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반갑다 제군. 대학 시절 (대략 십이수 전후 시기)에 유희왕 늦바람이 나서 오프라인에서 버제만 줄창 굴렸던 인간이다. 지금은 현생 이슈로 인해 오프라인 듀얼은 꿈도 꿀 수 없지만, 아래와 같은 물건을 아직 가지고 있다. 이제 보니 '나 버제 합니다' 라고 너무 광고하는 것 같지만, 뭐 어때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버제스토마란 덱이 참으로 명확하게 장단점이 짜여져 있고, 당시 기준으로 잠깐 환경권에 들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그냥저냥 딕 수문장에서 지뢰덱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는 참 걱정할 일이 없는 테마다. 직접 지원을 못 받아도 간접적으로 이것저것 받아 먹다 보니 막상 못 굴릴 건 또 아니고. 물론 탄산 반동분자들 때문에 떡이 동결 처리된 건 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런 버제스토마를 굴리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기믹 자체의 한계 때문에 대부분의 용병들과 시너지가 안 난다는 점이다. 최근에 일본에 나온 인피니트 포비든의 경우, 용병과 공격권 인플레의 극한을 찍으면서, 공격권 GS라는 해괴한 덱이 입상하고, 거의 모든 덱들이 꾸역꾸역 용병을 채용해 전개력을 높이거나 어떻게든 티어덱들과 어깨를 맞추려고 발버둥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버제스토마가 지금껏 제대로 활용한 용병은 사실상 한몸이었던 개구리, 2렙이면 일단 다 되는 스프라이트, 처음으로 얻은 현실적인 선공 초동인 충혹마 정도고, 다른 건 굳이 이걸 넣을 필요가 있나 싶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데먼스미스는 꽤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다.



(왜 데먼스미스인가?)


일단 현 메타의 공격권 용병들을 살펴보자.


[1] 천년 : 레벨이 다른 고렙 몬스터들을 전개한다. 하지만 버제스토마의 레벨은 2고, 덱 스페이스만큼의 효율이 안 나오며, 기껏해야 링크 소재로밖에 못 쓴다. 뭐, 이걸로 전개한 몬스터로 스컬데드라도 뽑게?

[2] 죄보 : 레벨 1짜리를 레벨 2로 변환하는 데 손이 많이 가서 효율이 좋다 보기 어렵다. 제트 싱크론하고 포뮬러 싱크론을 쓰면...... 아몰랑 그거까지 연구할 마음은 안 들고, 조만간에 칼 맞을 게 뻔하잖어.

[3] 데먼스미스 : 레벨은 안 맞지만, 베아트리체로 버제에게 절실한 덤핑 기회를 추가로 제공하고, 링크 소재도 상당량 마련해 준다. 사실상 유일한 연구 대상. 근데 베아트리체 조만간에 금지 먹을 것 같다...


버제스토마라는 덱 자체가 공격권과는 인연이 없고, 억지로 시너지가 없는 공격권 특화 용병들을 채용해 봐야 다른 덱들의 하위호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시너지가 좋은 게 아니면 선택지 자체에 들어가기 어렵다. 데먼스미스는 핀포인트 덤핑이라는 버제스토마에게 가장 달콤한 이익을 제공하며, 덤으로 전개 부산물로 2링크 몹도 하나 제공하므로 스프라이트 등의 추가 전개에도 도움을 많이 준다.


롤백이 나오면서 버제스토마에게 덤핑의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원래라면 발동 조건이 잔뜩 붙은 함정들이 롤백과 함께라면 노 코스트로 상대를 강타하는 무쇠 망치가 되며, 실제로 라뷰린스가 그렇게 쓰고 있으나, 롤백은 누가 뭐래도 버제스토마가 가장 맛나게 쓸 수 있다. 초동에 성공한 버제는 마렐라를 한 턴에 두 번 갈겨서 바로 함정 카드의 효과를 쓸 수 있고, 이번 덱 역시 그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핵심 카드)


일반적인 카드들은 제외하고 이번 연구에서 특별히 발굴한 몇몇 카드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1. 트랜잭션 롤백


백은성 공주 놈이 쓰는 그 카드다.

