람이 사람을 덮치고 있다

아니, 먹고 있다

아니... 저들은 사람이 아니야


걸쭉한 피부와 불안정함을 느끼는 표정

동공이 풀려 있는 눈에게선 사람으로서의 이성을 느낄 수 없었다


저것은... 그래, 좀비다

영화에서나 볼 만한 좀비들이 보이는 것이였다

사람 형상을 한 사람이 아닌 것들이 서로를 잡아먹고 있었다


뭐지... 이 상황은?


그 날로 나의 평화롭고 지루하던 생활이 끝났다






*





그 후 나 같은 생존자들이 점차 집결하기 시작했다

대개 어린이, 학생, 사회인, 성인 남녀

크게 보면 사회의 축을 이루는 그룹이였다


아무큰 우리는 쇼핑몰 내 뒤편의 큼직한 방에 모였고

유일한 출입문을 바리케이드로 막고

밖에서 들리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겁을 먹고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용감해 보이는 사람이 

자신이 리더가 되겠다고 했고

나머지 사람들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럼 우선은 정보교환부터 할까요?"


리더는 가장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우리를 이끌어 주는 사람이였고

그 사람의 말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활력을 주었다


그 후 우리는 함께 협력해서 쇼핑몰에서 살아왔다

여성에게는 방을 하나 만들어 주어서

작지만 서로의 구분 공간을 만들 수 있었고


모두가 식량 확보를 위해 일하여

이 그룹이 몇 달은 버틸 만한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잘 돼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였다

근데 아니였군



현실이란 잔혹하게도, 잘 됬다 싶을 때, 잘 되지 않는 법이였다


자 아무튼 현실이야기를 다시 하겠다



우리가 집단으로 행동한 지, 며칠 째 되던 날 밤

고함소리가 들렸기에 황급히 일어나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하니


리더가

아니, 리더였던 것이 동료를 잡아먹고 있었다


좀비는 사람을 잡아먹으며 동료를 늘린다

이것은, 첫날의 정보교환으로부터 들었던 것

그렇구나......



난 뒷주머니에 있는 서바이벌 나이프를 빼들었다


먹힌 거구나

나는 먹는 것을 집중하는 좀비에게 조심스레 다가섰다

지금이라면 쉽게 죽일 수 있다

그렇게 확신한 것도 잠시...



"꺄아아악!!"


뒤에서 비명 소리를 낸 사람은 여자아이 2명

조용히 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눈 앞의 좀비는 새로운 먹잇감에 시선을 돌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그 좀비와 몇 미터의 거리를 두고, 단번에 목을 베었다

엄청난 양의 핏덩이가 나를 덮쳐, 내 시야를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도....와....줘...."


시야를 어느정도 되찾자, 먹히고 있던 동료가 내게 힘없이 손을 뻗었다


도와주고 싶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미안해...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동료였던 사람의 목을 베었다


일단락 된걸까

가볍게 한숨을 쉬니, 동시에 다른 사람의 방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불규칙하고도 힘이 없어보이는 발소리

그것도 엄청


...그렇군, 이미 상당 수의 사람이...


나는 서바이벌 나이프를 잡고, 두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 모두 같은 방이겠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그녀들을 한 방으로 밀어넣었다

나는 모두가 쓰던 거실로 이동하여, 그 주변의 물건을 부수며, 큰 소리를 냈다

좀비들은 소리를 의지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근처에 있는 물건들을 부수고 있자니,

눈에 익은 좀비들이 내게 모여들었다


...하지 않으면, 당하고 말거야


나는 일단 심호흡을 하고, 동료였던 사람들을 죽여버렸다

이것이 지옥의 시작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녀... 미키와의 지옥....




*





살아남은 사람은 나와 미키와 케이

이렇게 3명 뿐이였다


넓은 방에서 조용히 지내는 3명

이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식량확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마중 나와 준 것은 큰 방에서 울고 있는 미키가 전부였다


나는 바로 이 상황을 파악했다


"선배..... 케이가.... 케이가..."


혼자 울고 있는 케이에게 시선을 맞추자

그녀는 나를 껴안았다


"저.... 저... 말리지 못했어요..."


