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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류합숙도 끝나고, 완만하게, 하지만 확실히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진로상담실의 소파에 걸터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이 올 때를 조용히 기다리는 사카야나기.


 그 옆에는 의아한 듯이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담임교사, 마시마의 모습도 있다.


 "여기서 대체,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할 생각이냐"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이 자리에 끌려왔던 마시마는, 답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낸다.


 사정은 이해하지 못했어도, 평소와는 다른 이상함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침착하지 못하시네요 마시마 선생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말이야...."


 2명이 입실한지 이미 10분 이상 경과했다


"──오셨네요"


 직후에 사카야나기는 느낄 수 있었다.


 문에 손이 닿는 순간에, 그 남자가 나타난다는 것을.


"5분 지각이에요. 류엔 군"


"주역은 뒤늦게 등장하기 마련이다"


 상담실의 문을 연 것은, 류엔 카케루.


 그리고 그 뒤에는 담임교사인 사카가미의 모습도 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마시마 선생님"


"글쎄요.....저도 상황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머리를 맞댄 2명의 교사는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채, 이상하다는 듯 얼굴을 마주본다.


 류엔은 사카야나기가 앉은 소파 앞에,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학생 2명이 걸터앉고, 교사가 서 있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하시모토 군을 홀리셨다고는 해도, 꽤나 큰 일을 시키셨네요"


 사카야나기가 묻자, 류엔은 간격을 두지 않고 말했다.


"네 밑에서 불안해서 어쩔 수 없어하는데, 무리도 아니지"


"그것뿐이라면 좋겠는데요. 약삭빠른 악당의 달콤한 말에 유혹이라도 받았겠죠.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진실을 거짓이라고 확신한다. 그도 역시 희생자일지도 몰라요"


 서로의 말의 응수가 교사를 방치한 채로 시작한다.


"가라앉았던 것 치고는 건강하잖아"


"확실히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다면 시기상조였네요"


"크큭. 아야노코지도 쓸데없는 짓을 해줬구나"


 교류회에서 아야노코지가 사카야나기에게 접촉했다는 사실을 류엔은 당연히 포착하고 있다.


 그리고, 교류회가 끝난 후에 사카야나기는 다시 일어섰다.


 그것을 연결시키는 데에는 복잡한 추리는 필요없다.


 "당신의 말대로──. 저는 그에게.....아야노코지 군에게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정면에서 사카야나기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류엔은 피부로 느꼈다.


 지금까지의 타인을 내려다볼 뿐이었던 그 시선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대하는 사카야나기도 느낀다.


 눈 앞의 남자는 만났을 때보다도 훨씬 더 커진 신념을 안고 있다고.


"당신도 아야노코지 군에게 도움을 받았군요"


"핫, 웃기지 마라. 너와는 언제까지나 양립할 수 없다. 나는 아야노코지에게 도움 받은 기억은 없어. 오히려 증오를 받았다. 복수하기 위한 증오를 말이지"


 짓밟힌 자신의 실력과 프라이드.


 절대의 자신을 가지고 있던 씨름판에서, 무참히 패하고 말았다.


"과연, 증오인가요. 그게 당신을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든 거네요"


"너는 다르다는 거냐?"


 되물어 오는 류엔에게, 사카야나기는 무심코 미소짓는다.


"뭐가 웃기지"


"죄송합니다. 실례되는 미소로 보였다면 사과할게요. 저는 단순히 기뻤어요. 당신이 훌륭하게,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아야노코지 군의 실력을 알아차렸다는 것에"


 하시모토에 대해 격분하던 때와 달리, 눈 앞의 류엔은 그 몸으로 몸소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격은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고 사카야나기는 지금의 생각을 곧바로 고친다.


 카무로와 야마무라의 한 건을 경계로, 자신의 안에서 감정의 스위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너는 좀 더 이른 단계에서 눈독을 들였다고 말하는 건가?"


 원래부터, 사카야나기가 아야노코지에게 주목하고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하지만 그 최초의 접촉이 어디였는지를 류엔은 모르기 때문에 캐내려고 하고 있다.


"네. 공교롭게도 이 학교에서 그의 존재를 알게 된 당신과는 달리, 저는 어린 시절부터 그의 일을 쭉 눈으로 계속 따라다녔으니까요"


 그런 의기양양한 듯한 태도에 류엔의 움직임이 멈춘다.


".....흥미 깊은 발언이 아닌가. 그 녀석의 어릴 무렵을 알고 있다고?"


"잘 알고 있어요. 소꿉친구 같은 것이라고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 발언을 듣고, 마시마도 내심 이전에 사카야나기가 말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는 것 만큼 멋없는 것은 없다.


"나는 아야노코지한테 졌다. 지금까지 몇 번을 져도 최후에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남자는 그런 불굴의 정신을 사정없이 때려부쉈다. 독기도 빠질 정도로 말이야" 


 그러나 거기서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다시 그 무대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동기는 달라도, 기이하게도 저와 류엔 군의 최종목표는 같다는 거네요. 저는 그와 싸우기를 당신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쭉 바라왔다. 남은 학교생활은 앞으로 1년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그 전에 방해되는 존재는 사라지지 않으면 안되지요"


"완전히 같은 의견이다. 빨리 너를 쓰러뜨리고, 나는 녀석에게 복수하러 간다"


 항상 차가운 눈으로 타인을 보던 사카야나기는, 확실히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류엔에 대해서가 아니다. 그 앞에 기다리는 아야노코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류엔도 마찬가지. 사카야나기 앞에 기다리는 아야노코지를 쓰러뜨리기 위해 감정이 고조된다.


