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써본 설정1


'박쥐남자'에 나오는 모 광대씨가 한 명대사가 있지.

'광기란 중력과 같아서, 살짝 밀어주기만 하면 된다.'


얀순에게 있어 그 동기가 되어주는건 사랑이었을거야.

처음엔 얀붕에게 화가 났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그에게 배신감을 느꼈을거야.

그러면서도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겠지.

[얀붕은 B양을 사랑하니까. 믿고 싶지 않은거야.]

[그렇다면 좀 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사랑으로도 부정할 수 없을 확실한 증거만 있다면?]


얀순은 고민에 빠질거야. 증거를 얻으려면 B양의 근처에 있어야 하지.

하지만 그건 범죄가 아닌가? 이건 스토킹이 아닐까?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해야만 하는걸까?

그 순간 떠오르는 건 B양의 한마디.

[어차피 금방 차버릴거니까.]


먼저 잘못한건 B양이야. 얀붕쿤에게 심한 짓을 하고 있는걸.

그렇다면 소꿉친구인 내가 바로잡기위해서 잘못된 일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나쁜건 B양이야. 내가 다시 고치면 돼.


기적의 논리회로가 돌아간 얀순은 조금씩 준비를 하기 시작해.

B양의 이동경로, 돌아가는 루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주변의 관계등.


물론 B양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얀순이 소모하는 시간은 늘어가고,

대학 생활과 병행하는 인고의 시간에 조금씩 지쳐갈꺼야.

피부가 거칠어지고, 눈에는 다크서클이 보이기 시작하겠지.


'친구'인 얀붕쿤은 눈에 띄는 변화에 그녀를 걱정할거야.

[혹시 무슨 일 있어?]

그녀는 답하겠지.

[별일 아니야. 조금 잠을 설치나봐.]


지어낼 수 있는 최상의 미소를 보이며 얀붕쿤을 안심시킬거야. 그리곤 생각하겠지.

[아, 아직 나를 봐 주고 있구나.]

얀붕쿤의 걱정해주는 눈빛을 받을 수 있다면, 그녀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거야.


--- B양을 미행한지 2개월째

B양은 얀순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지 않았어.

'남자친구'라는게 3일에 한번 꼴로 바뀌니 말이야.

매번 만나는 남자친구와 팔짱을 끼고, 진한 스킨쉽을 즐기며 '사랑해'라고 말하는 B양을 보고 있으면 배알이 꼴릴거야.

[겨우 저런 가벼운 '사랑'으로 얀붕쿤을 꼬여낸거야?]

그래도 다행이지. 증거는 충분해졌어.

신중하게 모으고 모은 그것들만 있다면 얀붕쿤은 다시 얀순에게 돌아올거라고 믿게 될거야.


하지만 조금 더 빨리 행동해야 했던걸까?

[B양, 나랑 사귀어줄래?]

기쁜 마음으로 얀붕쿤에게 달려가던 얀순은 들어버리고 만거야.

[응, 좋아.]


...저런, 한발 늦어버렸구나.


ㅡㅡㅡㅡㅡ


얀순은 어느샌가 집에 도착했어.

[얀순아. 괜찮니? 요즘 몸이 안좋아보이는구나.]

집에 돌아오자 얀순의 엄마가 그녀를 맞이해줄거야. 점점 어두워져가는 그녀가 걱정되겠지.

[괜찮아 엄마.]

너무 지쳤어. 도대체 오늘 뭘 들었던걸까. 그냥 아무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침대에 누워 쓰러지고 싶던 얀순은, 문득 엄마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껴안았어.

[엄마]

[왜 우리 딸?]

[...사랑해]

[으, 응?]

얀순의 엄마는 조금 당황했어.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애정표현에 부끄러워하던 딸이 먼저 붙어오니까.

[...나도 사랑해, 우리 딸]

그렇다고 전해주고픈 말이 달라지진 않겠지.


하지만 그녀는 몰랐을거야.


[내 사랑이 더 깊어.]

[그년의 가벼운 말과는 달라.]

[봐, 이렇게. 가슴에 전해져오는걸.]


딸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