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와 내가 만났던건 아주 예전이였다.

시간의 깊이만큼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녀가 처음 내게 말을 걸어주고, 처음 내게 사랑을 속삭였던 그때가 생각이났다.

눈앞이 또 아른거린다.

아무리 감정없는 기계라도, 그녀와 너무 똑같이 생겼다.

그래서 그녀의 생각이 더 나는것같다.


"이제 그만."

눈물을 참아내고 그녀를 밀어냈다.

기계지만 눈에 상처받은 기색이 보이는것만 같았다.

그것이 슬퍼한다는것을 나 스스로 부정하고는 잠시 생각을 하러 나갔다.

그녀석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거지..?"

솔직히 신이 도왔다고 해도, 저정도의 섬세하고 완벽하다고 말할정도의 기계를 만드는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애초에 독학으로 그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조금씩 아파왔다.

"몰랐는데.. 눈이 왔었구나?"

바닥에 수북히 쌓인 눈위를 걸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원래는 푸른 초원이였지만, 이제는 하얀 설원이 되었다.

차가운 기계일지라도, 세상에 태어나게 한 장본인은 전적으로 나다.

그리고 그녀를 만들며 한다고 다짐한것이 있기에, 난 다짐한다. 아무 감정이 없는 기계라도, 이 세상은 아름답다는것을 보여주고싶다.


"에리..카!"

아직 그 이름으로 부르는것은 익숙치 않다.

마음속으로는 수만번도 더 부른 이름이였지만 그녀에게 다시 그 말을 하기에는 아직.. 

"네?" 문을 열고 대답하며 나온다.

그녀에게 줬던 옷을 입고 나온 그녀는 정말 진짜 에리카같았다.


"밖으로 나와."

그 말을 하고는 휭하고 나가버렸다.

2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무슨일 있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살펴보자, 바닥에 쭈그려 앉은 그녀가 보였다.

"뭐해? 나오라니까..."

그녀가 얼굴을 내게로 돌리자 난 웃음이 나왔다.

"그거 얼굴에 그거 뭐야.."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어린아이가 낙서한것처럼 뒤죽박죽으로 화장이 되어있었다.


"화장은 왜한거야?"

그녀가 말하기 부끄럽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잘보이고 싶었어요."

수줍은 멘트지만 목소리에는 아쉽게 변화가 하나도없었다.

"그냥 나와... 그건 좀 지우고."


잠시후 밖으로 나온 나는 그녀에게 썰매를 주었다.

"뭔가요?"

나는 웃으며 시범을 보였다.

"아! 위험해요! 위험.."

그녀가 경고를 했지만, 멋있게 내리막길 밑으로 내려간 나는 외쳤다.

"너도해봐! 재밌어!"

기계가 스릴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쓸모없는 짓이란걸 알면서도 해보고싶었다.

내 눈앞에서 웃어주는 그녀를 보고싶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장난'에 불과한것같다.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갑자기, 위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꺄아악!"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그녀가 썰매를 타고 내려오고있었다.

정말 무서운듯 표정이 찡그려졌지만, 목소리는 똑같았다.


"너.. 아니지, 재밌었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살짝 귀여웠다. 정말 무언가를 느낀건지는 몰라도, 그녀에게 세상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만 하는게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해야하는 말이있어."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그녀를 한번 보았다.

"말해도 좋아요."

감정없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표정은 생기가 있었다.

"조금 긴 이야기니까, 집중..하겠구나."

그녀가 잠시 눈웃음을 지었다.

"넌.. 너가 알지는 모르지만, 한 여성을 본뜬.. 인형이야."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나는 미술, 조각을 전공한 청년이였고, 그녀는 시인이였다.

그녀는 여행을 다니며 시를 썼다.

낭만적이지만, 그것은 현실에 막히는 그런 직업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남들의 시선을 신경썼는지, 이해가 되지않는다.

허나 세상은 하고싶은걸 하며 살기에는 너무나 벅찼다.

그녀가 가장 힘들때, 그때 나와 그녀는 만났다.

조각을 하며 항상 보던 사람을 조각하고, 책에서나 보았던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조각한다.

그런 일들을 하며, 난 나름대로 명예도 얻고 돈도 얻었다.


그러다가 그녀를 만나고 인생이 점차 갈라지기 시작했다.

위인들을 조각하던 나는 그녀를 조각하기 시작했고.

슬픔과 고뇌하는 사람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그녀만을 위해 조각을했다.


"있잖아! 그거알아? 세상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은 2번밖에 없데."


"언제 그런눈물을 흘리지?"


"좀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는데, 일단!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때!"


"난 아직 울지않았는데?"


"음... 그러게? 나중에 울어!"


천진난만한 그녀의 미소가 귀여웠다.


"그럼 두번째는 언제야?"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녀가 답했다.


"두번째는.. 뭘까~?"


행복한 기억이였다.

여기서 더 행복해지는걸 바라는건, 너무 오만한것이였을까?
그녀가 파상풍에 걸렸다.

녹슨 쇠에 찔렸다고 한다.

출혈에서는 살아남았지만, 파상풍에서는 살수없었던 것일까?

미웠다.

세상이 미웠다.


하루종일 원망하며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원인은 아무에게도 없었기에, 신을 미워했다.

그러던중 그녀를 다시 보고싶었다. 그래서 조각을 하다 문득, 그녀를 살려낼수는 없으니, 그녀를 만들어보고싶었다.

다시 살려내는것처럼, 행복했을 그때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한, 그녀를 앗아간 강철을 사용해서, 그녀를 재구성했다.


혈관을 잇고


심장을 만들며


머리와 몸을 조각했다.


그렇게 새로운 그녀를 만들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더 큰 무언가가 자리잡고있었다.

나는 알고있었다. 그녀를 대신할것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그녀가 아니라는것을.

아무리 그녀와 똑같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체온은 사라진 뒤였으니까.





"여기까지가 너의 탄생배경..이야"

말을 끊지않고 다 들은 그녀는 잠시 깊은 생각을 하는것 같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여행을 좋아했다.. 고했죠?"

일어서며 말했다.

썰매를 한손에 끌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저랑도 세상을 돌아봐요."

그 말에 나는 심장이 떨렸다.


"그 말은.."

그녀는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며 내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그게 눈때문인지, 그녀가 차가운 육신을 가졌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제가 당신의 에리카.. 그녀이니까."

감정이 흘러내린다.

허나 그 감정은 슬픔도, 분노도, 억울함도 아니였다.

"절 사랑해 주세요. 이름도 알려주셔야 하고.."


"내..내이름은.."

그녀가 날 안아주었다.

차가웠다, 심장소리도, 체온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난 행복했다.

"울지말아요."


눈물을 닦고싶지않았다.

"내버려둬줘.."

이 눈물은 2번밖에 없는 귀한 눈물이니까.


"에리카..."


"왜그래요?"


"나.. 지금 행복해."


차가운것은 겨울이니까.. 겨울이라서 그런것일거야. 

적어도 난 따뜻하니까.











와 할거없어! 내일 마지막편 올릴거야 그리고 이거 전편은 어케 링크올림? 그게 문제인거야!

재미로만 봐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