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1620235

번외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1652926






"으아아아아아아~~~!"



시끄럽네.


내 방에 와 있는 케이가 기지개를 켠 후 마루에서 뒹굴었다.



"일어나 케이, 빨리 책상으로 돌아가."


"그으치이마안~~



진심으로 싫은 듯 투정을 부린다. 아직 문제집은 절반이나 남았는데도 한심하네.



"곧 시험이다.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아 클래스 포인트에 공헌해야겠지."


"알고 있다구~~ 그치만 지쳤고~......"


"너 하나의 성적만 떨어진다면 모를까, 여기는 그것이 클래스 전체의 평가로 이어지는 학교다. 그러니까───"


"아~~ 시끄러 시끄러! 알고 있다니깐!"



알고 있다면 어서 하라고 말하고 싶다.






"알고 있다면 빨리 해라."


"무~~ 짓궂어."



겨우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책상에 엎드린다.



"내 남친이니까~ 좀 더 상냥하게 대해줘."


"사랑의 매다. 빨리 해라."


"아~ 말빨도 좋아!"


"내가 할 말이야."



하아...... 귀찮구나.


공부 안 하면 싫어할 거라고 말해볼까.






......아니, 그만두자. 불길한 미래가 보였다.



"채찍만 치지 말고~ 당근도 부탁해."


"그걸로 의욕이 난다면 상관없어. 단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으면 해. 몇 점 목표야?"


"60점!"


"낮아아아!"


"아~! 지금 바보취급했어! 네, 바보취급한 이 인간, 전국의 60점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적으로 돌렸어!"


"60점이면 평균 이하겠지."


"우와~ 의욕이 꺾였어. 이러니까 천재라는 것들은......"



60점을 낮다고 한 정도로 천재 취급이라면 세상은 천재 투성이겠구나.



"80점은 봐줄게, 70점은 받아라."


"이 천재 자식이!"


"고맙구나."


"우우...... 바보옷!"


"어휘력이 너무 빈약해. 국어 쪽지시험 3회 추가야."


"아! 아아! 귀신! 악마!"


"네 4회 추가."



케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럼, 70점 넘으면 소원 들어줘."


"물론이야, 참고로 어떤 소원인데?"


"1주일간 여자와 이야기 금지!"



하?



"사실은 1달을 하고 싶었지만, 역시 그건 곤란할까나 해서."


"아니, 1주일도 꽤나 곤란한데......"


"하? 나라는 여친이 있으면서 키요타카 얼마나 바람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정도면 너그러운 편이야."



언제 내가 바람을 피웠지.


히요리와 독서하고, 이치노세와 헬스장에 가고, 사카야나기 쇼핑에 어울리고, 아마사와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뭔가 불만이라도?"


"아...... 아니, 딱히 없네."



1주일인가......


딱히 지금까지 의식해서 여자와 이야기하려 한 건 아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봉쇄당하는 것은 꽤나 번거롭다.



"앗싸! 그럼 공부 열심히 할게! 아, 모르는 부분 있었지. 알려줘 키요타카! Help me! very very 서둘러!"


"네네, 영어 쪽지시험 4회 추가."



......뭐 이걸로 케이가 의욕을 내준다면 싼 편인가.


이후 케이는 거짓말처럼 집중했다.



"키요타카를여자와말하지못하게키요타카를여자와말하지못하게 속박한다속박한다..."



......뭔가 주문을 외우고 있었지만, 기분 탓이길 바란다.






시험 결과가 벽에 붙여졌다.



"짠!"



결과가 앞에 있는데도, 케이는 정말로 기쁜 듯 나에게 답지를 보여주러 왔다.


평균 82점. 훌륭하구나.



"하면 되잖아. 이 정도라면 80점 기준이었어도 괜찮았네."


"그 경우엔 여자와 이야기 금지 1개월로 했을 것이지만?"



그건 곤란해. 70점이라 다행이다.



"뭐, 우리들 클래스는 용서해줄게. 다른 클래스는 금지야. 시이나씨, 이치노세씨, 사카야나기씨, 나나세씨, 아마사와 이치카."



