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본편 스포가 아니라는 게 스포임









사쿠렛 소프맙 한정 특전 보이스 드라마 <어느 겨울의 가지>







뭐? 춥다고? 겨울이니까 당연하잖나. 설마 미래엔 겨울도 춥지 않다는?


응? 온풍기도 히터도 없으니까? 그건 화로와는 다른 건가?


잘 모르겠다만 이 시대의 겨울은 네게는 힘들다는 건가.


이거 참, 연약한 사내구만.


돌이켜보면 여름에도 똑같은 불평을 했었지.


에어컨이 없어서 힘들다니 어쩌니.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무소에 그런 편리한 물건은 없다.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말이지.


뭐, 말은 그렇게 해도 나 역시 추운 건 매한가지지만.


너에 비하면 다소는 나은 편인가.


그리고 자, 춥다면 달라붙으면 그만이잖아?


나 참, 담요는 이거 한 장뿐이니까 참아라?


그렇게 큰 담요는 아니지만 이렇게…딱 달라붙어 있으면 추위도 어찌어찌 이겨낼 수 있잖아?


소장님과 함께라니까 갑자기 아늑해졌다고? 나 원, 말은 잘해요. 에잇, 에잇!


훗, 목덜미를 만지니 차갑지? 우왓! 멍청한 놈, 나한테 되갚아주지 마!


문바람이 춥다고? 어쩔 수 없어, 저 창문은 내가 입거할 때부터 깨져 있어서 매년 바람이 숭숭 들어와.


고치면 된다고? 하하하, 넌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 수리비는 어디서 조달하는데? 응?


사건이 서너 개는 발생해서 우리 사무소에 의뢰가 들어온다면야 어찌어찌 예산도 짜넣을 수 있겠다만.


하지만 현실은 이번 달 식비조차 어려운 처지.


하하, 맞아, 먹고 살기 바쁘면 딴 생각할 틈이 없다고 하지. 필사적으로 일하다 보면 분명 추위도 잊을 수 있을 거다.


그렇다고는 해도 미안. 미래였다면 이렇게 애처로운 경험을 하진 않았을 텐데. 


미안하다고는 생각해. 네게 있어선 필시 불편할 테지.


응? 나랑 함께 있는 편이 따스하고 즐겁다고?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냐? 기쁘지 않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만.


네가 이렇게 이 시대에 남기로 정한 것, 이래저래 다투긴 했다만 지금은 존중하고 싶어.


거짓말이 아니야. 다름 아닌 네 선택이다. 이 시대에 온 것도 불가항력인 이상, 그 누구에게도 널 탓할 권리는 없고.


나도 그걸 바라고 있어. 뭣보다 내가 너와 떨어지고 싶을 리가 없잖나?


이제 와서 떨어지라고 해도 내가 수긍 못 할 것 같아.


내가 조금만 더 영리했다면 너를 밀쳐내서라도 미래로 돌려보냈을 테다만.


네가 나쁜 거다? 나를 이렇게나 매료해서…떨어지고 싶지 않게 만들었으니까.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어.


그러니까 더욱.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쭉 네 곁에 있어줘야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추위 정도가 아닌 난관이 몇 개나 닥쳐오겠지만. 나는 너와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


후훗, 그렇게 올곧은 눈빛으로 보지 마라. 귀여운 녀석 같으니.


뭐? 애 취급 하지 말라고? 어쩔 수 없잖나. 상사와 부하의 관계니까.


내 부하가 싫다면 싫다고 말해라. 그땐 언제든지 서방님으로서 나를 부양할 의무를 져줘야겠어.


뭐냐? 그건 싫은가? 하긴 나도 그래. 너와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금이 최고야.


이렇게 어떻게든 일을 이어나갈 수 있는 건 네가 곁에 있어준 덕분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세계의 명탐정으로서 이름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너는 분발해줘야겠어. 하핫.


응? 그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바로 누군가가 온 모양이군.


두터운 담요를 사기 위해서라도 좀 더 열심히 일해보자고.







응? 오오, 창밖을 봐라. 오늘은 눈이 와.


하핫,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래.


뭐야? 춥다고? 겨울이니까 당연하잖나. 미래엔 여름이 추운 것도 아닐 텐데.