묘지 제외 효과로 묘지의 함정 카드의 효과를 복사한다는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효과를 가졌다. 위에서 말했듯이, 버제스토마는 오파비니아와 캄브로라스터로 마렐라를 두 번 쓸 수 있기 때문에 확정으로 특정 함정 카드의 효과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레안코일리아를 쓰면 재활용도 가능하다. 주로 봉화요려담/오뚜기/엘리멘틀 버스트 이렇게 3개를 견제용 카드로 많이 쓰는데, 버제스토마의 경우 몇 가지 선택지를 더 갖는다. 그리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2. 트랩트릭


트랩트릭. 이쪽은 대부분의 함떡 덱들과는 궁합이 애매하지만 버제와는 상당히 잘 어울리는 카드다. 그런데 이 카드, 제한 조건을 잘 보자.


'이 카드의 발동 후, 턴 종료시까지 자신은 함정 카드를 1장밖에 발동할 수 없다.'


그렇다. 롤백으로 이걸 베껴버리면 페널티를 씹을 수 있다. 근데 그러면 함정 카드의 효과만 베끼면 될 걸 굳이 트랩트릭을 쓸 필요가 있나? 아니다. 버제스토마의 특수 소환 조건은 함정 카드의 효과가 아니라 함정 카드의 발동이다. 이놈을 쓰면 버제스토마의 소환 기회를 한 번 더 확보할 수 있고, 간접적인 덱 압축 효과도 있다. 우리는 롤백도 레안코일리아로 우려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묘지에만 묻어 두고 이놈을 베껴 먹으면 버제스토마 소환권을 매 턴 추가로 챙길 수 있다. 그리고 이놈을 사용함으로써, 정말로 뜻밖의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3. 활로를 향한 희망


활로. 활로엑조나 다이놀피아가 쓰는 이 카드를 발굴하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처음에 본인은 이 덱의 드로 소스로써 무모욕을 고려했다. 현 환경이 워낙 고속화되다 보니 드로 스킵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고, 롤백을 사용하면 선턴부터 효과를 볼 수 있는 데다 롤백 자체를 우려먹으면 페널티의 타격도 쉽게 줄일 수 있다. 그러다가 이 덱이 전개 과정에서 엑덱과 메인덱 몹을 무식하게 갈아 먹는 걸 보고 탐욕의 단지로 대신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드로 함정을 찾다가 대량 드로가 가능한 이 카드를 찾았는데, 이 카드하고 롤백을 같이 묻었더니 발동이 안 됐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이 카드가 묘지에 있는 상태에서는 체력 차가 없으므로 이 카드의 효과를 쓰는 조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아서였다. 그럼 이 카드는 롤백하고 같이 쓸 수 없는 건가? 하고 실망하다, 위의 트랩트릭을 보고 떠올랐다.

'롤백으로 트랩트릭을 베껴서 반피를 만들면 트랩트릭으로 가져온 활로를 발동할 수 있다.'

피가 좀 많이 깎이긴 하지만 노 코스트 2드로를 참아? 이건 못 참지! 스프라이트 혼합형이면 스타터를 쓴 다음에 효과를 써서 3드로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이미 피가 너덜너덜한 상태이므로 이후 턴에 롤백을 레안코일리아로 우려먹으면 또 왕창 드로 가능하다! 심지어 이 덱은 전개 과정에서 덱을 굉장히 많이 정제하기 때문에, 드로를 통해 견제용 함정과 패 트랩을 가져올 확률도 높다! 이걸 참으면 꼬추를 달고 다닐 자격이 없다!


4. 어둠의 함정


이거는 지금 검토 중인 카드인데, 간단히 말하면 제 2의 롤백이다. 롤백보다 쓰기 힘들지만 롤백+활로를 한 번 쓰면 체력 조건이 충족되고, 이후에는 롤백과 겹치지 않는 추가 함정 복제용 카드로 쓸 수 있다. 근데 이걸로 활로를 쓰다가는 진짜로 주마등을 보게 될 지도.


