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딛는 용기






 합숙 4일째가 되는 일요일. 정들었던 합숙처와도 오늘로 작별이다. 10시에는 숙박소를 떠난다.


 예의 아마사와의 승부는 아침식사 전인 7시에 세팅되어있다.


 6시 전, 기상을 마친 나는 아직 어둑어둑한 로비에 왔다.


 호리키타와 이부키가 방에서 모습을 보일 때까지 조금 여유가 있었던 것과, 시간을 때우기 위해 휴대폰을 보는 것으로 취침중의 학생을 깨워버리는 리스크를 고려해서다.


 아직 난방이 들어온게 얼마 안 됐는지, 로비는 썰렁하고 춥다.


"아무래도 일이 무사히 끝난 것 같군"


 정적에 휩싸인 복도에서, 나는 혼자 휴대폰의 화면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린다. 한밤중에 도착한 나구모로부터의 메시지에는 『예는 말하지 않는다고』 라는 한 마디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러고나서 잠시, 해가 떠오르는 것을 유리 너머로 지켜보고 있는데, 사람이 걷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아침은 상당히 빠르구나"


 졸린 듯 하면서도 그렇게 말을 걸어 다가오는 것은 같은 그룹의 츠바키.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확률이지만──.


"요 2일 정도, 아야노코지 선배의 아침이 빠르다는 건 하시모토 선배한테 들었으니까"


 딱히 아침 외출은 숨길 일도 아니기 때문에, 듣고 있던 것에 대한 영향은 최소한이다. 


 츠바키가 특훈을 눈치챘다고 해서, 거기서 아마사와에게 정보가 흐를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럼 나를 찾으러?"


"찾으러, 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했을 뿐일까나"


 누구에게나 그다지 태도가 변하지 않는 츠바키지만, 나를 보는 눈은 조금 걸린다.


"그래도 있다면 얘기는 좀 달라져"


"나를 만나러 올 이유는 이제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예의 1학년에게만 주어졌던 특별시험은, 취소되었으니까 말이야"


 나를 퇴학시키는 학생에게는 2000만 프라이빗 포인트가 주어진다.


 그것은 츠키시로가 물고 있던 것도 있어, 극히 일부 밖에 모르는 환상의 특별시험이 되고있다.


"딱히 처음부터 상금같은 건 흥미 없었고. 그래도 유감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어. 당당하게 아야노코지 선배를 퇴학시킬 권리가 없어진 것은 한탄하고 있으니까"


"뒤숭숭한 이야기군. 미안하지만 츠바키에게 원망을 사는 일을 한 기억은 한 번도 없다"


 재차 학교생활에서의 접점을 되돌아보지만, 물론 걸리는 것은 없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게 더 많지 않아?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원한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츠바키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모를 일도 아니다. 원망을 산다는 것을 알아도 원망을 사는 인간과, 원망을 산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원망을 사는 인간의 양쪽이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르겠군"


"여기라면 누가 올지도 몰라서, 조금 산책하지 않을래요?"


"아직 밖은 어둡다고"


 희미하게는 밝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시야는 나쁘고 상당히 춥다.


"그쪽에 불편함이 없다면"


"뭐 됐나"


 어차피, 나는 호리키타와 이부키의 마지막 특훈에 어울리기 위해 밖으로 나갈 예정이었으니 말이지.


 그리고 둘이서 로비를 나와, 추운 밖으로 걸어나간다.


"토치기의 산 속이라면 눈도 꽤 내릴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네"


"2월은 일교차가 심하니까 말이지. 요 며칠 따뜻한 날이 계속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완전히 눈이 없느냐고 말하면 그렇지 않고, 샛길에는 약간이지만 눈이 녹아 남아있는 곳도 있다. 이곳 직원의 것으로 생각되는 차 같은 곳에는 물방울도 얇게 얼어서 막을 만들 정도다.


"선배는 눈을, 좋아해?"


"특별히 좋다거나 싫은 건 없다. 내리면 내리는 대로 경관으로서는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군. 그런 츠바키는 눈을 좋아하나?"


"──좋아할까나. 적어도 선배보다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남아있던 눈을 손끝으로 조금만 집고서, 일어선다.