아마사와만 풀네임으로 불려버렸어.



"또 그 외에 여러 사람!"



"알았어, 알았어, 약속은 지킨다."


"앗싸!"



겨우 1주일간 여자와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나 기쁠까.


얼마나 신용 없는 거냐 나.






"......그러면"



케이와 멀어진 장소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이야기 금지라고 했지 연락도 금지라고는 하지 않았지.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를 무시하는 것은 양심에 찔린다. 그러니까 메일로 아는 여자 전원에게, 당분간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뜻을 전한다.


가능하면 전화로 정중히 말하고 싶지만, 이야기하는 것은 금지니까. 게다가 한 명 한 명 이야기하고 있으면 시간이 걸린다.






자, 어떻게 보낼까.


케이와 사귀고 있는 건 비밀이니 자세히 말할 수 없다.


게다가 들리는 이야기로는, 여자는 남자에게 장문의 메일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듯 하다.


즉, 요점을 정리해서 간결히───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좋아. 이거면 됐어.


그리고 몇 번이고 보낼 문장이니 길어지면 귀찮다. 송신...


완벽해. 나도 조금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치노세의 경우>



아야노코지군에게 미움 받았다.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갑자기 받은 메일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나, 뭔가 나쁜 짓 했었나.



"안녕 호나미쨔...... 우와아!?"



마코쨩이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아하하, 이상해 마코쨩.



"무슨 일이야 호나미쨩!? 이 세상이 끝난 듯한 얼굴을 하고!?"


"그런가? 난 언제나 희망에 가득 차 있는걸."


"안돼 망가졌어! 집합! 클래스 전원 집합!"



어라, 왠지 모두들 모였네.



"왜 그래 호나미쨔..... 히익!?"



치히로쨩이 날 보자마자 겁을 먹었다. 뭔가 무서운 거라도 본 걸까?



"이, 이치노세...... 무슨 일이냐. 얘기해줘."



칸자키군도 날 걱정하고 있고.


싫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그저 조금, 아야노코지군에게 미움 받았을 뿐...이고......


......어라? 왜 미움 받았지?


그래, 아야노코지군에게 메일 받았지.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아야노코지군과 당분간 이야기할 수 없다.


이야기할 수...... 없어......



"우......우우읏......"


"이치노세...?"


"호나미쨩...?"



이야기할 수 없어?


아야노코지군과. 이야기 못해?


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우, 우아아아아아!?"


"호나미쨩!? 날뛰지 마!"


"다들, 호나미쨩 잡아줘!"



만나지 않으면! 아야노코지군과 만나서 이야기해야!


아야노코지군이 이런 심한 말을 할 리 없어!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


맞아, 분명 협박 당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구해줘야 해!


그런 지독한 사람, 찔러 죽여야!



"놔줘! 방해하지 마! 지금 바로 죽이지 않으면 안 돼!"


"죽...!? 누굴 죽이는 거야 호나미쨩!"


"그런 짓 하면 안돼!"



왜 다들 날 막는 거지!?


놔줘! 아야노코지군을 도와야 해!






<시이나의 경우>



......아야노코지군이, 저를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그런데 말이에요?


저, 뭔가 나쁜 일 했나요?


저번에 빌려드린 책이 마음에 안 들었나요?



"여어 히요리, 오늘은 책이 아니라 휴대폰을 보고 있구나. 남자라도 생겼냐?"



아, 류엔군. 마침 잘됐어요.


잠깐 볼 좀 빌릴게요.



쭈욱~



"아야야! 뭔 짓이냐 히요리!"


"아팠나요?"


"당연하겠지!"


"그렇습니까."



아프다고 합니다.


즉 이건 꿈이 아니에요.



"무슨 일 있나요 류엔씨?"



류엔군이 시끄러워 이시자키군이 상황을 보러 왔습니다.



"히요리가 이상하다."


"뭔 일 있었어?"


"에에, 잠깐 메일이 와서......"



