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봄을 지내고,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던 여름을 넘고.

바람이 약간 차가워져, 짧은 가을도 슬슬 끝을 고한다.

다시――은빛으로 빛나는 겨울이 찾아온다


모미지

「응, 준비됐어. 자자, 여기 앉아?」


모미지가 『산책을 가자』고 해서.

오랜만에, 우리들의 추억의 공원까지 왔다.


유키토

「이러면 돼?」


모미지

「응. 그럼…실례하겠습~니다」


모미지

「에헤헤, 기분 좋다~…나, 여기가 제일 편해」


유키토

「그게 말이야, 나랑 모미지의 포지션이 뒤바뀐거 아냐?」

모미지

「에~, 나 여기가 좋단 말이야. 응석부리는 편이 좋아~


유키토

「정말…변하질 않네」


모미지

「응, 결혼식 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우리들이라, 조금 맥이 빠져버렸어」


유키토

 「같이 산 시간이, 길었으니까」


신선한 게 딱히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분적으로 고조는 했어도, 일상생활에서는 벌써 완전히 서로의 페이스를 알고 있다.


모미지

「나는 여러가지 궁리했다구? 에이프런을 귀여운 것으로 해보고, 요리도… 엄청 열심히 만들어 보기도 했는걸」


유키토

「고마워. 모미지의 노력하는 모습, 엄청 좋아해」


모미지

「사랑하는 남편님을 위한 거니까. 에헤헤…남편님이래」


유키토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냐」


그러고 보니…사귈때도 그랬구나.

『남자친구』라는 말에 일일이 기뻐하며, 히죽히죽 하던 게 생각난다.


모미지

「그치만, 기쁘단 말야. 그리고, 언제까지나 신혼 기분으로 있는 게 더 행복하잖아?」


유키토

한도가 있지 않을까…? 우리, 결혼식 하고 나서 벌써 슬슬 1년이 다 돼가는데?」


모미지

「『벌써』가 아니라『아직』이야. 3년 정도 신혼기분으로 있으면 좋겠네」


유키토

「사, 3년…? 그건 아무래도 너무 긴거 아냐…?」


모미지

「3년 정도는 눈 깜짝할 새야? 그러니까, 매일을 소중히…행복하고 싶어」


유키토

「…그래. 모미지와 함께 매일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해, 소중히 해야지」


온화한 미소에, 나도 미소를 돌려준다.

살며시 곂친 손의 온기는…무엇보다도 소중하고, 평생을 걸어 지켜야 할 보물이다.


모미지

「그리고, 제대로 기념일도 소중히 챙기고 싶어. 행복의 목표는 중요한걸」


유키토

「하하, 알고있어」


모미지

「조금 있으면, 첫 결혼기념일이네. 후훗, 어떤 축하를 해줄까」


유키토

「그 전에, 이번달에는 모미지의 생일이 있잖아. 올해는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모미지

「…으응. 선물이라면, 이미 받았어.」


유키토

「엣?」


모미지

「2개월이래.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았으니까… 틀림없을 거야」


유키토

「…엣, 그건…」


모미지

「아가. 지금, 내 뱃속에 있다구」


나와,모미지의…아기

겨우 이해가 되어,말의 의미가 전신에 퍼진다.


유키토

「저, 정말로…?」


모미지

「응. 아직 작은 생명이지만… 여기서 열심히 살아 있어」


천천히, 부드럽게.

모미지의 손이 배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고…가슴 깊은 곳에서 소리가 났다.

모미지와 장래를 약속했을 때도 들었던 소리.

행복을 연주하는 마음의 소리가, 조금씩, 조용하게…온몸에 스며든다.

모미지

「내가 엄마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이상한 기분이야」


유키토

「…나, 아직 전혀 실감이 안 나」


모미지

「아하하,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아가, 아직 내 몸속에 있는 걸」


모미지

「1년후 이맘때쯤이면, 분명…유키토의 팔 안에서, 이 아이가 자고 있어」


――상상한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따뜻하고…부드러운 미소로 가득 찬 광경


모미지

「어떤 아이로 자랄까나.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건강하고 착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


유키토

「괜찮아. 나와 모미지의 아이니까, 걱정 할 필요 없어」


모미지

「…응, 그렇네.  우리들의 아이인걸」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간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상쾌해, 잠시 동안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모미지

「있잖아, 내 이름에 대한 이야기…전에 한 적 있었지?」


유키토

「어? 아아, 단풍의 계절에 태어나서라고 얘기 했어」


모미지

「사실은 말야, 또 하나의 의미가 있었대. 엄마가 알려줬어」


유키토

「엣, 그런 거야?」


모미지

「아빠의 『나무(木)』와, 엄마의 『꽃(花)』. 봐, 합치면 내 이름이 되지?(椛)」


유키토

「…어, 진짜네」


카즈키 씨의 글자와, 미카 씨의 글자가 들어가 있다.