겨우 말을 이어가며, 이 상황을 설명하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나름대로 그녀를 진정시켜갔다


이제 2명 뿐인가




케이가 방을 나간지 며칠이 지났다

미키는 아직 우울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내 말을 따랐다


케이는 케이대로 소신껏 살려고 한 것처럼


미키도 방에서 나와

나와 함께 식량 확보를 위해, 좀비들을 상대했다


처음에는 두려워하는 것 같았지만

최근에는 공포감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의지가 되는 편이였다


하지만 가끔씩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이대로 좋은건가?


우리도 케이처럼...


그런 걸 생각하자니, 옆 방에서 휴대폰 알람이 들렸다

벌써 그런 시간인가...


졸음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뭐... 오늘 정도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눈꺼풀을 붙였다

다른 날을 잡아서 미키와 의논하면 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생각을 놔버린 채, 의식을 깊이 가라앉...


"언제까지 잘 거에요, 선배!!"


칸막이 역할을 해주던 커튼이 힘차게 열림과 동시에

그녀의 황당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뭐 어때, 오늘 수요일이기도 하고"


"수요일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나 수요일에는 학교 안갔단 말야"


"선배는 제 선생님이기도 하니까, 정신차리고 수업하세요!!"



졸리니까 재워달라고

이런 말을 내뱉듯 나는 몸을 옆으로 흔들었다



"이봐요, 선배님"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 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드디어 일어나셨내요"


"그래, 드디어 일어났어"


나는 하품을 섞으며 대답했다

미키는 그런 내게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 당연한 인사를 기쁜 듯이 해주는 것이였다


"그래"


그래서인지 나도 되도록이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자... 오늘도 새 아침의 시작인가





"그럼, 저는 아침을 준비해 올게요"


기쁜 미소로 방을 나서는 미키를 배웅하고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미키는 지금 이대로가 행복한 걸까?

요즘 늘 이 생각만 했다


미키는 여렸고, 그리고 약했다

정신을 차리면

혼자서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녀는 단적으로 말하면 참을성이 강할 뿐

아무래도 여자 혼자 있는다면, 분명 망가져 버릴 것이다


물론 나도 여기 혼자 갇힌다면

망가지는 것은 마찬가지일테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망가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그녀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나는 재차 결의를 굳히며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서는 가스레인지와 작은 냄비를 사용해

무엇인가를 따뜻하게 데우는 미키가 있었다


"잘 오셨어요, 마침 다 된 참이거든요"


그녀는 척척 접시를 차려놓고, 보기 좋게 담아주었다


오늘 아침은 미트소스 파스타다


"언제나 고마워"


"아침밥은 제가 하겠지만, 점심과 저녘은 도와주세요"


"알았어"


미키는 내 반응이 이상한지, 깔깔 웃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가 지금 나의 낙이기도 했다


"그럼, 식사 해볼까?"


"네"



"잘 먹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스케줄은 미키가 정하곤 했다

아마 그녀는 이런 것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수업하는 날

내가 미키의 선생님으로서 수업을 하는 날이였다

그렇다고 해도, 쇼핑몰에서 가지고 온 학습지를 사용한 간편 수업이지만

확실히 시간표대로 그것을 끝내면

둘이서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고, 서로 웃으며 그 날을 끝내는 것이였다


오늘도 그렇게 굴러갈 터였다


하지만



쇼핑몰에서 낮선 소리가 들렸다


"뭐... 뭐지!?"


낯선 소리에 노골적으로 동요하는 미키

그녀는 무서웠는지 내 손을 잡았다


"싫어, 싫어, 싫어......."


그녀는 이런 중얼거림과 함께, 더욱 내 손을 세게 잡았다


나는 다른 손으로 미키의 손을 잡아주며


"괜찮아"


한 번으로는 진정되지 않는 그녀의 공포와 불안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괜찮으니까"


나는 미키 그리고 동시에 나를 진정시켰다


지금도 울려 퍼지고 있는 이 소리는 뭘까?


"잠깐만.... 방범 버저?"


자신이 없었던 내 말을 도와주듯 미키가 끼어들며


"맞아요, 이거 방범 버저에요!!"


"좀비들이 방범 버저를 사용할 수 있을까?"


"아뇨, 그건 불가능해요, 그치만 그렇다는 것은...!?"


"케이?"



케이가 도우러 왔다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만약 케이라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잖아요

방범 버저를 사용해, 좀비들을 부른다는 것은..."