두 사람에게 메일을 보여줬습니다.


아야노코지군이 이런 메일을 보낸 이유,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에! 시이나, 아야노코지에게 미움 받았어!?"



...



......



.........하?



"부엑!?"



저는 책의 모서리로 이시자키군의 명치를 때렸습니다.



"게흑...... 무, 무슨 짓을......"


"아야노코지군은"


정말이지 이시자키군도 참



"저를"


이상한 소리를 한다니까요



"싫어한다거나"


벌을



"하지 않아요"


주지 않으면 안되겠죠



"기에엑!? 그, 그만둬라아!"



이시자키군을 엎어트려 올라타 팔을 꺾습니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아야노코지군은 상냥한 사람이에요. 이유 없이 저를 싫어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이시자키군은...... 아야노코지군을 모독했네요.


아픔을 새겨주세, 욧!



"류, 류엔씨! 도와주세요오!"


"이시자키 네놈...... 정말이지 멍청하군."



네 이시자키군. 꽈악, 이에요.



"그아아아!!"






<사카야나기의 경우>



......아야노코지군이 저를 싫어하게?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갑자기 도착한 메일.


이유도 없고, 그저 담백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라고.






......후우


과연, 그렇군요.


저를 시험하고 있네요. 아니면 다음 시험에 관한 정보 유출을 막으려고.


네 물론. 저는 전부 이해하고 있습니다.


함께 외출해서 제 추억도 들어주셨으면서 저를 싫어할 리 없겠죠.



"요, 공주님. 왜 그렇게 휴대폰만 노려보고 있어?"


"하시모토군, 잠깐 이 메일 좀 봐줬으면 합니다만."



같은 남성인 하시모토군이라면,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아야노코지군의 의도를 틀릴 리는 없으니, 분명 하시모토군도 예상대로의 답을 들려주겠죠.



"아~...... 공주님, 아야노코지한테 뭔가 저질렀어?"


"어째서죠?"


"그치만 이거...... 미움 받았잖아. 아야노코지한테."






......?



"네?"


"아니, 그러니까. 아야노코지한테 미움 받아서───"



틀려.


그는 나를 싫어하지 않아.


이 클래스의 누구도 친구라 생각한 적 없고, 원망을 들어도 좋아. 하지만, 그에게만큼은, 미움받아선 안 된다.



"키토군. 하시모토군을 처리해 주세요."


"알았다."


"에? 에??"



키토군이 하시모토군을 처리하는 사이, 다시 메일을 읽어보죠.



"아파아아앗! 항복! 항복! 갸아아악!!"


"시끄러워요 하시모토군. 저는 지금 생각할 일이 있어요. 조용히 해 주세요."



정말이지 도움이 안되네요.



"아침부터 시끄럽네...... 무슨 소란?"



마스미씨, 마침 좋을 때에.


다음은 여성의 의견도 들어보죠.



"마스미씨, 이 메일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야노코지한테? ......우와, 너 뭔 짓을 한거야."






네?



"완전히 미움받고 있잖아. 너 뭔가 선을 넘어버린 거 아냐?"


......헤에~ 그런가요 그런가요.



"ㅇㅇ씨, ㅁㅁ씨, 마스미씨의 구속을."


"하? 에에? 잠깐, 뭘 하는거야!"


"야마무라씨, 마스미씨가 울 때까지 간지럽히세요."


"잠깐, 그만!"



실망입니다. 마스미씨.



"아, 저기...... 명령이라, 미안해요!"


"잠, 그만... 우하하하핫!"



하시모토군의 비명소리, 마스미씨의 웃음소리.


이 교실 시끄럽네요. 저는 이 메일의 의도를 도출해야 하는데, 소음으로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가죠.



"아~~하하핫! 그만둿! 사카야나기, 그만.... 에헤헤헤."



누군가,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은 없는 걸까요.






"안녕 사카야나기 아리스. 뭔가 시끄럽네요."



......모리시타씨. 그녀가 있었네요.



