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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야나기한테 접촉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본인에게 콘택트를 취하는 것이다. 다만, 그래서는 현재의 상태를 자세하게 알기는 어렵겠지. 나를 상대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숨기는 부분도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사카야나기의 현 상태를 자세하게 아는 사람한테 간접적으로 정보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리스크를 동반한다. 이쪽에서 사카야나기의 상세를 알아내려고 하는걸 알려져 버리는 건 피할 수 없다. 호리키타 클래스에서는 혼도와 시노하라가 사카야나기와 같은 그룹에 배속되어있지만, 어느 쪽도 입이 무겁다거나 연기를 잘하는 타입은 아니다.


 일단, 나는 로비로 나가서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타이밍에 따라서는 돌아다니는 사카야나기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


 "아야노코지 군"


 로비까지 이동한 곳에서, 한 명의 학생이 이쪽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사카야나기와 같은 클래스인 사나다다.


 목욕 후인 것인지, 머리카락이 젖어있고 안경에 약간 물방울이 맺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금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만나면 물어보려고 했던 게 있어서요"


"별로 상관없어.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라니?"


 이쪽으로서도 사나다를 만난 것은 고맙다.


 첫 날, 사카야나기가 소속한 그룹과 게임을 해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같은 그룹의 하시모토 군에 대해서, 입니다. 여러가지 소문도 듣고있지 않을까요"


"카무로 퇴학의 건으로 엮여있다, 같은 일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이상은 이상하게 캐내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진상에 관계없이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요..... 어떤 모습일까하고"


 지금 A클래스는 사카야나기 뿐만 아니라, 하시모토도 큰 주목을 받고 있으니까 말이지.


 사나다처럼 그 쪽을 신경쓰는 학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특별히 평소와 다른 점은 없군. 강한 척하는 것 치고는 건강해 보인다"


"그래.....그렇다면 다행이다"


"하시모토도 그렇지만, 사카야나기 쪽은 뭔가 달라진 점은 없나?"


 대화의 흐름대로, 나는 사카야나기의 일을 건드려본다.


"학교에서 얼굴을 마주치고 있었던 만큼 평소와 같았던 게 아닐까 하네요"


"교류회에서 그룹이 3패 했기에, 다소 영향이 있는 줄 알았지만"


"어떨까요. 근데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만 이곳에 온 뒤로는 아직 얼굴을 거의 마주치지 않아서 자세한 건 모릅니다"


 적어도 사나다는 지금으로서는 파악에 이르지 않았다고 답한다.


"하지만 오늘은 사카야나기의 그룹과 게임을 하지 않았나?"


 그 점을 찔러봐도, 사나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불참했습니다. 가까이서 봤을때는 지시를 내리는 모습도 없었습니다"


 우연히 그 게임에 부재했을지도 모르지만, 교류회 자체에 터치하지 않을 가능성 쪽이 지금으로서는 높겠군.


 "아야노코지 군은? 뭔가 알고있나요?"


"공교롭게도 아무것도. 사나다가 가진 정보랑 다를 게 없군"


 오히려 그 이하라고 해도 좋겠지.


"사카야나기 씨도 그렇지만, 하시모토 군을 조금이라도 신경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같은 그룹으로서 가능한 한 살펴볼 생각이다. 다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내가 머리를 들이밀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클래스메이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하시모토가 진짜 배신자라고 생각하고 있나?"


"그건──"


 물음에 대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사나다가 말을 잇지 못한다.


"클래스메이트와 직접 얘기를 나눈건 아니라서, 여기서 누가, 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단정짓고 있는 사람이 있는건 확실하네요"


 아까 하시모토의 말에 의하면 떠오르는 건 키토다.


 말 수가 적은 타입이지만, A클래스에 대해 순종적인 자세는 항상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거기에 카무로와도 종종 함께 있었기 때문에 상성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에도 조금 사나다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는 호리키타를 발견한다.


 뭔가 말을 걸고 싶은 듯한 모습이라서, 어느 정도의 부분에서 대화를 끝냈다.