 그리고 손바닥에 눈을 얹어 내 눈앞에서 펼쳐보였다.


"봐 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기에, 나는 가만히 손바닥의 눈을 바라본다.


 소량이기 때문에, 손바닥의 체온으로 금방 녹아 없어진다.


"이 학교에 있으면 바깥 세계와는 단절되지. 내년 선배가 무사히 졸업하면, 먼저 누구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


"이상한 질문을 하는군"


"그럴지도"


 나한테 있어서, 바깥 세계에 얼굴을 아는 것 이상의 상대는 부친과 그 부근의 관계자 뿐.


 그 누구에게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일방적인 감정같은 건 특히는 없다.


"가족 정도겠지"


 그래서 이곳은 누구에게 전해도 놀랄 일이 적은 무난한 회답을 골라두었다.


"가족...그 밖에는?"


"특별히는. 친한 친구도 없고, 그 정도겠지"


"그래. ....그럼, 또 1개 다른 질문을 시켜줬으면 좋겠는데"


 반복해서, 의미가 있는 듯한 없는 듯한 알 수 없는 질문을 계속하는 츠바키.


"만약 아야노코지 선배에게 형이 있었다고 하고, 그 존재를 몇 년이나 부모에게 숨겨져있어서 몰랐다. 그런데 돌연 어느 날, 진짜 가족이라고 말하고, 그걸로 가족으로서 좋아하게 될 수 있어? 물론 정진정명 피의 연결은 있다고 하고서"


"어려운 문제군"


 아는 한 나에게는 형제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숨겨져 있었다고 하는 설정이므로 실제로는 가능성으로서는 있는 것이다.


 만약 그 남자에게 나 이외의 자식이 있다고 하고....대면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으로 하는 사고에 흥미는 생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엉뚱하다는 감정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 생각이 없을 지도 몰라. 물론 상대의 성격이나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완전히 따로 자랐다면, 갑자기 가족으로서 받아들여 접하는 것은 곤란하겠지.


"그렇네. 나도, 아마 아야노코지 선배에 가까운 감정을 안는다고 생각해. 그래도, 상대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고 슬픈 과거가 있다는 걸 알면, 그걸 알아서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감정이 생겨. 따로따로 떨어졌던 언니의 일을, 좀 더 알고싶다고 생각해"


 나에 대한 질문에서는 형이라고 말했지만, 츠바키는 언니라고 비유했다. 동성에 빗댄 일이라고 보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감정의 가득함이 강하고 자신의 체험에 근거한 이야기인 것처럼도 들린다. 


"나는 망설이고 있어. 아야노코지 선배를 이 학교에서──"


 그렇게 말하려던 곳에서, 츠바키의 시선은 뒤쪽 건물로 향했다.


 약속 시간이 다가와서 호리키타와 이부키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거기에는 쿠시다의 모습도 있다.


"방해가 들어왔네. .....다음에 또"


 츠바키는 다른 학생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은 없는지, 추운 듯 건물로 돌아간다.


 엇갈리면서 호리키타들에게 가볍게 인사는 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지금건 츠바키 씨지? 이런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었어?"


"우연히 일찍 일어났다고 한다. 오늘로 합숙도 끝이고, 어쩌다보니 잡담을 이구나. 그것보다도 어째서 여기에 쿠시다가 있지?"


"여기에 있는 이부키 씨가 우활하게도 아마사와 씨와의 리벤지전을 누설했어. 우활하게도"


 우활을 강조하여 2번 입에 담으며, 얼마나 어리석었는 지를 말한다.


"나는 나쁘지 않아! 잘도 감언이설에 넘어간 쿠시다 탓이야!"


"그런 걸 뻔뻔하다고 하는거야"


"시끄러! 별로 괜찮잖아 갤러리가 1명이나 2명 늘어도"


"그런거야. 아마사와 씨와 싸움을 한다고 듣고 흥미가 생겨서"


"2명이 인정한다면 내가 뭐라 할 말은 아니지만, 어느 쪽의 응원이지?"


 개인적 흥미는 거기에 있다.