…응? 작년에도 비슷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었나?


히터가 없다느니 어쩌니. 지금처럼 탄식했던 거 같은데.


그립구만. 하지만 아쉽게도 네가 원하는 환경을 구축하기엔 앞으로 99년은 더 걸리겠어.


정신이 아찔해지는걸. 작년에도 어찌어찌 이겨냈으니 새삼스레 문제될 건 없겠지.


그렇게 우는소리 그만해.  


그리고 이거 봐, 올해는 코타츠가 있다고. 너와 함께 착실히 노력을 쌓아온 결과다.


이걸로 어느 정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겠지.


뭐? 전기코타츠가 아니라고? 사치스러운 녀석 같으니.


그런 물건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잖나.


그래도 여름엔 선풍기 덕분에 꽤 쾌적해진 것도 사실.


그런 가전제품?이라고 했던가. 확실히 갖고 싶어지긴 했어.


하지만 항상 얄팍한 게 우리집 지갑 사정이거든.


큰 거 터뜨려서 대박날 때까지 사치는 적이다.


코타츠에 들어가자.


자, 귤도 있다고. 겨울의 추위 속에서 먹는 과일이라는 것도 정취가 있어서 좋지 않나?


코타츠보다 체온으로 데우고 싶다고?


머, 멍청한 놈! 그래선 결국 작년이랑 똑같잖나.


기껏 이걸 샀는데.


하지만 네가 떼를 쓰니까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다?


담요를 같이 덮어써주겠다만 착각 마라?


어디까지나 네가 원하니까…알았으니 그렇게 들러붙지 마, 바보야.


늘 함께 있는데…왜 새삼스레 그리 기뻐 보이는 거냐?


나 참, 너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응석받이구만.


응? 썩 싫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하게 하지 마. 네 곁에 있어서 기쁘지 않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내겐 상사로서의 위엄이라는 게…아아, 정말, 알았어, 알았다고.


같이 자면 되는 거지? 네 표정은 너무 알기 쉽다고.


그렇게 금방 기쁜 표정을 지으니까 나도 너를 응석부리게 하는 걸까.


으음, 이건 중대한 문제일지도 몰라.


뭐? 나도 그렇다고?


그런 일은…있을 수도 있다만.


역시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된 건지도 모르겠군.


이제 너에게 거짓말은 못 하겠군.


나도 너랑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마음은 언제나 아늑해.


이제 만족하냐?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잖아.


~…!! 그렇다고 해서 지금 사랑의 고백을 하라곤 안 했어.


왜 넌 그렇게 순수한 거야.


그런 식으로 사랑을 속삭이면 그…곤란하잖나.


욱신거려서 참을 수 없게 되잖아.


아아, 정말! 더 말하지 말고 이불로 들어가!







하아~따뜻해. 확실히 따뜻하군.


그렇구만, 이게 전기히터라는 건가~.


큰일 났군. 너무 따뜻해서 여기서 못 벗어나겠어.


하아~ 따끈따끈해. 이상한 기계라고 생각했다만 이러고 보니 애착심까지 생기려고 하는군.


네가 염원하던 것도 이해돼. 하아~ 따뜻해.


흠, 이거 참, 값비쌌지만 구매한 보람이 있었어. 겨울마다 신세지도록 해야겠어. 


너와 보내는 겨울도 이걸로 세 번째. 그리고 마침내 당초의 희망도 이루어졌군.


이런 최신 기계, 네가 없었다면 확실히 안 샀겠지. 


응? 굳이 내 돈으로 살 필요는 없었다고?


신경 쓰지 마라, 기다리게 만든 사죄 겸 내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해라.


그런데 이제 드디어 24시간 달라붙어서 몸을 데울 필요가 없어졌…군.


따, 딱히 섭섭하진 않거든? 같은 담요를 덮어쓰지 않더라도 몸을 데울 수 있게 됐으니까.


하, 하지만 네가 빌고 빈다면 또 예년처럼 체온으로 데워줄 수도 있다만.


같이 히터를 쬐면 해결이라고? 그것도 그렇군. 그렇다고 해서 그리 달라붙지 마, 나 원.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난 아무 데도 안 가.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으니까.