"당신의 복수는 성취되지 않는다. 그 직전에 걸려넘어질 테니까요"


"너야말로 왕좌에서 대결을 기다릴 생각이겠지만, 그 계획은 빗나가게 된다"


 가열해가는 응수에,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마시마가 끼어든다.


"마음대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지만, 슬슬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할까"


"실례했습니다"


 약간 분개한 마시마에 대해서, 사카야나기는 부드럽게 사과한다. 그리고 이렇게 입을 열었다.


"이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편이 좋겠죠. 본제에 들어가볼까요?"


"아아, 그렇군"


 사카야나기는 교사 2명을 옆으로 세우고, 자신 쪽으로 향하게 한다.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서는 사카야나기 앞에, 류엔도 일어나서 돌아본다.


"우리는 이제부터 큰 내기를 합니다. 일반적이라면 보통은 구두로. 신용을 둘 수 없는 자리는 계약서로 약속사항을 나눕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용이 내용인만큼, 두 클래스의 담당교사가 입회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화를 듣고 있던 경위에서도, 마시마와 사카가미 모두 긴장이 달린다.


"너희들 사이에서 무엇을 계약할 생각이지"


 사카야나기가 그 내기의 내용을 선언한다.





"학년말 시험, 패자는 이 학교를 떠난다──. 라는 겁니다"





"패자는, 떠난다.....? 무슨 말을 하고있어. 아직 시험 내용도 룰도 발표되지 않았다. 이 단계에서 퇴학자를 내는 구조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다고"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대전상대로부터 퇴학을 낼 수 있는 보증은 없다고 어투를 거칠게 하고 답한다.


"마시마 선생님, 무엇을 착각하고 계시나요? 내용이나 룰 같은 건 일절 관계 없어요. 어디까지나 우리가 내기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학년말 특별시험의 승패 뿐. 그 결과, 지는 사람이 자주적으로 퇴학한다. 그뿐만의 일이에요"


"너희들 교사를 증인으로 삼은 것은 확실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사카야나기가 울든 아우성치든, 계약에 따라 퇴학 처리를 진행해라. 물론 만에 하나 내가 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양자, 100% 퇴로를 끊고, 패배했을 때의 퇴학을 받아들인다는 위험한 조건.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 강제력을 가진 학교 측의 협력이 필요불가결이다.


 사태를 이해한 마시마는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바로 나오지 않는다. 


"정말 그런 내기를 할 생각입니까? 당신에게는 프로텍트 포인트가──"


 마시마에 비해 침착했던 사카가미가, 의문점을 입에 담는다.


"자퇴에는 프로텍트 포인트의 의미는 없어요. 일단, 공평성을 기하기 위해서 프로텍트 포인트 차이를 메우기 위한 프라이빗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정해져있지만, 금액은 최저한으로 잡고 있습니다. 돈까지 챙겨버리면 그의 클래스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요"


"김칫국부터 마시는 녀석이다. 네가 지면 돈 계산 따위는 소용없으니까 말이지"


 이것이 농담이 아니고, 앞으로 행할 계약이 진심이라는 것을 이해한 마시마.


 자세를 바로잡고 엄격한 표정을 짓는다.


"2명 모두, 정말로 괜찮은거지? 우리가 승낙하면 학년말 결과를 받고, 강제적으로 퇴학을 집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쪽도 클래스에 있어서 리더의 역할을 맡은 중요한 포지션이다. 큰 혼란은 피할 수 없어"


"네. 패배한 클래스의 재건은 곤란이 극에 달하고 사실상 복구는 불가능하겠죠. 즉 3학년 진급을 앞두고 4파전에서 탈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어요"


 그 말을 입에 담으면서, 사카야나기는 재차 아야노코지를 떠올린다.


 아야노코지가 이상으로 하는 4 클래스의 경쟁은, 류엔과의 내기가 결정된 시점에서 불가능이 되어 있었다. 만일 아야노코지가 이적해 전력의 밸런스를 잡는 방향으로 조종간을 튼다고 해도, 몰락해가는 이치노세 클래스도 감안하면 손이 부족하다.


"무승부가 되어 내기가 무효가 되기를 바란다거나 하지 말아주세요?"


"무승부 따위는 인정 안해. 혹시 그렇게 되면, 네가 카무로를 잘라버린 것처럼 제비라도 뽑아서 정하면 돼" 


"그것도 역시 일흥. 기대하고 있어요"


 퇴로를 끊은 양자이지만, 무승부의 결과는 처음부터 상정하지 않고 있다.


 있는 것은 승리인가 패배인가.


 표리일체의 관계뿐.





 사카야나기와 류엔이 인정해, 두 담임이 파악한 시점에서 내기는 정식으로 성립했다.





 패자가 사라진다.





 퇴학을 건 도망갈 곳이 없는 학년말 특별시험이──머지않아 막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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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 내용은 이걸로 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