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

 

아뇨 처음입니다. 평소에는 먹을 것 구하기도 벅차서...

 

.....

 

네, 확실히 이 주변에 괴물들은 많이 사라져서 전보다 안전하게 생활하게 되었네요. 감사드립니다.

 

.....

 

아무래도 그렇죠. 안전해졌다고는 해도 배급이 끊긴지는 오래고 비축된 식량도 거의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서로 언성이 높아지더군요. 이제까지 남아있는 분들은 거의 그 문제로 남아있는 터라... 저는 별 상관없지만 조금 착잡한 기분이 드네요.

 

.....

 

네 알겠습니다. 말재주가 없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괴물과의 싸움, 정말 어마어마했죠. 교회에서 경고해 준 것처럼 정말 위험한 놈인 것 같더군요. 뭐,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에게 피해는 크게 없었지만, 확실히 저 멀리서도 충격의 여파가 닿을 만큼 끔찍한 싸움인 건 알겠더군요. 

 아무튼,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교회 분들이 괴물을 퇴치하고 나면 저희는 그 주변을 수색하곤 해요. 식량보다는 싸움 이후 가끔씩 성수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서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말이 있어서 보통 2일 이내에 수색하는데 이번에는 워낙 큰 싸움이어서 싸움 후 3일째 되는 날에 수색하게 되었어요. 저를 포함한 세 명에서 수색을 하게 되었는데 큰 싸움이 일어나서 그런지 싸움장소는 의외로 깔끔하더군요. 싸움이 일어난 장소는 주택단지인 거로 기억하는데 서너개의 주택은 완전히 가루가 돼서 넓은 공터가 생겨있었죠. 그 넓은 공터에 성수가 남아있지 않을까 했지만 한눈에 봐도 아무것도 없이 깔끔해서 그 주변의 부서진 주택을 탐색하기로 했죠. 각자 반파된 집을 하나씩 골라 탐색을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부셔진 집들 주변에 아파트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수색하게 된 주택은 집 절반이 완전히 날아가 있더군요. 2층짜리 집이 담장이고 현관이고 완전히 잔해가 되어 마당에 쌓여있고 벽과 천장의 철근이 드러나는 와중에도 열심히 서 있는 모습은 경이롭다고 말하고 싶네요. 마치 도면처럼 거실과 2층의 방이 완전히 두 동강 나 있어서 밑에서도 2층에 누가 있는지 정도는 확인이 가능했죠. 2층의 방은 흰색의 벽지가 발려있고 검은색 침대만이 놓여있는 신기한 방이었어요. 다른 가구는 일절 없었는데 그 유일한 침대가 집이 반파되는 와중에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 절 놀라게 했죠. 그것보다 더 놀랐던 점은 그 침대에 누가 누워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였습니다.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면 사고가 정지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고의 정지가 나에게 일어난듯했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언제부터 있었는가? 환호성을 쳐야 하나? 다른 사람을 불러야 하나?

“직접 확인해봐야...”

별별 생각이 드는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 언제부터 저곳에 있는지 모르지만 반파된 집에 그것도 2층에 이상한 방에 평안히 누워있는 그 사람이 평범한 사람일 리 없다. 

위험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위험한 사람일 것이다.

애초에 저건 사람인가?

그렇다 저건 사람이 아닌 것이다. 이상한 방 이상한 침대, 저 방은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저렇게 꾸민 것이고 저것은 저 방의 장식품일 것이다.

그렇다 무시해도 되는 것이다. 무시해야만 할 것이다.

...

하지만 확인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싸움의 여파가 이 집의 2층 까지 미쳤다. 2층에, 저 방에 성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잔해더미 위로 성수가 있지 않은가? 가능성은 충분하다.

성수는 많을수록 좋다. 비축분이 떨어져 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많이 모아야 한다.

그래 성수 때문이다. 나는 성수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 같잖은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아예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생각이 정리될 무렵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았다.

 

계단을 올랐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복도 끝으로 보이는 도시의 황량함이었다.

한때 수많은 사람의 활기를 머금었을 이 도시는 이제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장소로 변해있다. 그런 도시의 풍경이 마치 액자에 갇힌 그림처럼 복도의 벽과 천창에 갇혀 빛나고 있었다.

