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결착





 다른 학년과의 생활도 오늘로 3일째.


 내일 점심식사 전에는, 이미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있을 무렵이겠지.


 드디어 교류회도 막바지로 나구모 그룹과의 싸움도 앞두고 있지만, 이른 아침의 이 시간 제대로 호리키타와 이부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너, 오늘은 눈 가리고 우리랑 해"


"만나자마자 갑작스럽군. 게다가 터무니없이 당치않은 요구다"


"한 대 정도 걷어차지 않으면, 짜증 나서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그런 당치도 않은 제안은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상대가 격투기 미경험이면 모를까, 호리키타와 이부키 상대로 눈을 가린 상태로는 역시나 고전을 강요당한다.


 하물며 전수방위에 힘쓰고 있으면, 그저 리스크를 짊어질 뿐이다.


"눈을 가린다해도 특훈으로 이어지지 않으니까 각하야"


"잘 말했다 호리키타"


"부탁할 거라면 특훈 후에 하죠"


"그건 아니야 호리키타"


 1초도 걸리지 않고 나는 호리키타를 정정하기로.


"아야노코지 군에게 좌절을 안기고 싶은 기분은 이해할 수 있어. 그래도 우선은 눈앞의 아마사와 씨를 쓰리뜨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해. 그렇지?"


".....뭐 그렇네"


 이래봬도, 꽤 헌신적으로 돕고 있는데 말이지.....  말할 이유는 없다.


 어쨌든 어떻게 해서든 아마사와에게의 리벤지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기합은 충분해 보인다.


"자 그럼 조속히 시작──"


 그렇게 내가 말을 하려는 부분에서, 이부키가 스톱을 걸었다.


"화장실"


"당신 끝마친거 아니었니?"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추워지니까 좀, 랄까 여기서 기다려"


"정말...."


 기막혀하는 호리키타이기는 했지만, 요의를 참으라는 것도 가혹한 이야기다.


 만에 하나라도, 활발하게 움직이다가 마개가 느슨해지면 큰일이니까 말이지. 


 화장실로 가는 이부키를 지켜보면서, 호리키타가 말을 걸어왔다.


"오늘을 맞이해서 알게 된 게 있어"


"알게 된 것?"


"아마사와 씨와의 리벤지를 4일째 아침으로 한 것을, 당신이 절대조건으로 한 이유야. 특훈의 횟수를 늘리기 위해, 라는 것도 합리적인 이유지만, 시간을 내려고 생각해보면 이른 아침만이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으니까. 최종일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의 리스크 관리를 하고싶었던게 아닐까, 라는. 교류회의 결착이 나기 전에 제멋대로 싸움을 하다가 부상을 입게 되면,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않는걸"


 2일째로 상위 입상이 힘들어진 이부키 그룹이라면 몰라도 호리키타 그룹은 1위 후보다. 위에 서는 측으로서 그 시점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신의 실력이라면, 나한테 상처를 입히지 않고 누비는 것도 힘들지 않을테고"


"만약 그렇다고해도 내가 부상을 입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은?"


"....있어?"


"없군"


 즉시 돌려주자, 조금이지만 짜증이 난 얼굴을 보여온다.


"보통 사람이 말하면, 틀림없이 빈축을 사니까 조심해야할 일이네. 역시 후일, 눈을 가리고 상대해달라고 해야할까?"


"그건 그만둬 줘. 이쪽도 호리키타에게는 사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야. 다른 상대라면 이런건 말하지 않아" 


"그건, 나로서는 기뻐해도 되는 걸까.....?"


"잘됐구나, 특별 취급이라고"


"그건 기쁘지 않은 특별 취급이야"


 최근엔 정말로 호리키타와, 별거 아닌 이야기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에는, 과거 미래도 포함하면 우리와 비슷한 대화를 하고, 화내거나 웃으며 어울리는 사람들이 분명 그 밖에도 있겠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주위에서 생각하는 존재가 얇은 학생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지?"


"아야노코지 군"


"......내가?"


"적어도 입학했던 당시의 당신은 클래스 안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던 편이야"


"과연 확실히"


 입학시 40명의 학생 중에서도 나는 아래서부터 세는 편이 압도적으로 빨랐겠지.


 주위의 환경이 무엇보다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림자의 짙음과 희미함은 어디서 결정되는 걸까"


"응, 그렇네. 존재를 지우고 싶다던가, 눈에 띄고 싶지 않다던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림자가 점점 희미해지지 않을까. 발언도 적을테고"


 어느 쪽도 야마무라에 정합되는 부분이다.


 하나 하나는 크지 않다고 해도, 복합하면 큰 영향을 주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군.


"뭔가 있었어?"