"흥미가 생겨서 이야기하러 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사실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모리시타씨에게도 메일을 보여줬습니다.



"......흠"


"어떤가요?"


"미움받고 있네요."






.........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는 나 같은 인간이 갑자기 접촉해도 싫은 내색 한 번 보이지 않았어요. 그 외에도 개성이 넘치는 여럿과 교류가 있고..... 그런 사람에게 미움 받는다니 대단합니다. 사카야나기 아리스."



모리시타씨는 그렇게 말하곤 정색을 하며 박수를 칩니다.


......부추기고 있네요.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아야노코지군은 저를 싫어하지 않아요."


"어째서 그렇게 말하나요? 싫은 일을 당하면 누구나 불쾌해 합니다. 애초에 당신은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를 어디까지 알고 있습니까? 오래된 교제라고 해도 '친한 사이에도 예의가 있다'는 말도 있고,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죠."


"......"


"당신은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를 특별히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가 사카야나기 아리스를 소중히 한다는 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설마 싶지만 당신이 일방적으로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를 알고 있던 관계는 아니겠죠? 그 정도로 깊은 관계인 척을 하다니 딱하네요."






"시끄러워어! 나 이외의 여자가! 아야노코지군을 안다는 듯 말하지 마아!"


"흉하네요. 이게 질투라는 건가요? 저는 이해 못할 감정이지만 옆에서 보니 재미있네요."



이 여자가...! 잠자코 듣고 있으니 멋대로 말하고!


역시 이 클래스에 동료 따위는 없어요!!






<나나세의 경우>



......아야노코지 선배가 나를 싫어하게 됐다.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선배에게 거꾸로 원한을 품고 폐를 끼쳤다.


그래서 속죄하기 위해 학교에 남아 선배의 힘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도...... 나는 선배의 기분을 상하게 해버렸다.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걸까요.



"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사과해야"



머리를 조아려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선배에게 용서 받기 위해서라면 복종의 의사를 표하기 위해 목줄을 매는 것도 불사할 각오를. 아니 오히려 매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부족하다면 손목을 잘라 피를 바쳐야...



"여어 나나세. 뭘 중얼거리고 있냐."


"호센군. 이걸 봐주세요."



같은 남성인 호센군이라면 선배의 마음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푸핫! 뭐냐 너. 차였구나!"






───그 이후의 기억은 희미하다.


듣기론 내가 의자를 들고 난동을 피웠다던가 어쨌다던가.


그런 교양 없는 행동을 정말로 제가 했을까요......?







<아마사와의 경우>



"만나게 해줘어어엇!!!!!!"



나는 아야노코지 선배를 만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이렇게도 선배를 숭배하는데 미움받을 리 없어.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해도 말해야 한다. 그리고 진의를 묻고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는다.


선배 취향의 여자가 될 때까지, 나는 전부를 바꿔갈 거야.






그런데, 그런데에엣!



"진정하렴 아마사와씨!"


"얌전히... 있으라고!"


"놔!!!"



전력으로 선배를 향해 달려, 앞을 막는 패거리는 전부 쓰러뜨렸다.


그리고 지금, 호리키타와 이부키에게 붙잡혀 있다.


불찰이었다. 제대로 한다면 지지 않을텐데 선배 생각만 하고 앞만 보다 보니 둘에게 붙잡혀 억눌려 버렸다.



"그를 만나 어쩔 생각이야! 이런 상태의 너를 놔줄 것 같아?"


"그긋... 무슨 힘이!"


"방해하지마아! 선배를 만날 거야! 만나야만 해!"






───아아, 그런가.


이건 선배가 나에게 준 시련.


알았어, 극복해 낼게.



"에잇♪"


"우힛!?"



뭐, 뭐야!? 발바닥이......!



"무슨 일이야 아마사와씨? 뭔가 슬픈 일이라도 있었어? 선배에게 상담해 줬으면 해."



쿠, 쿠시다 키쿄! 사람들 앞이니깐 착한 척을.



"자 자, 진정해♪"


"히야아앗!?"