복도의 오른쪽으로는 2층 방들의 문이 나란히 있었다.

보이는 문은 모두 2개, 맨 끝의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바닥은 나무 장판으로 덮여 있었으나 발소리는 나지 않았다.

주변은 고요하고 살아 움직이는 것은 나밖에 없다.

그런 분위기에 이끌린 것인가? 이윽고 숨소리조차 사라져가 문 앞에 당도했을 때 나는 숨을 쉬는 것을 멈추고 있었다.

똑똑...

문을 두드림과 동시에 나의 호흡도 돌아왔다.

대답은 없다.

똑똑...

다시 한번 두드린다.

여전히 답이 없다.

손잡이를 잡으려는 그 순간 문이 살짝 열렸다.

“아 씨...”

깜짝 놀라 몸이 튄다. 욕지거리가 나올 뻔한 건 덤이다.

좁은 문틈사이로 밝은 은빛이 눈에 들어왔다. 방안 흰색 벽지가 눈에 보이는 거라 생각했지만 이윽고 그것이 긴 머리카락임을 알아차렸다.

문이 천천히 움직인다.

문이 완전히 열려 그 은발의 주인이 보였을 때 나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을 완전히 덮는 긴 은발,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노란 눈과 입가에 머금은 은은한 미소는 신비로운 아우라를 풍겨 마치 그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했다.

따뜻하지만 어딘가 위화감과 함께 미지근한 침묵이 주위를 맴돈다.

“...엑소시스터 이신가요?”

짧은 침묵을 깨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검지만 약간의 푸른 빛이 도는 제복, 그 제복의 형태와 함께 날개를 본 딴 어깨의 징표는 그녀가 엑소시스터임을 말해준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 근처를 수색하게 되다 이 집 2층에 우연히 계신 걸 보고 확인차 올라오게 됐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인사는 중요하다. 특히 처음 만나는 상대라면 첫인상, 첫인사가 매우 중요하다.

왼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이쪽에 보시면, 이렇게 뚫려있어서 1층에서 엿보게 됐는데 그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찌 된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상투적인 사과, 상투적인 질문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떨까요?”

그녀의 대답 또한 상투적이다.

그녀의 은발 끝이 분홍으로 물들어져 있는 것을 알아차린 건 그즈음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르파, 이 지역 일대를 담당하는 엑소시스터라고 한다. 1달 전에 동생과 함께 이 지역으로 파견되었으며 이전에도 3개월 넘게 활동하는 등 나름 베테랑이라고 한다. 때문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번 괴물의 토벌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니? 그게 무슨 소리시죠?”

괴물토벌에 성공했으나 괴물은 엄청난 폭발을 남겼다. 그 넓은 공터를 만든 폭발에 자신은 휘말렸고 그렇게 죽었지만 이렇게 다시 살아났다고 말한 것이다.

“조금 표현이 서툴렀네요. 음... '폭발에 휘말렸지만 다행히 살아있다' 라는 표현이 적당할까요?”

“예, 그게 당연하죠. 죽었다가 살아난다니...”

그렇다. 사람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이 사실인 것이다.

다만, 그 엄청난 폭발에 휘말리고도 어찌어찌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그것대로 의문을 자아낸다. 더군다나 그녀의 모습은 폭발에 휘말린 사람치고 너무나도 깨끗했다.

애초에 그 공터를 만든 것은 폭발인가?

“그 방에는 왜 계신 거죠? 엑소시스터들은 따로 거점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다 외부에서의 단독행동은 거의 불가하다고 알고 있는데...”

“꽤나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괴물... 여러분이 악마라고 부르는 그 존재의 퇴치에 힘써주시는 분들이니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라도 관련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접적인 도움은 드려야죠.”