이런 건, 금방 알아차릴만한 건데…

말해주지 않으면, 의외로 눈치채지 못하는구나.


모미지

「내가 결혼하면 알려주겠다고 얘기했었대. 후훗, 잘 모르겠는 고집이네」


유키토

「나는 멋진 거라고 생각해. 그 만큼 모미지의 이름에 깊은 생각이 있었다는 거잖아?」


모미지

「응. 그래서, 우리도…이 아이를 위해 멋진 이름을 선물해 주고 싶어」


유키토

「…아아, 같이 생각하자」


우리들의 마음을 맡기자.

나와 모미지가 어떤식으로 행복을 바라고, 사랑을 쏟았을까.

이 아이가 컸을 때, 가슴을 펴고 전할 수 있게. 그런 보물이 될 만한 이름을 선물해 주고 싶다.


모미지

「그리고 말야, 나…이 아이를 위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주려고 해」


유키토

「오호, 어떤 이야기?」


모미지

「자상한 남자애가, 무기혁한 여자애의 꿈을 열심히 받쳐주고, 지켜주고……소중하게 이루어주는 이야기」


유키토

「엣…?」


모미지

「여자애는, 어설프지만…열심히 사랑을 해서. 10년을 걸쳐키운 마음을, 맹세로 바꾸는 거야」


모미지

「라스트씬은 말야…남자애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을 하는거야」


모미지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면, 물어보는 거야. 『있잖아 마마, 다음은?』라고」


모미지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줘. 다음은 파파한테 물어보러 갈까…라고」


유키토

「…응」


행복한 이야기는, 아직 도중.

앞은 지금부터 만들어 간다.


유키토

「마마와 같이, 셋이서…다음을 생각하자」


나랑, 모미지랑…태어날, 이 아이와 같이.

우리가 가족이 되어,길고, 긴 하나의  이야기를 그려가자.


은빛으로 빛나는 겨울은, 몇 번이나 순환한다.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 변하는 마음, 변하지 않는 마음.

모든 것을 안고, 우리들은……함께 걸어간다.


커튼콜을 맞기에는, 아직 멀었다.

많은 마음을 잇고, 키워.
웃음과 행복에 싸인 날들을 보내자.


유키토

「있잖아, 모미지」


모미지

「응? 왜에?」


유키토

「나도 만들게. 잘 못 만들 수도 있지만……내 마음을 잔뜩 담은 이야기」


유키토

「행복히지는 것을 무서워했던, 겁쟁이 남자애가……눈부신 꿈과 동경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여자애를 좋아하게 돼」


유키토

「남자애는, 그 여자애를 너무 소중하게 생각해, 필사적으로 사랑을 키워」


유키토

「여자애는, 남자애에게 둘 도 없는 존재로 변해가」


유키토

「꿈과 마음을 곂치며, 앞으로도 함께 걸아가자고 약속을 하는 거야」


유키토

「10년이 걸려, 겨우……사랑(恋)을 사랑(愛)으로 바꾸게 돼」

 

유키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행복의 형태를 만들고…지금도 행복을 키우는 중이야, 라고」


유키토

「금방 이해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시아버지랑 시어머니처럼, 이 아이가 결혼할 때 또 이야기해 줄게」


모미지

「응……기대되네」


몇년이 지나도 『모미지가 소중하다』라고 자랑할 수 있는 자신이고 싶다.

그러니까…나는, 오늘도 내 마음을 말한다.


유키토

「모미지. 나는 세상에서 제일, 모미지를…사랑해」


부드럽게 손을 포개, 소중한 온기를 느끼면서.

앞으로 수없이 내뱉을 이, 사랑의 말을. 

모미지는 반드시, 내 기대에 응해…함께 옆에 서서 걸어가며, 계속 미소 지어주니까.


모미지

「나도, 사랑해」


마음속에서 계속 반짝이는, 말과 웃는 얼굴.


모미지

「앞으로도 쭉, 세상에서 제일…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얗게 물든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봄을 즐겨.

내년엔 날씨가 쌀쌀해졌다고 예보 될 여름을 기대해.

결국 짧을 가을을, 아쉬워하며 사랑을 한다.


그리고, 다시――겨울을 맞는다.

흰 눈에 발자국을 남기듯, 나란히 걸어가자.

10년 후, 20년후……아득한 미래를 목표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