내, 내 다리를 누르고 몰래 간지럽히고 있어!



"......평소의 답례야♡"



이, 이게......! 아야노코지 선배가 아닌 녀석이 내 몸을 갖고 논다니!


무슨 굴욕......! 이것도 시련이란 거야? 선배!?






<아야노코지 side>



......뭔가 각 클래스에서 난동이 일어난 듯 하다. 무섭구나.



"자 키요타카, 아~앙♡"



나는 높은 점수를 받은 케이를 축하하기 위해 비싼 디저트를 대접했다.



"아~......"



휴대폰 전원은 꺼놨다. 메일을 보내자마자 무수한 착신이 와서 시끄러웠으니까.


그 중에는 왠지 호리키타와 이부키도 있어, 무시하면 나중이 무섭지만... 뭐어, 모처럼 케이와 데이트니, 집중할까.



"하아...... 다른 여자와 연락하지 않는 키요타카가 좋아♪"



듣기 안 좋네. 마치 내가 항상 여자에게 말을 거는 듯한 말투다.






───그러나 다음날, 아는 여자들이 밀어닥쳐 와 다시 케이의 기분이 나빠지게 되는 것이었다.






<번외 : 히메노의 경우>



시험이 끝나고 한숨 돌리고 있으니 메일이 왔다.


보낸 사람은...... 아야노코지군?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 갑자기 뭐야?


말 안 한다니, 애초에 그렇게 자주 얘기하지도 않지만.


뭐, 저쪽도 여러가지 바쁠테고 딱히 상관없다. 아야노코지군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나와 칸자키군으로 이 클래스를 바꿔야 하니.






"......"



다시 한번 메일을 읽어본다.


문자를 치는 도중 실수로 보냈나 싶을 정도로 담백한 문장.


이유도 말하지 않고 갑자기 이야기할 수 없다니......



"......뭔가 잘못했나?"



아야노코지군과의 시간을 떠올린다.


뭔가 미움받을 일 했던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말하면, 너무 들이댔다던가?


아니 그치만, 맨 처음 참견해온 건 저쪽이고, 이후로도 아야노코지군 쪽에서 접촉해 왔을 텐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몹시 우리 클래스를 신경 써주고 클래스를 개선할 역으로 나와 칸자키군을 발탁했다. 단지 그 뿐.


......그러니까 딱히 신경 쓸 필요 없어. 아야노코지군은 내가 형편이 좋아 접해 왔을 뿐, 지금은 뭔가 다른 일이 생겼다든지 마음이 바뀌었다든가 해서 나와 이야기하지 않게 됐다. 단지 그것 뿐인 일.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


별로 괜찮잖아. 일부러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뭐냐고.


그렇게 늘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말하고 싶었어? 절대로 내가 말을 걸지 않도록?



"......바보"



뭐야 진짜. 그쪽에서 먼저 얽혀 온 주제에.


나만 소리 지르게 놔두고, 그쪽은 전혀 소리 내지 않고. 진짜 제멋대로야.



......아아 진짜.


지금 당장 아야노코지군에게 가서, 귓가에 소리를 질러주고 싶어.


바~보! 라고.






<번외 : 카무로의 경우>



아야노코지에게 메일이 왔다. 시험 끝난 지 얼마 안됐지만 한가한 거야?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


............하?


뭐야 이거. 애초에 이런 말 할 사이가 아니겠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사카야나기에게 물어...... 아니 그만두자. 아야노코지에게 메일 온 것을 질투할 것 같고, 그 녀석을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던가 싫다.






............



"......아니, 뭐 하는 거야?"



휴대폰을 노려보는 내 자신에게 묻는다.


채점도 끝났고 할 일이 없으니, 이 메일 보고 있어도 어쩔 수 없겠지.


놀랄 정도로 담백한 문장. 그 이상의 의미 따위 없는 본 그대로의 내용일 것이다.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어째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건 뭔가 바쁘다던가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왜 그걸 굳이 전하는 건데? 이유 하나 정돈 적으라고.