"나로서는 어느 쪽이 지더라도 맛있다는 느낌일까나"


 문화제 때에는 아마사와와도 다투는 모습이었으니 말이지.


 즉 어느 쪽으로 승패가 기울어도, 쿠시다로서는 만족할 수 있는 관전이 되는 셈이다.


 쿠시다는 이제 보이지 않게 된 츠바키 쪽을 돌아본다.


"아까 그 츠바키 씨말인데, 혹시 연애에 얽힌 거? 전부터 생각했지만, 아야노코지 군은 의외로 인기 있네"


"그런가?"


 츠바키의 목적은 전혀 다르다고는 생각하지만, 쿠시다는 그런 식으로 억측한 것 같다.


 거기에 동조하듯 호리키타도 입을 연다.


"그래도 자각 정도는 있죠? 카루이자와 씨와도 사귀고 있고"


"그렇다면 반대로 묻겠는데 너는 인기있다고 할 자신이 있는건가?"


"왜 내가? 나는 인기 없어"


"적어도 스도에게는 호의를 받고 있었겠지"


"그런거야? 호리키타가? 아하하, 그 바보랑이라면 잘 어울리지 않아?"


"스도 군을 바보취급하는 건 그만두세요. 지금 그는 당신의 몇 배는 영리해지고 있어"


"그래도 내 발차기로 쓰러뜨릴 수 있어!"


 비교 기준이 싸움이 되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하면 아마 스도 쪽이 강하다고.


"뭐 그래도──"


 이부키는 지긋이 나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본 후, 힘차게 내뱉었다.


"이 녀석이 인기 있는 이유, 나에게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렇게 작은 『っ』를 말로 해서 모은 녀석은 처음 봤다.


"당신도 그렇지 쿠시다"


"에?"


"에? 가 아냐. 그러니까, 아야노코지의 좋은 점 따위 모르고 있겠지? 라고 묻는거야"


"......뭐. 좋은 점이 없는 건 아니지 않아? 그도 그럴게 주위를 보면, 변변한 남자가 없다는 걸 알잖아? 그런 유상무상과 비교하면 나아보일까나-랄까"


 칭찬 받는 건지, 아니 아마 칭찬 받는 것은 아니겠군.


"나한테서 보면 그게 그거지만.....!"


"그럼 류엔 군과 아야노코지 군, 이부키 씨가 사귄다면?"


 그런 쿠시다로부터의 의문에 이부키는 잠시동안 침묵. 그리고 납득이 안간다는 표정을 계속 떠올렸다.


 이윽고 그 침묵을 깨고 결론에 도달한다.


"카레맛 똥과 똥맛 카레 정도로 어느 쪽도 고를 수 없겠는데"


 호리키타와 쿠시다가 휙하고 이부키로부터 거리를 두고 말려들지 않도록 피난해 갔다.


 누구라도 이런 화제를 큰 소리로 듣고 싶지는 않다.


 내가 도망치면 쫓아올 것 같으니, 여기는 인주가 될 수 밖에 없나.


"무슨 비교야 그건"


 일단 태클을 넣어보기로.


"어떻고 자시고, 말 그대로지만"


 어느 정도 어떤 비유를 들어도 상관없지만, 그 비교는 좀 상처받는다.


 그리고 나는 어느 쪽에 해당하고 있을 것인지 생각하거나 생각하지 않거나.


 아니, 어느 쪽이라도 싫은 건 싫은 거지만.


 하지만──여기는 굳이 생각을 순환시킨다.


 내가 만약 둘 중 하나를 먹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고르는 것은 후자다.


 아무리 맛이 보정된다고 해도 대장균을 대량으로 섭취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한편으로 후자라면 미각이나 후각에는 엄청난 데미지를 주겠지만, 원재료는 어디까지나 카레. 즉 인체에 있어서의 악영향은 크게 한정될 것이다.


 그러나 후각으로부터 뇌가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경우는 상정외의 건강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뭐야 아야노코지, 멍때리고"


"아무것도 아니야...."


 너무 깊게 생각한 탓으로 기분이 안 좋아졌기에 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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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일본어로 눈의 발음은 유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