뭐? 나만 너무 히터를 쬔다고? 뭐 어때, 이 정도는 상사 권한으로…앗, 밀지 마, 밀지 마!


음? 근데 엄청난 걸 알아차렸다. 따스해진 피부와 피부를 맞대면 더욱 따스해져.


우리는 더욱더 떨어지지 못하게 될 거 같군.


늘상 있는 일이라고?


훗, 하긴 그래. 한여름의 찜통 같은 날에도 네가 달라붙어오니까 그렇지.


뭐? 내 쪽에서도? 그런 기억은 없는걸~?


후훗, 알았어, 알았어. 나도 너와 함께 있을 때 제일 마음이 따스해져.


이거 참, 옛날엔 혼자 살았었을 텐데 말이지.


이렇게 돼버리고 나니 더 이상 네가 없는 겨울도, 여름도 봄도 가을도 생각할 수 없게 됐어.


점점 혼자 살지 못하게 돼버리는군.


어떻게 책임질 거냐?


나한테라면 무슨 짓을 당해도 상관없다고?


후훗, 말했겠다? 그런 태도로는 앞으로도 계속 나를 우쭐거리게 만들 거라고?


꼬~옥!


헤헷, 상사가 달라붙는 형벌이다!


어떠냐? 싫지~? 후후, 평생 시달리게 해주마~!


안 돼?


미안. 이렇게 살갗과 살갗을 밀착시키고 있으면 아무래도.


거절하려면 지금뿐이다?


나도 너도 한번 불붙으면 그칠 줄 모르니까.


화상 입어도 모른다?







오! 오늘은 화창한걸.


그래도 어제 눈보라로 눈이 많이 쌓였군.


후훗, 어쩐지 정취가 느껴지는 광경인걸.


이봐요, 잠꾸러기 양반~?


나 참, 어젯밤에 그렇게 무리를 하니까 그렇지.


내 몸도 무사하진 않다고.


이거 참, 하긴 열심히 해줬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으니 아침은 내가 차려주마.


넌 거기서 내킬 때까지 꾸벅거리고 있어라.


야, 잠깐! 다시 자라곤 안 했다.


하여간 내가 눈을 떼면 바로 이런다니까.


최근 들어 점점 더 응석이 늘어나고 있지 않나?


밤엔 응석부리게 해준다고? …바, 해도 떠 있는데 그런 소리 하지 마, 바보야! 두들겨 깨운다? 나 참.


그래, 이렇게 겨울을 맞이하는 것도 당연해졌다만


그만큼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온 셈이지.


나로선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생활수준의 향상이 느껴져서 기뻐.


처음엔 유단포조차 없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용케도 견뎠다 싶군.


이 나이가 되니 생일은 그다지 기쁘지 않게 됐다만 너와 살다 보면 1년마다의 변화가 즐겁게 느껴져.


이렇게 봄여름가을겨울을 함께 지내는 기쁨도 절실히 느낄 수 있게 됐어.


그렇게 말하는 건 좀 늙은이 같나?


하지만 같은 풍경을 보고 있을 텐데도 매년 다른 생각을 품게 되는 건 어째서일까?


그만큼 우리도 성장했다는 걸까.


그래, 눈 깜짝할 새야. 너와 있으면 정말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같은 말을 할지도 몰라. 눈에 선해.


다음엔 봄이 와서 벚꽃이 피고, 그 다음엔 여름이 와서 매미가 울고,


가을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엔 다시 눈이 내려. 그 되풀이.


같은 계절과 다른 시간을, 같은 상대와 함께 본다.


그건 참으로 귀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일까.


우리를 둘러싼 정세도 시시각각 변하고는 있다만 그래도 변함없는 것도 있지. 


나와 너의 관계는 그런 불변의 인연이라고 믿고 있어.


후훗, 조금 꾸민 것 같은 말이었나? 봐주라, 달리 누가 듣는 것도 아니니.


네 앞에서라면 얼마든지 부끄러운 일면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다.


슬슬 나갈 시간이군. 자, 얼른 갈아입어라. 아침 식사 시간이다.


일어나, 잠꾸러기 양반. 너무 꾸물거리다간 내년의 벚꽃이 필 거다?