"......아니아니, 아니니까 절대로."



아니 이유 같은 거 필요 없고 바라지도 않아.


아무 이유 없이 저 녀석과 이야기할 수 없어도 하나도 곤란하지 않으니까.






......미움받았을까?


사카야나기의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미행해서, 뭐 강하게 부딪치기는 했다.


그래도 녀석은 성가셔 보이긴 해도 평소처럼 대해왔다.


......미움받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싫었던......걸까.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푸념할 상대가 없어지는 건 조금 아쉽다고는 생각하지만.






......



"아~..... 짜증나."



말할 수 있게 되면 절대로 불평할거니까.


그보다... 그때는 제대로 『이야기해도 된다』라고 연락해 주는 거겠지.






<번외 : 야마무라의 경우>



미, 미미, 미, 미움, 미움 받았다......!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아야노코지군에게서 갑자기 이런 메일이 왔다.


어, 어째서......!?


수학여행에선 잘 대해줬고, 이후로도 신경 써줬는데.


나, 뭔가 나쁜 짓 했나......?


이유도 없이 이야기할 수 없다니 보통은 말하지 않는다... 그치...?



"어, 어어, 어떡하지......!"



사과해야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 따위가 폐를 끼쳤다면 일단 사과해야 한다.


맞아, 역시 장갑을 빌려선 안됐구나. 제대로 변상해야......!






......하지만 어떻게 사과하지?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건 사과하는 것도 무리......라는 뜻!?



"......우, 우으으~......!"



어떡해어떡해어떡해


말하지 않고 사과하는 방법이라니, 있으려나.






......안돼.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됐으니 성심성의껏 사죄하면 반드시 들어줄 것이다.


......최악엔 도게자하는 것도 머리에 넣어 두어야 할까?


아니 그것보단 폐를 끼칠 각오를 하고 가야 할지도.



"야마무라씨? 무슨 일 있나요?"



고민하고 있으면 사카야나기씨가 말을 걸어왔다.



"뭔가 고민하는 기색이었으니까요...... 괜찮다면 들어줄게요."


"아, 네. 저기......"



그래, 사카야나기씨라면......



"저기! 말 없이 사과하는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네?"






<번외 : 아사히나의 경우>



휴우~ 시험 끝났다아. 이번에도 좋은 점수 땄고, 순조롭네.






......응? 메일. 누구일까.


와, 아야노코지군! 드문 일이네~ 무슨 일일까.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엣"



바, 반말? 아니 그보다도......


말 안 한다니, 어째서......?


애초에 학년이 달라 이야기할 기회도 적은데 일부러 못을 박는다니.






......미움받았다?


아니아니, 별로 미움받을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무슨 농담인 걸까. 나중에 만나서 물어봐야지.






『당분간 너랑은 말 안 한다』



......화내면 어쩌지. 말 걸면 더 화내거나 하면......


아야노코지군, 무표정이고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가아끔 날카로운 눈을 하고, 진심으로 혼나면 침울해질지도......



"우~......"



아아, 답답해.


어떻게든 말하지 않고 이야기 들을 순 없을까.


이럴 때는......



"저기 미야비."


"뭐냐?"


"아야노코지군에게 사과하고 와."


"......하?"



곤란할 때는 미야비다. 아야노코지군과 적대하고 있지만, 이야기 듣는 정도는 괜찮겠지.



"......어째서 내가 사과하는 거냐."


"그치만 (나한테) 화났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을 텐데."


"그치만치만, 눈치 못 챈 것 만으로 (내가) 아야노코지군에게 실례인 게 아닐까 하고......"


"......아니 뭐, 확실히 지금까지 (나는) 시비를 걸었었지만."



역시......! 주위에선 그렇게 보였어!



"그러니까 부탁해!"


"싫다, 왜 갑자기 아야노코지 편을 드는 거냐. 마음에 안 드는군."



......그렇지, 스스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알았어...... 미안해."


"어이, 왜 우는거냐... 나즈나, 기다려!"



나는 곧장 아야노코지군의 교실로 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