확실히 그렇긴 해


방범 버저는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이 상황에서 좀비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함 이였다


어쩌면 우리와 같은 생존자 일지도 모른다

다른 곳에서 쇼핑몰로 온 것인가?


미키는 아까와 다르게

호기심이 넘쳐보이는 힘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볼래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범 버저 소리는 우리 거점에서 조금 떨어진 방에 있었다

그늘에 숨어서 방 안을 보니

많은 좀비들에 둘러싸인 3명의 소녀와 1명의 소년이 있었다


소녀들의 교복은 미키와 같은 것이였다


"도우러 갈까?"


미키는 내 제안에 대답하지 않은 채, 그저 손을 꽉 잡았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볼까"



눈 앞의 생존자

그들은 확실히 서로 돕고, 협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좀비들을 상대하기엔 무사할 것 같지 않았다

눈 앞의 사람들이 물리지 않을 확증도 없었다


내 예상대로, 몇 초 뒤 한 소녀가 좀비에게 물렸고

얼마 안 있어, 또 한명이...


마치 우리들의 옛 동료와도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남은 두 사람은 도망치듯 이 자리를 떠났다는 것


나는 두 사람의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이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돌아가요"


얼굴을 숙이고, 표정을 가린 채, 강한 척하고 있던

그녀의 손은 어느새 떨리고 있었다


역시, 미키는 무서워하고 있군


지금 방으로 돌아가면 미래는 없어도 내일은 있다

미키는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제대로 된 내일을 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느 것을 원하는 걸까



어느 쪽을 택할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생존자들의 등은 점점 멀어져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에 빠진 나머지

미키가 무엇을 하려고 하고 있었는 지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고 보니

그녀의 얼굴이 다가와, 내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을 남기고 갔다


"방해되는 사람들은 돌아간거 같으니, 이제 우리도 돌아가요"



방해되는... 사람?


"선배님, 저 깨달은 게 있어요"


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던 그녀의 미소는

내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선배랑 살 수 있다면, 그걸로 그만이에요"


그것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고 있었다


"선배가 먼저 죽으면, 저도 따라갈 거에요"


평소 침착한 그녀의 사고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제 세상에는 선배와 케이만 있으면 되요

그 이외에는 필요 없어요"


나는 그녀의 사고를 따라잡지 못한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할 뿐이였다


"자, 빨리 우리 방으로 돌아가요"


나는 재촉하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가듯 걸어갔다


"자... 오늘 저녘은...."


얼핏 본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마치 좀비 같은... 아니, 좀비에게 실례 될 지경이야




방으로 돌아오자

미키는 즐거운 듯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저녘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가벼운 심부름을 하면서 옆에 있었고

그녀와는 다르게 기분이 착잡했다


아까의 생존자들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우리도 살아가야 하니까

위험한 다리를 건너서면서까지 도울 수는 없어


그래도 도망친 2명은 적어도 살아잇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미키




방해꾼



모처럼의 생존자를 그녀는 그렇게 표현했다


역시 이야기해야 겠어


미키와 여기에 남는다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존자는 아직 더 있을 것이다


여기 말고도 또 누군가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선배님, 오늘은 카레에요"


즐거운 듯이 식사를 늘어놓는 미키의 얼굴을 보고 결심했다


"미키"


미키는 내 부름에 어깨를 크게 떨며

이내 황급히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그 때는 정신이 없었어요"


그 때?

어느 때를 가리키는 말 일까

생존자를 훼방꾼 취급하던 때인가

아니면, 내게 키스를 할 때인가


"저... 케이가 돌아왔는가 하고 생각해버려서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과 착각해버렸어요"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 그녀


아무래도 그 자리에 간 것을 사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잘못 됬다고 생각 하는 건가?


"케이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이게 이야기가 끝임을 말하고 싶은지

내 옆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야기를 해야겠어


나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았다

평소처럼 반듯하고, 강한 면모의 얼굴이였다



"여기서 나가자"



그녀는 방금의 얼굴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왜 그런 말을 하시는 거죠?"


나는 미키의 급변에 동요해서인지, 그녀에게 밀려버릴 것 같았다


"오빠마저 저를 혼자 두실 거에요?

아니죠!? 아니죠!?

선배는 저랑 계속 있을거죠!?"


"그게 아니야, 같이 나가는 거야"


"여기를 두고, 어디를 가시겠다는 건가요!?"


