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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숙 4일째에 들어간 심야 오전 1시 전.


 소등 시각을 훨씬 넘긴 가운데, 나구모는 혼자 조용히 복도를 걷고 있었다.


 발견되면 다소의 주의는 받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명확한 페널티는 없다.


 물론 발견된 후에도 방에 돌아가지 않는 저항을 하면 그렇지 않지만.


 리스크를 생각해, 이미 전날까지의 사이에 다른 학생을 써서 실증 완료.


 무엇보다 교원들의 순회도, 날이 바뀌는 타이밍에 종료한다는 것도 조사했다.


 그래서 들킬 걱정을 나구모는 거의 하지 않는다.


 로비의 빛은 최소한으로 밝혀져있고, 늘어선 자판기의 컴프레서 소리만이 귀에 닿는, 그런 시간.


 로비를 지나, 그리고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식당 구역으로 발걸음을 나아간다. 


 인기척은 일절 느껴지지 않지만, 직감은 느끼고 있다.


 눈 앞에 있다, 고.


"약속대로 와줬네요"


 암운이 깔린 식당 안쪽에서, 그런 귀여운 목소리가 닿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여자의 호출을 거부한 적은 없다"


 암운 속에 말을 건넨다.


"이양~, 아니꼬운 대사. 솔직히 말해서, 제가 완전 싫어하는 타입이에요"


"안심해라. 나도 너같은 여자는 싫어하니까"


 코웃음 친 나구모가, 양쪽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로 식당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럼 협박할 필요는 없었다는 거네요. 괜한 방법이었을지도"


 그라고 눈이 익숙해짐과 동시에, 암운 속에서 모습을 보이는 여학생.


"아마사와, 그렇게 나랑 단둘이 있고 싶었던 건가?"


"전 학생회장이랑 단둘이 있을 기회라니,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요"


"일단 확인하고 싶다만,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 어쩔 작정이었지"


"물론~, 나구모 선배의 소중한 아사히나 선배를 음~푹음푹 진~득진득 하게 만들거에요"


 웃으며 대답하는 아마사와의 표정을 보고, 많은 이들은 농담이라고 웃어 넘겼겠지.


 그리고 나구모도 마찬가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나구모의 눈은 웃고있지 않고, 눈 앞의 1학년이 진심으로 실행했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아야노코지와의 양궁에서 실력을 보인 것도, 협박의 재료로서 효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지?"


"네 뭐. 하면 되는 아이구나 하고 보여주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은 여자의 위협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오케이, 자 그럼 본제로 넘어갈까. 그래서? 협박해서까지 불러낸 이유는 뭐지?"


"어떻게 해도 나구모 선배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서~. 그 이야기에요"


"교류회의 한중간에 얼마든지 얘기할 찬스는 있었겠지"


 대답하면서, 나구모는 마음 속으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눈 앞에 있는데도 존재가 희박하고, 단순한 여자가 아님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아야노코지와도 비슷한, 기묘한 분위기를 가진 학생.


 그리고 양궁에서 엿본, 보통이 아닌 능력의 소유자.


 그것만으로도 경계하기에는 충분할 정도였다.


"갑작스럽지만, 지금부터 나구모 선배를 사정없이 큰 부상을 입히게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큰 부상? 확실히 갑작스럽군"


 전혀 상정할 수 없는 이야기를 흔들며 동요를 즐기려던 아마사와였지만, 나구모는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은건지 어이없어 하며 웃었다.


"너무 현실미가 없었나요? 아니면 여자한테 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요?"


"글쎄 어떨까. 양쪽 다라고 하면 양쪽 다일 수도 있지"


"도망치나요?"


 이 상황에서, 만에 하나라도 나구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마사와는 말로서 배후로 돌아선다.


 허세를 부리는 전 학생회장이 탈토와 같이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


 하지만 나구모는 그런 걱정이 느껴지지 않는, 당당한 행동거지였다.


"일단 이유를 들어봐도 괜찮을까?"


"이유인가요? 응, 그렇네요. 제 단순한 화풀이라고만 알려줄게요"


"화풀이인가"


"네, 화풀이에요. 그럼, 어설프게 시간을 들이면 선생님들에게 들켜버리기도 하고, 여자아이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다면 나중에 좋을대로 학교에 보고해버려도 되니까 시작해도 될까요?"


"혹시 모르니까 확인시켜줘. 진심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하하, 그런 대사를 조금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해보죠"


"간단하게 말하지만 나에게는 어떤 메리트도 없다. 화풀이 해버리는 여자를 받아쳐버리면 문제도 문제다"


"어차피 저항같은 건 의미없고, 무저항으로 당해도 괜찮아요. 그러면 프라이드는 잃겠지만 학교로부터 페널티는 받지 않아도 되니까 추천이에요"


"퇴학은 무섭지 않나?"


"물론. 퇴학 당한다고 해도, 잃을 것도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설득은 불가능인가"


"그렇네요. 저에게는 『가치』라고는 전혀 없으니까요. 즉 무적인 사람이란 녀석이에요"


 나구모는 주머니로부터 천천히 양손을 뺀다.


 만약 휴대폰을 움켜쥐고 있으면, 아마사와는 즉시 달려들어 구원요청을 저지했다.


"휴대폰이라면 가지고 있지 않다고"


"헤에....."


 조금이지만 감탄한 아마사와가 천천히 스스로의 입술을 핥는다.