 아쪽이 혼자가 된 타이밍에 호리키타가 다가온다. 3학년은 20명 밖에 안된다고는 하지만, 역시 사람이 많으면 누군가와 조우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마침 좋은 곳에서 만났어. 조금 부탁이 있는데.....괜찮을까"


 어떠냐는 듯한 태도로 그렇게 운을 뗀 호리키타지만, 교류회에 관한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구모 그룹은 첫 날부터 5연승으로 무상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주지한 대로다.


"부탁이라는건?"


 그렇게 되묻자, 호리키타에게 소매를 잡히고 끌려가 로비 끝으로 이동을 강요당한다.


"그다지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아마사와 씨의 일이야"


"너와는 같은 그룹이니 말이지. 뭔가 있었나?"


 내밀한 이야기라면, 먼저 떠오르는 건 트러블 관계다.


 하지만, 그 읽기는 빗나간 듯 곧바로 부정된다.


"조금 말이 지나치기는 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어. 아직까지는 착한 아이로 지내고 있어"


 일단 그 일에 안도하면서, 호리키타로부터 계속되는 말을 기다린다.


"그녀의 신체능력이 높다는 건 알고 있지? 격투기에도 꽤 정통한 것 같아"  


"격투기는 둘째 치고, OAA는 보고 있으니 어떤지 파악하고 있어"


 무난한 맞장구를 치면서, 전모가 보이지 않으니 한층 더 말을 재촉한다.


"아마사와 씨에게 들은 게 아니면 금시초문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녀한테는 조금 『빚』이 있어. 평소 학교생활로는 갚을 수 없을 것 같은"


 격투기, 그리고 빚이라는 말.


 직접적인 표현이야말로 피했지만, 아마사와와는 어디선가 한 판 주고받았다는 건가.


 돌아보면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무인도 시험 정도 밖에 무대는 없을 것 같지만.


"경위를 상상하기 어렵군"


 여기는 얘기를 들으면 대다수가 할 만한 대사를 입에 담는다.


"뭐, 여러가지로"


 빚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말할 생각은 없는 듯, 호리키타는 그렇게 흐린다.


 이쪽에서도 무리하게 캐낼 정도는 아니라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나름대로 나날이 정진은 할 생각이야. 그래도 그녀에게 통용되는 레벨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 그러니까 당신을 상대로 내 현재 실력을 평가해줬으면 해"


"아마사와에게 빚을 갚고 싶다는 건 알겠지만, 상당히 뒤숭숭한 이야기군"


"보통이라면 말이지. 그래도 그녀의 강함은 보통이 아닌걸"


"아닌걸, 이라고 해도 나한테 아마사와의 실력이 어떤지는 알 수 없어. 도움이 안 되겠군"


 정확한 상대의 길이를 알지 못하면, 척도를 마련한들 의미가 없다.




 뭐──실제로는 알고 있지만.




 거기는 마음의 소리만으로 담아둔다.


"당신 나름대로, 내 강함을 판단해주면 돼. 물론 가능하다면 조금 조언도 해주면 기쁘겠지만"


 말투로 보면, 오히려 그 조언이 목적일지도 모른다.


"리벤지를 희망하는 것은 네 마음이지만, 아마사와에게는 승낙을 얻은건가?"


"그건 아직이야"


 하지만 호리키타는 곧바로 말을 잇는다.


"그녀가 이쪽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무리하게 강요할 생각은 없어"


 그렇게 대답했지만, 아마사와가 받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른다고 호리키타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러 나한테 털어놓고서, 특훈을 희망할 정도니까 말이지.


"어때....받아주면 안될까?"


"받아주기 이전의 문제로군"


 아마사와를 상대하는 것은, 상당히 불리하다.


 아무리 호리키타가 패한 후에 단련을 쌓고 있었다고 해도, 간단히 채워질만한 실력차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런 방법이라면 거기의 이부키한테 부탁해보는 건 어때? 기꺼이 상대를 해주겠지"


 나는, 근처에 숨어서 듣고있을 인물을 향해 그렇게 말을 건다.


"칫, 눈치챘었군"


 마음속에서부터 성가시다는 듯 혀를 차며, 통로 모퉁이에서 얼굴을 내미는 이부키.


 호리키타도 놀라지 않았기 때문에 두 명이서 미리 짰다는 것은 명백했다.