 악마. 사람의 몸의 빙의하고 그 사람을 숙주로 힘을 발하는 존재. 세간에는 그 존재를 괴물이라 부른다. 그 괴물이 처음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어떤 미친 사람의 폭주 정도로 인식했을 뿐이다. 하지만 괴물이 하나둘 늘어가고 그것을 완전히 퇴치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갈 때 한 괴물이 외쳤다. ‘신을 저버린 자들이여, 멸망의 날이 가깝다.’ 사람들은 모두 잊고 있던 각자의 신을 찾았다. 어떠한 신이든 상관없다, 단지 우리를 구해달라고 기도할 뿐이었다. 신은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괴물들은 점차 인류를 몰아갔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하던 어느 성당, 하늘의 사자는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의 사자는 성당에 있던 어느 한 소녀에게 성구라는 이름의 목걸이를 건넸다. 소녀는 직감했다. 이제 그 괴물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신의 사자는 각지의 성당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타날 때마다 소녀들에게 성구를 건넸다. 하늘의 힘을 받은 소녀들은 괴물에 맞섰다. 소녀들은 스스로를 엑소시스터라 명명하고 사람을 구해냈다. 또 소녀들은 말한다, 이 존재들은 신에게 대항하는 ‘악마’라고. 하지만 세간에서 이 존재를 악마가 아닌 괴물로 부르는 것은 여전히 신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시군요. 사실 폭발에 휘말린 뒤로 기억이 나는 게 없네요. 저는 그 폭발에 휘말려 기절했고 그 방에서 깨어났습니다. 왜 제가 그 방에서 깨어났는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녀는 말했다.

“음... 알겠습니다. 괜찮으신 거 같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쨌든 그녀는 멀쩡히 살았다. 내가 상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분위기가 되려는 찰나 그녀가 갑작스럽게 질문했다.

“뭐가 말인가요? 폭발에 휘말렸지만 결국 살아남았으니 더 이상 신경 쓸 이유가 있나요?”

그렇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엑소시스터다. 내가 가진 상식이 안 통할 수 있다.

“제가 엑소시스터니까 초자연적인 힘으로 어떻게든 살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폭발에서 몸을 지키는 그런 종류의 권능은 받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폭발에 휘말려 확실히 정신을 잃었었답니다,”

내 생각을 읽은 듯 그녀가 답했다.

“그럼 다른 사람의 마법으로 살아남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 같이 토벌에 나섰던 동생분의 마법으로 살아남은 건 아닌가요?”

“아쉽게도 제 동생도 폭발에서 저를 구할만한 권능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애초에 제가 폭발에 휘말리게 된 계기가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였기 때문에 저는 제삼자가 저를 구해줬다고 생각해요.”

...

“그럼 그 분도 엑소시스터일까요?”

“그건 모르겠네요...”

그녀가 말끝을 흐린다.

“...저는 그분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잠깐 뜸을 들인 후 그녀가 말을 잇는다.

“그러시군요. 그럼...”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당신들의 캠프에 한동안 머물러도 괜찮을까요?”

내 말을 자르고 그녀가 계속 말을 잇는다.

“왜죠? 당신을 구할 정도면 엑소시스터일 가능성이 높을 탠데 그렇다면 성당에서 수소문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성당에 소속된 엑소시스터가 같은 엑소시스터를 이곳에 버리고 떠날까요?”

“그건...”

“게다가 그분을 제가 정신을 잃은 3일 동안 저를 어딘가에 숨겨 놓았다가 오늘 그 방에 데려다 놓으신 것 같은데 그분이 엑소시스터라면 이런 영문 모를 짓은 하지 않으셨겠죠.”

“응? 3일 동안 정신을 잃으셨다고요?”

“예. 제가 정신을 차린 건 당신과 만나기 몇 분전이니 당신의 말대로라면 저는 3일 동안 정신을 잃었던 것이 되겠지요.”

...

“당신이 저희 캠프에 머무를려는 이유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머무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저희에게 이익이 될 만한 그런 건 없나요?”

우리 캠프는 기본적으로 손님을 거절하지 않지만 내 마음대로 손님을 오고 가게 할 수는 없다. 적어도 캠프의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이유나 이익이 필요할 것이다.

“악마로부터 여러분을 지켜드리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밖에 없네요.”

그녀는 엑소시스터, 악마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 내가 한 질문은 의미가 없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렇게 마르파씨는 한동안 저희 캠프에 머물게 되었죠. 캠프의 사람들은 크게 환영하지 않았지만 내심 기뻐하는 분위기였네요. 그 당시엔 여전히 괴물들은 활개를 치고 있었고 저희 캠프도 괴물들을 방어하느라 다들 지쳐 있었는데. 다행히 마르파씨가 큰 전력이 되어서 한숨 돌릴 수 있었죠.

 

음... 잠깐 쉬었다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

 

.....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