"녹음이라도 경계했나? 사양말고 대답해라, 그 화풀이의 이유를"


"아야노코지 선배와 짜고 야가미 타쿠야를 퇴학시켰죠? 보복이에요"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있던 나구모였지만, 전혀 예상 외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야가미? 설마, 너 야가미의 여자친구였던건가?"


"그거랑은 다르지만요, 그런 관계를 넘어선 남매 같은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노릴 상대가 다른게 아닌가? 그걸 주도한 것은 내가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그런거. 말했잖아요, 이건 단순히 화풀이라고. 유감이지만 제가 아무리 애써도 아야노코지 선배에게는 이길 수 없고, 카루이자와 선배를 움푹움푹하게 하거나 퇴학시키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좀 무서울까해서"


"무서워? 아야노코지한테 보복 당하는게? 그 녀석은 카루이자와가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만"


"아야노코지 선배에게는 아야노코지 선배의 목적이 있으니까요. 그 방해는 하고싶지 않아요"


 카루이자와를 퇴학시킴으로서, 아야노코지의 계획에 지장을 생기게 한다.


 처지를 아는 사람으로서 그것은 할 수 없다고 아마사와는 생각했다.


"나구모 선배 같은 사람은, 마지막에 몰락하는 게 이야기의 결말로는 어울리죠"


"나에게는 어울린다, 인가"


 만약 평소에, 그런 말을 했었다면 나구모는 불복, 분노를 느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보다도 먼저 공허함 쪽이 치솟아온다.


 더 이상 시간을 들이는 것은 소용없다고 생각해, 앞으로 내디딘 아마사와.


"작년과 재작년, 이 학교에서 언제나 떠들썩했던 것은 호리키타 마나부였다"


 그러나 엉뚱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발을 멈춘다.


"올해는 아야노코지다. 분명 내가 없어진 내년에도 마찬가지겠지. 나는 확실히 이 학교에 3년간 재적했다. 학생회장도 맡았다. 같은 학년에서는 주목을 받아도, 위나 아래에서 전혀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영향이 없었다. 이보다도 허무할 수는 없다고"


 그래서 무기력해지고, 필사적으로 승부를 계속 시도하려고 했다.


"나는 졸업이 가까워지고서야 깨달았다. 나쁜 것은 호리키타 선배도 아야노코지도 아니야. 그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라고 말이지"


 그렇기 때문에, 몰락하는게 어울린다고 말해져도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만약 나구모에게 더 강한 힘이 있었다면.


 호리키타, 나구모, 아야노코지의 이름 3개가 대등했을 것이다.


 승부같은 것에서 흑백을 가릴 필요도 없이, 쌍벽을 이뤘을 것이라고 깨달았다.


"하지만────그것도 본질은 다르다. 나는 그 상황에도 분명 만족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3명이 나란히 서있었다면 그 안에서도 우열을 가려, 1등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승부를 그만두지 않는다. 내년은 또 호리키타 선배와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야노코지와도 진짜 승부를 해서 결착을 짓는다"


 아무 관계도 아닌 상대, 아마사와이기 때문에 솔직해질 수 있었던 부분.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나구모는 이 상황에 감사를 표했다.


"네가 실행에 옮기기 전에, 나로부터 너에게 선물이 있어"


 모든 것을 뱉어낸 나구모에게, 아마사와도 지금까지 없었던 흥미를 끌었다.


 그래서 움직임을 멈추고 마지막까지 듣고말았다.


"선물? 저, 흥미없는 남자로부터의 선물은 열지 않고 버리는 타입이에요"


"과연. 그렇다면 열지 않고 버려서 끝일지도. 어차피, 아야노코지로부터의 전언이니까 말이지"


".....아야노코지 선배....?"


 그 이름을 들으면 싫어도 몸이 경직된다.


"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이라면, 쓸데없이 상처를 더 크게 벌리게 될 거에요"


"내 말을 믿든지 안 믿든지 마음대로 해. 아야노코지로부터의 전언은 한 마디 『너에게는 아직 가치가 있다. 그것을 헛되이 버리지 마라』라고 말이야"


 교류회에서 아마사와가 나구모에 접근한 것은, 전부 지금의 화풀이 때문.


 아야노코지는 첫 날의 단계에서 아마사와의 수상한 점을 깨닫고 있었다.


 츠키시로로부터 사전에 모든 정보를 얻었는데, 교류회 룰을 모르는 것처럼 가장했던 것. 나구모에게 다가가는 진짜 이유를 깨닫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한 거짓말로 인한 모순의 발생.


 그런 전언을 들은 순간, 아마사와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다.


 "이건 단순한 우연인가? 네가 자포자기해서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말하는 것까지, 마치 예견한 듯한 전언이군"


 아마사와가 나구모를 노리고 있는 것, 잃을 것이 없다고 흉악한 행동으로 나선 것.


 헤어질 때 들었던 말이 실제로, 나구모의 눈 앞에서 일어났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다. 나구모는 마음 속으로 욕지거리를 한다.


 하지만, 나구모는 어딘가 만족했다는 기분도 조금이나마 싹트고 있다.


 지금, 아야노코지와 진심으로 겨루기에는 아깝다.


"이제 잘거니까 나는 먼저 돌아간다고. 너도 감기 걸리기 전에 방으로 돌아가라"


 나구모는 내내 서있는 아마사와에게 그렇게 한 마디 하고, 식당을 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