"공교롭게도, 이부키 씨와는 이제 싫증이 났어. 같은 상대만 만나봤자 성과는 희박한 걸"


 옆에 서있는 이부키도 같은 빚이 있는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할 수 있는 일은 해보고 난 뒤에 부탁한 일인가.


"너 강하니까 좀만 상대하라고"


"혹시 이부키도 할 생각인가?"


"당연하지. 1학년 계집애한테 계속 지고 있을 수 있겠냐는 얘기"


 주먹을 몇 번인가 내지른 후, 깔끔한 상단 발차기를 보여준다.


 그걸 때려잡고 싶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다. 


 분발하는 것은 좋지만, 계집아이라고 말해도 아마사와와는 1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가, 체격부터해서 전부 이부키 쪽이 왜소하다만......


"합숙의 이 타이밍이라면, 서로 만날 장소에는 곤란하지 않다고 판단했군?"


"학교에서 배틀 리벤지를 하기에는 너무 눈에 띄는걸"


 대답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호리키타의 의사는 확고해 보인다. 덤으로 이부키도.


"어떨까.....? 솔직히, 당신에게는 아무런 메리트도 없는 이야기지만....."


"확실히 대가는 없군"


"그래도, 만약 맡아준다면 대가로서 프라이빗 포인트를──"


 대가를 치를 각오도 있는 것 같지만, 그런 것을 받아도 소용이 없다.


"어디까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건을 감수한다면 받아줘도 좋다"


 나는 호리키타의 제의를 가로막으며 답한다.


"저, 정말로? 완전히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쌍방합의라고 해도 학교에서 마구잡이로 어울리는 건 디메리트 쪽이 많아. 어떠한 빚을 갚고싶다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고, 밤중에 돌아다닐 수도 없으니까 말이지"


"고마워. 바라지도 않은 협력이야. 그래서 조건이라는 건?"


 아마사와와의 리벤지를 위해, 삼켜야 할 절대조건이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오늘 아마사와한테 이야기하는 것이다. 너는 같은 그룹이니까 틈을 봐서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아. 물론 소란을 피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삼자에게는 닿지 않도록 말이지. 타이밍은 절대로 최종일 이른 아침. 아마사와한테는 그 타이밍에 받아달라고 해"


 가능성은 낮지만 『받지 않겠다』고 되돌려주면 마지막에 와서, 특훈의 의미는 없어진다.


"당연한 이야기네, 그건 알았어. 다른 조건은?"


"애기하는 건 그걸 클리어하고 나서다. 아마사와가 받지 않으면 특훈도 의미가 없어. 거기에 밤중에 합숙 내에서 할 수도 없겠지?"


 이쪽이 받는 전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듣지 않아도 이론은 없겠지.


"나는 지금부터라도 해도 되는데?"


"당신은 조용히 해"


 호리키타는 이부키와 달리 제대로 된 상식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납득을 보인다.


"아마사와 씨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메시지를 보내둘게"


"그렇게 해줘. 이쪽도 아침에는 움직일 수 있도록 해두지"


 아마사와라면 걸어온 싸움을 사지 않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이 두 사람이 리벤지를 희망하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지.


 이 합숙은 감시의 눈도 적고 최적의 장소인 것은, 그 쪽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지.


 고개를 끄덕인 호리키타가 방으로 돌아가려하지만,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멈춰세운다.


"특훈의 일이랑은 관계없지만, 한 가지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


"어떤 걸까"


 리벤지를 신청할 생각이라면 날카로운 아마자와의 후각을 속일 수 있겠지.


 나는 호리키타에게 약간의 부탁을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걸 신경 써주기만 하면 되는거지?"


"아아. 아마사와한테는 말하지 말고"


"알겠어. 그 정도면 별 거 아닌걸"


 흔쾌히 받아들여준 호리키타에게 가볍게 예를 말하고, 이 자리는 해산되었다.


"그럼...."


 조금만 더 사카야나기를 찾아볼까.


 그러나, 적당히 합숙소 안을 서성거려 봤지만 사카야나기와 만날 일은 없었다.


 오후 9시가 가까워질 무렵, 역시 사람도 줄었기 때문에 그만둔다.


 방에 돌아가니 하시모토, 토요하시, 신토쿠 3명이 목욕하러 갈 준비를 하고 나를 기다려줬기 때문에, 그대로 대욕장으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