5. 어리석은 부장


핀포인트 덤핑이 중요한 덱이므로 부장을 풀 투입하는 걸 추천한다. 후공 승률을 높이길 원한다면 줄이는 게 나을 수도 있으나, 역으로 돌파용 공격권으로 작용하는 카드기도 하므로 케바케.



(덱 리스트 예시)


워낙에 최적화가 까다로운 덱이라 아직 연구를 한참 해야 된다. 일단 이런 형태라는 것만 알아 주길.


1. 데먼스미스+스프라이트+충혹마+버제스토마 (50장)



스프라이트를 추가한 형태로, 애매하게 50장이다. 후공에서 패 트랩을 잡기 어렵다는 점이 껄끄러운 대신, 선공 빌드를 단단하게 세우면서 롤백을 통한 숨은 후열을 강하게 가져갈 수 있다.

이 혼합 축의 핵심은 데먼스미스가 자체 초동을 만듬과 동시에 불완전한 충혹마 초동을 완전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으로, 트리온은 있는데 버제가 없는 상황 등을 케어해 주며, 덤핑 물량 자체를 높이는 것으로 견제의 선택지를 늘리고, 묘지에 카드를 밀어 넣으면서 덱을 정제해 효과적으로 방해용 카드를 패에 넣을 수 있다.

홀과 함정 속으로를 안 쓰고 충혹마를 전개용 파츠로만 쓰는 이유는 그런 함정들보다 롤백깽판이 훨씬 강해서다. 사실 자리만 있다면 하나 정도는 넣고 싶긴 하다.

잔디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데 트랩트릭하고 같이 쓸 거면 그냥 60장 맞추는 게 나아 보인다. 하지만 60장 버제를 굴려본 본인 경험에 따르면 60장 버제는 저점이 너무 치명적이다. 솔직히 당시에도 떼노한테 맞춰가는 느낌으로 썼을 뿐.



트리온+버제 투핸드 기준 대략 이런 느낌의 빌드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묘지에 롤백 대기, 엑덱에 리나 대기, 다음 턴 롤백용 탄환을 베아트리체로 장전 대기, 증G 3장은 실제로는 드로 3장임).



2. 데먼스미스+충혹마+버제스토마 (40~45장)



스프라이트를 빼고 덤핑 및 자원 수급용 라도리와 이피리아를 넣었다. 두 카드는 주로 기간틱 스프라이트로 꺼내는데, 의외로 초동에 잡혀도 기분이 썩 괜찮다. 골자는 1.과 같으나, 고점보다 패 말림 및 패 트랩 밀도 감소를 경계한다면 이쪽이 나을 것이다.



3. 데먼스미스+하얀 숲+버제스토마 (40~45장)



충혹마 대신 하얀 숲을 핸드 덤핑 및 드로 소스로 활용하는 형태다. 버제스토마 초동의 확실성은 낮으나, 데먼과 백숲 간의 시너지가 좋고, 몬스터만 왕창 잡힌 게 아닌 이상 핸드를 유연하게 풀어줄 수 있으며, 전개 중에 드로를 더 많이 볼 수 있고 바로네스로 빌드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하얀 숲 전개 중에 난나를 뽑아 데먼스미스로 이어갈 수 있고, 데먼스미스의 덤핑으로 재앙일지니를 묻어 롤백으로 복사해 아스테랴를 꺼내 하얀 숲의 초동으로 이어갈 수 있다. 그리고 하얀 숲도 6레벨을 많이 사용하므로 베아트리체의 소재가 된다. 초동으로 버제를 쓰는 방법은 심플하게 묘지에 버제 1장+롤백+트랩트릭이 있으면 되며, 이걸 만들기 곤란한 패로 해석되면 굳이 이번 턴에 버제를 꺼내는 데 목숨 걸 필요 없고 데먼과 하얀 숲으로 풀어 나가면 된다.



(마치며)


난 버제 지원을 절실히 원하지만 이제 롤백 때문에 제대로 지원 받긴 글른 것 같아. 그래 직접 지원 안 주면 뭐 어때 지금껏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것도 용하다. 버제러 유붕이들아 고생대를 주름잡은 고생물들처럼 가늘고 길게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