"아니, 어딘지 모르게 궁금했을 뿐이다"


"그래? 아- 맞다, 당신이 부탁했던 예의 건 말인데──"


 특훈 이야기를 호리키타가 가져와 들려줬을 때에, 이쪽에서 부탁했던 것.


 그에 대한 결과가 호리키타로부터 보고된다.


"......내가 깨달은 건 그 정도 뿐이지만....뭔가 도움이 됐어?"


"아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조사해줘서 살았다. 부탁한 일은 이것으로 끝내도 좋아"


 충실하게 따라준 호리키타는 시종, 그 의미는 몰랐던 것 같지만 깊게 그 이유를 들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부키 녀석 늦는군"


"그러네. 대체 뭘 하고 있는걸까"


 로비의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것 뿐이라면, 그렇게 수고가 든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설마 방에 돌아가서 자는건 아닐까?"


"역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게 이부키 씨네"


"휴대폰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방에 두고왔어"


"그런가. 그럼 호리키타에게는 미안하지만, 혹시 이부키가 돌아오지 않으면 오늘은 중지군"


"어쩔 수 없는 일이네. 이부키 씨도 함께 싸우는 게 조건이었는걸"


 어제 한 번 뿐인 특훈으로는 모래 위에 물을 쏟는 격이다.


 다음에도 또 합숙이나 무인도 시험 같은 감시가 느슨한 장소에 합동으로 나갈 기회가 있을거라 기대하고, 연기를 신청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지도 모른다. 


 건물이 있는 방향을 나와 호리키타는 바라보며, 이부키의 등장을 기다리던 때.


"빈틈!!"


 배후에서 그런 말이 들림과 동시에 기척이 급속히 다가온다. 이쪽이 그 자리에서 움직여 피하자, 직전까지 서있던 위치에는 이부키의 다리가 뻗어있었다.


 망설임 없이 기습으로 차버릴 생각이었다는 것.


"젠장! 빗나갔다! 일부러 멀리 돌아서 돌아왔는데!"


"분해하는 건 좋지만, 소리를 내면서 하지마. 이시자키랑 같은 걸 하고있다고" 


"윽....!? 뭔가 그건 듣고싶지않아....! 하지만 본능적으로 소리쳐버린거야!"


 본능에서 나온 외침이라면 어쩔 수 없나, 같은 건 없다.


 확실하게 쓰러뜨릴 수 있다고 알고 있으면 모를까, 승산이 낮은 상대에게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시자키 군? 당신 이시자키 군과도 다툰 적이 있었어?"


"그런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을 뿐이다. 나는 무관계다"


 적당히 말해두면 속일 수 있을까 했지만, 그것은 경솔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옥상에서 류엔 군과 싸운 적이 있죠? 그 때네?"


 나는 이부키를 본다. 분한 듯 하고있던 표정이 일전, 나쁜 미소로 변했다.


"흥, 별로 너한테 입막음 당한 기억도 없고. 당했더라도 말을 할 지는 내 자유고"


"딱히 괜찮지만, 여러모로 납득이 갔다"


 아마사와로의 리벤지를 위해 나에게 지시를 받은 것도, 그 부분이 영향을 주고 있겠지.


"일단 당신한테 모르는 척은 했지만 좋은 기회였을지도 몰라. 류엔 군들 상대로 대판 싸웠다는 것, 인정해?"


"이 상황에서 인정 안 할 수도 없겠지"


"그러네. 그래도 나로서는 드디어 정식으로 납득이 가는 느낌. 이부키 씨의 이야기를 의심한 것은 아니지만, 과장이나 실수가 섞여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하아? 하고 머리를 기울이며 흙을 차올려 호리키타의 무릎 근처에 뿌린다.


"애들 같은 짓 하지마"


 선생님처럼 타이르며, 호리키타는 이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계속한다.


"나한테서, 달리 숨기고 있는 건 없어? 그 밖에도 다툰 상대가 있다던가"


"없어"


"정말로? ....나는 아직 의심하는 것이 몇 개 있지만. 야가미 군의 건이라던가"


"야가미? 왜 여기서 야가미가 나오지? 후배에 폭력같은 건 하지않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호센의 건 만은 노카운트로 해줬으면 하는 부분이다"


"야가미가 누구야. 그런 녀석 있었던가?"


"....됐어. 시간도 별로 없고, 특훈을 부탁할 수 있을까"


 일일이 이부키에게 설명을 하고 있을 수도 없고, 호리키타는 이야기를 중단.


 나로부터 거리를 취하듯이 퍼져간다.


"기본적으로는 어제와 같은 룰이다. 중요한 것은 내 움직임보다 두 사람이 각각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이해하는 데에 있다."


 과거에 몇 번이나 맞상대를 반복했다면, 싫어도 상대의 패턴은 머리에 박혀있다.


 여기서 연마되어 생기는 연계력은, 틀림없이 이전의 아마사와전보다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