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러 왔다


아니, 어쩌면 오랜 애인일지도.


너와의 마지막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변했다며 차갑게 돌아서는 나와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며

미소를 지어 보이던 너


돌이켜 보면, 너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변한 것은 언제나 나였지


처음으로 대회에서 입상했을 때도

처음으로 마스터에 도착했을 때도


너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가만히 미소짓고 있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달려온 옛 고향


그 곳에서 나를 맞아주는 것은

기억 속의, 그 따뜻한 미소


나는 너무도 많이 변했는데

너는 그 미소마저도

변하지 않았구나


전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나도 많았는데


너의 미소를 보니

어설픈 말 따위는

필요 없어진 것 같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나

언제나처럼 미소 짓는 너


그 천진난만한 미소 앞에

나는 또, 그 때처럼,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 눈부시게 빛나는 너에게. 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