"우리 말고도 생존자는 더 있을거야"


"있었죠, 하지만 생존자가 있어도 방금처럼 궤멸이에요!"


"그건...모르는 거잖아?"


"식량이든 물이든, 여럿이 나누는 것보다

적은 인원이 나누는 것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어요

지금 확보한 식량으로 우리 둘이면 몇 달은 버틸 수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2명이서 할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어!

여럿이 움직이면 구조를 부를 수 있도록 움직일 수 있..."


"괜찮잖아요, 구조 같은 거 오지 않아도..."





..........뭐?


나는 미키의 예상외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내게 올라타며, 목에 손을 둘렀다


"선배님, 저 항상 생각하는게 있는데"


목이 조금씩 아파왔다


"이대로 여기서 살았으면..."


조금 답답할 때 쯤에, 힘이 천천히 뻐졌다


"저는 오빠랑 있기만 해도 행복해요

그러니까,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해버렸어요"


은근히 달콤한 땀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선배... 선배는"


이번엔 달콤한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선배는 저랑 계속 여기 있어주실 거죠?"


"...나는"



생각을 해보자

여기서 미키와 끝까지 지낼 것인가

아니면 미키와 함께 여기서 나와

누군가를 찾아, 구조를 요청할 것인가


전자로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여기남아 살기만 할 뿐...

변하지 않는 일상을 끝까지 보내면서 말이다


후자는 모르겠다

무엇이 있을지, 정말 구조될 수 있을지,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인지

......하나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알 수 없는 것이 가득하다고는 하지만







"나가자, 같이"







"그렇습니까?"







나의 결단에 그녀는 유감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쉽네요, 끝까지 함께 있고 싶었는데"


그녀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면서

나를 깔보는 듯한 시선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겁이 났다


본 적도 없던 차가운 시선에, 숨을 죽였다


"선배님, 이거 빌릴께요"


그제서야 비로소 그녀의 손에

내가 주머니에 넣어놨던 서바이벌 나이프를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칼을 사랑스럽게 들고 있는 그녀


그 칼로 무엇을 할 셈인가


점점 다가오는 공포에, 나는 그녀를 밀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사랑해요, 선배님"


그녀는 천천히 내게 키스를 했다

사랑하는 듯이, 마치 사랑을 서로 확인하는 듯이


"그러니 선배만이라도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시야에 가득 차는, 미키의 황홀한 미소가 너무나도 예뻤다

마치 미쳐버릴 것만 같은....



"제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다음 순간

나는 엄습한 날카로운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놓고 말았다






*





뒷담, 선배와 나의 이야기


오늘은 식량 확보를 위해 쇼핑몰을 탐색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저와 선배만 있다면

몇 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녀왔습니다"



방으로 들어가서 선배에게 인사를 해요

거실에 조용히 앉아 있는 선배는 제 얼굴을 보니

손을 뻗치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손은 닿지 못한 채, 허공을 가르고 있네요


나는 그런 사랑스러운 선배에게 다다가 안아줘요

이것만으로 오늘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어서 와, 미키"


"다녀왔어요"



목욕도 못하니, 냄새 같은 거에 신경이 쓰이지만

그래도 아무 불평도 하지 않는, 선배가 저는 너무나도 좋아요


문득 선배의 다리를 보니

피가 났는지, 바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어요



정말이지 무리해서 움직이면 이렇게 된다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저는 의료 키트를 가지고, 선배의 다리를 관찰했어요

새빨간 거즈를 빼니, 양 다리에 칼로 깊게 베인 상처가 보이네요


오늘도 피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선배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면서

상처를 핥으니까.... 쇠맛이 나네요


하지만 이게 선배라고 생각하니, 너무 맛있게 느껴지는 거 있죠

계속 핥고 싶지만, 통증으로 고통의 표정을 짓는 선배를 지고

오늘은 이만 해야겠다하며, 저를 말렸어요


선배를 너무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말이에요


저는 상처 주위에 약을 바르고, 거즈를 감아갔어요



자, 이것이 끝나면

밥 준비하고, 선배님 옷 갈아입히고... 그리고...


자, 행복한 스케줄표 짜는 시간!!


내일은 식량확보 말고, 선배랑 보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래도 선배랑 같이 있는거야

...당분간은 선배랑 단 둘이 지내자...



"선배님, 저는 행복해요

이제는 케이고 뭐고, 선배만 있으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